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팔당과 배추와 전쟁

팔당에서 날아오는 소식들은 나날이 암울하다.

송촌리 지역에 9월 9일까지 자진철거를 하라는 계고장이 날아왔고

두물머리 지역 농가들만 남거나 함께 철거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아마도 추석 전 쯤 한 번 더 계고장이 날아오고 9월말쯤에 행정대집행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건 국토부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다.

9월 9일이 지나면...

 

정말 팔당 농민분들은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계실까.

 

민주당 경기도시의원이 김문수와 만나

 1) 팔당 농민들과 만남

 2) 두물머리 유기농업에 대한 토론회

 

두 가지를 약속받았다고 한다.

9월 초 중순이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김문수, 이마저 개무시를 할 수도...

아니면 두물머리 강제철거를 위한 순서 밟기로 볼 수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어쩌면 두물머리는 올 가을에 4대강사업에 의해 초토화될지도 모른다.

하늘은 무심하여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죽죽 내리고 있다.

 

올 가을에 어떤 결단이 나야 한다.

 

어쩌면 가장 현실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안은

적어도 내년 팔당에서 열리는 세계유기농대회 때까지만이라도 농지를 보존해달라는 것과

농민들이 농사지을 대체부지를 안정적으로 마련될 때까지 4대강 사업을 유보시켜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습게도

저 두 가지의 내용 상 일반 상식에 해당하는, 국가가 알아서 처리해야 할 일인데

그게 안 통한다.

4대강사업을 총지휘하는 국토해양부는 '형평성'이라는 걸 근거로,

다른 4대강사업 예정지도 일괄 수용해 공사가 진행중이라 '팔당도 예외일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고

경기도는 팔당 상수원 구역에서 '유기농업이 수질 오염을 시킨다'는 호도를 일삼으며

국토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토부여, 당신들은 애초에 형평성에 기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 폭력에 기대고 있는 거요.

경기도여, 당신들은 수질관리가 목적이 아니라 지역개발에 눈먼 주민들의 환심을 사고,

차기 대권를 노리려는 수장의 공적쌓기에 놀아나는 거요.

 

저들의 논리는 한마디로 반윤리적이고 반과학적이다.

정부가 나서서 이런 일을 한다는 건

일제강점기에나 통할법한 논리 아닌가.

4대강 사업, 이건 사실상 침략전쟁과 다르지 않다.

자본과 국가권력이 함께 저지르는 침탈과 살상, 파괴, 폭력.

 

그런 와중에 에코토퍄 친구들은 김장 배추를 심자고 나섰다.

지난 주 두물머리에 들어가보니 올 가을에 심어 내년 봄을 맞이할 딸기 모종이 쑥쑥 자라고 있었고

노란방울토마토가 톡 터지며 달콤하게 익어 있었고

한 번 수확한 오이밭을 갈고 다시 오이 모종을 심고 있었다.

팔당의 삶은 아직 진행 중이며, 농사도 생명도 지속 중이다.

지금 이 위급하고 절박한 시기에도 말이다.

4대강 사업 공사를 멈추기 위해 모두들 고심하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중에

가을은 다가오고 시기가 무르익자

배추와 무와 갓과 쪽파가

새로운 순환을 준비하며 대기하고 있다.

모두 무심하게 그저 할 일을 하고 삶을 살아갈 자세로

전선에 나와 있다.

 

 

이번 주말엔, 부디

당신도 팔당에 가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