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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일기] 2차 산재신청 조사를 받은 날과 PD 수첩에 방영된 날. 시민들의 고마운 응원

농성장 일기

* 이 글은 여성가족부 앞에서 농성중인 피해 노동자 분이 직접 작성하신 글입니다.

 

먼저번에 받았던 1차에 대한 산재조사를 받으러 가는 날이다. 2시까지 오늘은 어제 주일을 지키기위해서 온양 집에 내려 왔기 때문에 바로 천안근로복지공단으로 가야한다. 처음 가는것이 아닌데다가 오늘은 수정이가 온다. 게다가 토리선생님과 여성부장을 비롯해서 여러분이 함께. 내가 그동안 국가인권위를 비롯해 민형사상의 문제로 조사를 받으러 갈때마다 항상 옆에서 도와주었던 수정이가 참석해서 같이 있어준단 생각에 별 두렴없이 오전에 개인적인 볼일을 다 보고서 시간맞춰서 여유있게 조사를 받으러 갔다. 요번에는 몸도 먼저번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조사를 시작했는데 오기전에 1차 조사에 대한 문제점과 바꾸어야 할 것들을 수정이나 너무 잘 작성해와서 별무리없이 끝내고 왔다. 나대신 수정이가 많이 힘들었지만, 이날은 조사를 끝내고 여유로이 토리와 여성부장과 함께 밥도 맛있게 먹고 생전 한번도 안타본 제일 빠르다는 KTX 기차를 타봤다. 내릴 때까지 한숨자려고 했더니 30분 정도만 있음 내린단다. 수정이는 오랜만에 아산왔으니 집에가서 엄마가 해주는 밥먹고 싶다고 집으로 갔다. 옷도 챙겨 와야하고 오후내내 산재조사와 실갱이하며 신경을 쓴탓에 저녁엔 끝내고나니 맥이 빠졌는지 기운이 하나도 없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다. 집에가서 부모님 곁에서 비록 하룻밤이지만 지친 맘과 심신을 달래고 올라왔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전화가 왔다. “누나를 보고 가려고 농성장에 왔는데 어디계세요.” 한다. 조성웅동지다. 현대중공업 동지. 첫만남에 이어 두 번째 찾은 조성웅동지는 우리가 침탈당할 때 함께 있으면서 벌어졌던 사진을 찍으서 증거를 남겨준 동지인데, 농성장 일기를 쓰면서 산적같은 동지라고 자기를 썼다면서 며칠전 나에게 항의전화를 했었다. 회의차 서울 올라왔다 들렀다는데 하필이면 내가 산재조사 때문에 아산가고 없는날 왔다. 에구, 어쩔수 없지. 못보고 그냥 가는건 서운하지만, 어쩔수 없지. 담을 기약해야지.

 

농성장에 도착해보니 밤 9시가 넘었다. 하루종일 울산동지들과 조성웅 동지가 지키고 있다가 저녁부터는 명동해방전선 동지들이 지키고 있었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농성장을 비우지않고 내가 올때까지 굳건히 지켜주고 있던 장차 대한민국의 기둥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날밤의 어른이라고는 내가 전부. 이것저것 정리를 하며 살짝 느낌이 고아원 원장님 된 기분이었다. 성인이 다 되어서 세상에 내보내야할 때가 온 것처럼 이제 다 컷으니 자립해서 각자의생활들을 잘 해나가리라 생각을 해봤다.

 

이른 아침에 김기식동지가 신문을 넣어주어 참 유익하게 잘보고 있다. 이날도 신문을 보면서 커피를 한잔하고 앉아 있었다. 등에는 배낭을 맨것이 딱 보기에도 등산을 하는 차림이었다. 검은색 봉지를 혼자 앉아 있는 나에게 쓱 내밀면서 말한다.

“저~, 제가요 지금은 여행중이라서 현금이 많이 없어서 이것밖에 못샀습니다. 힘내세요.” 한다. 한편으론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서글프기도 했다. 내 주변에는 건물들이 많고 그 속에는 각종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무지많다. 여가부앞에서 농성을 3개월이 넘도록 하는중에 이 부근의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관심조차도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행중에 지나다 한번 보고 이런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여행중의 손길에 감사합니다.

오늘은 화요일 낮에는 명동동지들과 함께 있다가 오후 늦게 정유림 여성부장 한테 문자가 들어왔다. ‘언니 오늘과 내일 철농할분 있으세요.’ 하고, 없다고 답장을 보냈더니 ‘헐’하고는 끝이다. 수정이한테 내가 전화했더니 ‘아직 사람이 없네요.’ 한다. 할수없이 낮에 박점규동지랑 몇몇 동지들과 함께 잠간 들렀다간 김형우 부위원장님께 문자를 보냈다. 오늘밤 여가부에서 철농 가능하신지요. 만만해서는 아니고 와줄것만 같아서 부탁을 드린다. 약속이 있어서 조금늦게 될것 같다고 하신다. 고마웠다. 저녁 늦게나 오실줄 알았는데 일찍 오셨다. 어깨에는 기타를 메고 계량한복을 입고 왔다. 옷과 기타가 단지 어색해서 한소린데 ‘먼기타여 어울리지 않게.’ 했더니 그래서 그랬나, 그날 저녁 내내 김형우 위원장님의 기타소리를 못들었다.

 

유현경동지랑 정유림 부장,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동지랑은 먼저 집에가고 수정이랑 나랑 김형우 위원장님과 조촐하게 막걸리 한잔을 하며 오늘 우리 농성장이 피디수첩에 나오는 날이라면서 전화기를 들고 천막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나도 나중에 디엠비를 켜고 보기시작했고 꿈에도 재수업슨 임사장 얼굴이 보인다. 수정이는 이날 왜케 이쁘게 나온것이야. 완전 꽃다운 소녀같다. 내가 보다가 “수정씨 완전 예쁘게 나와.” 했더니 그제서야 한번 져다본다. 수정씨는 본인 얼굴이 나오는것이 어색하다며 잘 안쳐다 본다.

 

김형우 부위원장님은 다 보고나서 시간이 조금 짧은것이 좀 그렇지만 잘나왔네 하신다. 비정규직 문제까지 다루면서 현대차가 책임져야 함을 잘 넣어서 방송되었다면서 자기일같이 좋아하신다. 방송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문자오고 방송 봤다면서 힘내라고 한다. 그런 얘길하고 있는데 남자시민 한분이 아침을 잘 챙겨야 해요 하면서 우유를 내밀었다. 아침에 두었다 드세요 하면서 그러자 수정이가 언니 우리 농성장은 성공한거야ㅐ 한다. 서울에 와서 여자 둘이서 피디수첩에도 나오고, 이만하면 잘한거야 하고 자신과 나에게 칭찬을 하며 용기를 준다. 한바탕 웃으며 일어나는데 아주 예쁘게 생긴 여성시민 한분이 뜨끈뜨끈한 캔커피를 주시면서 “저도 비정규직 노동자예요.” 한다. 감사합니다 했더니, “아니예요. 오히려 저 대신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가신다. 정말 고맙다. 시민들의 고마운 마음에 힘입어 더 기운내야지.

 

날시탓인가, 오늘은 아침부터 몸이 안좋아서 텐트안에 핫팩을 2개나 붙이고 누워있었다. 수요일은 민주노총 박승희 여성위원장님이 백일이 넘었는데도 꾸준히 밥을 해오시는 날이다. 위원장님의 시골밥상이 도착할때가지 쉬려고 누워있자니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난다. 자크를 열고 보니 진보신당 김수경여성부장님이 뭐 하고 계세요, 하며 날씨도 춥고 하니 근처에 만둣국을 잘하는 곳이 있다면서 사준다고 한다. 민주노총 여성위원장님이 오늘 밥해오시는 날인것을 깜빡 잊으신거다. 그래도 얼마나 고맙던지. 생각해서 특별한일 없어도 농성장을들러주시어 이것저것 먹을것 챙겨주시고 애서주시니 따끈한 국물처럼 훈훈하다. 맛있는 만둣국은 다음에 먹기로 하고 박승희 여성위원장님께서 맛있게 해오신 밥을 같이 먹었다.

 

점심을 먹고나니 오늘은 큰딸 병원가는 날이라서 커피한잔을 하고 있는데 수정이가 피곤했느지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밖에서 잠이 들어 버렸다. 텐트속에 들어가서 자라고 깨울까 하다가 깨우면 못잘것 같아서 조용히 일어나서 버스를 타러갔다. 길을 잘 몰라서 물어물어 아산병원으로 갔다. 다행히고 수술하기 전까지는 별무리가 없다고 하신다. 딸아이가 엄마가 새로 장만한 스마트폰을 이것저것 해주면서 예쁜 그림도 많이 받아 주었다. 우리는 삼겹살에 맥주 한병을 먹고 각자 헤어져서 농성장으로 왔다. 혁명기도원 기도회를 그때까지 목하고 막시작하려고 준비하는 중이다. 졸음이 밀려와서 아무 생각도 없고 아무것도 하고싶지도 않은데, 앉아 있는 동안에 졸면서 기도회를 했다. 끝나고 나니 가면서 어린 원장님이 “또올께요.” 하며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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