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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일기] 8월 25일, 26일

이 글은 현재 여성가족부 앞에서 피해자와 함께 농성하고 계시는 권수정 피해자 대리인께서 작성하였습니다.

 

8월 25일 목요일 농성 85일

 

1.

사회당과 함께하는 고품격 소란 프로젝트 ‘난장’

진보신당 구재혁 동지 기타반주에 맞춰 카리스마 짱인 백야님이 민들레처럼을 부르며 시작했다. 서정적인 무대로 감동을 주신 백야님은 난장이 끝난후 작은꽃 아픔으로 피다, 티셔츠를 50장 챙겨가기도 했다. 마리 농성장에서 팔아주신다고 한다. 고마워요.

조한석, 소프트 아이스크림, 또박또박 힘있는 젤리, ‘너희는 더 이상 부수지 못한다’ 금민동지의 시낭송, 명동해방전선의 율동, 모두 멋지다. 이 자들은 어쩜 이름들도 이렇게 기발한지. ^^

재능교육 1000인 동조단식 때 처음본 야마가타 트위스터는 터진다. 특유의 춤을 추며 광신자들을 몰고 팔쩍펄쩍 청계광장을 휘돌아 우리 농성장 생긴이후 경찰을 가장 긴장시켰다.

정보과 형사 “이러시면 안되요. 광장으로 가시면 어떻해요. 저분좀 이리 오라고 하세요.”

권수정 “저분이 제말을 안듣거든요. 저분이 누구말을 듣는 분이 아니예요. 저분 말리다가 저질 소리 들어요.”

멋진대, 나는 함께 춤은 못추겠다. 그런 용기는 없다. 눈이 호강한 것으로 만족한다. ^^ 내 보기에 우리 언니는 함께 춤추고 싶은 기세인데 내가 못하니 참는 눈치다. 언니라도 쫓아가서 춤 추시지. 야마가타, 울 언니에게 기회를 한번 더 주게 또 오세요.

 

적적해서 그런지, 야마가타 트위스터가 몸으로 경찰을 긴장시켰다면 적적해서 그런지는 폭발하는 카리스마와 소리로, 뭐랄까 날선 신음소리, 창자가 끓는 소리, 울음소리, 귀신소리 같은 그 소리로 경찰들을 긴장시켰다. 적적해서 그런지가 공연하는동안 정보과 형사가 두 번이나 왔다.

정보과 형사 “조용히좀 하라고 하세요.”

권수정 “네? 뭐라구요?”

정보과 형사 “조용이 좀 하라구요.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왔어요.”

권수정 “이동네가 주택이 없고 사무실동네인대 모두 퇴근한 시간에 누가 민원을 넣었을까요? ”

정보과 형사 “민원넣는 사람 있어요.”

권수정 “잠깐만 참으라고 그 사람한테 말하세요.”

그 후로도 무려 20분 이상 적적해서 그런지가 난장을 죽였다.

처음 보는 젊은 뮤지션들이 청계광장 여성가족부 앞 우리 농성장을 뜨겁게 만들어 풍요롭게 나누었다. 모두들 멋져요.

 

2.

공연이 끝나고 모두 돌아간 후 진보신당 김홍춘 동지가 주고가신 도시락으로 늦은 저녁을 먹었다. 김스캇, 백수정씨, 언니와 삶은 양배추를 강된장과 시골된장에 쌈싸 먹었다. 얼마만에먹어보는 집된장 맛이던지. 홍춘언니, 구재혁 동지는 우리 농성장에 자주 그렇게 일없이 들르셔서 함께 술을 먹고 맛난것을 주고 가신다. 언니에게 가족처럼 편하게 마음을 나누어 주셔서 늘 고맙다.

 

 

8월 26일 금요일 농성 86일

 

1.

2차 희망걷기, 11시 30분에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출발한 동지들이 2시에 우리 농성장으로 오셨다. 농성장 지킬 사람이 없어서 우리는 혜화동 본사에는 가지 못하고 손님처럼 동지들을 맞아 미안하다.

늘 저녁에만 문화제를 했지, 낮에는 집회한번 제대로 못했는데 1차에 이어 이번 희망버스도 많은 동지들이 함께 집회를 해서 기분이 좋다. 당장 복직은 못해도, 이렇게 동지들과 힘을 모으는 맛이 있어야 기운이 난다.

 

2.

오후 세시쯤 금속노조 경기지부 여성위원분들이 방문 오셔서 간담회도 하고 투쟁기금도 전달해 주셨다. 한달쯤 전에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 동지들이 오신후 현장의 동지들이 방문해 간담회를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여성동지들이라 고통에 대한 전달이 빠르다. 더운날 먼길 다녀가신 동지들, 고마워요. 또 오삼~~.

 

3.

오후 여섯시, 농성장 앞 길거리에 누웠다. 진이 빠져 누워있는데 50대는 되어 보이는 양복입은 아저씨가 여가부 정문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우리 농성장 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시비를 건다.

“이 따위 쓰레기를 갖다 놓고 여기서 농성이나 하면서 지저분하게 만드니까, 우리나라 C급이 되쟎아.”

“아저씨, 지저분한 것들이 아저씨 발길을 막지는 않으니까 그냥 가셔.”

“너희들이 우리나라를 C 급으로 만든다고. 이게 도대체 다 뭐야. 현대자동차 앞에가서 하든지”

귀챦아 누워있다 굼뜨게 일어나 앉았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나. 한미리 손님이다.”

“식당에 왔으면 가서 밥이나 드시라고.”

“니네가 이러니까, 해고되지.”

아니 뭐, 저런, 뚫린 입이라고 나오면 다 말인가. 할말이 있고 안할말이 있지. 밥쳐먹으러 왔으면 곱게 밥이나 쳐먹고 가지 머라고, 머리에 똥만찬 인간이 여기 또있네. 여가부에는 뭐 이런것들이 많아. 청소반장이라는 놈이 욕을 하더니, 이제는 식당손님이라는 놈이다 지랄을 하네.

언니와 함께 있던 유현경동지 합세해 셋이 덤벼 입싸움을 하는데 지나가던 청년이 한참을 서서 바라보다 “아저씨, 그만 좀 하세요.” 단호하게 한마디하니 뻘쭘해진 한미리손님 총총히 들어가버린다.

 

도로누웠다가, 뒤늦게 열받은 권수정 일어나서 언니에게 한탄을 했다.

“언니야. 내가 이제 나이가 먹어그런가 순발력이 떨어진다. 저새끼 뺨이라도 쳤어야 하는데, 할수없지. 담에 또 어떤 놈이 그러면 내가 복수해줄게.”

“그래, 수정씨도 나이먹어 그래.”

“그런데 쟤는 직업이 한미리 손님이라니?”

“글쎄. 손에 논문들고 있던대. 대학교순가.”

“아저씨 누구세요? 그랬더니 한미리 손님이다! 가 뭐야. 한미리 손님이 직업이야, 정체성이야. 내참. 보수또라이 놈이 쪽팔리는 줄은 또 알아가지고 지 직업이 뭔지는 말도 못하는게. 어디서 함부로, 빙신같은 놈, 뚜들겨 패부렀어야 되는데. 아이고, 분해라.”

 

한미리 식당이 고급이라 높으신 분들이 많이 온다더니, 내가아나. 안들어가봤는데. 다만 기사가 운전하는 비싼차가 오면 거만하다고 얼굴에 써있는 자들이 줄줄이 식당으로 들어가고, 기사는 나올때까지 기다리고 섰다가 주인양반 나오시면 냉큼 문열어 주는것이야 여러번 봤지.

그러나, 식당 한미리. 물관리를 해야 겠다. 아무리 돈벌기 위해서 라지만 개새끼한테 사람먹는 밥을 팔아 돈벌어서는 안되는것 아닌가. 아니면 혹시 거기는 원래 개새끼들한테 개밥팔아 돈벌어 먹고사는 식당인가? 그 재주가 용타.

 

 

4.

어제는 사회당에서 난장을 벌였고 오늘은 ESP에서 ‘가짜 노동자 대회 / 우리가 멈추면 니네도 멈춘다’를 했다. 어제가 정신없이 폭발하는 축제라면 오늘은 매우 진지한 토론회 같았다. 예술인 노동자, 이른바 고시생이라 불리는 학습노동자, 아줌마라 불리는 가사노동자, 모두들 자기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실태를 고발하고 주장한다. 매끄럽지 않지만 진솔하고 솔직하여 힘이있다.

특히 성노동자 인권모임 지지 동지의 말이 인상적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라도 성노동자라고 커밍아웃하면 누구든 사진찍어 112에 여기 범죄자가 있다고 신고 할수 있는 나라”에서 “그녀들은 늘 최악에 싸구려 소리를 듣습니다.”

“성매매여성, 윤락녀, 창녀 가 아니라 성노동자인 그녀들은 이미 스스로 노동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녀들의 소리가 어색하지 않은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몸의 기운을 다 모아 차분하게 또박또박 말하던 그녀의 몸에서 물기가 스며나오더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청소년 인권운동을 했던 공기씨. 큰 눈이 똘망똘망한 여성.

“초청받아서 발언하는 것 처음”이라고 상기되어 말한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욕을 먹어야 하고,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임금을 늦게 주어도 되는것 아니”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 힘이 있다. 우리농성장에서 그녀가 또 발언할수 있길 바란다.

 

공기의 발언은 가짜노동자대회가 좋은 기획이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말이기도 하다. 스스로 주최한 집회가 아닌 다른 집회에 초대받아 발언하는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청소년 노동자의 자격으로 아무도 불러서 말할수 있도록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말인데, 정말 그렇구나. 누가 예술인과 가사노동자와 고시생과 성매매여성에게 노동자로서 발언할 장을 만들어 준단 말인가. 품넓고 발넓은 사회당 김스캇 오지랖의 힘이다. 그는 권위를 조롱하고 비트는것에 익숙한대, 우리 언니가 긴머리 딸수 있게 맡겨주기 때문에 더욱 좋은 사람이다. 덕분에 우리 농성장이 또한번 풍요롭다.

 

모두들 고마워요. 제 2회 가짜노동자대회도 해요. 더많은 소외되고 억울한 사람들, 장애인 노동자도 부르고, 이주노동자도 부르고, 노인 노동자도 부르고, 문학을 하는 노동자도 불러서 또했으면 좋겠다.

 

5.

작은 꽃 아픔으로 피다. 언니의 법률소송비 마련을 위한 티셔츠 판매, 오늘까지 대략 500장쯤 팔렸다. 내일 희망버스 집회때 다팔고 퉁치는 것이 목표다. 아자, 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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