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아둘 글 - 2007/06/26 16:20

<늙은 인디언 양파장수>


'포타-라모'라는 인디언 노인은 매일 시장에 나와 좌판을

 열고 양파를 판다. 어느날 시카고에서 날아온 백인이 다가와

 물었다.


"양파 한 줄에 얼마입니까?"

"10센트입니다."

"두 줄에는 얼마입니까?

"20센트죠."

"세 줄에는요?"

"30센트라오." 그러자 백인이 말했다.

"별로 깎아주는게 없군요. 세 줄을 25센트에 파시죠."

"그렇게는 안됩니다. "


인디언 노인은 느리지만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다시 백인이 물었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 것 다 사면 얼마입니까?"

백인은 '떨이'로 사보겠다는 속셈이었다.

 

인디언 노인은 그 백인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전부는 팔 수 없습니다."


백인은 의아해 하면서 되물었다.

"왜 못 파신다는 거죠? 양파 팔러 나오신 것 아닙니까?"


늙은 인디언은 깊은 호흡으로 담배를 들이키며 천천히 그리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여기 단지 양파만을 팔려고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오.

난 지금 내 인생을 살려고 여기 나와 있는 거요."

늙은 인디언의 예상치 않은 대답에 백인은 당황해 했다.


늙은 인디언은 굵게 패인 주름 사이로 흐르는 땀을 갈퀴같이

험해진 손으로 훔치듯 닦으며 말을 이어갔다.

"나는 이 시장을 사랑합니다. 북적대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붉은 서라피(어깨걸이나 무릎덮개 등으로 쓰는 색깔이 화려한

모포)를 좋아하지요. 나는 햇빛을 사랑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종려나무를 사랑합니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담배를 태우고,

시장 통 아이들과 소란스레 얘기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나는 여기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날마다 느끼지요. 이게 바로 내 삶입니다. 그 삶을 살아내기

위해 나는 하루종일 여기 앉아서 양파를 팔고 있는 거랍니다.

그러니 당신에게 이 양파들을 몽땅 팔아치운다면 내 하루도

그걸로 끝이 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나는 어디 가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 지낼 수 있나요? 결국 다 잃게

되는 것 아닐까요? 그러니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썬글라스를 낀 채 거만하게 서있던 시카고에서 온 백인은 더

이상 인디언 노인을 내려다 볼 수 없었다. 그는 썬글라스를

벗어들고 양파 파는 인디언 노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가을해가 남겨놓은 그림자 속에서 그 백인은 인디언 노인

앞에서 한없이 작아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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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6 16:20 2007/06/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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