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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배추를 심은 이유는?(2003.09.30.)

우리가 배추를 심은 이유는?

 

잡아도 잡아도 다시 생기는

이름모를 까만 벌레와

배추잎과 구분하기 어려운

배추잎 벌레에게

한 철 양식을 주기위해서?

 

낮에 목초액을 뿌린 후

느긋한 마음으로 오후에 텃밭을 갔는데

의연하게 버티고 있는

벌레

벌레

벌레들!

 

농약이 그립다!!!

 

200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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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뽑고, 벌레 잡고(2003.09.16.)

잡초 뽑고, 벌레 잡고

 

오늘 오후에, 8단지에 사는 후배들과 그 아이들과 함께 텃밭에서 잡초를 뽑고 벌레를 잡았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배추가 벌레들 때문에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가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만 보고 있다가, 마침 같이 일할 후배들이 있어 함께 '가꾸기'를 했습니다.

아직은 텃밭'가꾸기'가 몸과 마음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꾸기'가 '즐거운 노동'이 아니라 '해야할 일'입니다.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 할 수 밖에 없는 일거리입니다.

때론 아침 저녘으로 쑥쑥 커가는 배추와 무를 바라보며 흐믓해 하기도 하고 노심초사하기도 하지만, 바라만 보아서는 안되고 손이 가야 가꾸어지기 때문에, 혼자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일입니다.

함께 가꿀 사람들이 있다면 조금은 즐거워지겠지요.

 

2003.09.16.

세곡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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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타!!! (2006.6.22.)

결정타!!!

 

 

40여일 전, 이우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큰 애한테서 문자메세지가 왔다.

"아빠 나 머리 좀 튀게 자를께" / "어떻게?"

"음 닭머리, ㅋㅋㅋ", "아빠는 어떻게 생각해?" / "너무 튀지 않겠니?"

"음 그걸 노린건데 ㅜㅜ 해도 괜찮지?" / "니가 감당할 수 있겠니? 알아서 결정해라"

"나 닭머리 결심했어"

영국 축구 선수인 베컴의 닭머리를 생각했는데, 웬걸 결이는 그날 저녘에 가운데 머리털만 남기고 나머지를 다 밀어버린 '스킨해드'를 해서 집으로 들어왔다. 당황 --- 분노(?) ---

결이를 붙들고 협박(?) --- "스킨해드는 안된다. 스킨해드는 극우 인종차별주의자들이다. 이건 개성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스킨해드족과 한 집에 같이 살 수 없다. 니가 아무리 니 마음이 그렇지 않다고 해도 결국 그렇게 비춰질 수 밖에 없다. --- 운운"

결국 결이를 끌고 이발소로 데려가 머리를 빡빡 밀게했다.

 

간신히 한 고비를 넘겨 안심하던 중, 열흘 뒤에 다시 결이로부터 문자 메세지가 왔다.

"아빠 나 축구공 스크래치해도 돼?" / "축구공 스크래치가 뭔데?"

"음 그냥 해보고 싶은건데 머리에 축구공 모양으로 파는거야" / (심각한 고민 끝에) "결아, 네 개성이 꼭 머리로만 나타나야 하는거니? 다른 것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 없니?"

"음 나도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볼께" / "그래"

 

드디어 설득시켜 냈다고 안심하던 중, 다시 열흘 뒤 --- 문자메세지로 최후 통첩!

"아빠 저 오늘 머리 자를께요. 돈은 그냥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거니까 용돈으로 할께요"

그날 축구공 스크래치한 결이의 머리를 보며, 화를 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억지로 잘했다고 할 수도 없고,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그냥 무시해서 지나쳤는데 ---

다음 날 결이 엄마로부터 전해들은 결의의 한마디 때문에 하루종일 넋을 잃고(?) 지낼 수 밖에 없었다.

"아빠는 내가 곰곰히 생각한 결론이 꼭 아빠의 생각대로 되야한다고 생각하나봐"

 

2006.06.22.

관악산 밑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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