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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자전거타기

서울에서 자전거타기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다

이건 서로 피터지게 싸우는 전쟁이 아니라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모두가 상할 수 있는 그런 전쟁이 아니다

자동차들에게는 라이더는 도로위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이다

도로는 당연히 자동차의 것이라는 신앙이 지배하고 있기때문이다

라이더들에게도 자동차는 경쟁상대가 아니다

라이더들에게 도로는 경쟁의 장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두 눈을 부릎뜨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서 돌아가야하는 죽음의 강이다

나는 매일 집에 무사히 도착하면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차도에서 굴러가는 바퀴는 언제나 나의 심장의 절박함을 따라오지 못한다

수능시험 언어영역 듣기평가 때 보다

소개팅장소 크게 숨 한 번 들이마시고 문 열고 들어갈 때보다

더 거대한 긴장감이 온몸을 조여온다

서울은 참 무서운 도시다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지구의 피를 빨아먹거나

내 목숨을 내놓고 바퀴를 굴리거나 두 가지의 선택지만 던져놓는다

극단으로 치달은 선택은 우리를 파멸로 인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다보면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오거나 간이 콩알만해진다

어느쪽도 간 건강에 좋을리 없다

서울에서 자전거 탈 수 있으면 지구 어디서도 자전거를 탈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든다

북극의 빙판 위에서도 중동의 사막위에서도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도

서울만큼 자전거타기가 겁나지는 않을거 같다

 

오늘도 넋놓고 타다가 위험할 뻔 했다

내 옆구리로 돌진하는 자동차... 횡단보도 위도 전혀 안전하지 않다

안전하게 자전거 타고 싶다

내가 자전거를 타는 이유가 사람들의 마음에 널리널리 퍼지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자전거 타기가 나에게 엄숙한 싸움이라던지 투쟁이라던지 이런 건 아닌데

그저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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