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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그 곳의 기억 한켠에서 아련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부르뎅과 함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찬 바람과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따뜻한 물로 몸을 씻고 온몸에 휘감기는 찬바람의 기분이 나쁘지 않아여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맘때였으니, 갑자기 바람이 차가워지니 또 문득 생각이 난건지도.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세상 모든사람들에게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세상의 특별한 사람이 되기에는 아무래도 많이 벅차보였고 또 만약 가능하더라도 부담스러울것도 같다. 나의 친구들이 나를 좋아해주는 것만으로도 황송하고 고마울 따름이지만 나는 내가 내 친구들에게 아주 특별한 존재이기를 한 때 바랬었다. 한 때 그렇게 생각했었다. 사람들이 나에게 보여준 관심과 애정 계절이 듬뿍 담긴 편지들이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던 시절에 나는 마치 감옥안에 있을 때를 상상하고 그 햇살 좋은날 철문을 나섰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것이 그 무렵의 일이다. 한동안 꽤 힘들었던 모양이다. 독방보다 더 싸늘한 사무실에서 나는 사람냄새를 그리워했었다. 어쩌면 기억되는 것과 잊혀지는 것의 사이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간격이었나보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이불밑 따뜻한 방구석의 기온을 단 한 번이라도 정말 단 한번이라도 느껴보고 싶었던, 그래서 내내 추워도 좋으니 한 순간만이라도 녹녹하게 몸을 녹여보고 싶었던 그 독방에서의 계절과 비교할 수 있겠냐만은 내 옆에서 쓸쓸히 시들어가던 국화화분처럼 나도 쓸쓸했었다. 우표값보다 저렴한 문자조차도 마치 징역에서처럼 하루에 한 번씩 배달이왔다. 나는 그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를 내 삶에서 아주 특별한 사람으로 초대하기에는 너무나 겁이 많았던것같다. 어쩌면 내 스스로가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이 적잖이 두렵고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를일이다. 적당히 상처받지 않을 거리를 찾는 일은 익숙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특별하지 않다고해서 소중하지 않은것은 아니니까. 다만 이 계절의 바람처럼 저 깊은 속 어딘가가 휑할 따름일뿐이었다. 이제는 특별한 사람이면 좋겠지만 또 아니면 어떤가 싶다. 이 차가운 바람은 예전에 불어오던 것과는 다르다. 아무래도 좋다. 얼굴을 에는 차가운 바람과 목도리 밑의 따뜻한 온기가 내가 이 계절을 좋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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