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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의밤행사에 다녀와서-

 

중도에서 빌려온 책을 다 읽는 바람에,

대학교에 가서 책을 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어제 오후.

 

이랜드, 기륭전자 등 장기투쟁하고 계시는 사업장에서 준비한 주점이 우리 학교에서 있다며 같이 가자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별 고민없이 '응,그래'라고 말하곤

이왕 학교간 김에 책도 빌리고 , 도서관에서 책좀읽다가 주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더랬다.

 

그 분들의 투쟁에 적극적으로 함께 했던 적은 없었던 터라 (항상 생각만 있었더랬다. 생각만.)

주점에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터. 게다가 장소도 학교식당이라니 잘되었군. 뭐 이정도.

 

이것저것 추천받은 책들을 한권한권 빌리고나서 꽉 차오른 마음으로 친구를 기다려서 고를샘으로 향했다.

아이코, 주점인 줄 알았는데, 송년의 밤 행사였다.

 

들어서자마자 각 사업장들의 상황을 알려주는 영상이 식당을 채우고 있었고, 나는 왠지 숙연해진 기분이랄까.

평소에 그곳은 맨날 '피자먹을까, 스파게티먹을까' 고민했던 공간이었는데.

나에게는 약간 생소한 조합원분들의 구호가 적힌 옷과, 플랑들,그리고 영상이 나오는 것을 보니 왠지 기분이 이상해졌다.

 

뻘쭘함과 괜한 자책감에 휩싸여서 안주를 깨작거리다가,

문선패(맞나?)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완전 달아올라버렸다. 꺄아. 꺄아.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멋진 공연들로 왠지 들떠버렸다.

 

 

 문제는 행사가 끝나고 나서였다.

 

내가 앉아있던 쪽이 학생들이 있던 쪽이라서 조합원분들께서 예뻐라 하시면서 계속해서 '많이 먹으라'면서 음식을 챙겨주시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리고 서로에게 더 먹으라면서 풍요롭게 음식을 나누는 풍경 또한 마음이 쌀쌀한 요즘, 좋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많은 음식들이 은박지접시 위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많은 마른안주들과, 김치와, 수육 등등등.

 

 

청소가 시작되었고,

은박지접시와 함께 그 음식들이 고스란히 쓰레기 봉투로 들어가버렸다.

음식물쓰레기와 은박지접시를 분리하지도 않았고, 척 보기에도 너무나도 깨끗한 마른안주들과 김치들 또한 뒤범벅이 되어 음식물쓰레기가 되었다.

 

처음부터, 테이블별로 자신들이 딱 먹을만큼만 가지고 가서 양을 조절했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계속해서 음식을 가져다주고 싶고, 서로 더 많이 나누고 싶은 마음은 나도 알지만 그 누가 보기에도 테이블별로 배분된 음식은 '푸짐함'을 넘어서서 '과도한'양으로 보였다.

실제로 행사가 내내 진행되었기 때문에 음식을 먹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무 많은 음식들이 고스란히 남아버렸다.

 

그리고 (물론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하겠지만) 크린랩같은 일회용봉투가 구비되어 있었다면, 마른안주 등의 음식들은 봉투에 담아서 가지고 갈 사람들이 가지고 갈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치나 마른안주같은 것이 통. 째. 로. 버려지는 것을 보면서 차라리 가지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않을 수 없었다.

 

같이 갔던 친구 중에 자취를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버려지는 김치를 보면서 참 아쉬워했다지.

 

하지만 나도 주점이라고 알고 있었던 터라 미처 음식을 담을 봉투를 준비해가지고 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기에, 그저 아쉬워하면서 테이블을 닦는 일을 도울 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내가 갔을 때, 준비된 음식들에 대한 일들을 맡아서 하시는 분들은 모두 여성조합원 분들이었다. 맞춰오신 음식을 나눠주고, 접시에 일일이 담아주면서 신경을 쓰시는 그런 노동은 역시 그곳에서도 여성조합원 분들의 전담이었다. 남성조합원분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아쉬웠다.

그래도 마지막에 청소를 할 때는 여,남 조합원분들과 학생들 모두 같이 이쪽저쪽에서 청소를 하는 풍경이었다.

 

 

내가 이런 글을 쓰면,   어디 풋내기 따위가  일을 돕지도 않았으면서 괜히 사소한 것 가지고 시비야! 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 사실 행사에 한 번 다녀온 주제에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일수도.. 그건 내가 풋내기이기때문에 가능한 것. 에이 몰라. 질러버릴테닷-)

나에게는 전혀 사소한 것이 아닌 것.

그래서 이렇게 끄적끄적여본다.

 

송년의 밤 문화제에 생각지도못하게 어리버리 참석하게 되었던 거지만,  직접 조합원분들께 이야기도 듣고, 행사를 통해서 많은 것 보고듣게 되어서 나 자신에게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사실 어제 그 행사에 참여하면서 완전 버닝하게 된 것이 있는데 그건 다음 포스팅 때 -

 

 

*지금은 어제 비맞고 돌아와서, 심한 감기몸살에 걸리는 바람에 골골대는 중.

주사도 맞고 약도 맞았는데 왜이렇게 머리가 깨질 것 같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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