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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 <박쥐>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 <박쥐>
글 : 문석 | 2009.04.29
 

synopsis
수도원에서 절망적인 환자들을 돌보던 신부 상현(송강호)은 치명적인 바이러스 이브를 퇴치하기 위한 연구에 동참한다. 스스로 이브에 감염돼 사망을 선고받은 그는 뱀파이어 유전자가 들어 있는 피를 수혈받고 기적처럼 살아난다. 사람들은 그를 ‘붕대감은 성자’라 부르며 추앙하고, 이 와중에 상현은 어릴 적 친구인 강우(신하균)를 치유하게 된다. 그는 강우의 아내 태주(김옥빈)가 강우와 강우의 어머니 라 여사(김해숙)에게 오랫동안 학대받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새 태주에게 애정을 품게 된 상현은 강우를 살해하겠다는 감정을 갖게 된다.

<박쥐>는 만만한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 안에는 뱀파이어 이야기와 종교의 근본 문제와 격정적인 러브 스토리 또는 치정극의 요소가 포함돼 있고, 전통적인 가치와 서구적인 가치의 충돌 또한 존재한다. 장르적으로도 스릴러, 멜로, 범죄영화, 호러 같은 키워드를 가로지르고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같은 박찬욱 감독의 전작 또한 어렴풋이 녹아들어 있다. 어쩌면 <박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두터운 층으로 이뤄진 영화인지도 모른다.

이 복잡한 요소 혹은 모순들이 한데 엉킨 공간이 태주가 깃들어 사는 ‘행복한복집’이다. 이곳은 일본식 구조의 적산가옥이지만 한국 전통옷을 팔고, 사람들이 보드카(러시아)를 마셔대며 마작(중국)을 두는 탈국적적인 공간이다. 뱀파이어 또한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인데, 상현의 경우 신부이자 뱀파이어로서 살아가야 하는 탓에 피를 갈망하되 살인을 하진 않는다는 역설에 빠져 있다. 상현과 태주의 사랑 또한 아이러니하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관계가 붕괴로 향한다. 이처럼 <박쥐>는 모순되고 역설적인 요소들을 시종 충돌시킴으로써 기존의 장르를 뒤틀고 새로운 경지를 만들어낸다.

<박쥐>는 ‘복수 3부작’에서 다뤄온 복수와 구원의 세계에서 박찬욱 감독이 빠져나갔음을 보여주지만, 인간의 본질에 대한 그의 고민이 한층 깊어졌음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 영화 속 격렬한 정사장면도 인간 본질에 관한 그의 질문이 한층 격렬해졌음을 드러낸다. 촬영 전부터 널리 퍼졌던 ‘그 영화 너무너무 야하다며?’라는 소문만큼은 야하지 않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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