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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반 일리치를 만나러 간다. (4) 2010/06/21
  2. 즐거운 날 (1) 2010/06/20

 

 "각 사회 환경에는 그에 맞는 자연스러운 규모가 있다. ..... 이러한 각각의 규모에서 자기 환경에 상응하는 자연스러운 규모를 훨씬 웃도는 기간, 공간,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도구는 역기능을 일으킨다"

공생을 위한 도구, 이반 일리치

 돌이켜보면 지나왔던 모든 길들에서 내가 아팠던 이유들은, 티스픈으로 가마솥의 물을 저으려 했기 때문이거나 국자로 커피를 마시려 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하는 요즘이다.

 

 아고라, 축제, 프로젝트, 포럼, 워크샵 -> 이런 도구들로 응집시키려 했던 대상, 대상의 상황,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서울. 이런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길 위에서 조금 더 온전할 수 있었던 '너'와 '나'의 관계들을 메일링리스트에 가둬버리고서 세련된 듯 트위터에서 서로의 안부를 물으라 부추겼을 것이다.

 

이렇게 나는 이반 일리치를 처음 만났다.

 

그의 확신에 찬 문장, 이념을 가슴에 새기지 않는 고집스러운 자유의지, 합리적 이성 너머에 존재하는 미세한 감각기관들에 대한 그의 믿음이 나를 끌어 당긴다.

 

이반 일리치를 만나러 간다.

 

그는 내 삶에 적절한 도구로 작용하는 의미 있는 관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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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1 00:12 2010/06/21 00:12

즐거운 날

from 미세 말 꽃 2010/06/20 23:53

 

즐거운 날
 
문득 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한다는 것이나
삶을 살아나간다는 것이
누군가의 입에서 무겁게 뱉어지는
먼 깨달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슬픔이 껌처럼 달라붙어 떨어질 것 같지 않던 이별도 이별이 아니었던 것처럼
눈 덮힌 벌판을 걸어갈 때 꼭 어떤 이름이 함께 발자국을 내지 않아도
그것은 외롭다거나 그립다거나 지금 함께 있는 이름에게 소홀해 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벌레들이 몸 어딘가에서 살갗을 물어뜯을 때면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흙 알갱이들이 흩날리지 않고 장화로 피복된 내 발목을 감싸 안을때면
이름모를 풀과 콩과 열무의 깊은 숨에 용서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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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0 23:53 2010/06/20 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