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더 이상 줄에 묶인 개처럼 살지는 않겠어! ‘Puppet' in <Bandits>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나는 학교 총장실에 있었다. -_-;; 장소가 좀 거시기 하지만 서도 여하간 그 곳에서 추석 연휴에 후배들이 집에서 싸온 전들을 얻어먹으며 나는 이 매력적인 네 여자들의 수배전단이 인쇄된 테이프를 총장실의 멋진 비디오 데크에 집어넣었다.
밖에는 사복을 입은 형사들이 학교 건물을 예의 주시하며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나는 그들의 감시 따위에는 이미 만성이 되어 별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나를 구속하고 있던 진정한 적은 건물 밖의 그들이 아니라 그들의 감시에 길들여진 나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Puppet on a string

남편을 독살한 마리, 함께 활동하던 재즈 밴드의 단원을 총으로 죽인 엠마, 중혼 사기죄의 엔젤리카, 무장 강도 루나.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죄명의 네 여자는 감옥에서 밴드를 결성하고 급기야 경찰의 날 행사에서 연주를 하게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도중에 경찰의 추행을 참지 못한 루나의 폭행으로 이들은 뜻하지 않은 도피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지긋지긋한 감시의 공간인 감옥에서 벗어났지만 도피자의 생활은 물론 이들에게 곧바로 자유를 안겨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네 여자는 이들의 유일한 낙이자 희망인 음악과 함께 들판을 달리고 대중의 한 가운데에서 호흡한다. 이들이 가는 곳마다 대중이 환호하고, 대중이 환호하는 곳에는 경찰이 따라다닌다. 그 와중에 약삭빠른 자본가 음반 기획사 사장은 이들의 노래를 음반으로 만들어 신나게 장사를 해댄다.
유명해 질수록 수사의 범위는 좁혀져 오고, 함께 연주를 하며 도피 생활을 하는 동안 네 여자의 지난한 삶이 하나 둘씩 드러난다.
“애인 하나 잡아서 새처럼 살고 싶다”는 앤젤리카는 허영심 많고 혼인 사기를 저지르고 다녔지만 사실은 진정한 사랑에 목마른, 의리 있는 여자, 정신분열로 남편을 죽인 ‘살인범’ 마리는 클래식 연주자였다. 마리는 그녀에게 언제나 ‘늘 곁에 있겠다고’ 했던 남편 오토를 잊지 못해 매번 자살을 기도한다. 그녀는 그 죄책감 안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이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얻는 순간, 그녀는 살 자격을 잃는 것이다.
한편 이성적인 성격으로 밴드의 맡 언니 역할을 하는 엠마 역시 애인에게 맞아서 뱃속에 있던 아기를 잃은 상처를 안고 있다. 그리고 매사에 거칠고 즉흥적인 루나는 사회의 고정관념과 질서에 따라 살아가기를 거부하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 인간이다.
결국 네 여자의 삶에서는 감옥이 곧 구속을, 감옥 밖의 세상이 자유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줄에 묶인 개’ (puppet on a string)에 불과했던 그녀들의 삶이 곧 구속이자 감옥이요, 음악과 동료들을 통해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받았던 상처들을 드러내며 자신들을 구속하고 있던 사회의 시선과 고정관념, 피해의식으로부터 자신을 스스로 해방시키고, 치유하는 과정이 곧 진정한 자유인 것이다.

Now, hear my song

도피 중 마리는 경찰의 속임수에 걸려든 엔젤리카 때문에 다리 위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마리를 보낸 남은 세 명의 멤버는 바닷가 항구 앞의 옥상에 서서 붉은 노을을 뒤로 하고 경찰들 앞에서 마지막 연주를 시작한다. 팬들의 아우성 속에 한 편의 뮤직비디오와 같은 연주를 마치고 군중 속으로 다이빙하는 세 여자는 마침내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된 듯 보인다. 다음 순간, 항구를 향해 달려가는 그들의 모습 뒤로 몇 발의 총성이 울리고 엔딩 크레딧과 함께 그들이 진정으로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 ‘Puppet'이 흐른다.


.
.
.
You keepin' me , just hangin on
Now hear my song
Just like a puppet on a string
Now can't you see you're killing me
.
.
For end this game you always win

당신은 나를 구속하고, 묶어 두고 있지만.
이제 내 노래를 들어요.
줄에 묶인 개와 같은 나의 노래를.
이제 당신이 죽이고 있는 내가 보이지 않나요.
.
.
언제나 당신이 이기는 이 게임의 끝을 위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