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사찰긴급행동,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투명성 보고서에 역투명성 평가
- 수사편의에 국민의 통신비밀 지켜지지 못했다
- 감청과 압수수색 모두 지금보다 엄격하게 제한해야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22일과 23일 차례로 투명성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사이버사찰금지를 위해 노력해온 우리 단체는 이에 대해 검토한 역투명성 평가를 발표한다.
1. 헌법과 통신비밀보호법 등 현행법률에서는 국민의 통신의 비밀을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공개된 자료를 시기별로 비교하거나 정부가 공개하는 전체 자료와 비교했을 때 명확히 드러났다.
먼저 통신자료 제공이 그렇다. 양사가 밝혔다시피 통신자료 제공이 법적 강제가 아니라 사업자 재량사항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고, 구체적인 기준 없이 이용자 인적사항을 제공한 데 대해 손해배상을 인정한 고등법원 판결도 있었다. 때문에 2012년 10월 이후 양사를 비롯한 인터넷기업들은 영장 없는 통신자료 제공을 중단한 상황이다. 그러나 자료 제공을 중단하기 직전 상황을 보면 통신자료 제공이 대단히 남발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통신자료가 온전히 제공된 2012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같은 시기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건수(계정)와 비교해 보자(통신사실확인자료는 인터넷의 경우 통상 IP주소 등을 제공하는 경우로서 수사초기 흔히 통신자료와 더불어 그 제공이 요청되는데, 법원에 의해 허가가 이루어지지만 엄격하게 심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대상범죄 등에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통신자료와 비교해 볼만 하다). 네이버의 경우 통신자료 제공이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의 경우보다 2.3배, 다음의 경우 21.7배에 달했다. 카카오의 경우 통신자료 제공 그 자체는 많지 않지만 압수수색건수의 경우 현기증 나는 증가치를 기록하고 있다.
앞서 검토했다시피 통신자료 제공은 2012년 10월 이후 중단되었다. 그렇다고 이용자 인적사항이 전혀 제공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정보수사기관들은 인적사항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통신자료 제공요청 대신 압수수색영장 발부 신청에 나섰다. 법원이 사이버 압수수색을 어느정도로 엄격하게 심사하였을지 그 기각률이 공개되어 있지 않아 알수 없지만, 이 시기 이후 압수수색 영장발부가 급증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문서기준으로 2012년 하반기에 비해 2013년 상반기, 카카오톡 압수수색건수(문서)가 473건에서 816건으로 1.7배 증가했다. 2012년 전체와 2013년 전체적 비교를 해보면 704건에서 2,223건으로 무려 3.2배가 증가했다. 그 뒤로 2014년까지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그만큼 카카오톡 이용자가 증가하여 범죄수사 필요성이 증가했다고도 볼수 있지만, 이용자 인적사항 제공 방법이 통신자료에서 압수수색으로 단순히 변경된 것이라면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본래 통신자료가 이용자들의 인적사항만을 제공했던 데 비해 압수수색은 더 민감하다 할 통신내용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용자수 변동이 크게 없는 다음과 네이버의 경우에도 같은 시기 비슷한 경향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우려가 현실이 된 것 같다. 네이버의 경우 압수수색건수(계정)가 2012년 전체적으로 169,669 건에서 2013년 전체적으로 219,357건으로 1.3배 증가했으며 다음의 경우 2012년 전체적으로 124,957 건에서 2013년 전체적으로 416,717 건으로 무려 3.3배가 증가했다. 네이버는 보고서에서 "2012년도 하반기 및 2013년도 상반기의 급격한 압수수색영장 집행 수치의 증가는 이와 같은 사정이 반영된 ‘풍선효과’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였다. 과연 현재의 압수수색 제도가 이용자의 통신비밀을 충분히 지켜주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사이버 압수수색 제도가 이용자들의 통신비밀을 지켜주기에 크게 고장나 있다는 사실은 대화 상대방 정보가 모두 제공되는 현실에서 잘 볼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정진우 씨 사건의 경우, 단 한 사람의 계정을 압수수색함으로써 2,368명의 상대방 정보와 반일치 대화내용이 모두 제공되었다. 정진우 본인에 대해서는 통지가 이루어짐으로써 그 실태가 알려질 수 있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아직도 자신의 정보가 압수수색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상태이다. 카카오가 이번 보고서에서 압수수색으로 제공된 전체 계정 수치를 밝히지 않은 것은 그런 통계를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투명성 보고서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이 또한 앞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광범위한 제3자 정보 제공이야말로 현 사이버 압수수색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기 때문에 그 실태가 제대로 제대로 관리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통신제한조치, 즉 감청의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감청은 대상범죄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그 영장 기각률이 크게 높지 않다는 점에서 정보수사기관, 특히 국정원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인터넷 감청이 증가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 공식통계에서도 인터넷 감청건수(문서)는 2012년 265건에서 401건으로 1.5배 증가하였고, 네이버-다음-카카오 역시 각각 1.3배, 2.0배, 1.3배 증가하였다. 선거개입과 정치개입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국가정보원 개혁이 결국 실패로 돌아간 가운데, 이 정부 들어서 정보기관과 그 감청 권한은 제대로 통제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 네이버-다음-카카오의 감청 수치와 공식 감청 수치를 비교해 보니 이 세 개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전체 감청에서 차지하는 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발표한 전체 인터넷 감청건수(문서)에서 이 세 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메일이나 메신저와 같은 사이버 감청이 많다는 사실은, 1:1 통신이 아니라 다수이용자와 통신하는 경우가 많은 미디어 특성을 고려해 볼때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메신저의 경우 다양한 주제로 수명, 수십, 수백 명에 달하는 이용자들과 단체대화방이 개설되는 경우가 흔한데, 무차별적 통신내용 엿보기가 이루어지고 있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편법감청 논란 끝에 다음카카오가 감청협조를 중단하였다고는 하지만 인터넷회선사업자를 통해 인터넷회선 전체에 대한 패킷감청도 실시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사이버상의 통신비밀이 매우 취약하다는 최근 논란에 타당성이 있는 것이다.
이 정부 들어서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 대한 자료요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점도 걱정스럽다. 카카오톡 감청건수(문서)의 경우 2012년 41건에서 2013년 81건으로 2.0배 증가하였고 2014년에는 78건으로 3건 감소하였으나 계정으로 보자면 2012년 47개 계정에 대한 감청에서 2014년 117개 계정에 대한 감청으로 무려 2.5배 증가하였다. IP주소 등을 요구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문서)의 경우 2012년 466건에서 2013년 1,114건으로 2.4배 증가하였으며 2014년 1,415건으로 2012년에 비해 3.0배 급증했다. 압수수색(문서)은 가장 심각하다. 2012년 704건에서 2013년 2,223건으로 3.2배가 증가하였는데 2014년 2,999건으로 또다시 증가해 2년새 4,3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의 비밀이 더욱 보장되어야 할 모바일 메신저가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에게 가장 편리한 사찰 수단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2. 투명성보고서는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통신사업자가 발표해야 하며, 정부도 보다 투명하게 실태를 공개하기 바란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양대 포털에서 국민들 앞에 정보수사기관에 대한 개인정보제공 실태를 공개하였다는 사실은 일단 고무적이다. 다음카카오의 경우 개인정보 요청현황이 지난 10월 8일 발표한 자료보다 더 구체적이며, 이번에 공개된 권리보호 현황은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임시조치 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중요한 지표이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대대적인 사이버망명 소동을 겪은 후에야 이런 보고서가 발표되었다는 사실은 두 포털을 주로 이용해 온 국민들 입장에서 유감이다.
투명성 보고서는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의 실태를 보다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 많은 통신사업자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사이버상 감청이나 내용심의 관련하여 그 권리보호가 충분한지 제도개선을 위한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인터넷회선사업자들이 취하는 회선 감청이나 서비스 차단 등의 조치가 국민의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이들 업체의 통계도 즉각 공개될 필요가 있다. 2012년 인터넷본인확인제 위헌 결정 이후 인터넷상의 본인확인업무를 사실상 대체하게 된 이동통신사 등 본인확인업체들 역시 정보수사기관에 얼마나 많은 통신자료를 제공하고 있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매년 반기를 마친후 30일 이내 통신사업자들로부터 보고를 받아 관련 통계를 취합해 왔다. 그러나 대체로 그 현황을 발표하는 시기를 늦춰 국정감사를 피하거나 언론보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금요일 혹은 연휴 직전에 발표하는 꼼수를 마다하지 않아 왔다. 정부 통계는 반기별 통계가 집계되는 즉시 투명하게 발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해 하반기 통계는 1월 31일이면 집계가 마무리되는 만큼, 미래창조과학부가 2월초에 즉시 이 통계를 공개하기 바란다. 더불어 두개 포털의 이번 투명성 보고서에서 드러났듯이 정부통계에서 사이버 압수수색 통계가 누락되어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큰 결함이다. 지난 2010년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통해 사이버 압수수색검증 집행통지 제도(제9조의3)가 생겨났고 국회 등에서 관련된 요구가 계속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통계 취합을 거부해 온 것은, 국민의 통신비밀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 투명성 보고서는 달라지기 위한 것이다. 국민의 통신비밀을 보호하기 위하여 어떤 변화를 시작할 것인지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이번에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양대 포털은 앞다투어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공개된 실태 자료들은 오히려, 이런 다짐들이 말잔치에 그칠 수도 있는 아찔한 현실을 생생히 드러내었다. 그런데도 사이버망명 소동 이후 검찰과 새누리당은 사이버 감청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사안의 본질을 호도해 왔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통신사업자 감청협조 의무화를 위한 법안 처리라는 엉뚱한 숙원을 풀려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이번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기업의 투명성 확대는 실제 관련 정책과 법 제도를 담당하는 분들을 비롯해 각계 전문가들에게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 ...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공공의 안전과 이용자 프라이버시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고민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투명성 보고서는 바로 이런 변화를 위해 기여해야 한다.
지구적으로 디지털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관심과 논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기이다. 유엔에서는 2013년 총회 결의안 이후로 2014년 6월 인권최고대표가 프라이버시 보고서를 발표하였고, 10월 한국에서 사이버망명이 한창일 때 또다시 총회에서 프라이버시권 보호를 위한 특별절차 마련을 촉구하는 두번째 결의안을 발표하였다. 유엔은 법원, 국회 등 지금까지의 통신비밀 보호제도들이 디지털 시대 심화되고 있는 프라이버시 침해 정도에 비해 매우 부족한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더불어 정보기관의 전자 감시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독립 감독 기관이나 인터넷에 대한 의사결정에 시민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당사자들이 참여하도록 보장하는 절차를 마련할 것을 각국 정부에 권고하는 등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지금까지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의 편의에 국민의 통신비밀이 형해화되어 왔음이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과제도 자연스레 도출될 수 밖에 없다. 감청과 압수수색, 통신사실확인자료와 통신자료 제공 모두 지금보다 엄격하게 제한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통신비밀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 시민과 노동자, 통신이용자의 이름으로, 통신감청강화법이 아니라 사이버사찰금지법을 요구한다.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을 비롯한 모든 정책권자가 오로지 사이버 사찰 근절과 국민의 통신비밀 보호를 위해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5년 1월 26일
사이버사찰긴급행동
<별첨>
- 제공건수 (문서별)
- 제공건수 (계정별)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