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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현실' 사이

소위 '운동'이란 걸 한다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종종 소름끼치도록 자신이 세운 '원칙'의 잣대만으로 타인을 평가하는 이들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만의 '원칙'의 잣대로 쉽게 타인을 평가하고는,

그 평가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그러나 그런 이들 중

진실로 자신의 삶을 진정한 '원칙'에 맞게 꾸려가고 있는 사람을

나는 '단/한/명/도' 보지 못했다.

 

비정규직의 삶을 살면서

당장 현실에 닥친 생계 문제로 인해  투쟁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이들에게

'당신은 왜 비정규직이면서도 당신의 권리를 위해 투쟁에 나서지 않는가'

라며 '원칙'의 잣대를 들이댈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들이 들이대는 '원칙'은 현실을 보지 못하는 '원칙'이다.

 

타인의 현실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이가

현실을 위해 선택한 그들의 삶에

'원칙'을 들이대는 행동은

그들의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부족함 없이 살아온 이들은

현실에 조응할 수밖에 없는 삶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원칙'만을 아는 이들은

'원칙'을 위해 '현실'을 무시한다.

 

모두의 삶은

치열하고 경이롭다.

 

비록 그들이 지금은 '현실' 속에 있다 하더라도

그들도 '원칙'을 모르는 것이 아니며

하기에 그들도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원칙'을 위해 '현실'의 모순과 싸우게 될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이들도,

모순의 현실 속에서도 빌어먹을 '현실' 때문에

'원칙'에 당장 다가갈 수 없는 이들도

'원칙'을 몰라 '현실'에 조응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것을 모르는 이들이야말로,

'현실'을 무시하고 '원칙'의 잣대만을 들이대는 이들이야 말로

'운동가'로서의 자질을 좀 더 키워야 할 이들이다.

 

그들이 먼저 해야할 것은

자신들이 타인에게 들이대고 있는 '원칙'의 잣대를

자기 자신에게 먼저 철저하게 들이대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반성하면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타인을 비판하기에 바쁜 이들은

대개 자신을 비판하는 데 무디다.

 

그들이 쉽게 비판하는 '현실'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원칙'은 '현실'과 함께 치열하게 부딪치고 깨어지며 융화될 수 있을 때만이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음을.

 

항상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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