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작가 겨울무대,,,쇼와 예술무대의 다른 점
-대학로에서 ‘어제의 당신이 나를 가로 지를 때’를 보며
[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대학로가 많이 한산해졌다. 무수히 많은 젊은이들로 붐비던 예전의 그 대학로는 다 어디로 갔을까. 인디밴드의 메카로 거듭난 홍대로 간 것일까? 아니다. 대학로는 오늘도 연극마니아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연극 전용 극장이 즐비한 곳이기에 여전히 사랑 받는 곳이라 단언할 수 있다.
본 기자는 금요일 밤 <봄 작가 겨울무대> 세 번째 작품으로서 이소연 작 손원정 연출의 ‘어제의 당신이 나를 가로 지를 때’를 감상했다. 연극을 보면서 대학 때 봤던 ‘고도를 기다리며’를 떠올렸고, ‘쇼와 공연예술무대가 다른 점은 무엇인가와 공연작품을 위시해서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각종 프로젝트와 문제점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됐다.
먼저 쇼와 예술작품들에 대한 생각이다. 쇼는 더없이 화려하다. 말초신경을 강하게 자극하며 주로 유명연예인이나 대중예술가들이 출연하는 공간이다. 대형 쇼가 빈번한 시대 추세에 따라 최첨단 기기가 동원되어 스타카토로 끊어 투사하는 휘황찬란한 조명이 무대를 휘젓는가 하면 칼 군무를 추는 아이돌가수의 박력 있고 역동적인 동작이 주름을 잡는 곳이다. 이들은 많게는 열댓 명이 그룹을 이뤄 한꺼번에 떼 창을 들려준다.
그러나 쇼는 쇼일 뿐이다. 예술무대가 주는 다양한 감동과 여운을 안겨주는 맛이 덜하다는 얘기다. 반면에 공연예술은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을지라도 우리에게 긴 여운과 감동을 안겨준다. 일례로 우리가 보는 연극에는 작품의 소재부터가 인생의 희로애락을 근간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일수록 보다 많은 보편성을 획득하고 더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연극을 비롯한 공연예술은 우리의 삶을 겸허히 반추하게 만들고 우리의 영혼을 고양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예술무대에는 그래서 수천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관객도, 연예인을 응원하는 야광방망이의 위세나 열성 펜들의 환호도 없다. 쇼처럼 쌈빡하고 화려한 퍼포먼스는 없을 지라도 인생의 한 단면과 맞물려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하여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먼 훗날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라도 갖가지 형태로 우리의 삶과 조우하는 신비를 선사한다. 이것이 예술무대가 주는 진정한 가치가 아닌가 싶다.
사실 ‘어제의 당신이 나를 가로 지를 때>를 보면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떠올렸다. 인생도 연극도 잘 몰랐던 대학시절이었지만, 현존하는 최고의 부조리극으로 꼽히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면서는 ‘주제가 기다림이구나.’ 파악할 수 있었고, 작품이 어렵고 재미없다 느끼면서도 좀처럼 얻을 수 없는 것을 추구하는 인생의 아이러니에 대해 성찰할 수 있었다.
이어 정부의 지원금 문제다. 예술작품과 예술단체, 연구프로젝트와 각 대학을 비롯한 수많은 연구기관들은 국민의 세금을 정직하고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가이다. 후자의 경우 연구실적을 턱없이 부풀리기나 걸핏하면 연구원이나 학생들의 몫으로 지급돼야 할 임금을 해당 교수나 책임자가 부당 착복하는 일이 심심찮게 폭로돼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적이 있어 왔다.
예술분야에서도 국민의 세금이 정당하고 올바르게 쓰여야 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실 혹은 나눠 먹기식 선정은 작품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이런 작품 보려고 아까운 시간 내서 여기까지 왔나?”하는 후회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국민의 세금으로 제작되는 작품만이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성을 담보하길 바라며, 보다 좋은 작품들이 무대에 많이 올려 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