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태양의서커스 빅탑 속 ‘쿠자’를 엿보다-①
무대 뒤 비하인드더신을 통해 보는 ‘쿠자’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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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뉴스]= 5200평 잠실벌에 마을이 들어섰다. 신기한 환상의 나라다. 그곳에 가면 웃음과 익살, 놀라움과 따뜻함, 전율과 환희가 경이롭게 서로 어우러져 박수와 감동이 솟아나는 그야말로 가슴 벅찬 세계를 마주할 수 있다. 태양의서커스가 펼치는 작품 쿠자를 뭐라 불러도 상관은 없다. 장르뮤지컬이라 불러도 좋고, 공연과 기예 혹은 서커스 아니면 곡예와 광대술과 예술이 결합된 종합예술 그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좋다.

‘쿠자’ 바로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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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연할 ‘쿠자’는 태양의서커스가 15번째로 선보인 작품으로 50명의 출연진과 스태프를 포함하여 무대 설치를 위한 기술진과 기타 인력을 합해 모두 150명의 인원이 투어에 참여하고 있다. 중간휴식 30분을 포함하여 러닝타임이 총 150분간 소요되는 작품 ‘쿠자’는 2007년 4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을 했고, 그 이후 4개 대륙, 21개 나라, 62개의 도시에서 공연되었다. 2016년 현재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3,000회 공연을 맞이했고 현재까지 전 세계 약 800만 명이 쿠자를 관람했다고 한다.

‘쿠자’의 구성은 착하고 순진한 외톨이 '이노센트'(Innocent)와 '트릭스터'(Trickster)라는 캐릭터가 놀라운 일로 가득한 여정을 펼치면서 겪는 모험을 소재로 한다. 사건의 발단은 이노센트가 자기 앞에 놓인 장난감 상자 뚜껑을 두렵고도 조심스럽게 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자 상자 안에서 트릭스터가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이노센트를 놀라운 세계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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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이노센트는 킹, 트릭스터, 하임로스, 불쾌한 여행자와 그의 매드 독 같은 코믹한 캐릭터들과 연달아 마주한다. 이야기를 형성하는 또 다른 축은 트릭스터가 이노센트를 상대로 벌이는 행동이다. 트릭스터는 이노센트를 심술궂게 놀리거나 장난을 걸곤 한다. 그런데 이 모든 행동들은 이노센트의 또 다른 자아에서 발현되는 무의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와 더불어 펼쳐지는 놀랍도록 정교하면서도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는 각기 다른 9가지의 기예가 관객들로 하여금 가슴 졸이며 지켜보도록 사로잡는다. 쿠자는 그래서 종합예술이자 토털 서커스의 면모를 과시한다.
 
‘쿠자’란 본디 ‘코자’라는 산스크리트어에서 나온 말로 상자, 궤 또는 보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두 가지 서커스 전통인 곡예와 광대술의 결합으로 대변되는 태양의서커스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작품이다. 이 쇼는 그야말로 경이롭고도 강함과 연약함, 웃음과 미소, 혼란과 조화 속에서 구현되는 정체성, 인식, 힘의 주제들을 탐구한다. 대담한 슬랩스틱 유머를 혼합해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한다.

비하인드더신, 빅탑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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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4시였다. 태양의서커스 ‘쿠자’는 개막에 앞서 비하인더신을 선보이기 위해 본 기자에게 그 비밀의 문을 열어보여 줬다. 그곳에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헤매지 않게 정신 줄 잘 챙겨야 한다. 우선 개방이 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출입로로 형성된 쪽으로 찾아가보니 문을 꼭꼭 잠가놓고 경비병 대여섯 명이 지키고 있다. 이곳에서 다른 길로 돌아가라는 안내를 받고서 그들이 알려준 대로 충실히 찾아갔다. 그랬어도 출구를 못 찾았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 “내가 어리바리해서 길도 못 찾는 사람인가?” 자책하기 십상이다. 아 힘들다. 결국 담당자가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와 줬다. “안내를 받으니 이렇게 좋은 것을!” 멀게만 느껴졌던 일정이 순식간에 뻥 뚫린 대로를 걷게 된 기분이다.

'쿠자'(KOOZA)가 공연될 빅탑은 어디인가? 그들의 마을이자 '태양의서커스' 전용 복합 시설이라 불리는 '그랑 샤피토'는 잠실야구장 너머 5200평 부지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서도 철문을 통과하고 검색을 거쳐 입장용 표찰을 받아야 했다. 약속시간인 4시가 되자 프레디라는 홍보매니저가 통역과 함께 나타났다. 40대 초반 혹은 그 아래인 것 같은 젊은 프레디는 얼굴이 갸름하고 상냥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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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 기분은 기대와 설렘의 엔도르핀을 듬뿍 받는 느낌이었다. 프레디는 시설을 둘러보는데 있어 개방하는 공간과 비 개방 공간을 명확히 했고, 그러면서 “약 30분간의 연기를 볼 텐데 사진을 찍더라도 앉아서 또 표 나지 않게 찍어달라”는 당부를 했다.

그들이 형성해 놓은 ‘서커스 마을’인 그랑 샤피토는 공연장, 연습실, 식당, 오피스, 매표소, 게다가 VIP룸까지 개설돼 있다. 참고로 26만 원 짜리 티켓을 구입한 vip들은 전용출입구에 주차구역도 따로 있다. 기념품 판매부스와 전용라운지를 이용하고 케이터링서비스와 디저트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공연감상이야말로 최상의 환경에서 이루어지길 희망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사람들에게 각자의 취향과 개성이 작동될 여지를 주는 것이야말로 합리적인 흐름일 것 같다.

불루카펫과 알렉스 서리지 의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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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시설이 포함돼 있는 그랑 샤피토는, 크게 불루카펫, 블랙카펫, 레드카펫 존으로 구분돼 있었다. 그중 불루카펫은 워밍업과 트레이닝을 위한 아티스트 텐트이고, 블랙카펫은 175개 의상과 16개 이상의 모자에 신발과 가방 등 전용소품 1,080여개를 보관하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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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서리지 의상팀장은 "의상 관리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건 단원들의 안전"이라며 "고난도 곡예에선 옷의 작은 실밥 하나가 생각지 못한 사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늘 완벽하게 옷을 수선해둔다"고 말했다. 의상디자인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회화부터 영화 '매드맥스' 시리즈와 인도의 전통 의상 등 다양한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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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알렉스는 "과거에는 왕의 왕관이나 곡예사들의 모자에 부착하는 문양이 닳거나 훼손되면 캐나다 몬트리올 본사에 요청했는데, 이런 경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3D 프린터로 직접 찍어내고 있다. 앞으로 더 사용 빈도가 높아질 것 같다"고 밝혔다. 직접 보기에도 3D프린트 작업은 현장에서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시계태엽 같은 무늬를 부지런히 찍고 있었던 것이다.

곡예를 기본으로 하는 ‘쿠자’라는 종합예술이 탄생하는 장면이다. 이를 위해 모두 맡은 자리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무한 노력을 기울이는 예술가들이나 스탭진들을 보며 본격적인 ‘쿠자’ 탐색에 빠져본다.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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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9 16:15 2018/10/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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