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③] 태양의서커스 ‘쿠자,,,간담 서늘한 극한 종합예술
-비하인드더신, 드레스리허설, 그리고 본 공연,,,경이로운 묘기행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태양의서커스단 ‘쿠자(KOOZA)’ 공연팀은 2일 최종 리허설과 개막공연을 시작한 이래 12월 30일까지 80회 이상의 공연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본 기자는 앞서 ‘비하인드더신’과 ‘드레스 리허설’에 이어 한 차례 더 주말 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세 번의 ‘쿠자’ 경험을 하게 됐다. 우리 시대 가장 핫한 종합예술로 떠오른 아트서커스로서의 ‘쿠자’경험을 통해 가진 남다른 시간이었다.

이번 ‘쿠자’의 드레스리허설공연은(2일 6시30분) 태양의서커스와 태양의서커스 한국 파트너사 마스트엔터테인먼트가 소셜액션 캠페인 차원에서 추진한 사업의 일환으로서 특별한 관객들을 초청하여 펼친 자선공연의 성격이 짙었다.

즉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아시아이노베이션스그룹 기프토/업라이브가 주최하는 'Dream 드림 캠페인'과 뜻을 함께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소속 어린이들과 SOS 어린이마을 한국본부 등 총 7개 자선단체를 통해 국내 무연고 문화소외계층 청소년들 400여명을 초청했던 것, 여기다 기자단까지 합세시켜 태양의서커스 아티스트들이 펼치는 무대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먼저 드레스리허설 때다. 빅탑의 문을 두드린 것은 5시 조금 넘은 시간, 매표소를 바라보며 ‘쿠자’의 영역에 들어섰다. 발걸음을 멈추고 기다리고 있자니 관계자가 나와 철망담장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눈앞에는 출입구 두 개가 있었는데 한쪽은 VIP 용 다른 한쪽은 일반석 관객들이 출입하는 문으로 구분돼 있었다. 왼쪽 VIP전용 문으로 들어가서 한 일은 우선 세 가지였다. 취재신청 여부를 확인하고 어깨에 삼각형의 녹색스티커를 부착한 다음 목걸이용 출입증을 받았다. 이어 동전만한 스티커를 추가로 받았는데 “그냥 갖고 있어보세요!”하며 건네주던 것은 나중에 보니 공연장에 입장하는 순번 표였다.

천막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정중앙에 노랑과 하양과 빨강색의 축구공만한 알전구가 빛을 내고 있었다. 각종 먹거리가 놓인 테이블 위에는 투명 그릇에 담긴 미니 컵밥과 다과, 샌드위치와 과일 그리고 와인과 사과주스 등이 보인다. 휴식용 의자와 스탠딩 테이블이 갖춰져 있어 각자 음식접시를 올려놓고서 삼삼오오 식사를 마쳤다. 벽 쪽에 있는 진열대에는 ‘쿠자’에서 출시한 티셔츠와 양말, 머그컵과 스티커 그리고 친 환경 헝겊가방과 제본이 된 ‘쿠자’의 해설서 가 비치돼 있었다. 모두 고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캐릭터 상품들이었다. 철저한 준비성과 짜임새 있는 마케팅이 돋보이는 부분이리라. 본 기자는 이 모든 것을 기꺼운 마음으로 흥미롭게 지켜보기로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년 년 일이다. 장충동 국립극장의 야외특설무대에서 ‘제방의 북소리’라는 연극을 본적이 있다. 극단이름은 ‘태양의서커스’와 같은 ‘태양극단’이었다. 태양의 서커스 주 근거지는 퀘벡 주의 주도이자 캐나다 제2의 도시인 몬트리올인데, 퀘벡은 프랑스 계 사람들이 67%를 차지할 만큼 불어 사용에 가톨릭 신자가 많은 프랑스 적 색채가 강한 지역이다.

프랑스 파리 근교인 파리 카르투슈리 극장이 본거지인 태양극단 역시 프랑스 문화권에서 태동한 극단이라는 점이다. 이름부터 비슷해서 ‘태양의 서커스’가 뜰 때마다 둘은 어떤 식으로 관련이 있는지 개인적으로는 늘 궁금했었다. ‘제방의 북소리’는 600년 전 동양의 한 성(城)에서 일어난 대홍수를 소재로 삼은 이야기다. 그러던 어느 날 성안으로부터 제방을 터뜨려서 물을 방류한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성벽이 무너질까봐서 물길을 분산시키려던 것, 이 경우 지대가 낮은 마을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은 불문가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연극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첫째 무대장치였다. 무대주변에 물을 흐르게 하여 둑이 무너지는 장면을 실감나게 연출했던 점, 극중 효과음으로는 한국의 사물놀이에서 차용하여 북과 징과 장구, 꽹과리를 이용하여 제방이 무너질 때의 위험을 고조시키는데 절묘한 효과를 내고 있었다. 실제로 배우들은 우리나라의 사물놀이를 6개월 동안 배웠다고 한다. 이어 배우들의 움직임이다. 인형처럼 정형화된 기법을 사용했고, 무대의상의 변화도 좋았다. 무채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으나 자체 내에서 미묘한 변화를 충분히 보여주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무대의 방향도 획일적이지 않았다. 열린 무대를 지향하고 있었기에 태양극단에서 보게 된 여러 가지 새로움은 지금까지 내 삶의 소중한 향기가 되고 있다.

그래서다. ‘태양의서커스’는 처음부터 나를 부추기는 뭔가가 남달랐다. 정기 공연과 달리 비하인드더신과 드레스리허설은 빅탑의 숨겨진 의외성과 고유성을 동시에 톺아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했고, 숨은 그림을 찾듯이 빅탑이 발산하는 특유의 분위기와 준비상황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쿠자’가 뛰어난 볼거리를 넘어 아트서커스이자 종합예술로서 갖는 존재감은 어디서 오는지 말이다.

지난 번 비하인드더신에서는 아티스트들이 몸 풀기 모습과 무대에 올라 티터보드를 시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어 ‘딘 하비’ 예술감독과 스트랩 아티스트인 ‘헤일리 빅토리아’, 의상팀장인 ‘알렉스 서지’를 인터뷰하며 역할에서 오는 애환과 고충을 들었다. 그들의 자부심이 공연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보려 스트랩 아티스트인 ‘헤일리 빅토리아’에게는 직접 질문을 던졌다. 어려운 기술동작을 성공시켰을 때에는 스스로 어떤 보상을 해주는가 하고,

“잘못 던진 주사위라도 내가 던진 것이라면 책임져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대답에 본 기자는 “일을 잘 했을 때 자신에게 어떤 보상과 선물을 하느냐?”고 재차 물었었다. 미스 헤일리는 말하길 “공연할 때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다는 자세로 임한다. 관객들의 반응이야말로 내가 받는 최고의 선물이자 보상이다”라고 했다.

‘쿠자’의 구성이란 이노센트와 트릭스터가 여행을 떠나며 여러 인간 군상을 만나고 그 틈틈이 기예와 곡예 혹은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식이다. 극의 시작점에서 이노센트의 연날리기는 어설프고 서툴렀지만 극이 끝날 때쯤에는 익숙하게 연을 날리고, 트릭스터가 요술을 부리던 홀(笏)을 건네받는가 하면 킹으로부터는 왕관도 받는다. 트릭스터와 동행하면서 만난 왕과 두 하인, 매드독과 하임로스와 경찰관들 또 극이 시작될 때 상자(쿠자)를 싣고 온 우편배달부와 바바리를 입은 사나이 경찰관 등 모든 캐릭터는 막간에 등장하여 장면의 흐름과 극의 지속성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캐릭터는 서커스에서 흔히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그러더라도 너무 자주,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면 십중팔구 서커스를 산만하고도 지루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어른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나이 대에 따라서 감상의 포인트와 바라보는 포인트도 다를 것이다. 이 나이에서는 부차적인 등장인물 보다는 더 많이 곡예에 집중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아주 어렸을 적엔 어릿광대의 모습이 기억에 남고, 중학교 시절에 본 독일서커스단에서는 육중한 코끼리와 채찍을 들고 있는 우수에 차있는 노란 머리의 여자 단원이 기억에 있다. 2년 전 장춘서커스단에서는 접시돌리기와 긴 줄을 붙잡고 중심 탑을 돌던 청춘남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이임에 분명했다. 서로 주고받는 눈빛이 꽤나 다정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아참 공연이 끝나고 입구에 서서 인사를 해주던 장면도 있다. 서커스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오늘 우리를 찾아온 ‘쿠자’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 르포작가. 칼럼니스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8/11/15 14:01 2018/11/15 14:01
트랙백 주소 : http://blog.jinbo.net/8434pjr/trackback/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