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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전, 지구상공에 외계비행물체가 떴다. 우습게도 그 곳은 뉴욕, 워싱턴, 런던, 도쿄가 아닌 남아공의 요한네스버그였다. 가장 열악한 제3세계 국가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은 “PRAWN”이라 불리며 쓰레기더미에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포식자로 살아간다. 열악한 처지에 있는 그곳의 원주민들도 이 외계인들을 등쳐먹고 무시하지만, 외계인들은 견뎌내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28년을 그 곳에서 살아가도 그들은 지구상의 성원이 아닌 ‘외계인’이기 때문이다.
한 남자가 카메라 앞에 앉아 연신 싱글벙글대며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는 MNU(외계인관리소)에 장인 덕에 초고속 승진을 한 비쿠스라는 사내다. 비쿠스는 이번 제한구역 9에 사는 외계인들을 다른 지역으로 철거하는 사업의 총책임자다. 그런데, 비쿠스는 덜렁대고 큰소리 한 번 제대로 못치는 못난이다. 하지만 유독 외계인들에게는 강경한 어조로 철거통보서에 사인을 강제로 하게 만든다. 외계인의 아이들을 죽이면서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팝콘터지는 소리같다고 즐거워하기도 하며, 저항하는 외계인에게 총을 들이댄다.
한편 비쿠스는 철거 과정에서 외계물체의 액체에 노출된다. 그때부터 그는 외계인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의 장인은 비쿠스를 사위가 아닌 실험용 외계인으로 대한다. 비인간적 고문과 학대를 비쿠스의 장인은 카메라를 통해 무표정한 얼굴로 응시하고, 피부와 뇌, 심장을 꺼내 실험하겠다는 MNU 의사의 말에도, 살려달라는 사위의 목소리에도 무표정하게 걱정말라는 거짓된 위로의 말만 남긴다.
살기 위해 MNU를 탈출한 비쿠스는 결국 외계인거주지역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이 탄압하고 겁박한 외계인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인간이 되기 위하여 자신이 몸담았던 MNU와의 투쟁을 시작한다. 그의 주변에 모든 인간들은 그를 손에 넣어 죽이거나 실험하려고만 했다. 오로지 그에게 도움을 주고 그와 동지애를 나누는 건 외계인밖에 없었다.
그가 인간이 되는 희망을 버리고 살아가는지, 아니면 외계인으로 사는 것을 만족하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가 인간이었을 시절에 그리워하는 건 단 하나, 그의 부인을 생각하며 쓰레기더미에서 꽃을 만들어내는 장면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감독은 결국 같은 인간이라해서 모든 인간에게 인류애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결국 착취자가 피착취자를, 피착취자 또한 누군가를 착취하려고 든다는 경고를 하는 것은 아닐까. 용산사건, 쌍용자동차가 지금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다가올 거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씁쓸하고 슬펐다.
우리는 외계인이 아니며, 언제든 외계인이 될 수 있거나 그와 다름없는 처지가 될 수 있음을 잊고 살아가거나 잊고 싶어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외계인들은 투쟁하는 노동자, 철거민, 이주노동자, 빈민이다. 그 많은 숫자에도 우리는 그들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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