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를 망설이게 하는 오해들

category 아기 펭수 걸음마 | Posted by 오씨 부부 | 2013/11/05 20:48


 

리눅스로 바꾸려는 사람들은 다음 몇 가지 때문에 걱정을 합니다. 첫째, 공인인증서와 게임입니다. 그러나 인터넷 문서들을 검색해 보면 공인인증서가 완전히 안 되는 것은 아니며, 간혹 우리은행 같은 금융사들 몇 곳에서는 리눅스를 지원을 하기도 하니 불가능하지만은 않습니다. 사실 공인인증서와 ActiveX는 애플의 OSX나 iOS, 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디바이스들도 안 되니 리눅스만 탓할 수 없습니다. 탓하려면 한국 정부를 탓해야겠죠. 게임 실행 여부도 역시 윈도우용 게임의 종류나 하드웨어 사양, 사용자의 리눅스 숙련 정도, 배포판의 종류에 따라 달라집니다. 모바일과 콘솔 게임 시장의 성장과 함께 지난 봄부터는 스팀에서 리눅스를 지원을 하기 시작한 걸 보면 이 문제도 앞으로는 상황이 바뀔 겁니다. 어쨌든 공인인증서와 게임 문제가 아직은 윈도우를 완전히 버리기 힘든 이유인 것은 분명합니다. 참고로 리눅스 자체가 최고의 게임이란 말이 있습니다. : )

 

둘째, 프로그램 오작동과 같은 안정성 문제를 지적하는 분들도 있지만, 리눅스를 익히는 동안 생기는 프로그램 오작동의 경우는 실은 사용자들의 실수나 무지에 의한 것들이 많습니다. 10여 년 전의 리눅스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윈도우도 오류가 상당히 많았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요즘의 리눅스는 완성도 높은, 즉 사용자가 많은 유명 배포판의 경우 운영체제 자체의 오작동은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또, 오작동이 있더라도 그만큼 피드백도 왕성해서 빠르게 오류가 수정됩니다. 마치 모바일 디바이스용 앱(어플)들이 자주 버그 패치를 하듯이 말입니다. 게다가 바이러스나 악성 코드도 없다고 보면 됩니다. 윈도우의 레지스트리 오류 같은 것도 당연히 없습니다. 명색이 서버용 운영체제인데 시스템 오류가 생겨서 재부팅해야 한다면 무슨 망신입니까. NASA가 띄운 우주정거장에서도 리눅스를 쓴다는 기사에서 보듯이 안정성은 오히려 윈도우를 압도합니다. OSX나 iOS, 안드로이드 등도 오류는 다 있습니다. 문제는 사용자가 스스로 해결을 할 수 있는지 여부인데, 상황마다 다르니 일괄해서 말할 수는 없겠군요.

 

셋째, HWP나 XLS, PPT 등등과 같은 지배적인 파일 포맷을 사용 못할 것이라는, 즉 호환에 대한 우려입니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단, 다소 불편해서 시간이 걸리거나, 아니면 약간의 오류, 예를 들어 편집 상태가 달라진다거나 하는 문제들이 생기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표준' 포맷들은 거의 완전하게 호환됩니다. HWP 포맷이 조금 골치이긴 한데, 역시 가능하긴 합니다. 또 오픈 소스 진영의 ODT처럼 운영체제에 상관없는 새로운 공통 표준 포맷이나 구글 드라이브 사용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 큰 문제가 안 될 것입니다. 그래도 개인 사용자들의 경우 당장 윈도우를 완전히 떠나기가 쉽지 않으니 리눅스로 옮겨갈 생각을 한다면, 당분간은 두 집 살림(?)을 하며 이사 준비를 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넷째, 각종 주변 기기의 드라이버를 구할 수 없다거나, 한글 사용이 불편하다거나, 컴퓨터 사용시 문제를 해결할 정보의 부족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일반인들이 쓰는 대부분의 디바이스들은 쉽게 사용 가능합니다. 스캐너나 프린터 정도는 드라이버나 툴이 제공되고, 모바일 디바이스들도 당연히 잘 연결됩니다. 한글화도 아주 깔끔하고, 구글을 통해 문제 해결책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물론 배포판에 따라, 사용자들의 기기와 필요한 기능들이 원하는 만큼 완전히 충족되지는 않겠지만, 이것은 다른 운영체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개의 리눅스 배포판들은 6개월에서 1년이면 판올림을 하는데, 덕분에 부족한 점들이 윈도우보다 빠르게 사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개선되고 있습니다. 물론 윈도우처럼 시스템 업데이트도 상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리눅스로 갈아타는 것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는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큽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리눅스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낯선 것일 뿐입니다. 지금은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윈도우를 처음 배우던 때보다 오히려 쉽게 리눅스를 익힐 수 있습니다. 물론 윈도우의 명령프롬프트 창처럼 생긴 터미널을 사용해야 할 경우가 좀 있긴 하지만, 그것도 저마다의 사용 수준과 방법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암호 같은 명령을 시커먼 창에 타이핑 해서 입력해야 할 일은 생각만큼 없습니다. 그나마 인터넷 문서들에서 해당 명령줄을 긁어다가 명령프롬프트 창에 떨어뜨려 주면 됩니다. 간혹 알 수 없는 용어들이 생소하여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친숙하지 않은 용어들과 프로그램 이름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커널이니 KDE, Gnome이니 하는 것들에 머리 아파할 것 없습니다. 물론 기능은 좀 차이가 있지만, 비유하자면 윈도우7에 윈앰프를 쓸 거냐, 윈도우8에 곰플레이어를 쓸거냐 하는 거랑 비슷합니다. 처음에 그런 것들이 복잡해서 난감하겠지만, Cinnamon이니 Mate니 하는 것들은 그냥 스킨 쓰듯이 쓰면 되는 것뿐입니다.

 

쓰고 나서 보니 리눅스를 위한 변명처럼 되었군요. 리눅스에서는 이게 안 되고 저게 안 된다는 식의 오해가 너무 많고, 또 어렵다는 선입견도 너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왜 윈도우를 기준으로 리눅스에서 안 되는 것들을 얘기하는 걸까요? 리눅스를 기준으로 윈도우에서 안 되는 것을 말할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무엇보다 리눅스는 자유ㆍ개방ㆍ공유ㆍ협동 등의 가치가 담겨 있는 대안적인 문화입니다. PC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지만 정확히는 윈도우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며, 이제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은 일상용품이 되어 더 이상 빠른 성장이 안될 뿐입니다. PC가 이제 필수적인 일상용품이 되었기에 거대한 공급자와 무력한 사용자로 나뉘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도권을 쥐는 관계가 되면 곤란합니다. 개방적으로 사용자들의 지혜를 모아 자유롭게 만들어가는, 어렵지 않아 누구나 다룰 수 있어야 하고 비싸지 않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장벽이 없는 세상, 1960년대 히피 문화가 녹아있는 그것이 바로 오픈 소스의 기본적인 세계관인 것입니다.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친 그 시기가 바로 MS의 시대였다면 이제 리눅스와 위키피디아의 시대입니다. 공유와 협동과 상생은 인간의 본성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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