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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오늘은 무슨 일이/농성장 일기

56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1/10/20
    [농성장 일기] 10월 14일, 15일 - 주점 대박 감사 일기! 간만에 기분 좋은 이야기들.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2. 2011/10/20
    [농성장일기]10월 11일~13일 음악 크게 틀어놓고 방해하는 탐앤탐스 그리고 농성장 이사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3. 2011/10/17
    [농성장 일기] 고대 성폭력 사건 피해자 승소에 대한 축하, 그리고 다시 한 번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님께.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4. 2011/10/17
    [농성장 일기] 10월 8일 농성 129일 5차 희망의 버스에 함께한 날의 후기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5. 2011/10/13
    [농성장 일기] 날씨가 점점 추워지지만 함께해주는 분들 덕에 훈훈한 농성장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농성장 일기] 10월 14일, 15일 - 주점 대박 감사 일기! 간만에 기분 좋은 이야기들.

농성장 일지

  * 이 글은 여성가족부 앞에서 피해 노동자와 함께 농성을 하고 있는 권수정 대리인 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10월 14일 금요일 농성 135일

 

1.

동지들 모두 기뻐해 주세요. 작은꽃 대박으로 피었습니다!

 

주점하느라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는데, 대박이 났다.

처음의 계획은 우리 농성장에서 ‘야외공연을 보며 즐기는 가을 밤’의 컨셉이었는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장소를 급하게 변경했다. 가오리연 동지를 비롯해 명동해방전선 동지들이 명동 세입자 분들의 소개를 받아 ‘시네마 호프’에서 했는데, 저렴할 뿐 아니라, 주점 진행하며 미쳐 준비되지 못했던 것들을 싫은 내색 없이 사장님이 도와주셨다.

 

130석의 호프안은 진즉에 꽉차고, 호프 앞 길에 스티로폼을 50미터 쯤 두줄로 깔았는데, 여기도 만원이었다. 호프안에서는 열정적으로 공연을 즐기고, 호프밖에서는 둘러앉은 동지들의 이야기가 진지했다.

대학생 시사회 동지들이 만들어준 우리 투쟁 지지하는 UCC를 틀었는데, 매끄럽게 상영되지 않고 토막토막 끊겨 아쉬웠다. 어쩌면 그렇게 간결하게 재밌게 잘 만들었는지 동지들과 함께 봤으면 좋았을텐데. UCC만들어준 동지들에게도 쫌 미안하고. 다음에 우리 농성장에서 촛불문화제 할 때 틀어서 봐야겠다.

 

멀리 충남에서 노동부 앞 집회 끝낸동지들이 지회동지들과 함께 버스타고 많이 오셨다. 오래간만에 보는 동지들이 어찌나 반가운지. 충남의 동지들, 경기지역의 인천,수원,안산, 평택동지들이 멀리서 오셨다. 특별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주점 행사를 총괄해주신 유현경동지, 주방에서 애써주신 철폐연대동지들과 붉은목소리 최란동지, 서부지부 조지영동지, 민주노총 송은정동지, 팔걷어 붙이고 웃으며 써빙해주신 사회진보연대 방민희동지와 차승리 동지를 비롯한 학생행진 동지들, 사노위 학생동지들 고맙습니다.

음향시스템 지원해주시고 공연기획해주신 김성만동지와 구자혁동지, 진보신당 김수경동지는 다리를다쳐서 반깁스를 하고 오셔서 티켓과 돈관리를 해주셨습니다. 주점 순서지와 스탬명찰 지원해주신 성폭력상담소 토리동지, 열정적으로 노래해주신 동지들,공연 진행해주신 사노위 나위동지, 모두 감사합니다.

 

부천당협과 학생위 비롯한 진보신당 동지들, 국가보안법 조사받고 있는 수상한 남자 박정근과 사회당동지들, 이종회대표와 경기지역 포함한 사노위동지들, 멀리 충남에서도 참석한 노동전선 동지들, 여전히 밝고 힘찬 이혜경 여성위원장님 비롯한 참여당 동지들, 우리 지회 조합원들과 저대신 대작해주신 사회진보연대동지들, 이안동지를 비롯한 잡년행진 동지들, 한쪽에서 없는듯이 그러나 자리를 빛내주신 몸짓패 선언동지들, 기륭전자지회 동지들, 재능지부 동지들, 공무원노조 동지들, 붉은목소리 동지들, 행사앞두고 바쁜 마음에도 함께 해주신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동지들, 서부 비정규센터 동지들, 공공노조 서경지부 동지들, 해고되어 투쟁하는 농협 비정규직 동지,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말없이 굳은일 해주신 금속노조 김현미 부위원장님과 사무처 동지들, 미리다녀가신 최만정 동지와 충남일반노조 동지들, 건설노조 동지들, 민주노총 경기본부 동지들, 금속노조 경기지부 동지들, 학술단체협의회 동지들, 급하게 주점 장소 구할 때 흔쾌히 저렴한 가격에 장소 제공해주신 시네마호프 사장님, 그런 호프가 있다는걸 알려준 가오리연과 주점하는 동안 농성장 지켜주신 학생행진과 명동해방전선 동지들, 술취해 반복해서 열창한 젤리. 다녀가신 모든 동지들, 티켓 값만 후원해주시고 못오신 모든 동지들,

 

동지들 덕분에 풍요롭고 행복했어요. 무엇보다 언니가 파워에너지 받으셔서 다행입니다. 동지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10월 15일 토요일 농성 136일

 

 

비가오면서 성큼성큼 추워진다. 어제 주점에서 중반까지는 관리를 잘 하다가, 마지막에 사내하청지회 동지들이 주는 술을 한꺼번에 먹었더니, 한꺼번에 취했다. 언니가 아침이슬을 불렀고, 그 다음에 내가 가사도 잘 기억나지 않는대 뜻없이 무릅꿇는 을 부른것은 기억난다. 마이크를 잡고 뭔가 말을 한것 같은데, 뭔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고, 충남지부 문용민 사무장에게 화풀이를 하다 살짝 울었던 기억도 나고, 그리고 부천지역 진보신당 동지 차를 타고 농성장으로 왔던 것 같다.

 

농성장 마당에 뒤풀이한 동지들의 흔적이 어지럽다. 빈병과 남은술, 어제 먹고 남은 족발과 두부가 낙엽과 함께 뒹굴고 있다. 이리저리 대충 치우고 언니와 남아있던 지회 정훈희동지와 북어국으로 해장을 했다.

 

어제의 주점은 마무리까지 여러동지들이 말끔히 정리했다하고, 몇몇 동지들이 잠바와 지갑과 기타등등 물건들을 두고 가서 찾아줘야 한다고 확인 하고, 그리고 오늘은 쉬자하고 동지들과 통화를 헸다.

 

훈희동지와 언니를 아산으로 보내고 그때까지도 자고 있는 명동해방전선 동지들에게 농성장을 부탁하고 목욕탕을 다녀왔다. 비가올려고 그런게지. 어제부터 삭신이 쑤시더니 술기운이 가시지 않아 머리도 아프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궜다 꺼내어 한결 가벼운 몸으로 농성장으로 돌아왔다. 바람도 차려니와, 어제의 숙취가 남아 있어 잠을 자기로 한다. 침낭에 동지들이 주고가신 핫팩을 붙이고 누워 지퍼를 올렸다. 텐트로 떨어지는 빗소리, 요란한 천둥번개소리가 자장가처럼 아득하여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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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일기]10월 11일~13일 음악 크게 틀어놓고 방해하는 탐앤탐스 그리고 농성장 이사

농성장 일지

 

  * 이 글은 여성가족부 앞에서 피해 노동자와 함께 농성을 하고 있는 권수정 대리인 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10월 11일 화요일 농성 132일

 

1.

언니가 혼자 있을때 탐엔탐스 본사에서 사람이 찾아왔단다.

“언제 이사하시나요? 빨리 저쪽으로 이사하시죠. 우리가 영업에 방해를 받고 있습니다.”

여가부앞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 농성 텐트를 깡패 동원에 밀어내고 그 자리에 펜스를 치는 바람에 우리 텐트가 세븐일레븐과 탐엔탐tm 쪽으로 이동을 해서 길을 막아 자기들이 장사에 손실을 본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제 여가부가 공사 끝내고 펜스도 철거되었으니 도로 가라는 말이지. 이 사람들이 무슨 포장이사 하면 되는 줄 알아.

우리 언니 까칠하게 대답했다.

“우리가 가고 싶을때 가든지 말든지 할거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그랬더니 그러면 밤에 음악을 크게 틀어 잠못자게 하겠다고 협박을 하고 갔다네. 그런데, 정말 밤이 되니 탐탐앞에서 거리로 울리는 음악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그 스피커가 하필 우리 텐트 위에 있어 자려고 누우니 음악소리가 귀를 타고 뇌를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느낌이다.

 

이 사람들이 미쳤나. 왠만하면 싸우기 싫고, 현대차, 여가부, 민형사 소송에 산재땜에 근로복지공단까지, 싸우는 상대가 너무 많아 감당이 안되서 잘지내고 싶어 조용히 있었더니, 웃긴다. 시간만 있으면 하루정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탐탐 자유게시판부터 아르바이트생들 주휴수당은 주는지 하루종일 길거리로 이렇게 큰소리로 음악 내보내서 시민들이 소음공해에 시달린다고 중구청에 항의 민원 넣을 수도 있고 기타등등 얼마든지 할수 있을뿐더러, 당장 이 앞에서 낮부터 방송차 켜놓고 소리경쟁을 할 수도 있는데, 가만있었더니 사람을 뭘로 보고. 

가뜩이나 동아일보에 얼마전에 난 기사를 보면 건물 관리사무소가 우리를 주거침입과 퇴거불응으로 고소한 내용중에 탐앤탐스 전기를 끌어쓰고 물통을 갖다 썼다고 되어 있어서 확인했더니 핸드폰 충전하는게 전기를 끌어쓴 거고, 화장실 물쓴다고 고소했다고 되어 있더만, 음악을 크게 켜서 일부러 사람 잠을 못자게 고문을 한다고 협박하더니 진짜로 잠을 못자게 한다. 두고보자, 하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이 조용하다.

아예 밖으로 음악이 나오는 스피커가 꺼져 있다.

 

확인해 보니 지난 밤 농성연대 온 동지가 새벽에 탐탐에 들어가서 음악 끄라고 한바탕 붙고 나왔단다. 음악 꺼달라고 하니까 안된다고 하고, 그럼 커피를 산다고 달라고 하니까 커피도 안판다고 해서 화를 냈더니 경찰을 불렀다나. 그래서 그 동지가 경찰에 신고한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 손을 끌며 “오냐, 잘됐다. 경찰에 같이 가자.” 그랬더니 꽁무니를 빼더란다. 경찰은 구경하다 그냥 가고. 그러더니 음악이 꺼졌다.

 

음---, 쪼금, 속이 후련하다. 그러나, 탐탐 너 조심해라. 우리가 지난 여름부터 거기서 사먹은 아메리카노가 얼만데, 사람을 협박하고 일부러 음악을 크게 켜서 고문을 하느냐. 탐엔탐스, 조심해라. 나 뒤끝있다.

 

 

10월 12일 수요일 농성 133일

 

1.

점심시간 밥심연대, 여전히 박승희 여성위원장님과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여성주의 운동하는 붉은목소리 동지들이 도시락 싸오셨다. 박승희 동지의 도시락은 직접 주말농장에서 재배한 야채를 중심으로 푸짐한데, 붉은목소리 동지들은 주먹밥을 예쁘게 싸왔다. ^^ 멸치가 들어간 현아언니의 주먹밥과 란동지의 유부초밥, 희영동지의 주먹밥과 부침개, 모두 맛있다. 주먹밥 먹느라 박승희 동지의 도시락 밥이 너무 많이 남아 미안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사무실 들어가 동지들과 남은것 모두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남은 도시락 맛나게 먹어준 동지들도 고마워요.^^

 

도시락을 먹은후 붉은목소리 동지들이 준비해온 대안생리대 만들기 재료들을 농성장에 펼쳤다. 세상에 이런걸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는 동지들이 있네. 환경에도 여성의 몸에도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만드는 것은 처음 보았다. 만드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데, 경향신문 기자가 인터뷰하러오고, 회의도 하고 그러느라 분주하여 바느질을 함께 하지는 못해 미안했다. 회의 끝나고 오니 현아언니가 주고간 시집과 함께 대안생리대를 선물로 남겨놓고 동지들은 모두 갔다. 미안해라. 생리대 잘쓸게요. 시집도 고마워요.

 

2.

혁명기도원의 기도회 14차, 학생행진동지들과 함께 많은 동지들이 함께했다. 음---, ‘기도’라는 형식은 아주 많은 사람이 실내도 아니고 오픈된 공간에서 집중해서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더군. 이런날도 있고, 저런날도 있는거다.

여정훈원장은 18일날 하는 ‘주여 이제는 여기에’ 투쟁현장 연합예배 준비에 여념이 없다. 투쟁현장에 결합하는 기독교인들의 부흥회, 여러분들이 마음을 모아 준비하고 있으니, 우리 언니 표현처럼 주님의 은혜받는 자리가 되면 좋겠네.^^

 

3.

학생행진과 고려대 반성폭력연대회의 동지들이 함께 주최한 ‘아픔으로 핀 작은 꽃들, 여기에서 만나다’ 촛불문화제, 학생들이 엄청 많이 왔다. 수진동지와 민주동지의 노래공연도 좋고, 민주동지는 아이낳고 처음 본 공연인대, 여전하다. ^^ 자주 봐요.

 

촛불문화제 끝나고 원래 우리가 있던 자리로 농성장 이사를 했다. 젊은 동지들이 힘을 모아 텐트 두 동을 통으로 들어 옮겼다. 미루지 않고 싫은 내색없이 자기 일처럼 도와주니 고맙다.

 

우리가 옮길 줄 알고 있었던 터라 그런지 관리사무소 용역들이 아무소리 안 하다가, 정보과 형사가 건물로 들어가더니 조금있다가 한명이 나와서 욕설과 함께 막는 시늉을 하다 들어간다. 지랄, 넋놓고 앉아있다 형사가 시켜서 막는 시늉이라도 하러 나왔으면 액션만 하다 가지 쌍욕은 왜하니. 깡패 아니랄까봐 저하는짓이 뭔 짓인지 저도 알고 나도 아는데, 꼴값을 떤다.

 

 

10월 13일 목요일 농성 134일

 

1.

목요일은 지원대책위에서 촛불문화제를 했었는데, 오늘은 쉬었다. 어제 학생행진 동지들 주최로 촛불문화제를 했고, 내일은 주점이 있는날이라 여러번 동지들을 오시라하기 어려워 오늘 촛불문화제는 쉬기로 했다.

 

덕분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질라라비 100호 발간 기념행사에 참석할수 있었다. 공연을 중심으로 간단하지만 정성껏 마련된 음식과 술을 나누는 자리. 모처첨 편안한 분위기이긴 한데, 마음이 덩달아 좋아지지는 않았다. 공연에 집중하느라 동지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어렵고, 단지 참석하는것 말고 철폐연대에 애정표현할 방법도 없고.^^

 

2002년 10월에 창간된 질라라비의 100호는 그대로 지난 10년 한국사회 비정규직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고, 그 투쟁의 현장을 함께한 철폐연대 동지들의 철학의 표현이기도 하다.

2007년 구속되어 대전에서 징역살 때 나에게 들어오는 많은 책들을 같은방에서 징역사는 언니들이 책제목만 보고 넘어가는데, 철폐연대의 질라라비는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정독하며 읽는 언니들이 가끔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한결같이 “우리나라가 별로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럴줄은 몰랐다. 어쩌면 좋으냐.” 그런 말들을 했었다.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호명하여 의미를 부여해준 질라라비에 고맙다.

 

2003년부터 시작된 아산사내하청지회의 투쟁을 하는 나에게도 철폐연대는 늘 중요한 시기에 판단의 근거를 제공해주고, 함께 고민을 나누었던 동지들이었으므로, 보은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다.

 

공연을 들으며 질라라비 100호를 뒤적였다. KTX 승무원 투쟁을 했던 김영선 동지의 인터뷰 내용이 마음에 닿는다. 

‘KTX에서 업무를 하면서 비정규직으로 느꼈던 설움보다 KTX 투쟁을 하면서 느꼈던 비정규직으로서의 설움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같은 노동자인데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처우가 달랐던 점들 그 하나하나를 열거할 수는 없지만, 많은 노동조합 안에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느끼실것 같습니다.’

그렇지. 무슨 말인지 알고있다. 비정규직이라고 원하청 회사 관리자들이 무시하고, 법도 우리편이 아니고, 그런데 함께 투쟁하는 정규직 노동조합이나 금속노조, 민주노총의 상급단체 동지들 조차 비정규직 이라고 우리를 무시할때가 있지. 그런적이 한두번이 아니지. 일을 하며 비정규직으로 느낀 설움보다 투쟁을 하며 느꼈던 비정규직으로서의 설움이 더 컸다는 말을 잘 안다. 차별적인 위계관계는 우리 안에도 있으니까.

 

 

김영선 동지의 인터뷰 말고도 철폐연대를 중심으로 안팎의 여러 수고로운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책에서 묻어난다. 질라라비 100호가 질라라비 100호 발간 기념행사보다 훨씬 좋다.^^

철폐연대 동지들, 고맙고 수고하셨습니다. 우리 농성장에도 한번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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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일기] 고대 성폭력 사건 피해자 승소에 대한 축하, 그리고 다시 한 번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님께.

농성장 일기

 

  * 이 글은 여성가족부 앞에서 농성중인 피해 노동자 분이 직접 작성하신 글입니다.

 

토요일 아침, 태석씨의 목소리에 잠을 갰다. 옥선씨는 벌써 일어나서 자리에 없다. 여덟시가 되었다. 옷을 입고 밖으로나가 간단히 씻고와서 태석동지에게 집회신고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옥선씨랑 잘가라 고맙단 인사를 하며 보내는데 마음이 서운하다.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뒤척이며 보았다. 기사에 고대 성폭력 사건이 판결난 기사가 실렸다. 결국 고대 학생들과 분노하는 십민들의 의지와 싸움으로 연대의 힘으로 승리한 것이다. 가해자들은 처벌벋게 하고 심판을 받게한 모든 분들게 나도 고맙다.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나도 같은 내용으로 싸우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해 더 많이 공감이 갔었거 화가 많이 났던 사건이였기 때문에 고대 피해자의 승리를 축하하며 고생했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앞으론 더 식씩하게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요! ^^

나는 개인적으로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징계가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다. 이 정도로 피해자가 그동안 받은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괴로움이 어떻게 보상되며 그 무엇으로치유가 될수 있겠느냐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법에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좀더 강하게 해야만 그래도 성희롱이나 성추행같은 범죄가 덜 일어날 것이다.

 

날씨가 비가 온뒤로 갑자기 많이 추워져서 혼자 있을때는 밖에 안나가고 꼼짝없이 텐트안에서 핫팩을 넣어 난로삼아 누워있다. 그러면서 농성장 일기를 쓴다. 오늘은 오랜만에 좀 조용한 편이다. 여전히 탐엔탐스 까페의 음악은 크지만 낮에는 들으면 견딜만하다. 새벽에는 곤욕이지만 안에서 지나가는시민들의 말들이 잘들린다. 어떤 남성들의 목소리가 내귀를 쫑끗 세우게 한다. “아~~, 여기가 여성가족부였네. 그 시위하고 있다는 여성가족부가 여기에 있었네. 티비에도 나오더니만.”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제의 행사로 보도블럭 바닥이 지저분해졌는지 온갖 건물들 앞에서 물청소하느라 바끄다. 공중화장실 옆 건물들도 아침부터 호수를 대고 열심히 물청소를 하고 있다. 우리 농성장 앞 여가부건물도 어김없이 이미 죽은 썩은 화분에 물을 준다면서 우리 텐트에 물을 뿌리는 아저씨가 오늘은 또 얼마나 뿌려댈지 걱정이다.

 

요번에 새로오시는 여성가족부 장관님은 뭐가 좀 다른분 같았는데, 처음 만남의 느낌처럼 끝까지 좋을것이라 믿는다. 다시 한 번 부탁한다. “여성가족부 장관님, 곧 있으면 눈이 온다고 하네요. 더 추워지기전에, 눈오기전에 여성가족부 장관님께 저의 복직을 부탁드려요.”

 

목요일 저녁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석하러 온 학생들 중에 여러명의 학생들이 와서 반갑게 인사를 한다. 학내에서 자체적으로 주점을 하는데 우리가 여기 농성장 위주로 하여 포스터도 붙이고 알리고 해서 열심히 팔아서 언니의 투쟁에 조금이나마 힘을 드릴까해서 만나 뵙고 싶어서 왔어요, 한다. 그날 돌린다고 유인물도 많이 가져갔다. 외대 동양어대 학생들이란다. 학생회장이 총명해 보인다. 팔아서 수익금보다는 학생들의 마음이 참 귀하고 그 맘이 더 예쁘다고 말해주고 즉석에서 내 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학생회장 하윤정동지, 앞으로 더 좋은일 많이해서 진실한 노동운동가로 성장하시길 바래요.

 

오늘은 철농 당번이 사회당 김스캇이다. 우리는 번갈아서 저녁을 먹고와서 찬바람에 조금 앉아 있자니 금방 온몸에 한기가 밀려왔다. 스캇이 말한다. 이상하게 여기춥네요. 원래 막힌장소가 추워요, 한다. 옷을 왜 패딩을 안입고 왔냐고 했더니 집은 따듯했습니다 한다. 여기가 추운거죠 라고. 이불과 침낭을 꺼내서 덮고 앉아 있다가 안되겠다 싶어 막걸리를 먹기로 했다. 알콜이 들어가야 덜춥다. 둘이서 오붓하게 막걸리르 먹자고 했는데, 무소속 민호군이 청계천 광장에서 알바를 마치고 무릎 덥게를 하나 들고 왔다. 나이에 비하여 성숙한 청년이다.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해서 어느새 농성장 앞에는 청년들고 꽉찼다. 자기네들끼리 화기애애하다. 나는 새벽차타고 아산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놀아라 하고는 일찍 텐트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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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일기] 10월 8일 농성 129일 5차 희망의 버스에 함께한 날의 후기

농성장 일지

 

  * 이 글은 여성가족부 앞에서 피해 노동자와 함께 농성을 하고 있는 권수정 대리인 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10월 8일 토요일 농성 129일

 

드디어, 희망버스에 참가했다. 충남지부, 사내하청지회 동지들과 함께 참여하려고 일부러 어제 저녁에 아산으로 내려왔다. 밤사이 국회에서 ‘지금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 1년안에 전원복직시킨다’는 안으로 중재안을 냈고 조남호 회장이 그걸 받았다는 소식이 들린다.

김진숙 동지를 저 높은 허공 위에서 더 이상 메달려 있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 안을 받아야 하는것인가, 순간 헷갈렸다. 어떤 동지는 의미있는 안이라고 말했고. 어떤 동지는 한진 스머프 동지들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김진숙 동지가 고공농성 하러 올라간 것이 해고자들을 복직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기 위해서 였다고, 지금 우리가 희망버스 타고 왕복 10시간 걸리는 부산으로 가는 이유는 바로 그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하는 김진숙 동지에게 연대하기 위해서라고, 이제야 그나마 중재안이라는 것이 나오고, 이제야 그 오만한 조남호가 뭔가 ‘안’이라는 것을 받는 수준이 되었지만, 그러나 장투사업장에 사측이 교섭자리에 앉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새로운 2차전이 아니냐고, 우리 이렇게 조 금더, 조금 더 밀어서 85호 크레인을 중심으로 투쟁을 확장시켜 정리해고 철회시키고 김진숙 동지가 안전하게 이 땅 위에 굳건히 설 수 있는날을 만들어 가자고, 말하지 못했다.

 

2004년 노무현정부 시절 겨울, 비정규법을 확대 개악하려는 정부에 맞서 국회앞 크레인에 우리 지회 김기식동지를 비롯하여 네동지가 올라 갔을때, 이틀만에 이 동지들을 내려오게 해야한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그러면 안된다고, 저 동지들이 정말로 죽을 각오를 하고 올라갔는데 비정규법 철폐를 내걸고 올라갔는데 왜 벌써 내려오라고 하냐고, 일단은 저 크레인을 중심으로 연대와 투쟁을 확대하고 하다하다 정 안되면 그때는 모르지만 왜 벌써 그런말을 하느냐고, 그러나 비정규직 대표자동지들과 의견충돌이 심각했다. 그때 한동지가 나에게 울부짖으며 고래고래 지른 소리를 나는 잊지 않는다. “니가 저 위에 있는 동지들을 죽이려고 하는구나, 저 동지들 생명을 니가 책임질거냐? 저 위에 있는 동안 손배가 몇백억이 될지 알어. 니가 그거 다 책임질거야!”

마치 원맨쇼의 슬로모션을 보듯이 그가 나를 향해 울부짖는 동안 아무말 없이 지켜보았다. 결국 6일만에 크레인 위의 동지들이 제발로 순순히 내려오는 순간 집회 장소에서는 색색깔 풍선이 폭죽처럼 올라갔다. 6일동안 미친년처럼 서울바닥을 돌아다녔던 그 겨울의 찬바람을 나는 잊지 못한다.

 

이런 순간마다 2004년 겨울일이 어제일처럼 떠오른다. 이제 ‘기만적인 중재안 따위 개나 물어가라 하고 의연하게 싸워야 하는것 아닐까’ 생각만 해도 “니가 한진 해고된 동지들을 책임질꺼야? 니가 크레인위에 있는 김진숙을 죽이려하는구나!” 아무도 하지 않은 말들이 이미 내 머릿속에 울려 고통스럽다.

 

버스안에서 내내 곰곰 생각해 보니, 멈추지 않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죽음이 아직 중단되지 않았다. 이른바 죽은자들 이라고 불린 정리해고된 동지들 말고, 1년후 복직시키겠다고 합의했던 무급휴직자들, 해고된것도 아니고 고용된것도 아닌 이 동지들을 쌍차 노동자들은 좀비라고 표현했는데, 지금도 복직되지 않고 있다. 그 고통위에서 쌍차동지들의 죽음의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런데, 1년안 전원복직을 어떻게 믿어? 적어도 이건 아니군, 부산에 도착할 즈음에는 그런 생각을 했다.

 

다행이다. 오후 세시 부산진역에서 하는 민중의 힘 집회에서 구호는 여전히 ‘정리해고 철회’였다. 안심이 되고 힘이 났다.

 

다섯시 부산역앞으로 이동해 저녁을 먹었다. 각진 빨간모자에 얼룩무늬 해병대 옷을 입고 목에는 호루라기를 걸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할아버지들이 다른 노인분들에게 하얀색 머리띠를 나누어준다. 붉은 글씨로 ‘전쟁선포’라고 씌어있다. 글쎄, 노동자들을 한꺼번에 정리해고 시키는 것은 사실 한꺼번에 죽이겠다는 전쟁선포가 맞긴 맞는데, 노동자들이 투쟁할때마다 엄정한 법집행 한답시고 공권력으로 짓밟고 두들겨패서 잡아가두는 것이 전쟁이 맞긴 맞는데, 거 참, 노인분들 손에 쥐어주어 전선에 몰고나온 대한민국 자본의 수준이 천박하다. 인간적으로 대한민국 자본이 참 싫다.

 

김꽃비라는 배우가 한진중공업 작업복을 입고 레드카펫위에 섰다. 예쁘다. 늘 번쩍이는 조명은 양복과 이브닝 드레스를 위한 것이었다. 노동자들은 결혼식이나 장례식이 아니면 입지 못하는 옷이 양복이고, 드레스라는 물건은 결혼식때나 한번 입으면서 다른 나라에 유례없이 결혼사진을 거금들여 따로찍어 보관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 아닌가. 작업복이 조명을 받아 본적이 없고, 작업복을 입고 레드카펫 위에 설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가, 김진숙동지에게 마음이 움직여 작업복을 입고 레드카펫위에 선 꽃비라는 그녀가 예쁘다. 사실은 김진숙동지가 선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 레드카펫 위에.

 

뉴욕 증권가를 점거하고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김진숙동지가 전화로 실시간 인터뷰를 한단다. 전세계 노동자계급이 영웅이 되었구나. 소금꽃 김진숙동지는, 자랑스럽다. 그러나 우리 언니의 감정과 나는 겹친다. 그녀는 어쩌면 노동자계급의 영웅이 되길 바란것이 아닌지도 몰라. 우리 언니가 한국사회 성희롱 성폭력문제의 최전선에 서길 바라지 않은 것처럼. 저렇게 씩씩하고 여유있어 우리 모두를 감동시키는 김진숙동지는 어쩌면 계급투쟁 전선의 가장앞에 서고 싶지 않았을지도 몰라.

 

왜 이럴까. 남들은 깔깔갈 웃으며 간다는 가을소풍이 나는 자꾸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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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일기] 날씨가 점점 추워지지만 함께해주는 분들 덕에 훈훈한 농성장

농성장 일기

  * 이 글은 여성가족부 앞에서 농성중인 피해 노동자 분이 직접 작성하신 글입니다.

 

아침부터 가을비가 제법 많이 내린다. 비도 오고 해서 모든 게 귀찮다. 그래도 비가 내리니 밖에 나가서 텐트 단도리를 해야 한다. 휴지며 깔판들이 벌써 다 젖어서 비바람에 날리고 있고 신발도 비에 젖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8시 30분을 넘기려하고 있어 급히 사노위 임용현 동지를 깨웠다. 사람이 없어서 요새는 아침에 집회신고 하는 것을 사노위 서울대표인 임용현동지가 전담해서 내주고 있는 형편이다. 미안하기도하고 고맙기도 하다. 사노위 일만해도 벅찰텐데 재능지부 농성장과 우리 농성장을 번갈아 다니면서 철농에 집회신고까지 해준다. 추운 비바람에 보내는 맘이 안쓰럽다. 용현동지가 가고 세수를 하고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어디 있을 곳이 딱히 없어 텐트 속으로 들어왔다. 텐트 안에는 어제 밤에 철농을 함께 해주겠다고 옷가지를 싸가지고 온 여성동지가 아직도 자고 있다. 백선영 동지는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 9월부터 일하기 시작한 신참이란다. 옆에 누워서 신문도 보고 일기도 쓰면서 언제나 일어날까 했는데 곤히 잘 잔다. 출근 때문에 깨워야 하나, 그러나 조금 늦게 가도 철농했으니 나영 동지가 혼내지는 안겠지, 이해해주겠지 했다. 아이나 어른이나 자는 모급은 다 예쁘다. 이 동지의 별명을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고 지어줄까, 생각했는데 함께 점심을 먹으며 알고 보니 ‘백곰’이라고 별명은 따로 있다네. ^^ 백곰이라고. 우리 농성장에서 불편하단 말없이 너무 잘 자주고간 동지에게 고맙고 고맙다. 그리고 비타민 씨도 잘 먹을 게요.

 

날씨가 추워져서 그냥 자기엔 이불을 두개를 덮어도 춥게 느껴지는구나, 생각을 했더니 저녁에 나영이가 제일 비싼 핫팩을 두 봉지나 사들고 왔다. 수정이랑 내가 핫팩 때문에 싸울까봐서 한 봉지씩 서로 사이좋게 나눠 쓰라고^^ 덕분에 유별나게 추위를 많이 타는 내가 등과 다리 쪽에 한 개씩 붙이고 잤더니 뜨듯하다. 탐앤탐스 음악소리와 새벽 한기를 느끼면서 밤새 몇 번씩 개야하는 중에 그래도 침낭 속에 한기가 없어지고 따듯하니 나영이의 따듯한 온기를 느끼며 금방 다시 잠이 든다.

 

어느 날 아침 일찍 출근하다 농성장에 예쁘게 웃으면서 “사랑님, 저 이거요.”하며 토리가 고구마와 자두를 내민다. 내가 좋아하는 자두다. 어려서 고구마는 무지 많이 먹어서 그런가 손이 먼저 자두로 간다. 삼겹살과 과일을 좋아해요. 단감도 좋아해요. 토리 선생님 담에는 단감이요.^^ 여러 동지들과 구운 고구마를 나눠먹었는데 자두는 나 혼자 먹었다.

 

산재 제조사 받는 날 “사랑님, 고구마 또 구워서 농성장에 놀러 갈께요.” 한다. 언제 고구마가 다시 오려나 기다려진다. 요새 내가 토리선생님께 원고청탁을 받아서 글을 써서 넘겨주었다. 세상에, 내가 글을 쓰게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원고료도 있단다. 도서상품권. ^^

 

낮에는 오랜만에 어린 검둥 강아지 같은 귀여운 강정주 기자가 “언니, 저 왔어요.”하며 찾아왔다. “오늘은 취재할 곳이 없어?”하고 물으니 “예. 오늘은 좀 한가해서 근무 땡땡이 치고 언니 보러 왔어요. 바쁘단 핑계로 자주 못 와봐서 죄종해요. 그래서 오늘은 비도 오고해서 언니랑 티타임 가지려고요.” 한다. 둘이 탐앤탐스 가서 커피와 치즈가 듬뿍 뿌려진 빵을 하나 시켜놓고 맛있게 먹으며 오랜만에 깔깔 웃었다. 강정주 기자는 “날씨도 점점 추어지는데 얼른 복직하셔야죠. 인제 금속 선거가 끝나서 새로운 임원이 당선되시고 김현미 부위원장님이 다시 또 되었으니, 더 잘됐죠. 언니복직 먼저 신경 써서 해결해 주시겠죠.” 하며 나를 안심시켜 주기도 한다. 어른스럽다. 티 없이 웃는 모습이 좋다.

 

저녁에 농성장에 앉아 있는데 아름다운 한 쌍의 시민분이 다가오시면서 “피디수첩 보았습니다. 티비 보기 전에는 여기 계신 줄 몰랐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여기서 가까운데도 몰랐습니다. 얼마 안 되지만 힘내시라고 왔습니다.”하시며 하얀 봉투를 주신다. 참 고맙고 감사했다. 새삼스럽게 방송의 힘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 다음날 아침에도 또 지나가는 시민분이 “피디수첩에서 봤습니다. 힘내세요.” 그 뒤에도 계속해서 시민 분들이 피디수첩 보았다고 인사를 하신다.

 

목요일, 금요일은 청계광장이 들썩들썩 했다. 목요일은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1박2일 텐트촌 집회였고, 금요일엔 전국 교대 통합 반대 집회였는데, 금요일엔 청계천이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날 모인 인원이 자그마치 삼천 명이 넘는단다. 낮에 혼자 있었지만 심심치는 않았다. 그러나, 낮이고 밤이고 행사로 시끄러운 탓에 이틀 동안 한숨도 제대로 못 잤다. 학생들이 이번처럼 체계 있게 하는 큰 집회는 내 눈으론 처음 보는 것이라서 새로웠다. 학생들이 발디딜 틈도 없이 많아서 놀라웠다. 조금 보면서 사진을 좀 찍고 몸이 별로여서 텐트 안에 들어가서 끝날 때까지 마냥 누워있었다. 3시부터 5시까지 두 시간 집회를 끝내더니 줄이 길어 나가는 것도 길다. 오늘은 충남에서 노동전선이 야간농성 지원연대 오는 날이다. 7시에는 바로 반값집회가 또 있단다. 이틀을 날 잡아서 총력전을 하는가 부다. 사노위 임용현 동지가 전화가 왔다. “누님, 저녁은 드셨어요. 지금 제가 그리 가고 있으니 저녁 같이 먹어요.”해서 정신없이 빠져나가는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6시쯤 되자 용현동지가 왔고, 노동전선도 거의 다 왔다고, 오면 같이 먹자해서 임용현 사노위 서울대표랑 충남전선 옥선 씨랑 같이 오래간만에 셋이서 저녁을 먹었다. 항정살과 삼겹살을 반반 시켜서 정말 맛있었다. 계산은 서울대표가 했다. 상근비 조금 받았는데 밥 두 끼로 다 나갔다고 해서 ^^ 좀 맘이 그랬다. 어쨌든 간에 먹긴 잘 먹었다.

 

진보신당 김홍춘 여사가 텐트 안에 누워있는데 들꽃을 한줌 꺾어서 텐트 안으로 넣어준다. 잠깐 운동하러 나왔다면서 강원도로 이사를 가야하는 자신의 처지를 못내 한숨 쉬면서 약속이 있어서 가는데 다음에 올 때는 꼭 복직해서 들어가 있어야 된다면서 텐트를 나간다. 여름 내내 고마웠던 여인이다. 농성장을 자기 집 안방처럼 드나들면서 즐거워했던 마음착한 여인이다. 어디를 가든지 행복하길 바래요.

 

농성장에서 그냥 앉아 있기에는 이제는 춥다. 노동전선 김태석 동지와 옥선동지와 셋이 각자 이불을 하나씩 덮고 앉아 태석 씨가 틀어준 영화를 보았다. 재능농성장에서 노래를 하시고 왔다면서 고미숙 동지와 구자혁동지가 씩씩하게 방문하셨다. 구자혁 동지는 이제 우리와 한식구가 되었다. 비어있거나 쓸쓸한 농성장을 항상 훈훈하게 채워주고 가시는 동지다. 시원하다. 뭐가를 하면 획기적이고 기발한 발상이 나오는 동지다. 그런 발상들을 구체화해서 농성의 여러 일들을 실현하려고 무던히 노력한다. 구자혁 동지가 뭘 한다고 하면 왠지 든든하다. 이날도 늦은 시간까지 지켜주고 가셨다.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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