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리눅스를 설치할 것인가?

category 아기 펭수 걸음마 | Posted by 오씨 부부 | 2013/11/03 07:06


 

리눅스를 쓰겠다고 마음 먹고 처음 하는 일은 대개 관련 정보를 찾는 것입니다. 문제는 리눅스도 종류가 너무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써야 하는지가 막막해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사 차근차근 시작해보겠다는 마음을 입문자들이라도 첫걸음을 위한 문서의 대부분이 아무 쓸데없는 OS의 연대기적이고도 계보학적인(?) 설명들부터 시작합니다. 윈도우 쓰려고 MS의 주요 제품 계보를 읽지는 않는데 말입니다. 윈도우에서 벗어나려는데, 그렇잖아도 인터넷 뱅킹이나 게임, 또는 사무용 프로그램의 호환이 어렵다는 말 때문에 신경쓰이는 판에 그런 설명들부터 읽으려면 머리가 아픕니다. 게다가 그런 문서들을 읽다보면 도대체 알 수 없는 말들이 너무 많이 나옵니다. 이미지들을 찾아보면 화려하고 이쁜 화면들이 좀 부럽기도 하고, 많이 쉬워졌다는 글들도 보여서 구미가 바짝 당기지만, 실제로 입문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다른 거 다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첫째, 이쁜 화면에 끌리지 말라, 어떤 리눅스를 선택하더라도 꾸미기 나름입니다. 둘째, 어떤 배포판이 더 쉽고, 어떤 배포판은 KDE를 쓰는데 어떤 배포판은 Gnome라는 걸 쓰며, 어떤 배포판은 불안정한데 어떤 배포판은 이런 장점 저런 단점 있다더라는 식의 글들을 많이 보지 말기 바랍니다. KDE니 Gnome니 이런 것들 다 리눅스 오다쿠 아니면 뭐가 다른지 잘 알아보기도 힘든 일종의 프로그램들입니다. 배포판이야 어차피 리눅스에 입문하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자연히 다른 배포판도 써보고 싶게 됩니다. 그 모든 것들이 일반적인 범위 내의 사용이라면 대개 거기서 거기일 뿐입니다. 물론 처음 사용자를 더 배려한 리눅스 민트 같은 배포판도 있고, 이것저것 많이 만져줘야 하는 것들도 있고 그렇습니다. 셋째, 앞의 두 가지를 읽으셨다면 아무 생각없이 배포판 하나를 다운을 받아 보는 겁니다. 요컨대, 눈팅을 너무 오래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일단 배포판부터 하나 다운받는 것이 리눅스 입문의 시작입니다.

 

참고로, 배포판을 처음부터 로컬 드라이브에 바로 설치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파티션 설정 잘못하면 자료 다 날아가고 윈도우로 복구도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LiveCD 기능을 이용하여 먼저 UI나 기능들을 살짝 구경해 보거나, 윈도우에서 VMware나 VirtualBox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가상하드에 설치하는 것을 권합니다. 전자의 경우, CD나 DVD에 구운 다음 맛보기 정도만 하는 정도이고, 후자는 무료 OS를 쓰기 위해 정품 프로그램을 사거나 어둠의 경로를 뒤져야 하는 모순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것은 구닥다리 세컨드 컴퓨터에 설치하는 것이죠. 안 쓰는 구닥다리 컴퓨터에 리눅스를 설치하면 아무 부담없이 막 쓸 수 있어 좋습니다. 인스톨 전에 리눅스 설치를 위한 파티션 설정에 대해 검색을 해본 뒤에 하면 금상첨화입니다. 구닥다리에 설치하는 것이므로 최신판 리눅스를 반드시 구할 필요도 없습니다. 쓰다보면 어차피 몇 번은 다시 깔고 다른 배포판도 써보게 될 테니까요. 게다가 요즘 리눅스 중에는 제법 높은 사양이 필요한 것들도 있다고 하니, 설치 대상인 구닥다리 컴퓨터 보다 2~3년 뒤에 나온 배포판 정도면 무난하리라 봅니다.

 

끝으로, 사용자가 많은 배포판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사용자가 많으면 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를 찾기가 그만큼 쉬우니까요. 리눅스는 위키백과 같아서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계속 키워나가는 것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 개인에게 정답은 아닐지라도 중요한 참고는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분투에 기반한 배포판이면 가장 무난할 듯합니다. 간혹, 리눅스로 작업은 하지 않고 화면 꾸미기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컴퓨터는 그냥 사무용품일 뿐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제일 좋습니다. 리눅스를 과도하게 즐기느라 체력 낭비, 야식비 낭비, 전기 낭비할 필요 없습니다. 서버 관리자가 될 것도 아니고 프로그래밍 고수가 될 것도 아니라면, 일반적인 범위에서 데스크탑 운용을 위한 리눅스라면 오래된 PC를 무료 소프트웨어를 통해 살려서 쓰는 것, 그래서 돈도 아끼고 환경오염을 늦춘다면 그걸로 만족해야 합니다.

 

사진을 꼭 가로로 찍어야 한다거나 스파게티는 젓가락으로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면, 똑같이, 컴퓨터는 왜 꼭 윈도우로만 써야 하는 걸까요? 윈도우나 리눅스나 그저 물건을 사용하는 방식일 뿐입니다. 손수건을 손닦는 데만 쓰지 않고 머리띠 대신 사용할 수도 있다는 걸 아신다면, 마찬가지로 컴퓨터를 다른 사용법으로도 사용해 보자구요. 리눅스, 컴퓨터를 사용하는 단지 조금 다른(사실은 더 나은!) 방식일 뿐입니다. 자, 일단 설치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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