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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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2013년 다가오는 경제위기에서 박근혜든, 문재인이든 노동자들의 저항을 탄압하리라는 것은 똑같다. 문재인보다 박근혜가 더 탄압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민영화에 맞섰던 노동자들에게 구속, 손배가압류로 일관했다. 노무현 정권 구속노동자 1000명, 이명박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또한 자본가들 역시 그들의 대리인이 노무현이든 이명박이든 상관없이 자신감을 가지고 노동자를 거세게 탄압해왔다. 만약 19일의 투표 결과를 보고 심각한 자신감 상실을 겪은 자가 있다면 그 상실이 과연 계급투쟁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동요하는 계층적 기반에서 기반한 것인지 심사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다. 

두려운 것은 동요분자들의 분열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자신감 상실이다.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과 같은 파산한 진보-자유주의 세력들은 야권연대를 해서 진보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 무슨 일이든 다 될 것처럼 노동자들을 속이고 유혹했다. (결국 그들은 패배한 민주당 세력을 위해 간과 쓸개를 다 내준 바보들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는 박근혜가 당선되면 재벌세력이 자신감을 얻을 것이라며 문재인을 비판적 지지한 자칭 '사회주의자'들도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 노동자 운동이 침체된다면 그것은 노동자들의 탓도 아니고 '무지한 국민' 탓도 아니다. 바로 위의 '야권연대', '비판적 지지' 세력들 때문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패배감은 바로 '문재인이 되면 탄압이 덜하지 않을까' 하는 환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 환상을 부추긴 자들이 이 패배감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그리고 더 넓고 길게 봐서는 이 선거가 보수-자유주의 구도에 갇혀버린 원인은 의회주의 진보정당운동 자체다. 이번 선거에서의 노동자정치의 저조한 득표가 '제대로된 진보정당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듯이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는 마치 수박 껍질의 줄무니를 없애면 수박이 호박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 야권연대 세력은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져내려온 괴물이 아니라 진보정당운동의 명실상부한 일원이었다.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재건해 보았자 진보정당의 핵심인 의회주의를 반복한다면, 나올 결론은 파산한 제 1기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반복하자는 것 밖에 더 있는가? 

 

문제는 (계급투쟁을 무시한) 현실성과 개혁가능성을 운운하며 의석수 확보와 자본가들과의 타협에 몰두한 의회주의다. 국회의원 수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등치시킨 것은 진보정당운동의 전략 그 자체였다. 심지어는 조금 더 '건강한' 진보정당운동을 하는 듯 보이는 진보신당도 민주노동당과 함께 kec, 한진, 현대차비정규직 파업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서 '중재'정치를 일삼았다. 이는 의석수와 장관자리에 집착하는 정치, 문제해결을 구걸하며 타협을 일삼는 정치는 진보정당운동 파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임을 보여준다. 이를 무시한 채로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의 비민주성만을, 또는 이른바 '종북주의'만을 문제삼으며 진보정당운동의 재건을 이야기하는 자들은 실은 공동 책임자인 자신들에게 역사적 면죄부를 부여하려는 것일 뿐이다. 

이를 서술하며 마치 앞으로 노동운동이 침체될 것이라고 전제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다른 가능성을 더욱 더 신뢰하고 있다. 바로 박근혜 정권에서 이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노동운동이 다시금 자주성, 민주성, 전투성, 변혁성을 회복하고 노동자계급이 진정한 정치세력으로 우뚝서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우리 혁명적 세력이 변혁적 노동자계급정치를 세워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진보정당운동은 그 정치적 죽음을 고했다. 바로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한번 진보정치'가 아니라 '이제는 변혁적 계급정치'를 하자는 것이다. 파산한 쓰레기더미를 치워버리고 변혁적 노동자계급정치, 혁명적 노동자계급정치를 향해 뚜벅뚜벅, 한걸음씩 걸어가야 한다. 

 

우리가 얻은 1만5천여 표는 현재 노동자정치를 지지하는 대중의 수를 숫자로 나타내 줄 뿐이다. 표가 아니라 주체를 모아내서 변혁적 노동자계급정당을 하루빨리 건설하는 길만이 이 패배감과 회의의 순간을 찢어버리고 대반격을 일으킬 기회를 잡는 길이다. 2013년을 노동자계급이 승리하는 역사의 변곡점으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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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0 11:59 2012/12/2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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