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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1/08/26
    [농성장일기] 8월 21일, 8월 22일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2. 2011/08/21
    [농성장 일기] 8월 18일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3. 2011/08/18
    [농성장일기] 8월 16일~8월 17일 생계비와 소송비가 삶을 압박하는 현실. 여성가족부 건물 직원의 욕설에 사과를 받아낸 날.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4. 2011/08/18
    [농성장일기] 8월 12일~8월 15일 일기. 길바닥으로 내몰리고 불나방이 되어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삶은 언제쯤 올까.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5. 2011/08/12
    [농성장 일기] 8월 10일, 11일 농성장 일기 -농성 70일차(2)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농성장일기] 8월 21일, 8월 22일

이 글은 피해자와 함께 여성가족부 앞에서 농성을 하고 계시는 권수정 피해자대리인께서 작성하였습니다.

 

8월 21일 일요일 농성 81일

 

1.

마리 농성장에서 점심때 콩국수를 해먹었다며 동지들이 국수와 콩국과 김치와 그릇들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배달을 왔다. 점심먹고 앉아만 있었더니 아직 소화되지도 않았는데 돈 주고도 사먹지 못할 제대로 만들어진 콩국수를 더운날 부러 들고오신 동지들 마음이 아까워 배두들기며 다 먹었다. 다먹고 나니 움직이는 것도 불편하여 청계광장, 다리밑까지 산책을 했다.

 

근처에 아는사람 돌집이 있었다며 충남전선 김태석동지가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와서 놀다갔다. 위니아 사업장에서 정리해고된 동지의 아이들이 그늘없이 노는것을 보니 더욱 배부르네. 어려운 상황에서도 홀로 싸우며 우리 농성장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김태석동지, 아이들도 아빠가 고맙고 자랑스러울 거예요. 모처럼 햇살 좋은 청계천 개울에 뛰노는 동지와 아이들이 부시다.

 

2.

계획이 없다가 오후에 공동투쟁단 동지들이 우리 농성장으로 와서 7시부터 ‘전국 목회자 정의평화 협의회’ 주관의 기도회를 했다. 준비하는데 잠깐 비가 스쳐 걱정했는데 다행히 비가 오지는 않았다. 박승렬목사님이 진행하고 박덕심 목사님이 ‘정의사회로 가는 길목’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해주셨다. 출애굽기 3장을 읽었는데 주께서 ‘내가 그들의 고통을 안다’고 했다는 말이 마음에 꽂힌다. 정말요?

 

프로그램에는 예배를 진행하는 순서가 다 있는데 찬송가를 포함 여러 가지 순서를 생략하고 약식으로 진행했다. 주최하시는 동지들이 판단하기에 시간이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러지 말지.

 

기도회후에 잠깐 무키무키 만만수의 공연시간인데, 역시 시간이 없어 그런가. 맛뵈기처럼 쬐금만 하고 갔다. 무키무키와 만만수의 노래는 중독성이 강하다. 언제한번 다시 폭발하는 공연을 보고싶다.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넘넘 반가왔어요. 또오세요! ^^

 

스크린을 설치하고 KBS스페셜로 제작된 쌍차 치유의 기록을 보았다. 10년 20년을 다닌 직장에서 어느날 갑자기 내쭟겨야 하고, 그것에 동의할수 없어서 공장안에서 용역깡패와 경찰의 폭력에 맞선 투쟁을 77일을 하고도 정리해고된 사람들, 그 결과 구속된 사람들, 그결과 다른 직장에 취업할수 없고, 무급휴직이라고 해고된 것도 아니고 고용된것도 아닌 좀비가 된 사람들, 부모와 함께 폭력에 노출되었던 아이들이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모두 공장으로 돌아가 아침에 출근하고 최근후 가족들과 저녁밥상에 둘러앉아 김치찌개, 된장찌개를 먹는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8월 22일 월요일 농성 82일

 

1.

지난밤을 함께 농성해주신 사노위 동지는 일찍 가고 지회 조합원들이 올때까지 조용한 농성장을 혼자 지킨다.

도무지 납득할수 없고, 이해할수 없더니, 왜 하필 내가 두번씩이나 금속노조 조직내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되어 나에게 덤벼드는 천박한 2차가해를 감당해야 하는걸까. 억울하더니.

언니의 대리인이 되려고 그랬구나. 나는 피해자의 마음을 잘아니까. 나를 바라보던 가해자를 지지하는 자들의 몸짓과 태도와 눈빛, 너는 성폭을 당한것이 아니라며 그들이 나에게 쏟아내던 분노, 마치 순교자 같던 가해자의 태도, 그 모든 것을 나는 잘 아니까 이 싸움 잘하라고 내가 그런 경험을 했구나.

 

나를 짓밟아 통째로 뒤흔들던 아픔, 자존심이 상해 말할수 없고, 부끄러워 말하기 싫던 그 아픔, 세상에 홀로 버려진것 같던 막막함.

 

그게 무슨 성폭이냐고 되묻던 말, 니가 정파적인 이해관계로 멀쩡한 사람을 성폭력 가해자로 몰고간다는 말, 2차가해가 뭔지 나는 모르는데 모르는 것도 잘못이냐고 나를 보던 눈빛, 남성동지듩은 잘 모르니 친절하게 설명해줘야 한다는 말, 낮은 목소리로 예기하라던 말, 너의 입장은 뭐냐는 끊임없는 질문, 언제까지 할거냐는 말, 우리 조직의 한계가 있다는 말, 그래도 많이 좋아진것라고 하던 말, 어떻게 도와줘야 하냐고 되풀이 해서 물어오던 말, 왜 겨우 그정도에 아파하냐는 말, 그래도 너는 잘 할수 있을거라고 하던 말, 어쩌면 그 모든 것이 쩌렁쩌렁 울리는 고통이 되던지.

 

때로는 단한명의 여성노동자의 고통이라고 마땅히 존중되어 세상을 흔들어야 하다는 것을, 언니가 이 농성장에서 겨울을 나게 할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는 아침,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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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일기] 8월 18일

8월 18일 목요일 농성 78일차

 

1.

새벽부터 케이비에스 보도국 기획특집을 촬영한다고 오셨다. 전체 기획은 대기업의 기업윤리,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한다. 많은 이윤을 내면 장땡인 문제가 아니라 상품을 생산하는현장에서의 상식과 인권문제, 많은 이윤을 내기 때문에 마땅히 지켜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유독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은 오만하여 모르쇠로 일관하는것에 대한 비판 기획이란다.

우리 농성장의 시작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붙어서 찍었다. 잠깐 쉬는 시간에 들어보니 세상에, 카메라는 어찌나 무겁던지, 그 무거운 카메라 번쩍들고 하루종일 의도하신 대로 좋은 영상 만들려고 노력하신 기자분들과 기자님들 감사합니다.

 

2.

날마다 남대문경찰서에서 집회신고를 내는 것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데 카메라를 들고 기자가 따라오니 아침마다 남대문 경찰서에와서 회사쪽 방어집회를 내는 사람들중에 한사람이 카메라기자에게 찍지말라고 시비를 건다. 기자가 “선생님을 찍는것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분을 찍는것입니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해도 반말로 소리소리 지르며 행패를 부리는 것을 보며 저사람이 집회신고 낸사람이 아니라 경찰인가 뭔가, 어처구니 없어 보고 있는데, 집회신고 내러온 재능지부 동지가 나선다.

“아니 아저씨, 아저씨 안찍는 다쟎아요. 그리고 그냥 물어보면 되지 왜 반말하면서 소리는 지르고 그래요.” 말을 해도 기자에게 찍지말라고 소리지르며 행패를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기자는 빠지고 재능동지와 내가 나서서 본격적인 싸움이 되고 말았다.

“아저씨 그러지 마시라구요. 아니 그렇게 티비 카메라가 무서우면 회사쪽 방어집회나 내러다니는 일하며 먹고살지 말든지. 부끄러우면서 왜 그런일은 해요.”

실랑이하니 경찰이 와서 그 사람을 대리고 나가며 수습한다.

 

아니 왜 저렇게 예민하게 난리일까, 어처구니 없어 돌아오며 곰곰생각해 보니 최근에 유성기업, 재능교육에 개입했던 노조파괴 전문 컨설턴트 씨제이 씨큐리티가 언론화되고 지탄의 여론의 높아 아무래도 다른 노조파괴 컨설트와 거기에 고용된 용역깡패들도 카메라에 대한 피해의식이 생긴 듯 하다. 하! 스스로 깡패고 양아치라고 말하며 덤비드는 꼴을 가관이 아니더라. 부끄러운줄을 모르고 살아 밥먹는 입만 있고 생각하는 영혼이 없으니, 세상 살기는 편켔다.

 

3.

바쁜날이다. 12시부터 현대자동차 영업소 앞에서 전국동시발 1인시위를 하는 날인데, 날을 잘잡아 온동네 사람들이 한진중공업 청문회 보느라 정신들이 없네. 전국적으로 총화는 내일이나 되겠지만 그와중에서 함께 해주신 동지들 고마워요.

 

4.

지원대책위 회의에서 언니 생계지원에 대한 논의를 했다. 신분보장기금이 안나오는 시점이 되어도 언니가 복직되지 않으면 어차피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니 그것에 대한 논의는 다음회의에서 농성 100일을 기점으로 한 시기의 투쟁계획과 연동하여 논의하도록 하고,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하니까 그 규모를 파악하여 농성장운영비에서 먼저 지급하며 신분보장기금을 받으면 상환받는 것으로 결정했다.

 

5.

8월의 복직 크리스마스,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함께 해 주셨다. 언니의 표정도 밝아, 마음따듯하고 흐뭇하였다. 좋은 기획하신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나영동지, 함께 준비하신 지원대책위 동지들,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하는 물품 빌려주신 향린교회, 톡톡튀는 문구로 1인시위 하신 손피켓 만들어와 붙여주신 여성민우회, 케익과 치킨 준비해오신 진보신당 동지들 감사합니다. 노래공연을 해주신 4층총각동지들 3번째 곡 기대할께요. 시를 낭송해주신 사내하청지회 김성대 조합원동지와 함께 참석하여 카드를 만들어 예쁘게 꾸미고 마음을 나눠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아직 여가부앞에 피해자가 살고 있습니다. 추운겨울을 여기서 나지 않도록 우리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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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일기] 8월 16일~8월 17일 생계비와 소송비가 삶을 압박하는 현실. 여성가족부 건물 직원의 욕설에 사과를 받아낸 날.

농성장 일기

 

** 이 글은 함께 농성을 하고 계신 대리인 분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 **

 

8월 16일 화요일 농성 75일차

 

1.

금속노조의 신분보장기금이 고갈되어 언니가 몇 달째 신분보장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줄 알고만 있었는데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았다고 차량을 압수하는 절차를 밟는다는 통보가 오고 심야전기료를 내지 못해 더운물이 안나오고 그동안 내오던 보험료들은 물론이고 생계를 위한 물세며 전화료며 모두 못내고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많은 동지들이 모금을 해주셔서 농성장 운영에 별 어려움이 없어 한시름 놓았다 했는데, 투쟁을 하려해도 기본 생계는 여전히 지켜져야 하는데, 내가 미쳐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목요일에 지원대책위 회의가 있는데 아무래도 논의를 좀 해봐야 할것 같다. 미리 알고 어떻게든 방안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언니에게 미안하다.

 

2.

진보신당 여성위원동지들이 저녁에 오셔서 간담회를 하며 한참을 깔깔깔 수다 떨고 가셨다. 언제봐도 즐겁고 반가운 동지들. 8월의 크리스마스때는 케익을 준비해 오시겠다하고, 계란도 삶아볼까 수다를 떨었다. 고마워요.

 

8월 17일 수요일 농성 77일차

 

1.

아침부터 시끄러워 일어나보니 여가부 관리사무소 사람들이 나와서 건물 출입문을 향한 씨씨티비를 우리가 잘보이는 곳으로 향하도록 설치하느라 바쁘다. 감정이 상했는데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언니에게 ‘쌍년’이라고 욕을 했던 관리사무소 직원이 눈에 띄어 로비로 들어가 사과를 요구했다. 처음에는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그런적없다고 소리를 지른다. 다시 한 번 사과를 요구했더니 이 나쁜 것이 도망을 가버리네.

로비에 주저앉았다.

그래, 비정규직이고 여성이라 힘이 없어서 성희롱 당하고도 해고되어 길바닥에 앉아 있는 것도 서러운데 뭐, 건물관리하는 직원, 환경미화, 청소하는 일을 하는 직원이 피해자에게 쌍년이라고. 이것들아 니들이 사람이 아니구나. 개새끼들이구나. 나와서 당장 사과해라.

여성가족부 장관이 시키든. 피해자에게 그따위 욕하라고 지침을 내리든. 아니 여가부 장관이라면 니네가 쌍년 소리했겠어.

소리소리 지르며 시간이 흐른다. 출근하는 직원들이 피해서 간다. 경찰 10여명이 몰려온다.

개새끼 빨리 와서 사과하라고 소리소리 지르며 시간이 흐른다. 파출소 소장이라는 사람이 와서 입건한다고 말한다. 나가 달라고 말한다. 맘대로 하라고 한다. 니네가 경찰이면 욕한새끼 잡아가라. 더러운 세상 살고 싶지도 않고, 성희롱 당한것도 억울한데 여성가족부가 할수 있는것은 없다면서 건물직원이 쌍욕하게 만들어. 여가부 장관 니가 쌍년이라고 욕먹어도 참겠냐. 다 똑같은 것들. 더러운 것들.

소리소리 지른다. 욕했던 놈이 불려온다. 자기는 그런 적 없다 한다. 뭐라고, 그럼 내가 미친 년이냐. 내가 미쳐서 니가 욕한적 없는데 욕했다고 우기면서 지금 이 바닥에 앉아서 이 지랄을 하냐. 개새끼 사과하기 싫으면 가라. 니까짓거 사과 안받는다. 여가부 장관 나와라. 니가 쌍년소리 들어봐라. 소리소리 지른다. 욕한직원이 사과랍시고 ‘오해가 있는것 같은데, 나도 청소하는 하청이고...’ 아니 뭐라고, 야 이 새끼야. 그걸 사과하고 하냐. 오해라고. 니가 욕하고 그소리듣고 사과하라고 하는데 뭐가 오해야. 너는 그 나이 처먹어서 아직 사과하는 법도 모르냐. “쌍년이라고 말해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라고. 아이고, 내참, 사과하기 싫으면 그냥 가라. 꼴도 보기 싫다. 이번에는 조그만 소리로 사과한다. “쌍년이라고 말해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래서 이제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벌어지면 그때는 어떻게 할래. “절대 그런일 없습니다.” 그래, 이 나쁜 새끼야. 다시는 그러지 마라. 힘없어서 성희롱 당하고 해고된것도 억울한 여성한테 니가 사람이면 그러는게 아니다. 말하고 나왔다.

마지막으로 그놈에게, 너만 보면 쌍년소리 생각나 불쾌하니까 내눈에 띄지마라. 이근처에 얼씬도 마라. 못박고 나왔다.

 

설핏 시원하긴 한데, 성에 안찬다. 그놈은 처벌하고 여가부 장관에게 사과를 받았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 시원치 한다. 언니는 그만하면 됐다고 한다. 그래뭐, 두고 보자.

 

2.

건물주인이 20일날 이번 비에 침수된 지하 배수 공사를 한다고 천막을 이동시켜 줄것을 요구하는 공문이 오고, 경찰서에서는 중언부언 방송차를 인도에 주차하지말고 차도에 주차하지도 말라는 공문이 왔다. 꼴값들을 한다.

 

3.

‘작은꽃 아픔으로 피다’ 걸개그림과 같은 도안으로 티셔츠를 제작한다. 1천벌을 만들어서 수익을 내면 언니 소송비용으로 쓸 생각이다. 소송비용은 민형사 합해서 560만원인데 농성장운영 후원금에서 50만원을 계약금으로 지불하였으니, 520만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언니 생계비로 지원할 만큼 많이 팔렸으면 좋겠는데, 도안이 예쁘니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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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일기] 8월 12일~8월 15일 일기. 길바닥으로 내몰리고 불나방이 되어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삶은 언제쯤 올까.

농성장 일지

 

** 이 글은 함께 농성을 하고 계신 대리인 분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 **

 

8월 12일 금요일 농성 71일차

 

1.

지난 7월 21일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지원대책위동지들이 금속노조 현차지부 정규직 노동조합 동지들과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 결과 현차지부에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복직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 보기로 하고 정규직 동지들이 아산공장장과 형진기업 사장을 만나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어제 아산공장으로 가서 정규직 동지들이 만난다고 했는데 그 결과가 궁금하여 물어보니 현대차 사측은 입장의 변화가 없다고 하네.

입장의 변화가 없다는 말은 현대자동차랑 아무 상관이 없다는 말이지.

 

2.

국민참여당 서울시당 여성위원들과 서울시당 위원장님이 점심도시락을 싸서 밥심연대를 하고 가셨다. 아침부터 쉼없이 비가와서 밥을 어디서 먹어야 하나 걱정했는데 딱 밥먹는 시간에 잠시 비가 멈춰주었다. 지난 50일 촛불문화제에 참석하셨던 참여당 분들이 이번에는 밥심연대를 했고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들 말씀하신다.

비정규직 하청 여성노동자가 성희롱을 당했는데 원청인 현대자동차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맞다. 노무현 정부 때 통과된 비정규보호법은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근로자 파견법, 기간제법을 더욱 강화시키는 법이었다. 참여당 분들이 정책적 대안을 말하니 더욱 반갑다.

또 오세요. 손수 만들어 오신 쨈도 감사합니다.

 

3.

진보신당 김홍춘동지가 전에는 예쁜 시를 주시고 대리인 없는 동안 농성장을 지켜주셨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번에는 김치부침개를 손수 부쳐서 매실주와 함께 가지고 오셨다. 밤 늦도록 매실주를 먹는다.

 

8월 13일 토요일 농성 72일차

 

1.

어제 현차지부 정규직 노조가 회사를 만난 결과가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말을 듣고,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뻗쳐서 스마트폰을 질러버렸다.

남들 다 스마트폰 하면서 디지털 시대를 살 때, 스마트폰 사면 노동강도가 늘 뿐이고 나는 아날로그로도 잘 산다고 버텼는데, 몽구가 별걸 다 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하루종일 연습하고 있다. 어렵다. 눈이 빠질것 같어. 일단 트윗을 시작하고, 요즘은 또 페이스북이 대세라는데, 일단 트윗부터 하고, 연습하고 있다.

 

이화여대 나위 동지가 스마트폰 선생님이 되어 가르쳐 주셨고, 사노위 임용현 동지가 주말농성을 함께 하며 기계치에 어리버리한 권수정에게 트윗하는 법 가르쳐주며 고생했다. 고마워요.

 

8월 14일 일요일 농성 73일차

 

1.

언니는 주말이라 집으로 다니러 가시고, 혼자 농성장에 앉아 김홍춘 동지가 주시고간 강풀의 만화 ‘바보’를 읽었다. 여가부앞 농성장에 앉아 울었네. 고미숙동지가 빌려주신 도토리의 집을 읽었던 주말에도 혼자 앉아 울었는데, 강풀은 순정만화를 참 잘 쓰고 그린다.

해가 좀 날때도 되었는데, 계속 비가 온다. 잠시라도 해가 나면 냉큼 침낭과 젖은 깔판과 천막을 말리려고 벼르고 있는데, 계속 비온다.

 

8월 15일 월요일 농성 74일차

 

1.

광복절이다. 아침 10시부터 우리 농성장앞 청계광장에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집회가 있었다. 계속해서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경찰의 방해로 장소가 바뀌어 12시에는 모두 대한문앞으로 이동을 했다. 농성장을 지켜줄 사람이 없어 따라가지는 못하고 집회때 선전물만 나누어줬다.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하면 우리집에 손님이 오신 것처럼 기분이 좋다.

 

2.

4차 희망버스를 준비하는 송경동 동지가 써달라고 한 원고를 내일까지 보내야 한다. 오후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 씨름을 했는데도 마땅치 않다. ‘내려오지 마시라’고 썼다가 울면서 지웠다.

평소 이런저런 청탁을 받아 원고를 쓰기도 하는데 이렇게 어려운 글을 쓰기는 처음이다.

우리는 언제쯤 스스로를 용서하게 될까. 우리는 언제쯤 길바닥으로 내몰리지 않으며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우리는 언제쯤 땅위에 설자리가 엎어 비탈진 크레인 위로 불나방이 되어 올라가는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 걸까. 몇 번을 고쳐도 부족하여, 마무리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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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일기] 8월 10일, 11일 농성장 일기 -농성 70일차

농성장 일지

 

** 이 글은 함께 농성을 하고 계신 대리인 분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 **

 

8월 10일 수요일 농성 70일차

 

1.

아빠가 대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하시는 바람에 열흘정도 농성장을 비웠다가 복귀했다. 처음 농성을 시작할 때 농성장을 이렇게 오래 비우는 경우의 수는 예상하지 못했다. 사람의 일이란 앞일을 알수 없을뿐더러, 피해가지 못하는 일이 있기도 하다. 마흔이 되도록 아직도 부모님에게 얹혀 살며, 해고된지 9년, 집에 돈한푼 가져다주지 못하는데 이렇게 아프실 때라도 옆에 있어드릴수 있도록 농성장을 언니와 함께 지켜주신 많은 동지들, 감사합니다.

너무 오래 농성장을 비워 언니가 기운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더 씩씩하고 밝아지신 언니를 보니 동지들이 더욱 고맙답니다.

 

2.

농성장에 12시쯤 도착해보니, 오늘이 수요일이다. 박승희 여성위원장님과 전국실업단체연대 최현미동지를 비롯한 동지들이 도시락을 싸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간만에 동지들과 맛나게 먹으며 밥심연대를 나눈다.

 

당진 케이티 세라믹지회 지회장님과 정진희 동지가 방문 하셨다. 지회 체불임금 문제로 민주노총 법률원에 왔다가 내려가는 길에 들렀다.

“아산에나 있어야 자주 왔다갔다하지, 농성을 서울에서 시작한 다음에는 마음만 있고 한번 오기가 쉽지 않으니 불안하고 미안하고.”

그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며 오래간만에 지여공지들 얘기를 했다. 자기 사업장도 법정관리들어가서 어려운것 뻔히 아는데 “언니랑 맛난거 사먹어라.” 봉투를 주고 간다.

 

언니가고 조금후 바톤 터치하듯이 서부지부 사무장동지와 구재보, 조지영동지가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조지영동지는 뭐 필요한거 없냐고 묻는다. 농성장에 필요한게 뭐있나. 방문해주시는 동지들이 고맙지. 필요한거 없다하니 등떠밀듯 제촉하며 밥먹자고 한다. 서산에서 발레오 촛불문화제 참석하러 오면서 부러 일찍와서 우리 저녁 사주고 가려고 서두른다.

이 모든 연대의 마음을 어떻게 갚아야 할까.

 

3.

수요일은 혁명기도원 동지들이 오셔서 기도회를 한다. 공교롭게도 수요일마다 일이있어 참석못하다 오래간만에 함께 촛불켜고 기도회를 했다. 내가 좋아하는 찬송가 ‘뜻없이 무릎꿇는’을 함께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마가복음을 읽고 묵상했다.

한사람이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예수에게 물으니 네가 가진것을 모두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주라고 예수가 답한다. 제자들이 그는 부자인데 어떻게 그럴수 있냐고 다시 질문하니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것보다 어렵다고 예수가 답한다. 제자들이 우리는 이미 가진것을 모두 주었다고 말하며 예수를 본다.

 

청년예수가 부자들은 천국갈수 없다는 선언을 한 유명한 일화의 대목이다.

영원한 생명을 얻는것과 내가 가진것을 모두 가난한 자들에게 주어야 하는것은 어떤 연관이 있는걸까. ^^ 영원한 생명이란 무엇이길래 내가 가진것을 모두에게 주어야 얻을수 있는 걸까. 알쏭달쏭한대, 그 눈빛은 알것같다. 우리는 이미 가진것을 모두 주었다고 말하며 예수를 보는 제자들의 눈빛. 하니 우리는 이미 영원한 생명을 얻은것입니까. 비록 지금 우리가 누추하여도 이미 진리에 다다른 것이 맞습니까, 그런데 왜 여전히 우리는 고통스럽고 세상은 야만적입니까. 그렇게 묻고 싶지 않았을까.

 

찬송가의 가사 ‘약한자 힘 주시고 강한자 바르게, 추한자 정케함이 주님의 뜻이라. 해 아래 압박 있는 곳 주 거기 계셔서 그 팔로 막아 주시어 정의가 사나니’ 처럼, 성희롱당하고 해고된 피해자가 몸을 일으켜 싸우고 있는 우리 농성장에 예수가 함께해서 정의가 산다면 우리의 작은 농성장을 함께하는 동지들의 마음이 신의 뜻이고 영원한 생명이기를. 영원한 생명의 축복이란 소외되고 천대받고 가난한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함께하며 동지들과 나누는 마음이고 실천이라고.

 

농성장에 복귀한 날, 언니의 밝은 얼굴과 동지들의 마음이 풍요롭다.

뒤풀이 함께하신 버리, 지후 님 또 오세요. ^^

 

 

8월 11일 목요일 농성 71일차

 

1.

농성장을 비우느라 7월 수입지출 내역을 블로그에 공개하지 못해서, 가장먼저 수입지출 계산하느라 오전내내 바빴다. 통장을 정리해 보니 누군지 모르는 분들의 지원을 비롯해, 우리 농성장의 운영은 참 신기하다. 가진것 없이 올라와 할수 있는것도 없어서 무작정 여성가족부 앞에 앉아 있는데 부족함없이 운영이 된다. 동지들에게 고맙다.

 

동지들과 함께이기 때문에 아직 포기하지 않았고, 그리하여 우리는 아직 아무리 현대자동차가 힘이 세도 생산현장에서 권력관계를 이용해 성희롱 하면 안된다는 것을 확인하기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여성가족부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는 곳이고,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성희롱이라고 판단하고 부당한 해고라고 판단했으니 할바를 다 한것이고, 노동부는 아무리 부당한 해고라 인권위가 판단을 해도 이미 하청업체가 폐업을 했기 때문에 할것이 없다고 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단지 버티는 것 말고 다른 엄청난 뭔가를 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아직 살아있다. 언니와 나, 우리 농성장의 생존, 그 자체가 동지들의 힘이다. 그 힘으로 오늘도 산다.

 

2.

민주노총 서울본부 주관으로 촛불문화제를 했다. 서울본부 담당하시는 유상헌 동지에게 적절하게 전달이 되지 않아 동지가 늦게 알게된 바람에 준비안된 촛불문화제를 진행하느라 유상헌 동지가 고생을 하셨다.

 

오래간만에 흑석동여성주의모임 분들도 오시고 유성투쟁하다 구속되었다가 얼마전에 풀려난 사내하청지회 양회삼부지회장동지도 왔다. 울산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동지들, 사노위 동지들도 오셔서 작은 촛불문화제지만 결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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