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 삭제에 대한 행정소송, 최초로 승소하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논평]

 

방통심의위는 국가검열기구임이 분명하다!
- 게시물 삭제에 대한 행정소송, 최초로 승소하다

 

어제 서울행정법원 제12행정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최병성 목사의 게시물을 삭제한 조치는 잘못된 것이라고 판결했다.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가 '쓰레기 시멘트'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게시물에 대하여 2009년 4월 방통심의위는 '한국양회공업협회'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며 삭제한 바 있다.

 

그간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행정심의와 삭제를 반대해 온 우리는 이번 판결을 크게 환영한다.

방통심의위가 이런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관한 법률]에서 '불법성'과 '유해성'을 마음대로 판단하고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대통령을 2MB로 비판한 게시물은 '인격을 폄하한 글'이라며 '언어순화 및 과장된 표현의 자제권고'를 받았고, 소비자들의 조중동 광고지면 불매운동 게시물은 '불법 2차 보이콧'이라고 삭제되었는가 하면, 경기지사의 발언을 식민적이라고 비판한 게시물 또한 '불법 명예훼손'이라고 삭제되었으며, 노동절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장봉을 휘두른 경찰을 비판한 게시물은 '불법 초상권 침해'라고 삭제되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행정기관의 인터넷 게시물 삭제를 법률로써 인정하고 있는 국가이다. 그러나 멀리는 1994년 발족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시절부터 이루어져 온 이러한 게시물 삭제가 행정 행위로 인정받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스스로를 민간자율 심의기구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는 음란ㆍ명예훼손ㆍ위협ㆍ서비스방해ㆍ청소년유해매체물ㆍ사행행위ㆍ국가기밀ㆍ국가보안법 위반ㆍ범죄 교사 및 방조 여부 등 광범위한 기준으로 게시물의 '불법성'을 판단하고 자신들이 불법이라고 판단한 게시물에 대하여 포털 등 사업자에게 삭제를 '권고'해 왔다. 그리고 방통심의위의 '권고'는 사실상 국가의 '명령'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렇게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불법성의 판단을 하고 삭제하는 것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 침해이며 헌법에서 금지한 국가 검열이다.

 

행정법원의 이번 판결은 방통심의위의 게시물 삭제가 행정 행위라는 것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방통심의위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 잡았을 뿐 아니라 이 기관을 이론의 여지 없는 행정기관으로 인정한 이번 판결은 크게 환영받을 만 하다.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인터넷에 대한 행정기관의 자의적인 게시물 삭제와 국가 검열이 모두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 검열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행정기관의 터무니 없는 게시물 삭제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하여 싸울 것이다.

 

2010년 2월 12일
진보네트워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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