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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5회 – 나비의 집은 어디에 있을까요?

 

 

 

1

 

밭에서 일하다보면 이런저런 곤충들을 접하게 됩니다.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것이 거미, 벌, 나비이고

비가 오고나면 달팽이, 개구리가 모습을 보이고

어떤 경우에는 뱀도 보입니다.

 

비가 그친 어느 날 밭에서 일을 하는데

나비 한 마리가 여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살랑살랑 거리며 돌아다니는 녀석을 보고 있노라니

제 마음도 살랑살랑거려서 기분이 좋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비는 집이 어디에 있을까?”

 

벌들은 커다란 공동주택을 지어서 집단생활을 하고

거미는 자기만의 대저택을 꾸리며 독립생활을 하고

달팽이는 조그만 집을 등에 지고 다니고

개구리는 물이 고인 도랑에 아지트를 지어 사는데

나비는?

 

머릿속에 자리 잡은 생각이 계속 맴돌면서 사라지질 않기에

너무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지만 나비의 집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더 궁금해졌고 그 생각은 머릿속에 똬리를 틀고 자리잡아버렸습니다.

“나비의 집은 어디에 있을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마을에 암 투병으로 고생하시는 분이 있는데

며칠 전에 저희 집으로 찾아오셨습니다.

텃밭에 심어놓은 채소들이 많아서

이것저것 챙겨드렸더니

고맙다면서 또 이것저것 들고 오셨더군요.

 

많이 수척해진 얼굴을 바라보며

근황을 물어봤더니

암세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다행이다 싶어 안도를 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남은 치료과정을 버텨야 하는 힘겨움은 그대로여서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는 못했습니다.

 

힘든 치료를 이겨내려면 잘 먹어야하는데

줄 수 있는 것이 채소들뿐이어서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렇게라도 얼굴을 보면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3

 

어느 날 밤

너무 더워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실내보다는 조금 선선한 공기를 느끼며

짧은 심호흡을 하다가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밝은 별과 환한 달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 모습에 마음이 환하게 펴지는 것 같아서

얼른 사진을 찢었지만

멀리 있는 별과 달은 카메라에 제대로 담기지 않더군요.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는 환한 빛과 아쉬움까지

이 방송에 남겨봅니다.

“이 밤에 나비들은 어디에서 쉬고 있을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윤선애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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