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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54회 – 내가 죽어갈 때

 

 

 

1

 

감귤 수확 후 전정을 하느라 정신없는 요즘은

일 년 중 가장 바쁘고 고된 시기입니다.

일이 손에 익어서 수월하게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보름 동안 나뭇가지와 씨름하면서

손에 물집이 생기도록 쉼 없이 가위질을 해야 합니다.

매일 이어지는 노동에 피로가 쌓이지만

꽃이 만개하기 전에 전정을 끝내야 하기에

조금 힘들어도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합니다.

 

하루 종일 나무에 매달려 일을 하다보면

머릿속에서는 이런저런 상념들이 무수히 스쳐지나갑니다.

예전에 있었던 일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걱정,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들, 상상 속의 변고까지 숱한 상념들이 일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죠.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이 부정적인 생각들이라는 점입니다.

과거의 기억도 안 좋은 것만 떠오르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나쁜 점만 보이고, 미래에 대한 상상도 최악의 상황만 그려집니다.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만들어버리죠.

머릿속에 부정적 에너지만 가득한 것이 싫어서 머리를 가볍게 흔들어서 비워내려고 해보지만 얼마가지 않아 또 다른 부정의 에너지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맙니다.

 

주위에 힘겨운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감사와 연민의 마음으로 내면을 충만하게 만들면서

사람을 사랑하며 평온하게 살아가자고

매일 같이 다짐을 해보지만

제 마음속에는 아직도 부정의 에너지들이 가득할 뿐입니다.

 

쉼 없이 나뭇가지를 잘라내면서

제 마음속 상념의 가지들도 잘라내고 싶지만

그럴 힘과 능력이 부족하니

그런 제 자신을 바라볼 뿐입니다.

애써 부정적인 것들을 치우려하지 않고

“내 마음속에 부정적인 것들이 가득하구나”라고 그냥 바라보고 있으면

한그루 나무의 전정이 끝나더라고요.

그냥 그렇게 잘라내고 바라봅니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 https://www.instagram.com/sideseoul/)

 

sns에서 발견한 ‘건강하게 스트레스 푸는 22가지 방법’입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는 이유가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양하게 있겠지만

여기에서 제시하는 방식은 참으로 소소하면서도 마음이 환해지는 방식이더군요.

 

저의 경우와 비교해봤더니

9가지는 제가 하는 방식과 비슷했고

6가지는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었고

2가지는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고 싶어져졌습니다.

물론 이런 방법을 이용하더라고 스트레스가 쉽게 풀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팽팽했던 마음이 조금은 느슨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스트레스와 상관없이 그냥 매일 한 가지씩 실천해보는 것도

삶을 훨씬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이 될 것도 같네요.

 

앞으로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감사한 일 3가지 쓰기’랑

‘기부하기’를

꼭 해봐야겠습니다.

 

 

3

 

어느 허름한 요양병원 한편에 초췌한 노인이 누워있습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노인 혼자 힘들게 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살며시 그 노인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 봅니다.

 

 

성민이 : 안녕

 

죽어가는 성민이 : 응.

 

성민이 : 힘들어?

 

죽어가는 성민이 : 어.

 

성민이 : 외로워?

 

죽어가는 성민이 : 조금.

 

성민이 : 내가 말 거는 게 귀찮아?

 

죽어가는 성민이 : 아니.

 

성민이 : 살아오면서 언제가 제일 좋았어?

 

죽어가는 성민이 : 너도 마찬가지겠지만 목숨 걸고 격렬하게 투쟁했던 시절이 제일 좋았어. 힘들고 좌절도 많았지만 그때의 그 열정과 순수함이 제일 그리워.

 

성민이 : 니가 지금 내 나이라면 어떻게 살 거야?

 

죽어가는 성민이 : 조금 더 열심히. 지금 하는 일에 조금 더 마음을 다해서.

 

성민이 : 내 마음 속에 부정적 생각들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서 고민이거든. 니 입장에서 조언해줄 수 있어?

 

죽어가는 성민이 : 나도 마찬가지야. 평생 따라다니더라. 지금도 마찬가지고.

 

성민이 : 평생 친구이자 적으로 삼아야 하는 거네.

 

죽어가는 성민이 : 그런 거 같아. (가래를 뱉지 못해서 잠시 힘들어한다.)

 

성민이 : 의사 불러올까?

 

죽어가는 성민이 : 아니, 괜찮아.

 

성민이 : 많이 힘든가 보내.

 

죽어가는 성민이 : 그럴 때니까. 성민아?

 

성민이 : 응?

 

죽어가는 성민이 : 이렇게 찾아와줘서 정말 고마워.

 

성민이 : 응.

 

죽어가는 성민이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니가 제일 힘이 되더라.

 

성민이 : 그렇게 얘기해주니 고맙네.

 

죽어가는 성민이 : 나 이제 쉬고 싶어.

 

성민이 : 응. 얘기 나눠줘서 정말 고마워.

 

죽어가는 성민이 : 어. 잘 살아.

 

성민이 : 응.

 

 

 

(한그린의 ‘어제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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