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태양의서커스 빅탑 속 ‘쿠자’를 엿보다-②
-무대 뒤 비하인드더신과 ‘쿠자’의 무대환경, 리허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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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무대와 제일 가까운 영역이 레드카펫이다. 레드카펫은 그야말로 아티스트들이 관객을 만나기 직전에 머무는 공간이자 예술감독이 디렉션을 하는 공간이다. 홍보매니저는 “당일 게시판을 주의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시판에 이름이 적힌 퍼포머라야 기량과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서 수입과 명성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빅탑과 무대 환경

빅탑은 그야말로 서커스 마을의 최고 중심지다. ‘태양의서커스’가 기존의 서커스들과 다른 점은 “기계나 동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온전히 인력으로만 채워진다.”는 점이다. 260도의 원형무대로서 객석 어디서나 편안한 시야가 확보되도록 설계됐는데, 빅탑을 떠받치고 있는 가장자리에는 높이 25미터짜리 네 개의 기둥을 세워 무대의 평균높이 20미터에 지름 51미터에 2600석의 객석을 갖추도록 한다. 빅탑은 현존하는 서커스무대 중에 가장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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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탑의 구조는 언제나 개방성을 원칙으로 한다. 바타클랑이라고 하는 움직이는 탑을 중심으로 쉴 사이 없이 곡예와 연기와 퍼포먼스가 펼쳐지도록 말이다. “관객들과 진정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고, 위험이 뚜렷이 느껴지는 무대 환경을 조성하여 서커스의 본질 그 자체를 포착하고 싶었다.”라고 말하는 데서 태양의서커스가 관객들의 대리만족을 위해 인간의 심리를 얼마나 잘 꿰뚫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다.

바로 그것이다. 서커스나 곡예 혹은 연희의 현장성 말이다. 관객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그들의 감동과 대리만족을 위해 충실히 봉사할 때 대중예술로서의 ‘쿠자’는 생명력이 충만해진다. 관객들은 “저 동작, 힘들 텐데 실패하면 어쩌지!”하는 조바심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아티스트가 펼치는 퍼포먼스와 동작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비탄과 한숨, 응원과 흥분의 박수를 보낸다. 내 인생의 반쪽이나 되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애정과 감정을 몽땅 쏟아내며 열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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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감독 딘 하비

"공연장뿐 아니라 움직이는 마을에 들어서는 것부터가 특별한 쇼의 시작"이라는 딘 하비 예술 감독, 그에게 물었다. “무엇이 당신을 ‘쿠자’ 공연에 참여하도록 이끄는가? 또 쿠자의 매력은 무엇이며 왜 우리는, ‘쿠자’를 봐야 하는지”를.

하비 감독은 “쿠자의 독특함이 자꾸 나를 부르고 나를 선택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모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액트를 글로벌화 하는 능력이 ‘쿠자’의 탁월함이라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쿠자'는 또한 서커스 본연의 언어에 충실하려는 점과 연약한 인간의 수행을 조명하고 초기 서커스 형태의 소박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려 노력한다는 점에거 각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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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감독은 또 이번 내한 공연 작품인 '쿠자'는 “신기술 활용보다는 서커스 양대 전통인 곡예와 광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여행이라는 소재가 이야기의 기본에 깔려있어 소통과 공감 면에서 유연한 가능을 확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워밍업 하는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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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서커스’ 아티스트들은 대부분이 운동선수 출신이다. 그중에서도 체조 선수 출신이 많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4000여 직원들 가운데 무대출연자들은 1400명이다. 세계 50개국에서 25개의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모두 철저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이후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본사 트레이닝센터에서 아크로바틱, 연기, 춤, 노래 등 다양한 교육을 받으며 훈련하고, 개성과 주특기에 따라서 역할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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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의 설명을 듣다 보니 티터보드(Teeterboard) 팀들이 올라와 있었다. 텐트에 막 도착했을 때 불루카펫에서 워밍업을 하고 있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여자단원이 보드 판에서 대기 하고 있으면 보드 판을 힘껏 굴러주는 사람의 힘을 빌려서 도움닫기를 한다. 여자는 공중제비를 5회전 한 다음 순식간에 인간 탑을 쌓고 있는 남자의 어께 위에 올라 퍼포먼스를 시작하는 거였다. 그들은 이어서 1개 또는 2개의 금속 대말을 다리에 묶은 채로 9미터 상공에서 묘기를 반복한다.

티터보드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덩치 크고 건장한 사람들이 인간 탑을 만들어줘야 가능한 곡예인 것 같았다. 티터보드는 다이내믹하고 인상적인 액트이기에 피날레로 가장 많이 쓰이는 퍼포먼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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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매니저 프레디에게 물었다. “50명 아티스트 중 여자단원은 몇 명인가?” 모두 12명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발판을 구르고, 공중에서 날고, 바퀴를 돌리고, 도구를 들어 던지고, 뛰어오르고, 서커스를 구현하는 데는 여성의 섬세함 보다는 힘과 근력이 월등한 남자들의 도전이 더 많이 요구되는가 보다. 티터보드도 7명의 남자단원에 여성은 공중꼭대기에서 연기를 하는 사람 하나 꼴이었다.

스트랩 아티스트 ‘헤일리 빅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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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무대로 오르기 직전 레드카펫에 서있는 아티스트라면?” 갑자기 숨이 컥 막히고 호흡이 가빠지는 기분이다. 스트랩 연기자인 헤일리 빅토리아와 마주했다. 그녀는 공중 스트랩 전문이다. ‘태양의서커스’의 단원은 제일 어린 사람이 21살이고 최고참 단원은 69살이라고 하는데 빅토리아는 이 세계에서 올해나이 27살로서 정말 젊은 층에 속한다. 관객들과 지근거리에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노출하는 직업인만큼 서툴면 안 되고, 고난도의 전문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던히 숙련되고 세련된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인정도 선택도 받지 못하는 때문이다.

빅토리아는 “17살 이전에는 서커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빠르고 파워풀한 동작에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선상 공연 등에 참여하면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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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에게 만족한 공연 혹은 불만족스런 공연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지치고 피곤하다는 생각보다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만약 만족한 공연을 펼치지 못해도 내일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다독인다. 잘못 던진 주사위도 내가 던진 것이라면 책임져야 하지 않겠는가?”

이어 그녀는 “5~6세부터 곡예를 시작한 친구들도 있지만 열정, 용기, 끈기 그리고 일에 대한 고집스러움이 있다면 언제 도전해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빅토리아는 유난히 부드럽고도 여성스러움이 돋보이는 아티스다. “줄에 매달려 공중에서 회전하거나 거꾸로 매달리는 연기를 하다 보면 관객은 저를 보며 아찔한 경험을 하죠. 저도 그래요. 관객의 호응에 따라 제안의 에너지가 상승하는 걸 경험하거든요. 제 안의 에너지는 다기 관객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해요. 기쁜 순간이죠.”

쿠자의 무대는 곡예와 예술정신이 만나는 장소다. 이 모든 것에는 최소 무대, 배우, 관객이 필요하다. 부드럽고 여려 보이지만 매 순간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빅토리아의 여성성은 무대,배우,관객을 기반으로 다양한 요소가 더해질 때 ‘쿠자’ 안에서 강력하게 빛나게 된다. ‘쿠자’는 신체능력의 한계를 경이롭게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전통적인 묘기를 존중한다. 이를 근간으로 260도의 무대 위해서 다양한 신체언어를 조형적인 시각으로 새롭게 재구성된다. 태양의서커스 즉 ‘쿠자’는 그래서 각 분야의 장인과 전문예술가들이 모여와 그들의 꿈과 액트를 구현할 수 있는 총체적인 플랫폼으로 존재한다.

‘태양의서커스’는 한국에서만도 다섯 번이나 재탄생을 한 셈이다. 2007년 '퀴담'으로 한국을 찾아 공연을 연 뒤, '알레그리아'(2008) '바레카이'(2011) '퀴담'(2015) 등을 선보였다. ‘유랑하는 독립 마을‘ ’태양의서커스‘는 올해도 그들 마을이 가진 원초적인 DNA인 유랑(流浪)성을 왕성하게 보여준다. 새 이름 ‘쿠자’로 말이다.

*글쓴이/박정례.르포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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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9 16:37 2018/10/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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