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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의 ‘奔向未來日子’ . 인생의 참뜻은 아무도 몰라.

80년대 후반의 한 때, 골목길 어귀마다 교실마다 학교마다에는 온통 성냥개비를 잘근 잘근 씹다가 콧구멍으로 집어넣는 요상하고도 우스운 묘기를 연습하는 남자 아이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묘기도 묘기였지만 의리를 위해 총을 40발이나 맞으면서 쓰러져가는 주윤발의 모습과 “강호의 의리는 땅에 떨어졌지만 영웅은 살아있다”던 그의 한 마디는 온몸에 닭살을 솟아오르게 함과 동시에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찌릿한 전율을 흐르게 하는, 그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던가! 우리는 모두 그 ‘영웅의 세계’에 몸 둘 바를 모르고 빠져들었던 것 이었다!
그 뿐인가! 영웅은 또 다시 나타났으니, 총 40발 맞고 죽으면서 ‘의리’를 보여주었던 형 친구를 보았던 동생은 겁도 없이 혼자 범인들의 아파트에 잠입했다가 그 의리를 본받아 역시 총을 맞고 쓰러져 가며 갓 출산을 한 아내와의 애절한 통화 끝에 공중전화 박스에서 안타깝게 쓰러지니 이 어찌 또 한 번 애절하지 않았겠는가!
아! 역시 영웅은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살 뿐만 아니라 아내에 대한 사랑도 저렇게 애틋하다!


물론 <영웅본색>은 ‘의리’를 폭력과 짝짓고, 그것을 ‘남자들의 상징’이자 ‘전유물’이며 심지어 ‘남자의 존재 이유’로 만든 대표적 영화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에 <영웅본색>을 보았던 우리 대부분은 남녀를 불문하고 이 영화에 대한 왠지 모를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그 시대에 <영웅본색>이, 10대들에게는 주윤발, 장국영, 유덕화로 대표되던 여타의 홍콩 영화들과 함께 ‘화려한 홍콩’을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적 코드였으며, 혼란과 격변의 거리에서 최루탄에 눈물 흘리던 한국의 20대 젊은이들에게는 ‘의리’와 거침없는 청춘을 상징하는 무엇이었기 때문이리라.



2003년의 오늘, <영웅본색>을 새삼 추억하게 되는 것은 ‘홍콩 정통 느와르의 부활’이라는 <무간도> 시리즈가 우리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나는 지금, 악의 무리로부터 세계를 구원하겠다며 당치도 않은 영웅을 자처한 이들이 벌인 무자비한 전쟁과 그 앞에서 ‘의리’를 가장한 비굴이 판을 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을 보며 그들의 순수한 ‘의리’가 차라리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奔向未來日子
(장국영, 당신을 가슴 깊이 추모합니다.)

無謂問我今天的事
無謂去知 不要問意義
有意義 無意義 怎嚰定判
不想 不記 不知

*無謂問我一生的事
誰願意講失落往事
有情 無情 不要問我
不理會 不追悔 不解釋意思
無淚無言
心中鮮血傾出不願ni知
一心一意奔向那未來日子
我以後陪ni尋覓好故事

無謂問我傷心的事
無謂去想 不再是往時
有時 有陣時 不得已
中間經過不會知 不會知


오늘의 일을 묻지 말아요
알려고도 하지 마세요
인생의 참뜻은 아무도 몰라
기쁨도 슬픔도 죽음도

내 인생을 묻지 말아요
돌아올 수 없는 강물이에요
사랑도 미움도 묻지 말아요
후회도 미련도 지나간 추억
한마음으로 미래를 향해
행복의 나래를 펼쳐요
슬픔을 묻지 마세요
모든 것 잡을 수 없어
연기처럼 아무도 몰라요

오늘의 일을 묻지 말아요
알려고도 하지마세요
인생의 참뜻은 아무도 몰라
기쁨도 슬픔도 죽음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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