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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학교에 이건희씨가 철학박사학위 받으러 왔을 때 시위 학생들에 대항해서 이른바 '평화 고대'라는 조직이 생겼다. 당시 거기에 있던 사람들이 하던 주된 얘기는 "폭력 없는 고대를 만들자"였는데, 그 사람들이 해석한 평화는 그 어떤 숭고한 목적도 폭력적 수단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식의 아주 '래디컬'한 평화관이었다. 그래서 잠시나마 나는 드디어 학교에 평화주의가 꽃피겠구나 하는 단꿈에 젖었지만 글쎄, 시위대의 폭력에 경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한다거나 교수님에게 버릇없이 구는 학생들에게 강력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걸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버렸다. 걔네들, 명백히 정말 폭력의 알맹이 그 자체만 남아버린 이라크 전쟁이나 고연전의 과격함, 교수의 언어 성폭력 같은 거에는 아무 생각 없었을 게 분명하다.
이래서 정말, 일관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아무리 그 사람이 내 앞에서 핏대를 올려가며 설파하는 걸 애써 인정하고 열심히 들어주려고 하다가도 지금 하고 있는 얘기가 그 사람의 평소 행실이나 다른 데서 말하고 다니는 거랑 다를 때는 설득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버린다. 다른 폭력은 정당하다고 말하면서 유독 자신이 비판하는 부분에서만 래디컬한 평화관(어쩌면 순수한 평화관)을 갖다 대는 걸 나타내는 적당한 사자성어가 있다. 아전인수(我田引水).
그래서 나는 시위대와 전경 간의 폭력 문제나, 일상적인 폭력에 대해 일정한 나의 견해를 나타내는 게 참 힘들다. 논리적으로 모순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현재 전쟁에 반대하지만 군대는 필요하다고 본다. 평소 일상 생활에서도 넘어갈 수 있는 폭력이 있고 넘어갈 수 없는 폭력이 있다고 여기는 편이다. 맥락에 따라서 시시각각 폭력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근본적으로, 순수한 평화 상태라는 게 인간 사회에서 절대로 실현될 수 없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아무튼 어떤 분이 쓰신 시위에 관한 글을 보고 내 평화관이 뭘까 궁금해 글을 쓰긴 했지만 정작 소위 말하는 '폭력 시위'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못 했다. 하기 싫은 건지, 못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더 두려운 건 "일관적으로 생각하자고 주장하면서 정작 너는 일관적이지 못하다"라는 비판이다. 그래서 자꾸, 내 '본색'을 드러내기가 힘든 거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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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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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암 촘스키 선샘이 매일 말하듯이 '이중잣대' 를 가지지 말자고 늘 생각을 했는데, 글 읽다가 또 그 생각이 들었어요 ^^부가 정보
NeoP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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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색'을 드러낼 필요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인식하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기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그런 맥락에서 '평화고대'분들은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니까.부가 정보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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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오// 이참에 좌우명을 "일관적이자"로 고칠까요 -_ㅋNeoPool// 자기를 정확히 인식해야 남을 깔 수 있는 정당성이 생기는 것 같더라. 그런 점에서 당시 나는 별로 자신이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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