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프랑스 - 2010/01/04 19:37

 

하이게이트에 있는 맑스의 묘.

맑스보다 먼저 죽은 아내 예니등 가족들과 함께 묻혀있다.

상단에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공산당선언의 마지막 구절이,

하단에는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세상을 단지 여러 가지로 해석해 왔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변혁하는 것이다"는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11번 테제가 씌여있다.

 

맑스는 1883년 3월 14일 사망했다.  그의 장례식은 며칠 뒤인 17일 이곳 하이게이트 묘지에서 열렸다.

20여명 정도가 참석했고, 맑스의 관에 붉은 리본과 함께 두 개의 화환이 있었다하니 지금의 기준으로 본다면 무척 조촐한 장례식이었던것 같다.

 

처음의 무덤은 맑스의 소망에 따라 작은 비석하나만 세워져 있었는데, 1954년 좀더 나은 장소로 이장하면서 Laurence Bradshaw 가 제작한 현재의 기념비가 세워졌다.

 

이날 장례식에서 엥겔스는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사상가가 생각하기를 멈추었습니다.  이 사람의 죽음으로 인하여 유럽과 미국의 전투적인 프롤레타리아 계급과 역사 과학 모두에게 있어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위대한 정신의 사망으로 남겨진 빈틈은 곧바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슬픔을 표한뒤, "모든 것에 앞서 맑스는 혁명가입니다. 인생에서 맑스의 진정한 임무는 하나의 방법으로든 다른 방법으로든 자본주의 사회와 그것이 가져다 준 국가 기구를 타도하는 것에 기여하고, 맑스가 최초로 그들의 처지와 빈곤함을 자각하게 하고, 해방의 조건들을 자각하게 한, 근대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해방에 기여하는 것이었습니다. 투쟁은 맑스를 구성하는 요소였습니다."라고 맑스의 삶을 평가했다.  이어 엥겔스는 "그 필연적인 귀결로서 맑스는 그의 시대에서 가장 증오를 받고 가장 중상모략에 시달린 사람이 되었습니다. "며 안타까워하면서도 "감히 단언하건대 맑스는 많은 반대자가 있었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개인적인 적수로 삼지 않았습니다. 맑스의 이름은 시대를 넘어 그의 업적이 이뤄질 때까지 지속될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한다.

 

이어 리프크네히트도 "그는 가장 증오받는 사람이지만 또한 가장 사랑받는 사람. 그가 증오받았던 것은 그가 사랑받는 원천"이었다며 "과학에서의 혁명과 과학을 통한 혁명에서 맑스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공공의 이익으로 만들기 위하여 과학의 가장 높은 봉우리로 올라갔습니다. 맑스의 인생은 만국의 프롤레타리아 계급에 헌정되었습니다. 맑스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그의 가르침은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추모하는 대신에, 고인이 된 그 위대한 사람의 정신으로 행동하고 그의 가르침을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우고, 그가 싸워왔던 것들이 가능한 한 빨리 실천되도록 합시다. 이것이야 말로 맑스의 기억을 명예롭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 "고인이 되었지만, 동시에 살아 있는 동지여, 우리는 당신이 알려준 최종 목표를 향해 계속 갈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당신의 무덤 앞에서 맹세"한다고 다짐했다.

 

 

그의 무덤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를 한대 피우는데

맑스가 17살에 김나지움을 졸업하며 썼다던 <직업 선택을 앞둔 한 젊은이의 성찰>이란 글이 떠올랐다.

 

"직업을 선택할 때 주요한 기준은 인류의 행복과 자기완성이다.

  두 가지는 서로 엇갈리거나 적대적이어서 한쪽이 다른 쪽을 배제한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자신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일해야 비로소 자기완성을 이룰 수 있다.

  그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만일 사람이 자신만을 위해 일한다면 설령 저명한 학자나 훌륭한 현자 혹은 뛰어난 시인이 되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결코 진정으로 완성된 위대한 인간이 될 수는 없을 터이다.

  역사는 이 세상 전체를 위해 일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높여가는 사람을 위인으로 인정한다.

  최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사람을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기린다.

  종교도 가르쳐준다.

  모든 사람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인물은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이런 생각을 섬멸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있을까?  

  만일 우리가 많은 사람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가기로 삶의 방향을 설정한다면, 어떠한 시련도 우리를 굴복시킬 수 없을 것이다.

  시련이란 그저 다른 사람들을 위한 잠시 동안의 희생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간다면, 우리는 사소하고 한정적이며 이기적인 기쁨을 향유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죽어도 우리의 삶의 자취는 조용히, 그러나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며, 타고 남은 재는 고귀한 인간들의 반짝이는 눈물로 젹셔질 것이다."

 

17살 그 어린 나이에 스스로 다짐했던 삶을 평생 실천했던 사람.

그의 무덤 앞에서 나는

맑스가 위대한 것은 자본론을 썼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기와의 약속을 지켜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이게이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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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4 19:37 2010/01/0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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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리미디어 2010/04/14 15: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간소개]-김수행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국부론>

    안녕하세요? 도서출판 두리미디어입니다.

    청소년 교양 시리즈 출판의 새로운 저변을 확산시키고 있는 두리미디어에서 이번에 마르크스 경제학의 최고 권위자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전 서울대 교수) 님이 쓰신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과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을 출간했습니다!

    김수행 교수님의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은 국내 최초로 <자본론>을 완역한지 20여 년 만에 마르크스 경제학의 대중화를 위한 초석으로 기획됐습니다.

    <국부론> 역시 완역한 바 있는 김수행 교수는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을 통해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경제학의 고전’을 올바로 전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습니다.

    <청소년을 위한…>이란 주제를 잡고 있지만, <자본론>과 <국부론> 원전의 정확한 개념과 이해를 얻고자 하는 성인 독자들에게도 관심 있을 저작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새로운 경제학과 미래 사회의 대안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국부론>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