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14 22:51

십시일농의 첫삽을 뜨다.

지난 목요일 저녁, 남산에서 동교동 자전거메신저 배달을 마치고 급 지쳐 헤롱거리며 건물 앞 의자에 넋 놓고 앉았는데 누군가가 다가왔다. 길을 가다 지쳐있는 나를 보고 다시 발길을 돌렸다는 그분은 북센스출판사의 송주영샘.

 

마주 앉아 이런저런 나의 넋두리를 풀어놓던 중 빈농이야기가 나왔다. 점심은 사무실에서 지어 먹는다며 북센스에 납품해도 좋겠다는 제안. 연남동 북센스는 빈농집과 빈농밭 반경 7km. 역시 마포구나 서대문구는 딱이다! 당장 뭐가 나느냐는 질문에 바로 먹을 수 있는 건 근대와 아욱과 상추 뿐. 아쉽게도 겨자채나 시금치, 갓은 꽃밭이 되었고, 청경채도 끝물이고, 토마토나 가지, 오이, 호박, 콩, 옥수수 등 열매 뿌리들은 아직.

 

 

에코생협 에서 가격을 검색했다. 근대는 300g에 1,000원, 노지상추는 150g에 850원이니까 300g에 1,700원. 음, 근대가 상추보다 싼 야채구나.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상추가 생각보다 비싸네. 빈농 상추밭의 절밭은 뽀글이 적상추고 절반은 한살림에서 얻은 토종상추. 둘다 아직 어려 부드럽고 연하니 맛있다. 출판사 직원들에게 퇴근 선물로 줄 요량이신지 적당히 근대 다섯 묶음이랑 먹을 만한 걸 주문하셨다.

 

 

국 한솥 끓일 분량의 근대 (한봉에 500원꼴) 다섯, 하다보니 여섯봉을 쌌다. 그리고 상추 한 봉지.

오늘 아침 가는 빗솎을 뚫고 북센스에 도착하니 점심시간 전인 11시 10분. 무사히 첫 납품을 했다. 앞으로 화/목 주 2회 상추 및 쌈채를 납품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주 안으로 얼갈이든 알타리든 순무든 근대든 아무튼 텃밭작물로 담은 김치도 납품하기로. ^-^

 

 

배송비까지 합쳐 총 5000원에, 덤으로 북센스에서 나온 책 두 권, <자연을 담은 사계절 밥상>, <자연을 담은 엄마의 밥상>과 안 입는 옷이라며 챙겨주신 티셔츠 두 벌을 받았다. 드린 것에 비해 너무 많이 받은 듯도. 고맙게 잘 입고, 잘 읽고, 좋은 마음으로 농사 잘 짓는 것으로 보답해야지.

 

예전에 귀농한 선배를 둔 어떤 분한테 들은 이야기가 있다. 십시일농이라고. 열 도시 사람이 한 농부를 먹여 살린다는. 빈농의 정기회원? 내 먹거리, 주변과 나누는 먹거리를 떠나 밥벌이로서의 농사짓기의 첫삽을 떴다. 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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