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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투데이]우여곡절 속 성희롱 산재 '인정'…아직도 갈길 먼 이유(?)

 

우여곡절 속 성희롱 산재 '인정'…아직도 갈길 먼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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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농성 181여일째…"복직위해 힘써야"
 
 
[메디컬투데이 이슬기 기자]

현대차 성희롱의 피해자가 국내최초로 4개월만에 산재 인정됐다. 제조업 사업장 안에서 발생한 성희롱 피해를 업무상재해로 인정한 첫 사례다. 

이러한 결정을 통해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 것이 확인됐음에도 여전히 부당해고를 당한 피해자 박 모씨는 복직을 외치며 181여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어 사후 대책이 시급하다.

◇ 4개월만에 산업재해 ‘인정’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지난 25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여성노동자 박모씨가 접수한 산재신청에 대해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우울장애에 해당한다며 산재로 인정했다.

공단에 따르면 인권위원회에서 성희롱 피해 사실을 인정했고 공단 자체 조사에서도 피해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정돼 산재 판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정으로 박씨는 병원 치료비와 함께 휴업 급여 등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진성훈 정신과 전문의는 진단서를 통해 “박씨가 직장에서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자꾸 추행 장면이 회상돼 쉽게 놀라며 불면·우울·불안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며 “심리적 안정과 약물치료, 증상에 대한 관찰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 산재인정으로 해결 끝(?)…“복직문제 해결해야”

하지만 산재만 인정됐을 뿐 피해자 박씨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부당해고 당한 업체로부터 아무런 답을 듣지 못한채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앞에서 복직을 위한 농성을 181여일째 펼치고 있는 것.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 1월 성희롱을 인정했으며 최근 대전지방검찰청은 금양물류 사장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벌금 3백만 원 형에 해당하는 약식기소를 내릴 만큼 문제는 명백한 상황. 

하지만 박씨가 14년간 근무했던 사내하청업체는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한 후 단지 이를 이유로 2010년 9월 28일 피해자를 징계해고한 뒤 11월 4일부로 폐업했다. 

또한 피해자만 제외하고 가해자를 포함해 금양물류 노동자 전원은 다른 사내하청로 고용이 승계됐으며 성희롱과 해고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 박씨는 우울장애와 수면장애에 시달렸다. 

금속노조 김현미 부위원장은 “이번 박씨의 산재 인정은 직장내 성희롱을 뿌리 뽑기위한 첫 발을 내딛은 계가”라며 “산재 인정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부당해고 당한 것에 대한 대책을 정부가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대리인인 권수정 조합원 또한 “7월 산재 신청한 것이 4개월이 지난 후 인정이 돼서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기쁜 소식”이라며 “피해자 박씨는 부당해고를 당해 농성장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데 가해자들은 아무 문제없이 일하고 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권 조합은 “직장 성희롱은 두 사람의 문제일 뿐 아니라 이러한 산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해야하는데 정부는 그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여성노동자들은 어디서든 직장내 성희롱을 많이 당하고 있지만 불이익 대응이 무서워 말하지 못한다”며 “회사의 위계질서 문화가가 사라져 여성 노동자의 성폭력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난감한 여가부, “해결 방안 열심히 모색” 

하지만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여가부는 여전히 끊임없이 묵묵부답중이다. 민주노총 여성담당 송은정 부장은 “피해자와 지난 18일 여가부 김금래 장관과 면담을 했으나 ‘노력하겠다, 빠른답변 주겠다’란 대답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송 부장에 따르면 여가부에서 면담하기를 원했으나 자리가 협소해 따로 마련했던 인권위에서 만남을 가졌으나 김 장관은 “법적 한계가 있으니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답한 것.

더 이상 피해자의 고통을 두고 볼 수 없었던 노동단체는 29일 여가부의 공식 답변을 듣기위해 김현미 부위원장 등 대표단이 김 장관 면담에 나섰다. 

대표자들은 면담을 통해 ▲현대차와의 피해자 복직문제 중재 ▲농성장 철거 가처분 취하 ▲성희롱 예방교육 및 실태조사 실시를 요구할 예정이었지만 여가부 측은 김 장관의 부재를 이유로 사무실 입구에서 노조 대표자들을 제지했다.

이에 여가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한 부분이라서 김 장관도 이곳 저곳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보고 다니신다”며 “우리도 방법을 몰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18일날 이후로 아직 2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면담을 요청하러 이렇게 오시면 우리도 많이 난감하다”며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열심히 모색중인 상황이나 쉽지 많은 않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이슬기 기자(s-report@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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