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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분노하기

요새 세상에 일어나는 일련의 납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일들을 접하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고 이내 무기력해지곤 했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어도 영어학원을 빼먹지 않았는데, 최근들어 도저히 공부할 정신적인 컨디션이 아니라며 결석이 잦아지고 있다. 또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의 기복에 허우적 거리며 대체 사람죽인 놈들은 일말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고 있는 거 같은데 내가 왜 이래야 하나 하며 자책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최근들어 분노는 느낄때는 걷잡을 수 없이 분노가 커져 그 막강한 에너지에 내가 잠식당한거 같다. 그런 흥분상태에서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 그냥 분노 한 번 하고 말꺼면 그래도 된다. 하지만 그냥 화 한 번 내는 것은 내 기분 푸는 것 밖에는 안된다. 내 기분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지 그뿐은 아닌거다. 세상을 내가 좀 살아갈만한 곳으로 바꾸려면 화풀이만 해서는 안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천천히 분노하자.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나의 속도를 찾자. 천천히 분노하면 아무래도 냉철하게 사고할 수 있을거다. 그리고 어차피 인간인 이상, 모든것이 유한한 인간인 이상, 모든 에너지를 한 번에 다 소모해버리기 보다는 길고 오래갈 수 있도록 아껴두자. 분노라는 것도 한 없이 샘솟는 것은 아닐진대, 한 번에 다 써버리고 나면 그저 재가 되는 것이다. 나의 속도로 간다는 것은 분노가 슬픔이 되는 일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난 분노보다는 슬픔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분노할 것에 대해서 천천히 분노하되 그것은 슬픔이 되어야 한다. 어차피 세상과 맞서는 일은 공부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완성이 있을 수가 없고, 그 끝은 죽음과 맞닿아 있을 것이니. 평생 해나갈 일이라면 너무 지나치게 서둘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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