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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란 무엇인가?

* 이 글은 이러나님의 [정말 싫은 말] 을 보고 삘 받아서 주위 사람들도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을까 해서 쓰게 된 트랙백(이게 뭔말이야?)입니다.

  87년 투쟁의 성과일까? 민주주의라는 것이 사회에 그 약한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구타와 기합으로 유지되던 공장 규율은 세련된 규칙과 평가제로 개편되었고, 야만적인 폭력으로 유지되던 초중고 역시 '사랑의 매'-그 표현방식이 극도로 새디스틱하다는 것이 문제지만-가 내신 반영으로 대체되고 있다. (초중고 순으로) 무조건 쥐어패고 보던 사회는 대화의 외피를 거치게 되었고 노사정 위원회나 교장선생님과의 대화의 시간 ... 등의 극도로 무의미하고 기만적인 자리도 심심찮게 만들어지(려)고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시즘의 시체는 살아서 걸어다니고 있다. 87년의 타협은 파시스트들의 정권을 연장시켜주었고 국가 기관에서 언론에서 경찰 정보과에서 그들의 하수인들을 아직까지 남아있게 하였다. 아직도 상명하복의 병영의 규율은 학교와 공장에서 관철되고 있고 국가보안법이나 족벌 기업 등은 싱싱하게 그 모습을 뽐내고 있다. 자유주의자들의 뒷걸음질 위에서 파시스트들의 세상은 임종의 순간을 계속 미루고 있다.

 

  그렇기에 파시즘이 끝장났다고 학교에서 배운,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공화국이라는 것을 늘 암기해온 사람들, 특히 사회초입자들에게는 세상 엄밀히 말하자면 파시즘의 잔재는 도대체가 불합리한 것일 수밖에 없다. (파시즘 덕에 더 근본적인 불합리는 쉽게 그 모습을 숨긴다.)

 

  군대는 파시즘과의 대화이다. 파시즘이 불합리하다고 믿는 사람들을 군대는 2년 넘는 시간 동안 악랄하고 끈질기게 설득한다. 군대는 부당한 권위에 굴종하는 법, 불합리한 명령에 의문을 품지 않는 법, 강자에게 약하게 굴고 약자에게 잔인해 지는 법 등 파시즘을 이해하고 그에 순응하는 법을 배우게 해 준다. 군대는 우리에게 파시스트와 자신을 동일시 하거나 적어도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부당한 권위에 쉽게 굴복하고 뒷걸음질치는 자유주의자들을 용서하게 해 준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의 파시스트들은 이야기하는 것이다.

 

  "군대를 갔다와야 정신을 차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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