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오늘은 무슨 일이/농성장 일기

[농성장 일기] 10월 5일~7일 농성 128일째. 갈수록 지치고 힘들지만 풍요로운 농성장을 만들기 위해 분주한 하루하루.

농성장 일지

  * 이 글은 여성가족부 앞에서 피해 노동자와 함께 농성을 하고 있는 권수정 대리인 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10월 5일 수요일 농성 126일

 

1.

학생행진 차승리동지가 언니에게 예쁜 국화꽃다발을 선물로 주었다. 언니는 좋아라 입이 귀에 걸리는데, 내가 심술을 냈다. “머니, 꽃이 밥먹여주니?”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예쁘다. 하루가 다르게 날이 추워지고 찬바람 불어도 농성장 마당에서 페트병에 꽂아놓은 꽃잎이 싱싱하다. 승리동지는 12일날 우리랑 같이 촛불문호제도 하고 우리 이야기로 소책자도 만든다고 신이 났다. 뭘해도 예쁘다.

 

 

2.

한동안 밀렸던 언니의 금속노조 신분보장기금이 지급되었다. 사전에 서류를 올려줘야 해서 5월 31일 이후 투쟁경과를 일지로 정리했다. 그동안 한번 정리해야하는데, 생각하면서 다른 일들에 밀려 정리하지 못했었다. 딱히 뭐 한것도 없는것 같고, 경황없어 꼼꼼히 적어놓지 않아 잊어버린 일정도 많을 텐데, 그래도 정리하면서 보니 뭐가 많다. 언니랑 나랑 둘이 100일이 넘게 길바닥에서 농성하면서 참 바쁘게도 살았구나, 싶었다. 그리하여 더불어 살펴보니 혁명기도원 기도회는 오늘이 13차고 박승희여성위원장님의 밥심연대는 오늘이 15차다. 음--, 밥심연대 20차가 되거든 그동안 참석했던 분들 다 모아서 점심시간에 잔치나 한번할까. ^^ 에구, 날은 추워지고 뭘 더 해야할까, 고민스럽다.

 

3.

청계광장에서 유방암과 관련한 무슨 행사를 한다는데 어찌나 빵빵한 음향으로 질러대는지 지금까지 진행했던 중 최악의 조건에서 혁명기도원 기도회를 했다.

3천년전의 시편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이스라엘이 하는말,

젊어서부터 받은 많은 학대에도 나는 꺾이지 않았었지.

밭가는 자들이 땅을 갈아엎듯이 내 등에 고랑같은 상처를 내었지만

의로우신 주께서는 악인들의 멍에를 박살내셨다.

시온의 원수들아, 모든 망신당하고 물러들 가라.

지붕위의 풀포기처럼 뽑을새도 없이 시들어 버리리라.

베는 이의 손에도 묶는 이의 아름에도 차지 않으리니

지나가는 이 아무도 ‘주님의 축복이 너희에게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너희에게 복을 빈다’ 하는 사람 없구나.

 

 

밭가는 자들이 땅을 갈아엎은 것처럼, 나의 등에 고랑같은 상처가 있다니, 어쩌면 3천년 전을 살았던 자의 고통의 외침이 내 마음 같은가. ^^

수천년동안 살아남은 기독교의 힘중 하나는 바로 이 대목인 것 같다. 인민의 고통을 알아주는 마음, 그 고통을 당장 없애주지는 못하더라도, 너의 고통을 내가 안다고 말해주는 성서가 수천년동안 인민의 마음을 위로해준 것이다.

나의 등에 고랑같은 상처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호소하기에 신처럼 좋은 상대가 누가 있겠는가 말이다. ^^

 

김태석동지가 기도제목을 말했다.

“현대자동차 정몽구와 그의 무리들이 회개하고 성서의 뜻을 깨닫게 되길.” 아멘!

 

 

10월 6일 목요일 농성 127일

 

1.

10월 1일부터 산전산후 휴가를 낸 정유림 여성부장 없어서 비는 공간이 구멍이 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일을 하면 저일이 처리가 안되고 저일을 하면 이일이 안된다. 오늘이 피크였다. 정유림 여성부장의 후임은 없고, 지원대책위에 정유림 동지대신 참석할 실무자가 없고, 월요일마다 하던 일인시위 할 사람이 없고, 월요일마다 하던 노조 사무처의 촛불문화제가 가능하지 않고, 그리하여 결국 되는 일이 없이 분주하다.

 

지원대책위회의에는 김현미 부위원장님이 대신 참석하시니 회의진행은 더 잘될 수 있다. 다만 사업을 계획하고 결정하고 결정한대로 집행하기 위한 점검과 실무일이 고스란히 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마음 한편으로는 민사소송 준비하는 자료 정리해서 다음주부터는 우리쪽 증인진술서 작성하는것도 며칠 걸릴텐대, 대충할수도 없고, 다음주에는 주점도 하는데, 추운 농성장을 날마다 언니에게 고스란히 맡겨놓고 금속노조로 아산으로 돌아다녀도 일이 제대로 진행이 안되겠구나, 생각하며 막막하였다.

저녁에 촛불문화제를 하며 피디수첩을 틀려고 빔프로젝트와 스크린과 노트북을 사용할줄 몰라 한참을 애태우고, 그래도 어쨌든 무사히 마친 후, 마음을 비우기로 한다.

 

어차피 모든 일을 할수 없는데, 할수 있는 것이나 최선을 다해서 하자고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이것저것을 모두 생각하면서 하려고하면 쫓기듯 마음이 급해서 해야할 것도 못한다. 모두 해야할 것이지만, 그래도 어차피 어느 곳에선가 비게 마련이다. 마음은 바쁘고 일은 더 안되고 말은 거칠게 나온다. 농성장은 초라해도 풍요로운 공간이어야 한다. 내 말이 거칠게 나오면 언니가 불편해지고 결국 연대오시는 동지들도 불편하다. 이것이 최악이다.

반대로 다른일이 비어도 일단 농성장이 연대오시는 동지들과 나누는 마음으로 따듯하면 부족한것은 부족한대로 넘치는 것은 넘치는대로 그냥 그렇게 가는거다. 가장 중요한것은 농성장이 풍요로와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하며 돌아보니 언니의 어깨가 쓸쓸하다.

 

 

10월 7일 금요일 농성 128일

 

1.

어제 촛불문화제를 하면서 피디수첩 방송된것을 스크린에 빔으로 틀여서 보았다. 언니가 아침에 울어버린다. 길거리에 앉아 있는것도 비참하고 언제 끝날지 몰라 비참한데 그것을 화면으로 켜서 사람들과 보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한다. 언니를 고통스럽게 하기 위한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는 걸 아는데도 아프다고 하며 운다. 언니를 보호해 줄수는 없는거냐고 말하며 운다.

앞으로는 우리 농성장에서 틀지 않기로 한다.

 

피디수첩에 방송된 내용중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관리자 임병혁이 인터뷰를 하며 이 사건을 현대자동차에게 해결하라는 것은 난감한 일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현대자동차가 이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곳이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맞다. 현대자동차는 이윤을 많이 내면 장땡이다. 그래서 생산의 현장을 비정규직으로 채웠고, 소나타와 그랜져를 만드는 현장에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성희롱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니 오래 고민하지 않고 쉽게 해고했다. 그리고 손털면 땡이다. 가해자와 그를 지지하는 현대자동차에 의해 지금 이시간에도 소나타와 그랜져는 만들어진다. 가학적인 생산의 시스템속에 성희롱 당한 여성노동자의 고통을 원동력 삼아 소나타와 그랜져가 지금도 달린다.

 

그러나, 성희롱한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복직시켜야 하는 문제가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는 문제로 니네가 할 일이 아니라고 현대자동차가 제 입으로 말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손으로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목줄을 조이며 입으로는 사회정의는 우리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엽기적인 수준의 뻔뻔함은 다른 문제다.

내 손에 칼이 있다면 너의 입을 찢어버리겠다. 순간의 망설임없이 단번에 정확하게 찢어버리고 사회정의는 이런것이라고 말하겠다. 가슴에 돋는 칼로 현대자동차, 너를 자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농성장 일기] 2차 산재신청 조사를 받은 날과 PD 수첩에 방영된 날. 시민들의 고마운 응원

농성장 일기

* 이 글은 여성가족부 앞에서 농성중인 피해 노동자 분이 직접 작성하신 글입니다.

 

먼저번에 받았던 1차에 대한 산재조사를 받으러 가는 날이다. 2시까지 오늘은 어제 주일을 지키기위해서 온양 집에 내려 왔기 때문에 바로 천안근로복지공단으로 가야한다. 처음 가는것이 아닌데다가 오늘은 수정이가 온다. 게다가 토리선생님과 여성부장을 비롯해서 여러분이 함께. 내가 그동안 국가인권위를 비롯해 민형사상의 문제로 조사를 받으러 갈때마다 항상 옆에서 도와주었던 수정이가 참석해서 같이 있어준단 생각에 별 두렴없이 오전에 개인적인 볼일을 다 보고서 시간맞춰서 여유있게 조사를 받으러 갔다. 요번에는 몸도 먼저번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조사를 시작했는데 오기전에 1차 조사에 대한 문제점과 바꾸어야 할 것들을 수정이나 너무 잘 작성해와서 별무리없이 끝내고 왔다. 나대신 수정이가 많이 힘들었지만, 이날은 조사를 끝내고 여유로이 토리와 여성부장과 함께 밥도 맛있게 먹고 생전 한번도 안타본 제일 빠르다는 KTX 기차를 타봤다. 내릴 때까지 한숨자려고 했더니 30분 정도만 있음 내린단다. 수정이는 오랜만에 아산왔으니 집에가서 엄마가 해주는 밥먹고 싶다고 집으로 갔다. 옷도 챙겨 와야하고 오후내내 산재조사와 실갱이하며 신경을 쓴탓에 저녁엔 끝내고나니 맥이 빠졌는지 기운이 하나도 없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다. 집에가서 부모님 곁에서 비록 하룻밤이지만 지친 맘과 심신을 달래고 올라왔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전화가 왔다. “누나를 보고 가려고 농성장에 왔는데 어디계세요.” 한다. 조성웅동지다. 현대중공업 동지. 첫만남에 이어 두 번째 찾은 조성웅동지는 우리가 침탈당할 때 함께 있으면서 벌어졌던 사진을 찍으서 증거를 남겨준 동지인데, 농성장 일기를 쓰면서 산적같은 동지라고 자기를 썼다면서 며칠전 나에게 항의전화를 했었다. 회의차 서울 올라왔다 들렀다는데 하필이면 내가 산재조사 때문에 아산가고 없는날 왔다. 에구, 어쩔수 없지. 못보고 그냥 가는건 서운하지만, 어쩔수 없지. 담을 기약해야지.

 

농성장에 도착해보니 밤 9시가 넘었다. 하루종일 울산동지들과 조성웅 동지가 지키고 있다가 저녁부터는 명동해방전선 동지들이 지키고 있었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농성장을 비우지않고 내가 올때까지 굳건히 지켜주고 있던 장차 대한민국의 기둥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날밤의 어른이라고는 내가 전부. 이것저것 정리를 하며 살짝 느낌이 고아원 원장님 된 기분이었다. 성인이 다 되어서 세상에 내보내야할 때가 온 것처럼 이제 다 컷으니 자립해서 각자의생활들을 잘 해나가리라 생각을 해봤다.

 

이른 아침에 김기식동지가 신문을 넣어주어 참 유익하게 잘보고 있다. 이날도 신문을 보면서 커피를 한잔하고 앉아 있었다. 등에는 배낭을 맨것이 딱 보기에도 등산을 하는 차림이었다. 검은색 봉지를 혼자 앉아 있는 나에게 쓱 내밀면서 말한다.

“저~, 제가요 지금은 여행중이라서 현금이 많이 없어서 이것밖에 못샀습니다. 힘내세요.” 한다. 한편으론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서글프기도 했다. 내 주변에는 건물들이 많고 그 속에는 각종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무지많다. 여가부앞에서 농성을 3개월이 넘도록 하는중에 이 부근의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관심조차도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행중에 지나다 한번 보고 이런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여행중의 손길에 감사합니다.

오늘은 화요일 낮에는 명동동지들과 함께 있다가 오후 늦게 정유림 여성부장 한테 문자가 들어왔다. ‘언니 오늘과 내일 철농할분 있으세요.’ 하고, 없다고 답장을 보냈더니 ‘헐’하고는 끝이다. 수정이한테 내가 전화했더니 ‘아직 사람이 없네요.’ 한다. 할수없이 낮에 박점규동지랑 몇몇 동지들과 함께 잠간 들렀다간 김형우 부위원장님께 문자를 보냈다. 오늘밤 여가부에서 철농 가능하신지요. 만만해서는 아니고 와줄것만 같아서 부탁을 드린다. 약속이 있어서 조금늦게 될것 같다고 하신다. 고마웠다. 저녁 늦게나 오실줄 알았는데 일찍 오셨다. 어깨에는 기타를 메고 계량한복을 입고 왔다. 옷과 기타가 단지 어색해서 한소린데 ‘먼기타여 어울리지 않게.’ 했더니 그래서 그랬나, 그날 저녁 내내 김형우 위원장님의 기타소리를 못들었다.

 

유현경동지랑 정유림 부장,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동지랑은 먼저 집에가고 수정이랑 나랑 김형우 위원장님과 조촐하게 막걸리 한잔을 하며 오늘 우리 농성장이 피디수첩에 나오는 날이라면서 전화기를 들고 천막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나도 나중에 디엠비를 켜고 보기시작했고 꿈에도 재수업슨 임사장 얼굴이 보인다. 수정이는 이날 왜케 이쁘게 나온것이야. 완전 꽃다운 소녀같다. 내가 보다가 “수정씨 완전 예쁘게 나와.” 했더니 그제서야 한번 져다본다. 수정씨는 본인 얼굴이 나오는것이 어색하다며 잘 안쳐다 본다.

 

김형우 부위원장님은 다 보고나서 시간이 조금 짧은것이 좀 그렇지만 잘나왔네 하신다. 비정규직 문제까지 다루면서 현대차가 책임져야 함을 잘 넣어서 방송되었다면서 자기일같이 좋아하신다. 방송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문자오고 방송 봤다면서 힘내라고 한다. 그런 얘길하고 있는데 남자시민 한분이 아침을 잘 챙겨야 해요 하면서 우유를 내밀었다. 아침에 두었다 드세요 하면서 그러자 수정이가 언니 우리 농성장은 성공한거야ㅐ 한다. 서울에 와서 여자 둘이서 피디수첩에도 나오고, 이만하면 잘한거야 하고 자신과 나에게 칭찬을 하며 용기를 준다. 한바탕 웃으며 일어나는데 아주 예쁘게 생긴 여성시민 한분이 뜨끈뜨끈한 캔커피를 주시면서 “저도 비정규직 노동자예요.” 한다. 감사합니다 했더니, “아니예요. 오히려 저 대신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가신다. 정말 고맙다. 시민들의 고마운 마음에 힘입어 더 기운내야지.

 

날시탓인가, 오늘은 아침부터 몸이 안좋아서 텐트안에 핫팩을 2개나 붙이고 누워있었다. 수요일은 민주노총 박승희 여성위원장님이 백일이 넘었는데도 꾸준히 밥을 해오시는 날이다. 위원장님의 시골밥상이 도착할때가지 쉬려고 누워있자니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난다. 자크를 열고 보니 진보신당 김수경여성부장님이 뭐 하고 계세요, 하며 날씨도 춥고 하니 근처에 만둣국을 잘하는 곳이 있다면서 사준다고 한다. 민주노총 여성위원장님이 오늘 밥해오시는 날인것을 깜빡 잊으신거다. 그래도 얼마나 고맙던지. 생각해서 특별한일 없어도 농성장을들러주시어 이것저것 먹을것 챙겨주시고 애서주시니 따끈한 국물처럼 훈훈하다. 맛있는 만둣국은 다음에 먹기로 하고 박승희 여성위원장님께서 맛있게 해오신 밥을 같이 먹었다.

 

점심을 먹고나니 오늘은 큰딸 병원가는 날이라서 커피한잔을 하고 있는데 수정이가 피곤했느지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밖에서 잠이 들어 버렸다. 텐트속에 들어가서 자라고 깨울까 하다가 깨우면 못잘것 같아서 조용히 일어나서 버스를 타러갔다. 길을 잘 몰라서 물어물어 아산병원으로 갔다. 다행히고 수술하기 전까지는 별무리가 없다고 하신다. 딸아이가 엄마가 새로 장만한 스마트폰을 이것저것 해주면서 예쁜 그림도 많이 받아 주었다. 우리는 삼겹살에 맥주 한병을 먹고 각자 헤어져서 농성장으로 왔다. 혁명기도원 기도회를 그때까지 목하고 막시작하려고 준비하는 중이다. 졸음이 밀려와서 아무 생각도 없고 아무것도 하고싶지도 않은데, 앉아 있는 동안에 졸면서 기도회를 했다. 끝나고 나니 가면서 어린 원장님이 “또올께요.” 하며 환하게 웃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농성장 일기] 백일 문화제, 그리고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구제 하나 못하는 여성가족부의 "여성폭력 없는 세상" 행사

농성장 일기

 

* 이 글은 여성가족부 앞에서 농성중인 피해 노동자 분이 직접 작성하신 글입니다.

 

요번주는 상경한 뒤로 처음 본교회로 예배를 드리로 못갔다. 연속 3일을 나름 힘들게 살았더니 몸이 힘이 하나도 없다. 가까운 교회로 가서 예배를 드렸다. 하나님은 한분이시니 시골에 계신 하나님 서울에도 계신것을, 나름 괜찮았다.

 

추석을 앞두고 백일 문화제를 연다. 아~~ 벌써 백일, 세월 참 빠르구나. 노숙농성 백일이란 것에 묘한 감정이 든다. 많은 생각들이 몰려든다. 정말 많이 와 주셨다. 울산에서 강성신 동지가 나무로 솟대 선물도 만들어 오셨다. 깜짝 선물이었다. 사진찍힐 때 잘 찍히라고 제일 앞에 놓았다. ^^ 수정 씨가 노래한 다음에 내가 민들레처럼을 부르기로 했었는데 목이 안 좋아서 노래를 안했더니 끝난 다음 다들 한마디씩 한다. (죄송) 이날 광야에서가 참으로 은혜스러웠다. 하얀 머리가 잘 어울리는 강성신 동지께 감사한다. 솟대를 본 백야 동지가 바로 찍어서 트위터에 올렸다.

 

다음날 농성장 텐트 안에서 한잠을 자고 펜을 들었다. 서글픈 마음을 도와주느라고 구슬프게 비까지 내린다. 농성하며 겪는 일들을 몇 자 적는다.

 

명동 마리에 상주하고 있는 도이들이 참 기특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모든 것을 하는 동지들이다. 지원이 필요하다고 연락하면 순식간에 떼로 몰려와서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하고 돌아간다. 백야는 이름처럼 청명하게 예쁜 동지다. 백일 문화제때 구자혁 동지와 여러 동지들이 노래했는데 무려 다섯 곡이나 불러서 같은 진보신당 사회자에게 구박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재미났다.

 

몸이 찌뿌등하여서 사우나를 찾아 나섰다. 서울역 쪽까지 나가야 겨우 한곳이 있어서 오랜만에 몸을 푹 담그고 지친 몸을 쉬었다. 옆으로 보니 쑥탕이 있었다. 가서 쑥탕에 몸을 넣고 정면을 보니 눈에 들어오는 글이 있었다. ‘고난이 크면 클수록 영광도 크다’였다. 잠시나마 마음에 위로를 받았다. 이 사우나는 기독교 장로님이 운영하는 실로암 사우나였다. 다들 한번씩 가보세요. ^^

 

명절을 같이 보내겠다고 온 지엠대우 동지들과 저녁에 잠을 자겠다고 온 차승리 동지와 학생들, 임용현 사노위 서울대표와 진보신당 퀵서비스 김현동지들이 명절 보내기 전에 농성장 침낭을 죄다 빨아주고 갔다. 고마워요.

 

이름도 참 특이한 차승리 학생 은 농성장에서 철농을 하면서 “언니, 저는 왜 언니 일기에 안 올라와요”하면서 수줍게 웃던 그렇지만 당찬 아가씨다. 이름처럼 매사 하는 일들이 승리만이 있기를 바란다. 나에게 언니라고 부르면서 농성장에오는 승리가 하루는 “우리가 언니 일기와 수정언니 일기를 모아서 작은 소책자를 만들려고 해요.”한다. 참 기특하다. 어쩜 이리 예쁜 생각을 했을까. 내가 참 호강을 한다. 노래에 시에, 티셔츠도 만들고 인제는 책까지 만들어준다니, 문득 행복한 아줌마라는 생각을 하며 웃었다. ^^

 

 

아침부터 청계광장에서 하얀 천막이 설치되느라고 분주하다. 대부분 밤에 천막을 설치하는 작업을 하는데 이번 행사는 오래 할 행사는 아닌 것인지. 아침에 일어나보니 농성장이 춥기도 하고, 텐트 안에는 어제 하루종일 민사대응 하느라고 지친 우리 수정 씨가 아직도 곤히 잠들어 있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탐엔탐스 24시간 운영하는 카페의 저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도 모르고 일어나지를 못할까.

 

자판기 커피 한잔을 뽑아들고 청계광장 맞은편 동아일보 쪽의 햇빛이 따스하게 비치는 곳으로 산책하러 걸어갔다. 가면서 천막 설치하는 아저씨에게 오늘 무슨 행사해요, 하고 물었더니 “성폭력 없는 나라를 만들자는 머 그런 거를 한다네요.” 하신다. 나는 그 순간 에, 그려요. 하고는 걷기운동을 하면서 천막들이 지어져 가는 것을 쳐다보았다. 한참을 지나니 하나둘 천막의 모습이 드러나고 그 위에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에는 ‘성매매 근절’이라는 글귀와 함께 각자의 천막에는 ‘여성과 세상을 살리는 살람’ 또는 ‘여성폭력 없는 행복한 세상’ 이라는 주제로 글이 씌여져 있었다. 그런데 주최가 여성가족부이고 주관이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라고 씌여져 있다. 그걸 보고 문득 서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성희롱 문제로 여성가족부 앞에서 농성한지 백일이 넘었다. 그런 농성장 앞에서 그것도 여성가족부 주최로 이런 행사를 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질 않는다. 사람 약 올리나. 백일이 넘어가도 직장 내 성희롱 문제 하나를 해결해주지 못하면서 무슨 성폭력 근절 행사란 말인가. 물론 신임 여가부 장관이 출근한 후 처음 하는 행사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장관 한사람의 문제가 아닌 여성가족부라는 전체의 기관문제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수정 씨가 일어났다. 나도 늘 피곤해 있지만 수정 씨는 과도한 업무와 장기간 농성으로 얼굴이 항상 피곤함이 쌓여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내 맘이 아프다. 저 여인 때문이라도 빨리 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텐데, 잘못한 것도 하나 없이 그저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 속에 약한 자가 억울한 일을 당한 것에 대한 고생길에 점점 지쳐가는 수정 씨를 위해서라도 어서 속히 내 문제가 해결되어야 나도 맘이 편할 것이기에, 아침에 찬바람에 노조로 일하러 가야하는 수정이를 따뜻한 국물에 밥을 먹여 보내고 싶은 맘에 밥을 먹자고 하고 북어국 사와서 둘이서 소박한 아침을 같이 먹었다. 그리고 천막에 들어가 한숨 자고나니 1시가 넘어가고 밖에는 행사 때문에 분주해지는 가운데 우리도 사람들도 많이 오고가고 하니 일인시위를 하기로 했다.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님도 온다는 말이 있고, 기자님들도 많이 오고해서 수정이는 피켓을 들고 있고 나는 유인물을 돌렸다.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더니 조금 후에 피해자분을 장관님이 만나보겠다 하십니다, 하곤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장관님을 뵙는구나. 맘이 설레어진다. 이제는 내 문제가 정말 해결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후에 카메라들과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고 장관님이 오시더니 환하게 웃으시며 “고생이 많죠.” 하시며 내 손을 꼭 잡아 주신다. 수정이와 함께 카페로 들어가서 장관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장관님과의 대화 속에서 형진기업 사장한테도 전화를 했다고 하고, 장관님과의 만남 속에 느낌은 내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은 마음이 진심이 담겨 있음을 느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농성장 일기] 9월 23일~26일. 변호사와 증인들의 연극으로 진행된 재판, 근로복지공단의 2차 가해 항의, 여가부 장관과의 면담 그러나 건물주는 주거침입으로 고소장 제출

농성장 일지

   * 이 글은 여성가족부 앞에서 피해 노동자와 함께 농성을 하고 있는 권수정 대리인 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9월 23일 금요일 농성 114일

 

재판을 방청했다.

가해자의 변호사는 직업을 잘못 선택했더군. 변호사가 아니라 배우를 했어야 한다. 리액션을 그렇게 많이 하는 변호사 처음 봐. 우리변호사가 증인심문에 앞서 심문 내용중에 사건과 상관없이 언니의 개인적인 사생활의 내용이 많으니 비공개로 진행하면 좋겠다고 했다. 판사보다 먼저 이여자가 날렵하게 끼어들어 우리 변호사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처다보며 “피고들에 대해서는 이미 언론으로 전국적으로 다 떠들어놓고 왜 원고는 비공개로 하자고 합니까?” 한다. 순하고 착한 우리 변호사 ‘뭐 이런 여자가 다있어’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기만 하고 말말을 못하더군. 나같으면 “그게 가해자와 피해자의 차이죠. 원래 가해자는 처벌하고 피해자는 보호하는 것이 우리 법이거든요. 그것도 모르면서 변호사해서 돈벌면 쪽팔리지 않아요?” 했을텐데. ^^ 이건 내방식이고 우리 변호사의 방식은 아니다.

 

증인으로 나온 금양물류 동료는 연습을 많이 했더라. 여러 가지 거짓증언을 하는데 상황마다 모범답안을 똑같이 말한다. 그 결과 그 상황을 조금더 집요하게 질문하면 갑자기 자기쪽 변호사를 쳐다보고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가, 더 집요하게 물으면 결국 다른말을 한다.

그런데 그런 질문들을 모두 판사가 했다. 증인에게 이렇게 집요하게 질문하는 판사를 보지 못했다. 검사출신인가? 그결과 누가 보기에도 증인이 거짓말한다는 것, 증인의 말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판사가 우리를 도와주려고 그랬다기 보다는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궁금한것을 물어보니 그런 결과가 되었다는 느낌이다. 적어도 판사가 사건의 맥락을 잘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었다.

 

한편 가해자들의 변호사는 증인이 언니에 대한 불륜이니, 잘삐지는 성격이니, 언니가 오히려 성적농담을 즐겨했다느니 등의 증언을 하면 “아휴”, “네에~~, 그랬군요.” 이런 말로 증인을 격려하며 마치 엄청난 진실을 밝힌다는 태도로 분위기를 몰하가더라. 어처구니 없다.문득, 저여자들은 참 잘어울리는 한쌍이네. 저렇게 살아 행복할까. 가해자를 편들어 거짓증언하는 여자와, 그것을 격려하며 편집해가는 여자를 보며 궁금해졌다.

 

피곤하다. 재판장에 아산공장에서 늘 보아온 현대자동차 관리자들이 떼로 왔더라. 지난 겨울 내내 우리 조합원들을 두들겨패고 발로 차고 했던 것을 내눈으로 직접 봤던, 그러지 말라고 항의하면 비린내나는 웃음을 흘리며 우리를 비웃던 그놈들이다. 어찌하여 신성한 법정에 개새끼들이 놀고 있는가.

 

 

9월 24일 토요일 농성 115일

 

오후 두시부터 청계광장에서 여성가족부 행사를 한다고 아침부터 시끄러웠다. 미리 둘러보니 제목이 ‘여성폭력없는 행복한 세상’이다. 성매매방지 특별법시행 8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더군. 이미 100일이 넘게 직장내 성희롱 당하고 해고된 억울한 여성노동자의 농성이 여가부 정문앞에서 진행되었는데 그것은 외면하면서 여성폭력 없는 행복한 세상이라고, 심지어 용역깡패 들에게 성희롱 피해자가 폭행을 당해도 모른척해놓고,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할것이 없다면서, 여성폭력 없는 행복한 세상이라니, 이제보니 이것들이 정신병자 아냐.

 

성희롱 피해자의 농성장 옆에두고 햇살좋은 가을날 소풍나온 사람들의 여유있는 행복한 컨셉으로 지네끼리 놀고 있다고 생각하며 빈정이 상했다. 행사장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데, 행사 진행하는 여성들이 피켓을 읽어보더니 힘내라고 격려해주며 간다. 다행이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여가부 관료들처럼 정신병자들은 아닌 모양이다.

 

행사에 참여했던 김금래 여가부 장관님이 농성장을 방문했다. 언니의 손을 꼭 잡고 법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최선을 다해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 본다고 했다. 기다려보라고 한다. 고맙다. 백희영 전 장관과는 달리 어쨌거나 언니를 찾아주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준다니 고맙다.

 

아니나 달라, 장관님 옆에 앉은 여성가족부 관료, 권익증진과 과장인지 부장이었다는 이분 하시는 말씀이 기가 막히다. 전임 장관을 포함해서 그동안 농성장을 안찾아본 이유는 기자들이 두려워서 그랬단다. 한국일보 기자가 백희영 전임장관이 식품영양학과 출신이라 여성인권문제에 대해 잘모른다는 식으로 비판한 기사를 들먹이며, 자기는 기자들이 두렵단다.

“우리는 백희영 전임 장관이 무슨과 출신인지 알지도 못했어요. 우리가 그렇게 쓰라고 인터뷰한것도 아니고요. 우리가 인터뷰한 내용중에는 사실이 아닌것이 없는대요.” 했더니, 안단다. 그래도 두렵다네. 우리와 연관되면 기자들이 뭐라고 쓸지 몰라서.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

“오늘도 김금래 장관님 아니면 안오셨겠네요.”

“네. 사실 저는 전직 장관님도 방문하신다는 의견이 있을때 제가 반대했거든요.”

“저런, 직장내 성희롱 당하고 길바닥에 나앉은 피해여성의 고통보다 언론이 무서운 본인의고통이 더 크다는 거네요.”

“네. 저는 그래요.”

이여자가 내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말한다. 하, 내가 졌다. 여가부의 노력이 부족해서 미안하다는 맆서비스 수준도 아니고, 여가부가 할 일이 뭔지 모르는 수준도 넘어, 기자가 무서운건 알면서 국민이 무서운건 모르는 여자네. 이건 뭐 땡깡부리는 초등학생이쟎아. 별나라 공주님이 왜 한국땅 국가기관 여성가족부에서 일을 하며 기자들 무서워하니. 그냥 니네 별나라로 가지. 그러나, 별나라로 돌아갈게 아니라 계속 세금 축낼거라면 지금이라도 잘 보렴. 니가 무서워해야 하는건 기자가 아니라 성희롱당한 피해자와 그 대리인이란다. 우리가 무서운 사람들이란다.

 

성희롱 당한 피해자의 고통보다 기자가 두려운 저런 관료들 밥먹이는 우리 국민들의 금쪽같은 세금이 아깝다. 어쨌거나, 장관님이 직접 농성장을 방문해 언니를 위로해준 것은 고맙다.

“장관님, 감사합니다. 기대하고 있습니다. 추워요.”

 

 

9월 26일 월요일 농성 117일

 

1.

오전 10시 영등포에 있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수치심 유발 근로복지공단 규탄 및 성희롱 피해자 보호하는 산재조사 지침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 9월 1일날 직장내 성희롱으로 산재를 신청한 언니의 조사과정에서 벌어진 조사관의 2차가해에 대한 규탄이 주된내용이다. 더불어 이후에도 직장내 성희롱 산재신청하는 여성이 국가기관으로부터 2중의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내부의 매뉴얼을 준비하라는 촉구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에서 14년을 일하면서 성희롱을 당했고, 참다못해 사건을 제보하고 국가인권위에도 진정을 냈다는 이유로 해고된 언니는 다만 가해자 처벌과 복직을 바랄뿐인데, 다시 성희롱 당하기 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랄뿐인데, 한걸음 한걸음이 모두 위태로운 비탈길이다. 우리나라의 첫 번째 직정내 성희롱 산재신청자가 되고 싶었던것도 아니고, 그것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다시한번 공단의 조사관에게 2차가해 당하는것도 언니가 원한것은 아니다. 하다보니 언니는 대한민국 성희롱, 성폭력 사건의 최전선에 서 있다. 언니에게 미안하다.

 

영등포 근로복지공단에서 기자회견을 마친후 바로 천안으로 내려갔다. 천안 근로복지공단에 항의하고 추가조사를 요청했다.

 

징징대는 여가부 관료들 짜증나더니, 근로복지공단 관료들은 멍청하든지 못됐든지 둘중 하나다. 아무리 말해도 못알아듣는다. 말을 못알아 듣는다. 그러면서 웃고 앉아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뭘 잘못했는지 뭘 바꿔야 하는지 못알아들으면서 다 들어주겠다고 한다. 결국은 벽이다. 우리 얘기를 들으려는 자세가 안되있는거다. 어쩔수 없이 들어주는 형식만 취하고 있는거다. 나쁜 놈들.

 

뒤통수를 후려칠수 없으니, 적당히 말하고 추가조사 했다. 언니와 내가 한번더 진빠지는 일이지만 지난번 조사를 금속노조 노안실에서 실수했으니, 어쩔수 없다. 정신차리고 이번에는 최선을 다해서 해야지. 지난번 조사가 폐지되고 없어진것이 아니라 살아있기 때문에 어차피 부담스럽다. 한국성폭력 상담소 토리 선생님이 옆에 함께해서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았다. 고맙다.

 

2.

왔다갔다 하는길에 기자들 전화 받으면서 여가부 건물 주인이 금속노조를 상대로 주거침입과 퇴거불응으로 고소한 사실을 알았다. 이런 된장, 여가부 장관님 너무하네. 바로 이틀전에 피해자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손 꼭 잡고 갔는데, 이건 또 뭐니. 쉽지는 않겠지만 추워지기전에 마무리 되도록 노력해본다더니, 그 마무리라는 것이 농성장 방빼라는 거였니. 뭐니. 국가행정부가 일개 건물주인이 하는짓을 점검하고 강제하지 못한다면 그게 말이되니.

 

이제 언니는 어디로 가야 하는걸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농성장 일기] 9월 19일~9월 22일 법정에서 거짓말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다음 아고라에 청원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고소까지 추가한 뻔뻔한 가해자들

농성장 일지

  * 이 글은 여성가족부 앞에서 피해 노동자와 함께 농성을 하고 있는 권수정 대리인 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9월 19일 월요일 농성 110일

 

지회에서 오전 10시에 해고자동지들과 언니, 대리인의 간담회를 한다고 해서 함께 참석했다. 내일이면 언니가 해고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서울상경농성을 시작하기전에 지회집행부가 상경농성을 반대하는 입장이라 두달가까이 내부적인 논쟁이 있었고, 서울상경투쟁 시작한 후에는 시간이 없어서 한번도 확간회의를 비롯한 지회 일정에 참석하지 못하던 참이라 반가웠다. 그동안 지회의 사업, 조합원들의 간담회나 체육대회, 야유회등의 행사에 참석해오지 못해오던 터이고 내심 한번쯤은 여가부앞 농성장앞에서도 지회 조합원들과 하는 행사를 기획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언니 해고1년에 맞추어 서로 격려하고 마음을 나누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비록 농성장에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해고자 동지들과 소통할수 있는 기회가 생긴것이니 반가웠다.

 

문서로 정리해서 보고를 하지 못하고 구두로 보고를 했다. 분위기가 이상하다. 서로 미루며 “니가 얘기하기로 했잖아. 말해.” 떠밀더니 한동지가 말한다.

“여가부앞 농성장에 가봐도 왜 피해자가 하다못해 점심시간에 1인시위도 하지 않냐. 가봤자 하는 일도 없고, 그냥 놀다가 온다. 왜 대리인은 조합원들이 있을때 자리를 비우냐.” 를 시작으로 해서 애초에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조합 임단투 마무리되는 시기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해본다고 했는데 언제까지 할거냐, 아산으로 내려왔으면 좋겠다, 유부남들은 2박3일 상경하고 그런거 어렵다, 하루 당일치기로 일정을 잡지 않으면 가기 어렵다, 때려죽여도 안간다는 조합원이 있다, 중간평가하고 더 할거면 보고를 하고 계획을 말해야지 소통이 부족하다, 사내하청지회가 부끄럽다고 말했냐, 등등 우리 두사람을 성토하는 분위기다.

집행부는 어차피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마무리되야 그 다음에나 성희롱 문제가 해결되지 그전에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며 애초에 이경훈 집행부에 뭘기대하고 임단투까지 한다는게, 말을 흐린다. 그리고 언제까지 서울에서 농성을 할건지 입장을 밝히라고 한다.

 

굳이 서울에서 백일 넘게 상경농성 하고 있는 사람을 불러 다 까놓고 애기하자며 이런 말을 우리에게 하는 이유가 뭘까.

 

해고된 조합원동지들이 서울상경농성에 결합하기 싫어할수 있다. 2월경에 다들 해고되었으니 이제 경제적인 어려움도 생기고, 현장을 조직해야 하는데 현장은 출입도 못할뿐 아니라 소통에는 한계가 있으니 답답할 터이고, 날마다 하던 아침 출투도 월, 수, 금요일만 하는 것으로 바뀌고, 당연히 사람마다 집중과 몰입에 편차가 있으니 앞선동 지들은 자기만 손해보는 느낌도 들고, 그런데 이 투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정규직이 되기 위해 어떤 투쟁을 할것 인지가 막연하고, 현대자동차는 여전히 법도 무시하며 기세등등하고, 그러니 기운이 빠지고, 그러니 서울상경농성 뿐 아니라 다른 모든 투쟁들이 힘에 겨울수 있다.

 

그런데 도대체 이런 간담회를 하는 이유는 뭘까. 이런방식으로 서울 청계광장 길바닥에서 100일넘게 농성한 여성 둘을 불러서 까놓고 소통한답시고 물고 뜯고 상처내는 것이 우리 조직이 강해지는 방식일까. 너무너무 화가 났다. 감정을 누른다고 누르지만 너무너무 화가났다. 최대한 객관적인 상태에서 서로 감정상하게 하는 말을 빼고 우리 투쟁의 계획을 얘기하자,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지회의 전체 투쟁속에 성희롱 피해자의 투쟁을 어떻게 배치하고 계획할것인지 좋은 의견이 있으면 말하고 논의하자고 말하면서 참담하였다.

 

10분쉬고 언니가 자신도 말하고 싶다고 발언을 신청했다.

“조합원들이 왔을때 수정이가 금속노조로 가서 일을 하는 이유는 우리 농성장이 전기가 안들어오고 컴퓨터로 작업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수정이가 혼자 법률대응도 하고 언론대응도 하고 일을 다하니까 농성장에 사람이 있을때 노조로 가는거고, 그것에 대해서는 지원오는 조합원들에게 다 말했었는데, 그래서 다 이해하고 내려갔다고 생각했는데 왜 지금 다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고, 내가 여가부앞에서 1인시위를 안하는 이유는, 남성동지들이라 잘 모르는 모양인데, 내가 길바닥에 그렇게 앉아 있으면 벌써 100일이 넘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내가 누군줄 다 아는데 그런데도 거기 앉아 있는것은 나로서는 이미 큰 결의를 하고 싸우고 있는것이고, 이런것도 조합원들이 다 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100일이 넘게 왔고 그동안 조합원들이 농성을 지원해줘서 고맙다. 서울에서 많은 동지들이 연대오시지만, 아무리 많은 사람이 와도 나는 우리 조합원 한사람이 더 반갑고 좋다. 우리 조합원들이 모두 훌륭하고 정말 좋다. 그동안 도와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시길 바란다.”

 

언니의 말이 슬펐다.

 

간담회가 끝난후 마침 앞 사무실에 있던 방효훈동지를 만나 함께 점심을 먹었다. 낮부터 언니는 맥주를 나는 소주를 먹었다. 언니는 바로 서울 농성장으로 가고 나는 언론사들이 원하는 자료가 아산에 있어 자료준비해야 해서 남았다. 언니를 보내고 피곤하고 기운이 없어 집으로 가서 잤는데, 잠깐 잔다고 누웠는데 일어나기 싫었다. 다음날 아침까지 누워버렸다.

 

정세판단이 다르고 주체역량에 대한 판단도 다르고 그러니 전술에 대한 생각이 다를수 있다. 정치적인 판단도 다를수 있다. 그러나 왜 이런 간담회를 했을까. 마치 인민재판 하듯이 해고자동지들은 우리를 앉혀놓고 왜 그런 말들을 했을까. 그렇게 해서 우리조직이 강해진다고 판단하는 걸까. 왜 그랬을까.

 

낮과 밤을 가위에 눌렸다.

 

 

9월 20일 화요일 농성 111일

 

1.

오전에 자료를 챙겨서 한시반쯤 농성장에 도착했다. 어제 오전 간담회 후 오후에 확대간부 회의에서 서울 여가부앞 농성지원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어서 당장 오늘부터 조합원들이 올라오지 않는다고 결과를 들었다고 언니가 전해준다. 그렇구나.

 

서울에서 연대하시는 동지들이 돌아가며 농성 함께 해달라고 요청해야 겠구나.

 

2.

오후 세시 지원대책위 회의에서는 10월 14일 주점에 대한 계획을 비롯해 여러 가지 논의가 되었다. 신임여가부 장관의 입장도 물어야하고 산재신청 한것에 대한 대응도 논의되었다. 근로복지공단 조사관이 오히려 가해자의 시각으로 4시간 30분동안 언니를 조사하며 오히려 2차가해 한것에 대한 대응도 해야 한다.

 

금요일 오전에는 민사재판이 있다. 가해자들이 요청한 증인심문이있는 날이다. 특히 민사대응은 감정노동이다. 가해자들의 앞뒤안맞는 거짓말이 뻔한데 그것을 검증하는 작업은 어렵다. 처음에는 예전에 야유회 갔을때 술먹고 다른 아줌마에게 뽀뽀도 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문자메시지 보낸것이 뭐가 성희롱이냐고 했던 것들이 국가인권위를 거치고 재판을 준비하며 점점 더 진화해서 지금은 100페이지가 넘는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 일일이 사실관계 확인하는 것은 했지만, 이제 가해자쪽 증인으로 나오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것인지 준비해야 한다.

 

뭐랄까, 그냥 거짓말을 하는것과 재판장에 나와 판사앞에서 거짓증언을 하는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사건의 승패를 떠나서, 내가 가해자들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마음 손톱만큼도 없지만, 그래도, 이것은 양심과 영혼의 문제가 아닌가. 한 여성을 헐뜯기 위해 바닥까지 훤히 비추는 거짓증언을 하고서 남은 삶이 그들은 행복할 것인가. 인간의 삶이 그래서는 안되지 않는가.

영혼이 천박한 자들을 재판으로 상대하는 것은 매우 피곤한 감정노동이다.

 

 

9월 21일 수요일 농성 112일

 

1.

혁명기도원 기도회가 있는날. 7월 20일 시작했으니 9회째 수요일마다 빠짐없이 진행하고 있다. 원장 여정훈동지가 투쟁사업장에 연대하는 기독교단체들이 공동주최로 이주후에 명동에서 공동예배를 드리게 되었다고, 빠르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후원금도 들어왔다고 신이 났다. 며칠전 잡년행동과는 다른 에너지가 혁명기도원 원장에게도 있다. 밝고 긍정적이고 따듯한 에너지다. 오호, 잡년행동은 어둡고 비관적이고 차가운 에너지라는 말 아님^^

잡년행동은 폭발하는 뜨거운 에너지가 엉뚱한 순간에 수줍어해서 더욱 예쁘지. 세상과 싸우느라 온몸의 기운을 모아 표현하다보면 어느 긴장이 풀어지는 찰나에 숨찬 나를 느끼기도 하거든. 우리가 큰칼 옆에찬 장군은 아니쟎아. ^^

 

오늘 기도회는 박승희 여성위원장님도 함께 하셨다. 마태오 복음을 읽고 있다.

오늘의 장면은 예수가 전파하는 유명한 복음의 내용중 하나다. “악한 사람에게 맞서지 말아라. 누가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쪽 뺨마쳐 돌려 대어라.” 그리고 “너희의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신학의 복음중에 절대로 용납할수 없는 말씀이다. 나는 뭐, 신이될 생각은 없으니까. 죽은자 가운데 살아날 것을 운명으로 태어난 신의 아들과 내가 같을 수는 없쟎아.

기도회에서 함께 읽은 성경구절에 대해 좀처럼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여정훈동지가 오늘은 이 구절이 어떻게 저항하는 자의 철학으로 읽어야하는지 한참을 말했다. 그럴듯했다. 그렇지만 어렵쟎아. 구구절절이 설명해야 한다는건, 딱보니 힘없는 자들은 그냥 당하고 참고 살라는 말인걸. 그냥 “부자가 천국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것 만큼 어렵다.” 요 복음만 있으면 좋았을걸. 그랬으면 로마 지배자들에게 선택되는 종교가 되지는 않았을라. 계속 때리고 밟으며 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소망교회 다니는 이유가 있다니까.

 

 

9월 22일 목요일 농성 113일

 

1.

아침부터 변호사와 앉아 가해자들의 증인심문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씨름을 했다. 가해자들이 조장의 아내와 동료, 그리고 관리자 총무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주심문할 내용을 미리 보내왔다. 주심문하는 내용이 모두 언니에 대한 2차가해다. 언니를 헐뜯고 물고 뜯는 내용이다. 질문을 봐도 이미 그 의도를 알겠다.

 

예를들면 이런질문 “원고 000(언니)가 김철수와 불륜관계인걸 언제알았나요?” 이런 식이다. 단지 직장동료였고 친하지도 않았던 사람과 ‘불륜관계’라는 표현을 하며 묻는다. 그런데 불륜관계라고 하는 근거가 가해자 조장의 아버님 칠순잔치에 16명쯤의 직장동료가 왔는데 그 자리에 두사람이 모두 왔다는 거다. 완전 어이없다. 이런 질문을 계속 한다. 티비에서 봤으면 코메디라고 했겠다. 대한민국 법이야 원래 코메디지만, 이런 질문들을 변호사가 하고 나면 우리가 반박하는 질문을 해야 하는데, 본 사건과 관련없는 질문들이 너무 많으니 대응준비하는것도 어렵다. 물론 사건과 상관없이 피해자를 한번더 힘들게 하는 악의적인 질문들은 빼야한다고 주장은 하겠지만, 판사가 판단하는것이니 안받아들여질 때를 준비해야 한다.

 

나의 느낌은 이번 사건이 이미 국가인권위의 직장내 성희롱 판단이 있는데다가, 가해자들의 가해행위에 대한 팩트가 정확하니까, 그것에 대한 대응은 해봤자 안되니, 언니가 원래 헤픈여자고 트러블 메이커였다는 것으로 몰고가고 있다.

 

도대체 가해자쪽의 변호사는 여자라는데 돈을 얼마나 받았길래 딱봐도 상식적으로 알 수 있고 국가인권위에서 이미 직장내 성희롱이라고 판단한 사건의 변호를 맡아서 거짓을 편집하며 피해자를 한번더 괴롭히는 일에 앞장을 서는가. 그런 일에 써먹는 것도 ‘지식’인가. 이런짓할려고 법대들어가서 고시공부하고 고시패스했다고 어깨에 힘주며 사법연수원으로 들어갔는가. 최소한의 정의에 대한 신념은 있어줘야 하는거쟎아. 영혼을 팔아 얼마를 받을까.

 

다음 아고라 청원했다는 것을 근거로 가해자들이 언니에게 ‘명예훼손’을 추가기켰다는 소장이 또 왔다.

 

2.

지회집행부에서 언니와 나를 만나러 왔다. 성희롱 문제에 대한 해결은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마무리된 다음에야 정리될 것이고, 현대자동차는 해결의지가 없고, 그런데 농성을 통해 여론화시킨 성과는 있으니 목표를 정확히해서 농성을 좀더하고 아산으로 내려오는것이 어떠냐는 의견이다. 조합원들이 이 농성투쟁에 대한 동감하는 마음이 떨어져있다고 그러니 복직될때까지 무한정 농성한다하면 조합원들이 더욱 동감하기 어려울거라고 한다. 더불어 다음주부터 한명씩 검찰청 1인시위를 하는데 1인시위후에 농성장지원 올수있도록 논의해본다고 한다.

 

언니는 복직하기 전에는 내려갈수 없다고 하고, 나는 엊그제 간담회에서 때려죽여도 못올라온다고 했던 말을 들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것도 없는데 이 상태에서 조합원들에게 강제로 농성결합을 요구하는것이 맞는지 판단해봐야 한다고 했다. 말그대로 때려죽일것도 아니고, 한두번 간담회 더 한다고 될 것도 아니고 가능한 확간회의에 내가 참석하고 소통을 서로 하고 그다음에 농성지원이든 뭐든 판단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당장 조합원들을 조직하자고 복직될때까지 투쟁한다는 언니의 결의를 11월말이든 12월초든 그때가 언제든 시기를 정하고 그때까지 한다고 조합원들에게 거짓말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언니말처럼 그때가 되었는데도 복직이 안되면 또 내려오라고 할텐대.

 

결국 다음주에 조합원들이 농성에 결합할지 안할지는 모르는 일이고, 결합이 안될때를 대비해서 서울에서 지원대책위동지들 연대동지들에게 돌아가며 농성장을 지켜달라고 조직은 해야할것 같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