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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어쩌면 집회장이 아니면 다시 만나지 않게 될 지도 모르는 사람의 블로그를 우연히 보고 문득 블로그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인상이 나에게 강하게 남았다. 아마 내가 은근히 그런 류의 삶을 부러워하기 때문일까.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는 왜 그 사람처럼 당당하지 못할까.. 아니 일단 이런 부질없는 감상은 집어치우고..

 

 이번 겨울에 나를 앓게 했던 수많은 감상들은 어쩌면 내 계급적 위치에서 기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다. 나에게 노동자계급은 보이질 않는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경계선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부산 공투체에서 선전물 쓰고 발언 몇번 한 것 이외에는 조직활동을 해본 적도 없고, 트위터에서 누가 들어주지도 않는 여기저기 흩어진 나사같은 정치이야기들을 하고. 노동자계급 봉기를 이야기하지만 실상 나는 노동해본 적도 없고 노동하는 자들의 설움,분노,관습,공감대 이런것들에서 비껴난 채 살아왔다. 중산층은 아니었지만 중산층의 특징을 나는 가졌다. 하루종일 그 결과가 허무한 감상들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종교나 신비한 체험같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져서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어 안달나 있고, 어떤 때는 착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황당무계한 도덕주의에 침잠하는가 하면 고차원의 사람이 되고 싶어 스스로를 계발시켜야 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히는. 글쓰기에 대한 욕구와 혁명에 대한 욕구와는 조금 다른 차원의 자극제인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이 나를 지배하다 보면 나는 어느샌가 자기안에 갇힌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그러나 나는 하고싶다.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 사실 내가 인터넷에서 아무리 진보신당을 까고 야권연대를 까고 다함께를 씹고 한다고 사실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나에게는 실천이 보이고 그 결과물로서 검증될 수 있게끔 하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얼른 당원으로써 노동현장에 들어가고 싶다. 학출이 되고 싶다. 노동자를 조직하고 그들을 선동하며 계급적 분노를 함께하고 내 이해관계와 그들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싶다. 그들을 자기해방의 대열으로 이끌고 싶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혁명을 '믿는다는' 사람에게 눈꼴시려한다. 노동자계급이 들고일어나 세계를 뒤엎고 말 것이라는 신념은 종종 종교적인 믿음으로 매도된다. 심지어 좌파이며 혁명적이니 무슨주의자니 하는 사람들도 그런 믿음들에게 혐오를 표시한다. 우리의 교조가 한 말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교조주의라며 우리를 비난한다. 그런데 웃긴건 노동시와 민중가요에서 적나라하게 또는 은근하게 표현되는 그런 믿음들에는 비난의 화살을 날리지 않는다는 거다. 예술의 영역에는 종교성이 허용되지만 우리 뇌의 영역(사실 정치의 영역이 아니다. '혁명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당신이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그런 사람들은 우리의 혁명의 믿음이 그런 기괴한 행보를 불러일으킨다고 설파한다. 정신분석학인지 뭔지 하는 사이비 관념의 영향 때문일 것 같다)에서는 그런 것들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나는 혁명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고 노동자계급이 승리할 것이다는 선언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있다.

 

 나는 동지애라는 것의 존재를 믿는다. 그것이 실제로 파고들어가 보면 허망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믿는다. 그 사람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고 친하지 못하다는 것은 어쩌면 서글프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는 것이며 그 사람을 동지로 여길 수 있는 것이다. 이 얘기를 지금 갑자기 왜 하는지.. 어쩌면 트위터에서나 실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나 요새 그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실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두려워하면서도 정치적으로 묶이고 상호작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편해 하는 사람들. 지도하고 지도받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 자기 문제에는 심지어 눈물도 흘리면서도 계급과 집단의 이해관계와 내부에서 공유하는 감성이라던가. 그런것들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사람들. 그런 것들이 '철지난 소리 하지 말라'며 공공연하게 표현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그런것들은 21세기형 좌파, 신좌파식 개인주의, 아나키즘적인 것으로 표상된다. 그냥 자기가 리버럴이라고 고백하라! 그럼 얼마나 편할텐데. 자기 스스로에게나 우리에게나.

 

 하긴 이렇게 블로그에 지껄이는 것도 쓸데없는 감상이긴 마찬가지일까. 여기서 앞으로 쓸 내용은 정말 볼 가치가 없는 글들이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이는 여러 좌파적, 공산주의적 상념들, 내 속의 신념들에 관한 얘기와 연애관계에 있어서 드는 소소한 감상들, 무의미한 비판과 비난, 질투, 시기, 숨길 수 없는 욕망들과 패배감들. 기댈 곳 없는 사람의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내주는 글들. 그런 것들을 쓰려고 한다. 그러니까 이전에 쓰던 블로그에 써도 되는 글들. 그렇지만 그곳에는 아깝게 지운 글들도 있고. 보이기 미안하고 부끄러운 내용들도 있어서. 그냥 유령블로그로 남겨둔 채 여기서 꾸준히 새로 써보려고 한다. 

 

 방금 쓴 것들을 보는데 느끼는 건 나는 참 할 말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 그러면서도 막상 내가 그렇게 말하지 못해 안달나지는 않았는데. 하는 어색함. 그리고 과연 누가 이 블로그를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뭐 봐주면 고맙고 안봐줘도 괜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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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7 22:31 2012/02/1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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