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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생산협동조합에 관한 일 고찰

 

                                                                  윤 진호(인하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I. 머리말


  최근 노동자 생산협동조합(Workers' Cooperatives, 이하 노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선진자본주의 각국에서는 노협의 수가 상당히 증가해 왔으며 이와 함께 노협에 대한 연구도 급증하고 있다.1) 국내에서도 역시 90년대초 노협을 소개하는 두권의 책2)이 출간된 이래 이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3)

이와 같은 노협에 대한 관심의 고조 뒤에는 기존의 양대 사회경제체제에 대한 불만과 이에 대한 대안체제의 모색이라는 배경이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먼저 80년대말-90년대초에 걸친 구소련, 동구권 제국에서의 사회주의의 붕괴와 이에 따른 기존사회주의체제에 대한 비판과 불만의 고조를 배경의 하나로 들 수 있다. 기존의 현실사회주의는 노동자, 농민 등 직접생산자에 의한 생산과정,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와 이에 기초한 정치적, 사회적 참여라는 사회주의의 당초 이상과는 달리 국가권력에 의한 생산과정, 노동과정의 통제, 이에 기반을 둔 당 및 관료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생활전반에 걸친 지휘, 명령체계,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권력의 간섭에 의한 자유권적 기본권의 침해라는 방향으로 줄달음쳤으며 그 결과 자기모순에 의해 붕괴되고 말았다.4) 이러한 현실사회주의의 붕괴에 직면하여 노동자, 농민 등 직접생산자의 자주성, 자발성, 창의성에 근거한 협동적 연합체에 의해 경제를 재구축하고자 하는 모델링(이른바 「참여적 사회주의」 「협동적 사회주의」 「연합체적 사회주의」)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 경우 그 실체로서의 직접생산자의 협동적 연합체의 단초를 이들은 자본주의 하에서 나타나고 있는 노동자 생산협동조합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들에게 있어 노협은 기존 사회주의체제에 대한 대안체제적 성격을 갖는 것이다.

한편 기존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인식 역시 노협에 대한 관심증대의 한 배경을 이루고 있다. 현실사회주의의 붕괴를 곧바로 현실자본주의의 승리로 등치시키는 속류적 인식과는 달리 기존 자본주의 역시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데 특히 생산과정, 노동과정에서의 노동의 종속문제는 노동자계급의 불만을 야기시키는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기업의 기본원칙은 이윤을 위한 생산에 있으며 이를 위해 자본가는 노동자를 고용하고 이를 지휘, 감독하게 된다. 극대이윤을 위해서는 노동자로부터 최대의 노력을 이끌어내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각종의 노동관리, 통제기법이 동원된다. 업무는 세분화되고 단순반복적인 것으로 되며 의사결정과정에서 노동자의 참여는 원천적으로 배제되기 일쑤이다. 특히 최근들어 대량생산체제의 발전에 따라 업무의 세분화, 단순반복화, 기업의 관료화 등이 한층 강화되었으며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은 직무불만족의 증대, 높은 이직률, 태업, 단체행동 등으로 표출되어 왔다. 이러한 대량생산체제의 한계에 직면하여 생산체제를 보다 유연화시키고 노동자의 자율과 참여를 증대시키려는 각종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바 노동자의 작업장참여제, 종업원주식소유제, 노동자이사제, 공동결정제도 등이 바로 그것이다.5)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은 모두 자본주의적 틀, 즉 자본가에 의한 소유와 통제의 틀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기존의 자본주의적 원리와는 전혀 다른 노동자에 의한 소유와 통제를 통해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모순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노협이며 이 점에서 노협은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체제의 하나로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노협은 기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체제로서 주목받고 있지만 그러나 그 현실적 위치와 장래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과 장애가 존재하고 있다. 비록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기는 하나 노협은 여전히 자본제 기업에 비해 그 수가 미미하고 종업원 비중도 적다. 서구세계에서 최대의 노협수를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에서조차도 노협에 종사하는 종업원수는 전체 비농부문 종사자의 2.5%에 불과하며 다른 나라에서는 대부분 1% 이하이다. 뿐만 아니라 노협의 장래에 대한 연구자들의 진단 역시 그다지 밝지 못하다. 좌우를 막론하고 많은 연구자들은 노협이 자기모순에 의해 실패하거나 혹은 성공하는 경우라 해도 노협으로서의 성격을 유지하지 못하고 자본제적 기업으로 전화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노협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것은 극복가능한 것인가? 노협은 「자본주의의 부정의와 사회주의의 비효율을 넘어선 정의와 효율의 통일」6)을 이룩하는 대안으로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이 글은 바로 이러한 점들을 검토해고자 한다.

글의 순서는 제 2장에서 노협의 개념, 역사, 현황 등을 살펴보고, 제 3장에서 이론적 이슈들을 살펴본 뒤, 제 4장에서 지금까지의 논의를 요약하면서 결론을 맺고자 한다.


II. 노동자 생산협동조합의 개념, 역사, 현황


1. 노동자 생산협동조합의 개념


노협에 대한 유일한 정의는 내리기 힘들다. 다양한 형태의 노협이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노협은 「노동자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기업」으로 정의된다. 즉 노동자가 자본을 출자하여 기업의 소유자로 되고, 1인 1표 등의 협동조합 원칙에 기초하여 관리의 권한도 가지고 있으며, 기업경영으로 발생한 이윤은 일정한 원칙(노동시간 또는 총소득 등)에 따라 소속 구성원에게 분배되는 기업형태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노협의 경영통제권이 자본소유자로서가 아니라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로서의 지위로부터 기인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에서 「기업에 대한 소유」보다는 「기업에 대한 관리, 통제」가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노협은 자본주의적 기업이나 사회주의적 기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업형태이다. 일반적으로 자본주의적 기업은 사적 자본가에 의해 소유되며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자본소유주 또는 그 대리인에 의해 이루어진다. 한편 사회주의적 기업에서는 국가가 자본을 소유하고 있으며 국가가 대리인을 지명하여 경영을 통제한다. 이에 비해 노협은 기업의 소유권 전부 또는 상당부분이 노동자에게 있으며 경영의사결정에 대한 최종적 통제권은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있다.

노협은 구 유고슬라비아의 자주관리제도나 자본주의적 기업에 있어서의 종업원지주제 등 유사제도와도 구별된다. 구 유고의 자주관리제도는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자평의회를 선출하여 이를 통해 기업을 경영한다는 점에서 노동자가 기업경영에 관한 자체관리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자주관리제 하에서도 생산수단은 어디까지나 국가소유로 되어 있으므로 노동자들은 생산수단에 대한 이용권을 가지는데 불과하다. 이러한 점에서 자주관리제 하에서의 노동자들의 기업관리권은 생산수단 소유자인 국가의 의사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에서 노협에 비해서는 근본적으로 제약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자본주의적 기업 하에서의 종업원지주제는 기본적으로 1인 1투표권이 아니라 1주 1투표권을 원칙으로 하는 자본제적 기업지배권 원칙을 벗어날 수 없으며 종업원주주가 대부분 소주주에 불과하여 경영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노협과는 구별된다.

노협은 소비자 협동조합, 농업협동조합, 수산업 협동조합 등 다른 형태의 협동조합들과 마찬가지로 협동조합의 원칙을 따른다. 1966년 ILO 제 50차 총회에서 채택된 협동조합(개발도상국) 권고안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조직구성을 통하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자주적으로 연합한 개인들의 단체로서, 필요자본에 대해 평등하게 기여하고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체에 참여하여 그 위험과 혜택을 공평하게 받아들이는 기업」으로 정의된다.7) 협동조합은 자조, 자기책임, 민주, 평등, 연대 등의 가치에 기초하고 있다. 1995년 국제협동조합연맹(International Co-operative Alliance) 창립 100주년 기념총회(영국 맨체스터)에서 채택된 협동조합 윈칙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① 가입자유의 원칙 ② 민주적 관리의 원칙 ③ 구성원의 민주적 참여의 원칙 ④ 자율과 독립의 원칙 ⑤ 조합원에 대한 교육, 훈련, 정보제공의 윈칙 ⑥ 협동조합간의 협조의 원칙 ⑦ 지역공동체에 대한 관심의 원칙 등을 그 기본성격으로 한다.8)

노협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가 가져오는 빈부격차와 사회적 불평등, 노동소외문제 등에 대한 대안인 동시에 사회주의적 국가소유가 가져오는 비효율과 또다른 노동소외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제시되고 있다.


2. 노동자 생산협동조합의 역사


직접생산자들에 의한 협동생산조직으로서의 생산자 협동조합(Producers' Cooperatives)은 중세 길드의 예에서도 보듯이 오랜 역사를 가진 조직이다. 「최초의 노동자 협동조합」이라고 일컬어지는 18세기초의 러시아의 상품하역-수송조합을 비롯하여9), 1760년 영국 울위치(Woolwich)와 채탐(Chatham)의 조선노동자들에 의해 설립되었던 협동제분소, 1769년 영국 펜위크(Fenwick)의 직조공들에 의해 설립되었던 협동상점, 1795년에 설립된 헐(Hull) 협동제분소 등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의 본격적 성립 이전에 이미 「원생적 협동조합운동」으로 불리우는 형태의 노협이 산재해 있었다.10) 그러나 이러한 초기 협동조합들은 대부분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생산자들의 상호부조(특히 식료품가격의 등귀에의 대항)를 목적으로 한 자연발생적, 지방분산적 성격이 강한 운동으로서 운동을 이끌 이념 혹은 사상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통일적인 운동을 구성하지 못한채 대다수의 협동조합은 「고립된 실험」으로 끝나버렸다.

본격적 의미에서의 노협은 18세기말-19세기초에 걸친 근대자본주의의 확립과정에서 발생한 사회경제적, 산업적 격변(산업혁명)이 낳은 여러 사태에 대응하여 형성된 협동조합사상에 기반을 둔 의식적 조직체로서 나타났는데 그러한 협동조합사상의 대표자는  R. Owen(1771-1858), C. Fourier(1772-1837), Saint-Simon(1760-1825), P. J. B. Buchez(1796-1865) 등 이른바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이었다(이들외에도 영국의 P. C. Plockhoy, J. Bellers 등은 Owen에 앞서 협동조합사상을 펼쳤으나 실천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제외된다).11) 이들은 원생적 협동조합운동에 일정한 방향성을 부여하고 협동조합을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대안적 사회경제체제로 명확히 규정지움으로써 1820년대부터 1840년대 중반까지 이른바 오웬주의적 협동조합운동이 화려하게 전개된다.


<영국>12)


산업혁명과 더불어 기계화가 진전되면서 대규모의 미숙련, 반숙련 노동자가 양산되었다. 이들은 저임금과 장시간노동, 실업 등으로 신음하였고 아동, 부녀자 등이 대규모로 노동력으로 투입됨으로써 노동자들의 빈곤화, 비참화가 가중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자선심 많은 자본가였던 Owen은 노동자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시킴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고 1800년 New Lanark 방적공장에서 자신의 이론을 실천에 옮겼다. 뉴라나크 공장은 협동조합은 아니었으며 일종의 「너그러운 독재」에 의해 지배되는 자본제적 공장이었다. 뉴라나크 공장에서는 맹목적인 이윤추구에 대신하여 노동자에 대한 고임금, 노동시간의 단축, 아동노동의 제한, 노동자 주택의 개선, 값싼 생활필수품을 공급하는 매점의 설치, 유치원, 도서관의 설립 등을 실시, 사회개량주의를 실천했다. 오웬의 이러한 실험은 커다란 성과를 거두어 뉴라나크 공장은 한때 「개량주의의 메카」로 되어 전 유럽에서 견학하러 오는 사람이 줄을 서는 등 오웬의 명성은 높아졌다. 이 경험에 고무되어 오웬은 자신의 「협동조합공동체」 사상을 실천에 옮기기로 결심하고 1824년 미국 인디애나주로 건너가 「New Harmony Community」를 건설하였다. 이는 인간 사이의 사회적 평등개념에 바탕을 둔 공동체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뉴하모니 실험 자체는 3년만에 실패로 끝났으나 이후 1820년대에 오웬주의는 급속히 확산되어 Leeds, Liverpool, Birmingham, London 등 주요공업지역 및 대도시에서 오웬식 공동체가 속속 나타났다. 이들 공동체는 초기에는 숙련노동자들의 이익옹호운동적 성격을 띠었으나 차츰 사회사상가들의 이상과 결합하여 여러 가지 형태의 대안적 조직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졌으며 런던에는 노동교환소(Labor Exchange)까지 생겨 화폐 대신 노동시간에 기초를 둔 상품교환이 이루어지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시장조건, 자금조달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이러한 실험의 대부분은 실패로 끝나고 차츰 막 발흥하기 시작한 노동조합운동 및 정치운동인 Chartist 운동으로 노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1840년대 들어 Owen주의는 물론이고 차티스트운동, 노동조합운동 모두가 심각한 좌절을 겪게 되었다. 불황으로 실업이 증가하고 임금삭감이 이루어지는데 반발하여 대규모파업이 일어났다. 이러한 배경하에 1844년 로치데일 선구자(Rochdale Pioneers)들이 나타났다. 이는 숙련노동자 스스로의 상호협조운동으로서 자본주의에 대신하는 대안적 생산, 교환체계를 모색하고자 하는 운동이었다. 이들은 당시 면공업과 모직물공업이 왕성하던 랭카셔지방 로치데일에 협동조합상점과 협동조합공장을 세우고 협동조합적 원칙(민주적 운영, 자유가입제, 이자제한, 잉여금 배당, 회원교육 등)에 따라 이를 운영하였는데 로치데일 원칙은 이후 협동조합운동의 기본원칙이 되었다. 로치데일조합은 종전의 오웬적 협동조합에 비해 보다 현실적이고 상업적이었다. 특히 협동상점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협동조합공장은 그 일정한 생산, 판매상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신규설비투자를 위해 새로운 주주를 외부로부터 끌어들임으로써 곧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되고 협동조합으로서의 성격을 잃어버렸다. 이후 로치데일조합은 소비자협동조합 운동으로 발전하게 되며 영국의 협동조합운동 전체도 소비자협동조합 운동이 그 중심이 된다.

  영국의 노협운동은 1850년대 기독교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재부흥된다. 프랑스의 푸리에의 협동조합사상에 공명한 Ludlow 등 중산층에 의해 10여개의 노협이 설립되지만 대부분 얼마 못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1862년부터 1880년 사이에도 200여개의 노협이 설립되었지만 이는 전체 협동조합운동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였으며 그나마 1878-80년의 불황기에 대부분 폐쇄되고 겨우 20여개만 살아 남았다. 1880년대에 다시 사회주의자와 페이비안주의자(Fabians)들에 의해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부흥되어 1882년 협동조합생산연합(Co-operative Productive Federation)이 설립되었으며 이후 1890년대까지 노협수는 지속적으로 불어났다.

  1895년에는 런던에서 국제협동조합연맹(International Co-operative Associaltion)이 설립되어 이후 영국을 위시한 유럽제국에서 협동조합운동이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ICA는 소비자협동조합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영국의 노협은 1903년을 피크로 하여 이후 정체상태에 빠지게 되며 특히 1차대전이 끝나고 나서 그 수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2차대전후의 급속한 기술혁신과 경쟁격화에 따라 노협은 더욱 감소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1970년대에 들어와 노협이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표 1> 참조).

  그러나 이것이 곧 영국에서의 노협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Oakeshott는 지적한다. 비록 새로운 노협의 설립은 거의 없었지만 기존 노협은 여러 가지 불리한 환경속에서도 꾸준히 살아남았다. 1963년의 통계이긴 하지만 당시 존재하고 있던 영국 노협의 평균 존속기간은 66년으로서 자본주의기업의  평균 22년에 비해 훨씬 긴 것으로 나타났다.13) 다만 영국의 매우 불리한 정치적, 경제적, 이념적 환경과 노협 자체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노협이 정체적인 것이며 따라서 노협의 진정한 가능성은 「아직 증명되지 않은 것」이라고 Oakeshott는 주장한다. 


                    <표 1> 영국의 노동자 생산협동조합수의 추세

                      

 연도

 노협의 수

 고용인원

 1880

    15

 

 1885

    27

 

 1890

    74

 

 1895

   103

 

 1900

   105

 

 1905

   112

 

 1914

    73

 

 1923

    44

     5,200

 1939

    40

     8,000

 1948

    46

     6,600

 1958

    44

     5,400

 1968

    38

     4,000

 1975

    71

     3,200

 1980

   279

     3,900

 1986

  1,234

     8,500

                      자료: Oakeshott(1990) 및 김성오, 김규태(1993)

  

  영국에서는 1970년대에 나타난 일련의 새로운 조건의 영향력 하에서 노협운동이 재생의 기회를 맞게 되었다. 그리고 70년대 중반경이 되면 노협운동의 운명이 변하여 이후 미증유의 규모로 성장하게 되는데 이는 명백한 세 개의 「발전의 파동」으로 나늘 수 있다.

첫 번째 파는 몇갠가의 대규모 기업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였던 시기였다. 그 최초의 파는 1950년대의 초기에 시작되었다. 이 때에는 기독교사회주의와 마하트마 간디의 평화주의의 양쪽에 영향을 받았던 실업가 어네스트 베더가 그의 화학수지제조회사를 「스코트 베더 커먼웰즈」로 전환했다. 1958년 베더는 「민주적 산업통합협회」(Society for Democratic Integration in Industry: DEMINTRY)의 형성에 진력한다. 이 협회는 71년에 노동자협동조합의 이념과 실천을 지원하고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공동소유운동」(ICOM)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이어서 이 베더의 전례를 모방하여 협동조합적 공동소유과 운영이 노사관계의 가장 바람직한 모델을 제공한다고 확신하는 소규모 경영자 그룹들이 이를 모방하였다. 이들은 노동자만이 조합원으로 될 권리를 가지고 주식의 가격은 명목적으로 하며 그리고 자산은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기업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공동소유제는 영국경제가 국제경쟁에 직면하여 고투를 시작하였던 1970년대 초기에 실업의 증가와 더불어 확대되었다. 협동조합의 성장의 제 2파는 쇠퇴산업에서의 고용구제를 목적으로 한 노동자관리에 의한 기업갱생정책을 통하여 왔다. 그리고 이들 「갱생」 혹은 「재조직화」의 협동조합은 정부의 자금공여를 통해 대규모적인 산업협동조합을 원조한 당시의 산업담당장관 토니 펜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협동조합은 79년에 경제에의 국가개입에 반대하는 보수당이 정권을 장악한 이래 일반적으로 자취를 감추게 되지만 그러나 노협운동의 최근의 역사의 주요한 국면을 대표하는 것이었다.

성장의 제 3의 파는 거대기업의 자원착취적, 자본우선적 지향을 비판하는 1970년대의 이른바 올터너티브 라이프스타일(alternative life-style)의 원칙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움직임에 의해 고무되었다. 이들의 협동조합의 전형적인 실례는 무공해식품을 취급하거나 급진론자의 서적의 인쇄와 판매를 행하는 협동조합이다.

1980년대의 노협의 급성장이 90년대에는 쇠퇴하게 된다. 경기후퇴와 높은 이자율, 그리고 협동조합섹터를 지원하는 여러 가지 조직의 자금공급부족이라는 복합적 요인이 성장을 억제하였기 때문이다.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노협수의 성장속도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협동조합의 형성이 부진해졌다. 그 위에 노협의 16%는 88년 이래 사업을 중단하여 80년대 초기보다 상당히 높은 도산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협동조합운동에서도 다른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경기후퇴의 영향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COM의 노력에 의해 몇갠가의 대규모 회사가 협동조합으로 혹은 노동자소유기업으로 전환하였다. 협동조합의 부문별 분포를 보면 1992년에 노동자협동조합에 고용된 인원수는 11,000명 정도인데 이들 고용조합원의 다수(57%)는 레스트랑, 수송, 컴퓨터, 인쇄, 미디어 및 문화활동사업 같은 서비스산업 및 커뮤니티의 사회서비스공급에 종사하고 있다.14)

        <표 2> 영국의 노협수와 노동자수의 최근 추이

  년도

 협동조합수

 연간성장률

  취업자수

 연간성장률

  1976

     105

     -

   3,350

     -

  1980

     355

    36%

   4,500

     8%

  1984

     915

    27%

   7,850

    15%

  1988

   1,403

    11%

   8,500

     2%

  1992

   1,115

   - 6%

  10,800

     6%

자료: 富澤賢治 外(1996).

<프랑스>15)


  프랑스혁명 후 절대왕정이 타도되고 부르죠아가 지배권을 확립하면서 이들은 철저한 노동탄압을 시작하였다. 노동자의 단결권은 금지되고 인플레이션과 식량위기의 계속으로 노동대중의 생활은 곤란에 빠졌다.

  이를 배경으로 Fourier는 1808년 「4운동 및 일반적 운명의 이론」에서 소비와 생산의 완전한 결합에 의해 노동자의 복지증진을 달성할 것을 목표로 하는 이상사회(이른바 Phalange)를 제시하였다. 이는 일정한 면적의 토지에서 일정수의 구성원이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조직으로서 생산, 소비의 공동화에 기초를 둔 공동생활의 장=「협동사회」를 의미한다. 푸리에 자신은 자금부족으로 자신의 이상을 실천에 옮기지 못했으나 그의 추종자들은 이의 실천을 시도했다. 예컨대 P. V. Considernt가 미국 텍사스에 세운 팔랑지, J. B. A. Godin이 기즈에 세운 협동난로공장(1859년) 등이 그것이다.

  한편 Saint-Simon 역시 노동자 생산협동조합으로서의 associations ouvrieres를 주장하였지만 이는 구체성이 결여된 것이었다. 프랑스의 노협운동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Buchez다. 부세는 생시몽의 사상을 받아들여 노협의 창설을 주창하고 그 실험을 위해 1831년 파리에 지물사협동조합,  1834년에 금세공사 협동조합을 세움으로써 프랑스 생산협동조합사상의 진정한 창시자가 되었다.

  한편 Louis Blanc은 유토피아 사회주의와는 관계없는 독자적인 협동조합사상을 펼쳐 1840년 「노동의 조직」에서 국가적 신용지원에 기초한 「사회공장」(생산협동조합)의 설립을 주장하였다. 이는 동일 산업의 중앙집권적 협동조합적 결합에 의해 서서히 생산수단을 노동자에게 인도하려는 계획이었다. 1848년 혁명으로 왕정이 타도된 후 루이 블랑은 사회민주당의 일원으로서 임시정부에 입각하게 되자 그의 생산협동조합사상은 광범위한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져 많은 산업부문에서 생산조합이 다수 설립되었다. 루이 블랑은 그 모델로서 「국민공장」을 창설하였으나 1850년 이는 폐쇄되었다.  Oakeshott가 지적하는 것처럼 혁명의 열기만으로는 노협이 견실하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이후 프랑스의 협동조합운동 역시 주로 소비자협동조합운동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프랑스에서는 1860년대와 80년대 두 차례에 걸쳐 노협 결사운동이 벌어졌지만 역시 실패로 끝났다. 이 두차례의 노협결사운동은 주로 정부의 지원에 의존한 것이었다. 1867년 나폴레옹 3세는 최초의 노동자 생산협동조합법을 만들었으며 1888년에는 국가공공사업을 노동자 건설협동조합에 발주함으로써 노협에 큰 도움을 주었다. 1884년에는 협동조합 활동에 대한 지원, 조직을 위한 중앙조직으로서 생산협동조합연맹상담소(Chambre Consultative des Associations Co-operatives Ouvrieres de Production)가 설립되었고 1893년에는 노협 스스로의 힘에 의해 협동조합에 대한 대부전문기관인 생산협동조합은행(Banque Co-operative des Societes Co-operatives Ouvrieres de Production: 현재는 프랑스 신용협동은행 Banque Francaise de Credit Co-operatif)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처럼 외부의 지원에 의존한 것이 오히려 노협의 독립정신을 해쳤고 노협의 종말을 촉진했다고 Hubert-Valleroux는 지적하고 있다.16)

  그후 아래로부터의 진정한 동력과 헌신에 힘입어 프랑스의 노협은 20세기 들어와서 비교적 순조로운 성장을 계속했다. <표 3>에서 보듯이 1885년에 겨우 40개이던 프랑스의 노협수는 1919년 274개, 1928년 284개로 늘어났다. 1939년에는 노협수가 478개로 늘어났으나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었다가 2차대전 직후 노협수는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이후 다소 감소세를 보이다가 70년대에 와서 다시 늘어나는 추세이다. 물론 이러한 노협의 숫자 증가가 곧 이들 노협의 지속적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인 노협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개별 노협들은 단기간만 존속하고 소멸하는 수가 많은데 Claude Vienney에 의하면 1880년대 중반부터 1960년까지 총 2,250개의 노협이 설립되어 연평균 30개의 신규설립수를 기록했으나 이와 동시에 연평균 23개가 소멸되었다고 한다.17) 또 1975년에 존재했던 프랑스 노협의 50%가 1950년 이후에 설립된 것이며, 1/3은 설립 10년 미만이라는 통계가 프랑스 노협의 불안정성을 말해주고 있다.18)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 비해 프랑스에서는 노협 형태의 기업이 끊임없이 창설되었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이러한 신규설립 노협의 대부분은 극히 소규모의 업체로서 노동자 스스로의 이니셔티브와 자립정신에 의해 설립된 것이었다.

        

           <표 3> 프랑스 노동자 생산협동조합의 증가추세

               

  연   도

 노동자생산협동조합 수

  1885

         40

  1901

        119

  1914

        251

  1919

        274

  1928

        284

  1939

        478

  1947

        703

  1959

        514

  1966

        494

  1975

        537

              자료:  Thornley(1982); Oakeshott(1990). 

    

  1995년말 현재 프랑스에는 약 1,330개의 노동자 협동조합이 있는데 이들은 전국조직인 CGSCP

(Confédération Générale des Sociétés Coopératives Ouvriéres de Production: 생산협동조합총연합)에 가맹하고 있다. 전체 종업원수는 32,000명, 총매출액은 20억 ECU이다.19) 약 반수의 노협이 종업원수 10명 이하의 영세규모이며, 종업원의 약 1/5이 여성이다.

  전체 노협수의 68%와 전체 종업원수의 48%가 최근 10년 이내에 설립된 것이라는 점에서도 최근의 노협의 폭발적 증가세를 알 수 있다. 노협의 주요 활동분야로서는 건설, 인쇄, 광고업, 컴퓨터, 매스미디어 관련업 등이 많다.

  노협은 1978년법에 의해 SCOP(Sociétés Coopératives Ouvriéres de Production:생산노동자협동조합)이라는 법인격을 얻고 있으며 통상 조합원 소득의 5%(법적 상한선은 10%)는 협동조합의 「사회자본」에 편입된다. 순이익의 최저 1/4은 보너스로서 노동자에게 배분되나 이 보너스는 흔히 차입자본으로서 협동조합내에 유보된다.

   CGSCOP는 그 가입단체에 대하여 교육, 경영원조, 공제서비스 등을 행한다. 또 140억 ECU의 투자기금을 가지고 노협의 신설을 위한 자금원조를 행하고 있다.  CGSOP는 또한 일반기업의 자산을 매수하여 노협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기구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20)

  

  노협은 그 발상지인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오히려 후발자본주의국인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에서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오늘날 이탈리아는 서유럽 최대의 노협수를 자랑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협의 성공은 주로 개별 노협의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계획적인 프로그램에 연유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노협운동은 정치적 각성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이상주의도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 운동가들은 이상주의 없이는 노협운동의 건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노협운동은 조직상으로도 노협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자본제기업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으며 국가의 지원이나 정당과의 연계, 그리고 노동운동으로부터의 지원 등에 의해 그 발전이 촉진되어 왔다.

이탈리아는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산업화가 늦었기 때문에 19세기 중반까지도 농민들은 실업과 불완전취업에 시달렸다. 토지소유의 집중이 심한 가운데 농업 일용노동자들의 사정은 매우 열악하였으며 이에 따라 소요와 폭동이 빈발했다. 이러한 농업 일용노동자들의 빈궁에 대항하여 스스로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합」 「우애단체」 「개선과 저항의 연맹」 등이 주로 북부 이탈리아 지방에서 나타났다. 노협운동의 최초의 시도는 1854년에 토리노 노동자협회에 의해 설립된 이탈리아 최초의 소비협동조합 「사회보장상점」과 알타레 유리장인들에 의해 설립된 유리제조협동조합, 그리고 1856년 설립된 에밀리아 로냐나 건설업 협동조합 등이었다.

그러나 보다 본격적인 노협운동은 1880년대에 들어와서 전개되었다. 특히 1883년 공포된 상법에서 1인 1표 원칙에 기초한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을 법적으로 인정하면서 같은 해 약 300명의 농업노동자들에 의해 라벤나지역 농업일용노동자총연합이 설립되었다. 1884년 이후에는 라벤나, 볼로냐, 모데나, 페라라, 레지오-데밀리아, 클레모나 등 북부 포강 유역 일대에서 농업노동자들의 노협이 속속 설립되었다. 이들은 주로 농업, 개간, 그리고 정부발주공사 등에 종사하였다. 정부는 실업해소를 위해 노협을 적극 지원하였는데 예컨대 노협을 위한 입법, 정부공사의 특혜발주, 토지임대 등이 그것이다. 사회당을 위시한 각 정당 역시 적극적으로 노협을 지원하였다.

1886년에는 밀라노에서 제 1회 이탈리아 협동조합인 대회가 열려 248개의 협동조합(종업원 74,000명)이 참여하였으며 1893년에는 그 명칭이 협동조합-공제조합 전국연맹(LEGA)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레가는 그 창설 초기부터 사회당의 지원을 받으면서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특히 1889년 채택된 법률에 의해 노협이 공공사업을 경쟁없이 수의계약할 수 있는 특혜조치를 받음으로써 노협의 발전을 촉진하였다.  <표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레가 소속 노협수는 1896년의 23개로부터 1921년에는 1,433개로 늘어났으며, 다른 조직에 소속된 노협수까지 합치면 전체 노협수는 1896년의 46개로부터 1921년에는 2,866개로 늘어나 여타 유럽국가의 노협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로 성장했다.


          <표 4> 이탈리아의 노협수 추이

 연  도

 레가 협동조합 총수

레가소속 노동자 협동조합수

전체 노동자 협동조합 수

  1896

      68

       23

        46

  1897

     229

       76

       152

  1916

    2,189

      730

      1,460

  1920

    3,840

     1,280

      2,560

  1921

    4,302

     1,433

      2,866

자료: Oakeshott(1982).


1919년에는 캐톨릭계의 협동조합들이 분리되어 이탈리아 협동조합동맹(Confederazione Co-operative Italiane)을 설립하였으며 1945년에는 다시 중간파인 이탈리아 협동조합총연맹(Associazone Generale delle Co-operative Italiane)이 분리되어 현재 이탈리아에는 세 개의 협동조합 전국조직이 존재하고 있다.

1922년 무솔리니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협동조합을 포함한 모든 민주적 조직은 파시즘의 탄압을 받았다. 1925년 레가와 총동맹은 해산을 명령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가입조합들은 존속하였으며 이들은 파시즘에 대한 저항운동의 거점이 되기도 했다.

2차대전후 레가는 다시 재건되었고 그후 다시 순조로운 발전을 보였다. 특히 1973년 오일쇼크로 이탈리아 경제가 침체에 빠졌을 때 협동조합은 실업자의 구제와 기업전환 면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다. 1995년 레가에서 발간한 사업안내서에 의하면 가맹협동조합수는 11,054개, 조합원총수는 3,835,719명, 종업원수는 202,626명, 연간사업액은 40조 7,480억 리라를 기록하고 있다.21) 그중 노동자협동조합은 ANCPL(생산, 노동협동조합연맹)로 조직되어 있는데 ANCPL은 가맹조합수 1,076개, 종업원 40,375명, 조합원 37,272명, 총사업액 8조 6,220억 리라이다.

노협애 대해서는 특별우대세제가 적용된다. 인건비율이 전체비용의 40%를 넘으면 법인세가 삭감되며 60%를 넘으면 법인세가 완전면세된다. 노협이 참가하는 컨소시엄은 공공건조물의 계약에 있어서도 우대조치가 주어진다. 일반기업의 노협에의 전환에 있어서는 법률에 의해 노동자는 과세를 면제받고 재정원조도 주어진다.

법률에 의해 노협은 최저 9인의 조합원을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 출자금에 대한 이자율은 5%를 상한으로 한다. 매년의 이익의 최저 20%는 공동자본에 편입된다. 나머지는 보너스로서 조합원에게 노동시간에 비례하여 배분된다.


<스페인>22)


스페인의 협동조합운동은 몬드라곤 생산협동조합그룹(MCC)의 선진성을 포합하여 서유럽 제국에서는 매우 잘 알려져 있다. 스페인에서는 19세기말부터 카톨릭교회에 의한 협동조합운동이 시작되었으며, 20세기 전반에는 무정부주의자 그룹에 의한 코뮨활동, 프랑코 독재체제 하에 있어 개척 신디케이트, 1982년 바스크 지방에서 나타난 노동주식회사(Sociedades Autonomos Labolales: SAL) 등 다양한 형태를 가진 협업, 협동운동이 전개되어 왔다.

특히 프랑코 정권이 쓰러진 뒤 1978년에 공포된 신헌법에서는 정부가 여러 가지 형식의 기업참가를 촉진시키고, 적절한 입법에 의해 협동조합을 조성하도록 하며, 생산수단의 소유에 대한 노동자의 접근이 용이하게 이루어지도록 수단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노협의 발전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조성하도록 의무지우고 있다. 또한 이에 따라 1979년에는 노동성에 협동조합총국이 창설되었다. 1982년 총선거에 의해 정권을 장악한 사회당정부는 신헌법의 취지를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는데 86년 4월의 법령 15호는 지금까지 바스크주령에 의해 조업을 인가받았던 노동조식회사를 중앙정부법령으로서 제도화하였고, 87년 4월에는 협동조합총법(1942년 시행)을 개정하여 인정기준을 완화한 신협동조합총법이 공포되었다.

사회당정부는 이후 협동조합에 적극적인 지원을 실시하였는데 총지원액은 83년의 10억 페세타로부터 91년에는 35억 페세타로 증가일로에 있다.23) 이러한 중앙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협동조합운동은 촉진되어 다양한 부문에 걸쳐 협동조합이 발족되게 되었다. 매년 변동은 있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는 신규등록 협동조합수는 연간 2,000개 전후에 이르고 있고, 조합원은 매년 2만명 정도씩 증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1985-94년의 10년간에 약 23,000개의 조합이 신규로 등록되고 조합원수는 235,000명이 증가하여 94년 현재 조합수 17,505개, 조합원수 3,986,000명에 이르고 있다(<표 5> 참조).

              <표 5> 스페인의 신규등록조합(1985-94년)

 

       신규등록조합

        1994년 현재 활동중 조합

 조합수(%)

 조합원수(%)

 평균(명)

 조합수

 조합원수

 평균(명)

 전체 협동조합

 22,964

 234,873

  10.2

 17,505

 3,986,314

   227.7

 협업협동조합

16,033(69.8)

108,572(46.2)

   6.8

 8,433(48.2)

 127,924(3.2)

    15.2

자료: 佐藤誠(1996).

 <표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들 신규등록조합의 70%는 협업협동조합(노동자협동조합에 해당)이다. 스페인의 노협은 다른 협동조합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코 체제 시대부터 조직화되어 왔으며 신헌법 하에서 바스크 및 카타르니아 양 주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보급되어 왔다. 특히 1980년대 초두부터의 몬드라곤 생산협동조합그룹의 활성화에 따라 영세기업경영의 고용창출과 유지를 위한 전략으로서 노협방식의 도입이 추진되었다.

스페인의 노협은 1985년부터 94년까지 전국적으로 16,000여개가 신규등록되었으나 조합의 해산, 통합 등으로 인해 94년 현재 8,433개의 조합과 약 13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들은 스페인 협업협동조합전국연합(Confederacion Espanola de Cooperativas de Trabajo Asociado: COCETA)으로 조직되어 있으며 각주 단위로 연합이 결성되어 있다. 그러나 연합에 참가하지 않는 노협수도 많아 정확한 실태파악은 어려운 실정이다. 다른 보고에 따르면 현재 스페인 전체의 노협수는 약 13,100개, 종업원수는 72,000명, 판매액은 14억 ECU라고 한다.24) 매년 약 1,500여개의 노협이 신설되고 있으며, 평균종업원수는 8명이다. 상위 3대 업종은 건설업(739개), 섬유산업(607개), 경공업(397개) 등이다.

스페인 노협중 특히 몬드라곤 협동조합 그룹은 지역의 노협 가운데 성공한 사례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1956년에 Don Jose Maria Arizmendiarrieta 신부의 가르침에 따라 불과 21명의 구성원으로 출발했던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96년말 현재 100개에 가까운 조합, 28,000여명의 조합원 및 종업원, 그리고 판매액 5,600억 페세타(95년말)에 달하는 거대한 협동조합 그룹으로 성장했다.25) 몬드라곤 그룹의 소비협동조합인 에로스키(Eroski)는 스페인의 수퍼마켓 업계 제 1위이며 또한 스페인 전체 기업중 제 15위의 기업이다. 전기전자기기 업체인 파고(Fagor) 그룹은 스페인 전체 기업 중 제 50위이고 스페인 민족자본으로서는 전기기기 업계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페인의 대학생이 취직하고 싶어하는 기업순위에서 두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몬드라곤 그룹의 명성은 높다. 80년대 스페인 경제를 덥친 격심한 경기침체와 실업(실업률 20%)에도 불구하고 몬드라곤 협동조합그룹은 조합원의 대량해고 없이도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26)


                   <표 6> 몬드라곤 협동조합 그룹의 최근 실적

                                                              단위: 100만 페세타

 

 

           1993년

              1994년

  판매액(전년비)

  고용(전년비)

  판매액(전년비)

  고용(전년비)

 산업부문

  197,669(-4.3)

  14,979(-3.3)

  225,026(13.8)

  15,100( 0.8)

 유통부문

  239,061(23.5)

   9,136(24.6)

  292,000(22.1)

  10,000(10.7)

    계

  436,730( 9.1)

  24,115

  517,026(18.4)

  25,100

 신용부문

  543,605( 7.2)

   1,755

  605,815(11.4)

   1,800( 2.6)

 노동자총수

 

  25,870( 5.4)

 

  26,900( 4.0)

자료: 石塚秀雄(1996), p. 176.


 <표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몬드라곤 그룹은 90년대 들어서도 비교적 건전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그 동안 계속되었던 공업부문의 부진을 벗어나 전체 판매액은 94년에 20% 가까운 증가를 타내었고 75%의 공업협동조합이 흑자를 기록했다. 94년 총판매액(신용부문 제외)은 5,170억 페세타이며 1,200명의 신규채용이 이루어졌다. 외국기업과의 합작투자도 증가하고 있으며 유통부문도 22%의 판매액 증대를 이룩했다. 한편 95년말 통계에 의하면 산업부문과 유통부문의 총판매액은 5,600억 페세타로 전년비 11.3% 증가하였으며, 산업부문의 수출액도 970억 페세타로 전년비 22.8% 증가했다. 또 그룹 전체의 고용인원수는 27,940명으로 전년비 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27) 

이와 같은 몬드라곤의 실적은 노동자 협동조합이 자본주의경제의 한 구석에 생존하고 있을 뿐인 존재, 즉 자본주의적 기업이 손대지 않는 틈새를 메우는 보완적 역할을 맡고 있는 데 불과한 기업이라는 통념을 깨고 자본주의 시장에서 자본주의적 기업과 나란히 존속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몬드라곤 그룹에 대해서만은 노동자협동조합이 효율과 경쟁력에 있어 자본주의적 대기업에 비해 본질적으로 약체라는 견해가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와 같은 몬드라곤 그룹의 성공의 비결은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바스크 주민들의 강력한 민족성과 이 지역의 오랜 민주적 전통을 이유로 드는 견해도 있지만 그보다는 몬드라곤 그룹이 가진 조직구조상의 특성이 종전의 다른 협동조합 기업의 실패원인이 되었던 약점을 교정한 데서 성공원인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한 조직구조상의 특징으로서 1) 참가적 노사관계에 의해 대립을 피하고 균형을 지향하는 점 2) 독자적인 지원기관에 의한 금융과 기술지원 3) 부문별 그룹의 형성에 의해 규모의 경제, 기술, 신사업활동의 촉진 4)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5) 노동에 의해 사회를 변혁하려는 조합원 개인들의 의지 6) 인사, 선출의 민주성 등이 지적되고 있는데28) 여기서는 그중 주로 노동의 협동화, 민주화와 네트워크 형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몬드라곤 협동조합 그룹에 있어 협동조합은 인간적 기업으로 파악된다. 이는 경제효율주의에 대항하는 윤리적 요청으로서의 경제민주주의의 실현이며 노동자가 기업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되는 것이다. 몬드라곤 기본원칙29)은 이를 정식화한 것이다.

몬드라곤 협동조합 그룹의 개별 협동조합들은 거의 유사한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경영의 민주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하도록 고안되었다. 몬드라곤의 모든 종업원은 자기가 근무하는 조합의 조합원이어야 한다. 단 특별한 기술을 가진 전문가를 단기간 고용할 목적으로 최대 10%까지 비조합원의 고용이 허용된다. 조합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은 조합원총회이며 각 조합원은 총회에서 1인1표의 권리를 행사한다. 총회는 조합의 모든 중요사항을 의결한다. 총회는 이사회를 선출하는데 3인 이상 12인 이하로 구성된 이사들에게는 원래의 직무에 따른 보수외에는 별도의 보수가 지급되지 않으며 임기는 4년으로 2년 마다 절반씩 교체된다(연임 허용). 이사회에서 임명되는 전무이사는 사기업의 대표이사와 비슷한 권한을 가진다.

이사회는 하부 경영책임자들을 지명한다. 경영진은 최소한 4년의 임기로 지명되며 이사회에서 발언권은 있으나 투표권은 없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기중 면직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경영진이 최종적으로 조합원들의 민주적 목소리에 책임지게 한 제도는 몬드라곤의 가장 큰 강점의 하나이다. 동시에 경영진의 임기를 보장함으로써 합의에 의한 경영에 따르는 생산성 저하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몬드라곤에서는 또 노동자에 의한 통제를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 감사와 사회평의회를 두고 있다. 보통 3인으로 구성되는 감사는 총회에서 선출되며 경영진, 이사회, 경영평의회 및 사회평의회 등의 회계, 업무를 감사하는 권한을 가진다. 감사가 최고경영진을 주로 감독하는 반면, 현장 노동자들에 의해 선출된 사회평의회는 인사문제, 산재예방, 작업안전, 사회보장, 임금수준, 임금지불 등 현장의 구체적 문제를 다룬다. 한편 중요 경영진들로 구성되는 경영평의회는 필요한 사항에 대해 전무이사에게 조언하는 기능을 가진다.

몬드라곤의 이러한 조직구조는 생산효율의 손실없이 노동자에 의한 작업통제를 유지하는 목적에 충실히 부합되고 있다.    

한편 분배측면에서도 이러한 민주성과 효율성 및 연대성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조합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조합원의 출자분이 아니라 노동기여도에 비례해서 분배된다. 이는 월정급여(advance payments)와 잉여배당금(Co-operative dividends) 등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월정급여는 다시 각 직급에 따른 고정급과 업무실적에 따른 변동급으로 구성되며 배당금은 조합의 연간실적에 따라 순이윤의 30% 이상 70% 이하의 범위내에서 개인의 공헌도에 따라 차등지불된다.

한편 조합원의 출자분에 대해서는 기본금리(연 7.5% 이하)와 인플레이션 조정금리(전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70% 이내)를 합친 연간금리를 지불하는데 연간금리의 법정상한선은 11% 이다. 출자분에 대한 금리지급은 조합의 이윤과 준비금 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만 지급된다.30) 조합원은 퇴직시 자신의 출자금을 전액 상환받는다.

연대성의 원칙을 살리기 위해 말단 조합원과 최고경영자 간의 임금격차는 1:3으로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몬드라곤의 조직규모가 커지고 경영내용이 복잡해짐에 따라 임금격차는 1:4.5(1979년), 1:6(1988년), 1:6.9(1992년)로 확대되어 왔으며, 현재는 외부의 동종 업계 간부급여의 70%를 상한으로 함으로써 임금격차규제를 사실상 철폐하였다. 한편 외부적으로는 조합원 급여가 동종 업계 및 지역의 봉급생활자 급여와 유사해지도록 하고 있다. 또 몬드라곤 그룹 내에서는 급여 수준이 그룹전체 표준보수액의 90% 이상 110% 이하, 그리고 노동시간이 표준노동시간의 97% 이상, 103% 이하가 되도록 하고 있다.   

몬드라곤의 성공이유 중 또하나 중요한 것은 광범한 협동조합 네트워크의 형성이다. 몬드라곤 그룹은 산업부문, 유통부문, 금융부문 등 세 가지 부문으로 구성된다.

산업부문은 기계, 자동차부품, 건설, 자동화, 가전제품, 엔지니어링, 가구, 스포츠, 레져, 식음료사업 등에 걸친 70개의 단위조합을 포괄하고 있다. 그중  파고(FAGOR) 그룹은 1956년 설립된 최초의 협동조합(구명 우고URGOR)으로서 10개의 전자기기제품 메이커가 결합하여 약 6,000명의 노동자를 가지고 있는 몬드라곤의 중심적 공업협동조합이다. 몬드라곤의 산업부문은 최근 유럽경제의 침체와 유럽 단일시장화에 따른 경쟁격화 등으로 상당한 위기에 빠져 10개의 협동조합이 폐쇄되고 종업원수가 2,800명이나 감소하였으나 적극적인 수출노력과 해외합작투자 및 해외 자회사설립(독일, 프랑스, 태국, 멕시코, 중국 등) 등의 노력에 의해 90년대 중반 이후 다시 활력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부문은 은행, 보험, 임대업 등에 종사하는 6개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노동금고(Caja Laboral, 구명 노동인민금고 Caja Laboral Popular)는 몬드라곤 그룹의 발전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1959년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발전을 위한 자금조달, 운용, 대부를 목적으로 여러 협동조합들의 공동출자에 의해 설립된 노동금고는 다른 협동조합들에 대한 자금지원, 새로운 협동조합의 창설지원 등에 주력해 왔다. 예금주의 상당수는 일반 시민임에도 불구하고(이들은 노동금고가 다른 일반은행에 비해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점에 끌렸다), 노동금고는 협동조합원에게 주로 대출을 하였다. 노동금고의 지원을 받아 몬드라곤 협동조합들은 자본조달능력이 크게 확대되었다. 뿐만 아니라 노동금고는 자금지원의 대가로 각 협동조합들의 내부운영, 자금운용 등을 지도하고 경영정보, 경영서비스 등을 제공함으로써 몬드라곤 협동조합 그룹의 실질적인 본부(사기업의 지주회사의 기능과 유사한) 역할을 해 왔다.31) 또 노동금고는 기업부라는 부서를 두어 그룹 전체의 경영지도와 새로운 협동조합 형성의 지원 등을 함으로써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는데 기업부는 90년대 들어 LKS라는 독립협동조합으로 분리되었다. 1996년말 현재 노동금고는 예금액 5,858억 페세타, 순투자액 3,242억 페세타, 불입자본금 742억 페세타에 이르는 거대은행으로서 바스크 지역에서 20% 내외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94년도에 고객의 88%가 비협동조합인 일반 회사, 8%가 공공부문, 4%가 몬드라곤 협동조합이었으며, 투자는 협동조합에 18%, 기타가 82%이다. 반면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노동금고에 대한 재원조달의존도는 94년도에 40%로 감소하여 차츰 자금조달원이 다양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32)

그밖에 유통부문에서는 1958년 설립된 몬드라곤 최초의 소비자협동조합 에로스키를 비롯하여 콘숨(Consum), 에로스머(Erosmer) 등이 있다. 이들은 스페인 최대의 식품유통업체로 성장하였다. 1995년 현재 총판매액은 3,043억 페세타로 전년비 14% 증가했고 순이윤은 43억 페세타에 달했다. 현재 종업원수는 10,200명에 이르고 있다.

몬드라곤 협동조합 그룹은 현재도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실업, 내부적인 임금격차 확대와 조합원 구성변화에 따른 가치관, 헌신도의 변화 등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33) 그러나 지금까지의 몬드라곤의 업적은 협동조합이 자본주의 기업들과 어깨를 겨루면서 충분히 생존, 발전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III. 노동자 생산협동조합에 대한 이론적 이슈들


19세기초 노협의 탄생 이래 좌익과 우익은 모두 노협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보여 왔다. 좌익은 주로 노동조합운동과 국유화에 운동목표를 집중했다. 노협은 기껏해야 불필요한 것이며, 더 나아가서 노동운동의 목표를 분산시키는 교란요인이거나 심하면 노동운동에 대한 위협요소로까지 인식되었다.34) 우익에서도 노협의 잠재력이나 가치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신고전파 경제학자들 가운데는 노협에 대해 동정을 표시하는 전통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항상 노협에 대한 비관주의에 압도당했다.

노동운동 주변에서는 때때로 노협에 대한 관심이 제기되곤 했다. 무정부주의자, 길드사회주의자, 기독교사회주의자, 퀘이커교도, 오웬주의자 등은 아래로부터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민주적 기업으로서의 노협을 지지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항상 주변적 위치에 머물러 왔다.

70년대 이후 노협의 현실적 성장 및 자본주의적 기업에서의 작업장 민주주의, 소유민주주의의 추구 등에 촉발되어 노협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많은 이론적 성과가 축적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의 상당수는 노협의 생존가능성에 대해 비관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좌익의 경우 노협이 지닌 기본적 결함으로 인해 노협의 생존가능성이 없거나 혹은 생존한다 하더라도 자본주의적 기업으로 「퇴화」할 수밖에 없다는 「퇴화명제」를 주장한다. 반면 우파에서는 노협의 효율성 및 생존가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를 이론적으로 입증하고자 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좌, 우로부터 제기되는 노협과 관련된 이론적 이슈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마르크스이론과 노동자 생산협동조합


많은 사회주의자들은 노협이 지닌 민주적 생산조직으로서의 기본적 결함으로 인해 실패하거나 자본주의적 기업으로 필연적으로 전화하게 된다는 퇴화명제를 주장하고 있다.

Marx 자신은 노협에 대해 상세하고 명확한 이론을 전개하지 않았으므로 노협에 대한 그의 입장은 그의 전 생애에 걸친 여러 가지 언급으로부터 끌어모아 해석할 수밖에 없다. 노협운동에 대한 Marx의 초기(1850년대)의 견해는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는 1852년에 쓴 「루이 보나빠르뜨의 브뤼메르 18일」에서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이 교환은행(프루동이 제안했던 생산자간의 직접교환은행)이나 노동자 협동단체 같은 「공론적인 실험」에 열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같은 운동은 「구 세계가 가진 거대하고 조직화되어 있는 자원을 이용하여 구 세계를 혁명화시키는 작업을 포기하고, 대신 사회의 배후에서, 사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제한된 존재조건 안에서 스스로의 구원을 성취하려는 것이며, 따라서 이것은 필연적으로 좌절을 겪지 않을 수 없다」고 그는 비판한다.35) 즉 그는 자본주의의 변혁은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생산의 사회적 성격의 발전과 사적 소유 간의 모순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이므로 노협운동은 실패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1850-60년대에 걸친 노협운동의 일정한 발전을 보면서 Marx의 노협관에도 긍정적 변화가 생긴다. 그는 1864년 9월 28일에 쓴 「국제노동자협회 창립선언문」에서 협동조합공장이 자본가 없이도 노동자들이 대규모 생산을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론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었다고 평가하면서 이를 「소유의 경제학에 대한 노동의 경제학의 훨씬 더 위대한 승리」라고 말하고 「이 위대한 사회적 실험의 가치는 아무리 크게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까지 극찬하고 있다.36) 1867년에 「인터내셔날 쿠리에」지에 연재한 글에서도 「협동조합운동을 계급적대에 기초한 현재의 사회를 변혁하는 힘들 가운데 하나로 인정한다. 그것의 커다란 공적은, 자본에 대한 노동의 예속에 근거하여 빈곤을 낳고 있는 현재의 전제적인 제도가, 자유롭고 평등한 생산자의 연합사회라는 복지를 가져오는 공화적 제도에 의해 대체될 수 있음을 실천적으로 증명한 점에 있다」고 노협의 의의를 인정하고 있다.37) 

그러나 이러한 노협에 대한 긍정적 언급과 동시에 Marx는 자본주의 하에서의 협동조합의 한계에 대해서도 여러번 지적하고 있다. 즉 자본주의 하의 노협은 자본주의의 논리속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기존 제도가 가진 모든 결점을 재생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협동조합이 그 원칙에 있어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또한 실천에 있어 아무리 유익하다 하더라도, 만약 그것이 개별 노동자의 노력에 의해 구성되는 좁은 범위에 머무른다면 독점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막는 것도, 대중을 해방하는 것도 결코 불가능하며, 대중의 빈곤을 현저하게 경감시키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 「사회적 생산을 자유로운 협동조합 노동의 대규모적이고 조화로운 하나의 제도로 전화시키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회적 변화와 사회의 전반적인 조건의 변화가 요구되며, 이러한 변화는 사회의 조직된 힘, 즉 국가권력이 자본가들과 지주들에게서 생산자들 자신에게로 옯겨지지 않고는 실현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38)

결국 이렇게 볼 때 자본주의하에서의 노협의 기능에 대해 Marx는 노협속에서 새로운 세계의 단초와 그 실현가능성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사회변혁이 불가능하며 정치권력을 획득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주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자본주의 이후 사회에서의 노협의 역할, 성격에 대한 Marx의 견해 역시 매우 추상적이고 단편적이어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크게 보아 두 개의 해석이 대립하고 있다. 일부 논자들은 Marx를 중앙집권주의, 계획경제의 신봉자로 묘사한다.39) 무정부주의, 생디칼리즘, 프루동의 협동조합주의 등에 대한 그의 비판, 사회적 소유와 전반적인 사회계획에 대한 그의 지지, 시장교환, 가치현상 등에 대한 철폐 주장, 정치적 중앙집중 지지 등이 이러한 논자들의 논거를 이룬다. 이러한 해석에 의하면 사회주의 사회에서의 노협의 존재근거는 없는 셈이다.

이들에 의하면 Marx는 사회주의의 미래로서 사회 전체(=국가)에 의한 소유, 관리를 지지하였으며 독립적인 생산자들의 연합이 시장을 통해 결합되는 방식은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40) 그는 중앙계획경제에 의해 시장경제를 억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41) 따라서 Marx 체계내에서 자주관리제도는 전혀 논의의 대상이 안된다고 본다.42)

반면 다른 논자들은 Marx를 집권주의자로 보는 것이 잘못이라고 주장하면서 직접생산자로서의 노동자에 의한 소유, 통제가 그의 사회주의론의 핵심요소이며 따라서 Marx의 자본주의사회 이후 사회에 대한 이상은 「자유롭고 평등한 생산자들의 공화제적, 복지적 체제」라고 주장한다.43)

Elliott(1987)은 Marx가 여러 곳에서 사회주의하의 생산수단이 「공동소유」 또는 「생산자연합의 소유」 「사회의 모든 구성원의 소유」하에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음을 지적한다. 물론 그가 「국민적」 또는 「국가적」 소유에 대해서도 언급한 적은 있지만 이는 주로 자본제로부터 사회주의로의 이행기, 즉 프롤레타리아 독재기에 있어서의 형태로 묘사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일단 사회주의기가 되면 「자유롭고 평등한 생산자의 연합체」에 의해 생산수단이 소유, 관리될 것으로 Marx는 생각했다고 그는 주장한다.44)

이러한 생산자연합 간의 조정방식에 대해서도 Marx가 시장 메카니즘보다는 계획 메카니즘을 지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생각한 계획은 결코 관료적, 중앙집권적 계획이 아니며 협동적, 연합적, 민주적 계획방식이라고 그는 말한다.

Elliott의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행기 이후의 사회에서의 생산자 연합체에 대한 Marx의 견해에는 여전히 추상적이고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이행기 이후 사회에서의 「생산자 연합체」의 성격, 연합체 내의 의사결정과정, 노동분업, 감독, 보수지급의 문제, 생산자 연합체 간의 조정문제, 계획당국(중앙집권적)과 개별연합체(분권적) 간의 긴장, 갈등의 해결문제, 개별연합체간의 규모격차, 생산성격차 등에 의한 이윤, 보수 등의 격차 해결책, 계획당국에 대한 민주적 통제 등 수다한 문제들에 대한 Marx의 구체적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다.45)

Marx 이후  Marx주의 이론가들은 대체로 노협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R. Luxemburg는 Bernstein의 수정주의를 비판하는 가운데 노협의 「퇴화론」을 주장한다.  Bernstein은 협동조합을 사회주의로의 점진적 이행을 가져올 수 있는 전환적 조직형태로 인식하고 있었다.46) 이에 대해 Luxemburg는 협동조합의 모순적 성격으로 인해 노협은 소멸하거나 자본주의적 주식회사로 퇴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녀에 따르면 자본주의 시장내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노협 구성원의 착취율을 높이거나 고용노동자의 착취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이는 결국 자본주의적 기업으로의 전환을 불가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는 협동조합 퇴화문제의 해결책은 노협과 시장간의 모순을 해소하는 데 있으며 이러한 해소는 곧 사회주의로 향한 계급투쟁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볼 때 결국 민주적으로 의미 있는 노협이 되려면 「혁명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본주의 하에서의 노협운동은 나이브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계급투쟁으로부터 관심을 돌리는 작용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러시아 혁명과정에서 현실적으로 협동조합 및 노동자 자주관리문제에 봉착했던 Lenin 역시 노협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Lenin은 혁명전인 1910년에 쓴 󰡔농업문제와 「마르크스비판가」󰡕에서 러시아 농업을 분석하면서 「협동조합조직의 점에서도 대경영은 소경영에 대해 우월하다」거나 「협동조합으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것은 주로 자본가이다」라고 언급함으로써 자본주의사회에서의 협동조합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그는 또 1910년 8월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국제사회주의자대회에 제출한 결의안에서도 생산수단과 교환수단이 자본가의 수중에 집중되어 있는 자본주의사회에서는 협동조합47)이 달성할 수 있는 개선의 범위가 매우 좁다는 것, 협동조합은 순상업적 조직이며 경쟁의 여러 가지 조건에 압박되어 있기 때문에 부르죠아적인 주식회사로 퇴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협동조합은 자본과 직접 투쟁하는 조직이 아닌데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인 것처럼 환상을 낳고 있다는 것 등 협동조합운동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였다.48)

물론 Lenin이 협동조합을 완전히 부정적으로 보았던 것은 아니다. 그는 협동조합에 많은 노동자가 가입할 경우 좁은 범위긴 하지만 중간착취를 줄이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 노동자들에게 사업을 자주적으로 운영하고 소비를 조직하는 것을 가르쳐 장래의 사회주의 사회에서 경제생활의 조직화의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노동자를 훈련한다는 것,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일으키거나 공장폐쇄, 박해 등을 받을 경우 협동조합이 이를 원조해줄 수 있다는 것 등을 들면서 노협의 적극적 역할을 인정하고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에 가입하여 이를 사회주의적 조직으로 이끌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Lenin의 이러한 언급은 어디까지나 협동조합이 노동자 계급투쟁의 지원조직이라는 전제 하에 있는 것이며 협동조합 자체를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

1917년 2월 혁명에 의해 멘세비키정부가 집권한 후 노동자들은 자주관리를 요구하였고 이는 10월 혁명으로 이끄는 중요한 추진력이 되었다. 노동자들은 아래로부터 조직된 공장위원회를 통하여 모든 생산경영을 직접 감시, 통제하기를 요구했고 이는 점차 공장단위를 넘어 배급위원회, 식량위원회, 연료협의회 등에 의한 생활필수품의 배급통제로까지 나아갔다.49)

당시 정치권력이 심각한 경제위기를 구하기 위해서는 국가에 의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Lenin은 이러한 노동자 자주관리 쟁취운동을 지지하고 국가에 의한 통제에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더욱이 그는 노동자관리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정치권력 역시 프롤레타리아의 민주적 정치기구에 의해 장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근본적으로 국가에 의한 경제통제라는 입장을 버린 것으로는 볼 수 없다. 그에게는 사회주의란 대량생산과 대규모경제를 의미하며, 이는 중앙기구에 의한 생산의 총괄계획에 의해 조정되어야 한다고 믿었으므로, 소생산자나 자치적인 생산자 연합조직은 인정할 수 없었다.50)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과도기에 있어 노동자 자주관리운동을 지지했던 것은 일시적 술책이나 전략이라기보다는 그가 미래의 사회주의 사회에서 국가에 의한 통제와 노동자 자주관리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에 대해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결과가 아닌가 하고 추측된다.51)

10월 혁명이 일어나고 볼세비키가 집권에 성공한 뒤 노동자 조직과 볼세비키 정부는 노동자 자주관리문제를 둘러싸고 대립, 경쟁하게 된다. 집권 직후 Lenin은 「노동자통제에 관한 법령」을 발표하여 공장위원회에 의해 기업에 대한 노동자통제를 실시하도록 하였지만 동시에 이는 기업주의  자산을 몰수하지 않고 그들에게 관리의 권한을 남김으로써 그 동안의 노동자 통제, 노동자 관리주장으로부터 후퇴한 것이었다.52)

 다만 다른 대부분의 당동료들이 협동조합(주로 소비협동조합)에 대해 그것이 자본제 경제의 산물이므로 생산수단의 공유화가 이루어지고 사회적 노동에 의한 생산과 생활이 이루어지는 사회주의 하에서는 불필요하며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Lenin은 이에 반대하였다. 그는 협동조합이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로의 이행과정에서 생산과 분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대중적 조직으로서 이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특히 소비자협동조합의 역할에 주목하여 소비조합관계법을 제정하고 이에 물자배급기관으로서의 상업적 임무를 부여하였으며 전국민이 이에 가입하도록 강제하였다. 그러나 이는 물자배급기관, 정부행정기관의 대행기능을 할 뿐이었으며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협동조합은 아니었다. 소비협동조합은 신경제정책(NEP) 하에서 다시 활성화되지만 이후 사적 생산의 감소에 따라 그 존재이유가 감소하면서 차츰 쇠퇴하게 된다. 1967년의 통계에 의하면 전 상업유통액 중 국영이 67.9%, 소비조합이 29.1%, 콜호즈시장이 3.0%를 차지, 사회주의가 본격화되면서 소비조합이 상당히 축소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53)

한편 노동자 자주관리제 역시 비슷한 길을 걷게 된다. 전시공산주의 기간 동안 Lenin은 생산성 향상과 우파와의 권력투쟁 등의 이유 때문에 공장위원회와 동맹하여 이를 이용하였다. 볼세비키 정부는 공장위원회를 충분히 통제할 수 없었으며 현실에서는 노동자에 의한 관리, 사유재산 몰수 등 노동자 권력의 행사가 이루어졌다. 이 기간은 사실상 볼세비키 정부와 노동자 권력의 이중권력체제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1918년 말부터 국유화가 본격화되면서 노동자 자주관리는 급격히 감소하여 1921년까지는 거의 소멸하였다. 공장위원회 대신 당이 파견한 전문가, 경영인이 관리권을 장악하고 공업의 행정적 조직화가 진행되었다. 이는 곧 전면적 공업 국유화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최고경제회의의 통제기구에 의해 경제통제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리하여 소련사회주의는 거대국가 트러스트에의 집중을 향하여 일로 돌진하게 된다. 여기서 Marx가 꿈꾸었던 「자유롭고 평등한 생산자 연합체에 의한 통제」라는 비젼은 사라지고 국유화와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를 특징으로 하는 현실 사회주의체제가 수립되었던 것이다.  


2. 신고전학파의 노동자 생산협동조합론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주로 노협이 가진 사회적 의미나 소유권의 문제보다는 노협 자체의 배분적, 내부적 효율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노협에 대해 대체로 매우 부정적인 결론의 내리고 있다.

일찍이 Marshall은 노동자에 의한 생산통제라는 아이디어에 동정적이었으나 그 결점을 지적하였다. 즉 그는 「인간은 고상한 동기보다는 이기심에 따라 움직인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의하면 노동자에 의한 생산통제는 고상한 동기의 예로서 기업의 경제적, 도덕적 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으므로 그러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옹호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그러한 발전이 기존 체제의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노협에 대한 주된 장애가 노동자의 기업가적 자질 결여에 있다고 생각했다. 전통적인 기업에서는 기업가적 자질을 가진 사람에 의해 생산이 조직, 통제되며 이때 자본은 빌릴 수도 있으므로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노동자는 기업가적 자질이 없으므로 자본을 빌릴 수 없는데  Marshall은 노동자의 기업가적 자질이 결여된 이유로서 그들의 낮은 교육수준을 들었다.54)

Walras 역시 기업가 능력을 다른 생산요소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능력으로 간주했다. 그는 노동자도 기업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완전히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노협에서 노동자들의 기업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그는 지적한다.55) 노동자들은 시장력에 의해 결정된 생산물 가격, 임금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하면서 그들이 경제원리를 받아들여 노동자와 기업가로서의 이중역할을 완수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들 이후 대부분의 신고전파 학자들은 노협에 대해 무관심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노협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으면서 학자들의 이론적 관심도 높아져 노협에 대한 수많은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신고전학파 노협론을 1)고용과 산출, 2)인센티브와 생산성, 3)투자와 재원조달 등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1) 고용과 산출


고용문제는 노협에서 중요한 문제의 하나이다. 현재의 노협중 많은 수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실제로 노협은 70년대 이후의 불황과정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신고전학파의 일부 이론가들은 오히려 노협이 고용감소를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Ward(1958)가 최초로 주장한 이래 Vanek(1970)에 의해 발전하였으며, Meade(1972)에 의해 상세한 검토가 이루어졌다는 의미에서 Ward-Vanek-Meade 모델, 또는 Ward의 예에 따라 'Illyrian' 모델로 알려져 있다.     

이 모델에서는 노협(또는 노동자 자주관리)의 단기극대화 목표가 이윤보다는 조합원 1인당 순소득(또는 배당액)의 극대화에 있다고 가정된다. 이때 자본비용 외의 다른 비용이 없다고 가정하면 1인당 순소득은 1인당 매출액에서 자본비용을 뺀 것이다.


즉  ..............................................(1)

................................................................(2)   

 여기서 P=산출물 가격   Q=산출량    r=자본임대비용   K=자본량   

        π=총배당액      L=노동자수


이 모델에서 노동자수는 조합원수와 같다(즉 조합원외의 고용노동자는 없다)고 가정하고 노동시간과 노동능력은 단기에서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또한 조합원을 해고하거나 신규가입시킬 자유가 있다고 가정한다.

식(1)의 극대화조건은 ................(3)

...........................................(4)

........................................(5)


.........................................................(6)


여기서 는 각각 노동과 자본의 한계생산물임.

결국 식 (4)는 조합원 1인당 배당액(또는 순소득)이 조합원의 한계생산물가치와 같아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식 (6)은 자본임대비용이 자본의 한계생산물가치와 같아야 한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식 (6)은 자본주의적 기업의 장기균형조건과 일치하지만 식 (4)는 자본주의적 기업과 다르다. 자본주의적 기업에서는 임금과 노동의 한계생산물가치가 일치하여야 하지만 노협에서는 배당액(순소득)이 한계생산물가치와 일치하여야 한다. 이 때 만약 조합원 1인당 배당액이 임금보다 크다고 가정할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긴다고 W-V-M은 주장한다.

첫째, 다른 조건이 동일할 경우 노협은 자본주의적 기업에 비해 고용량이 작다는 이른바 과소고용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림 1>에서 보듯이 단기에서  일 때 이윤극대화 기업은 의 고용량을 선택하는 반면, 노협은 의 고용량을 선택할 것이다. 만약 노협의 조합원이 임금 이상의 배당을 받는다면 이 된다. 다시 말해서 노협의 조합원 1인을 고용하는 비용(=1인당 배당액)이 자본주의적 기업의 노동자 1인을 고용하는 비용(=임금)보다 더 큰 한, 노협의 고용량은 자본주의적 기업의 고용량보다 작아진다는 것이다.

둘째, 노협은 단기에 있어서 마이너스의 기울기를 갖는 공급곡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림 2>에는 노동의 한계생산물가치곡선(PQL)과 조합원 1인당 배당액곡선(R)이 표시되어 있다. 생산물가격이 일 경우 균형고용량은 이다. 그런데 생산물가격이 로 상승할 경우 과 R은 모두 위쪽으로 이동하지만 단기에서 고정비용은 일정하므로 R의 상승폭이 의 상승폭보다 더 클 것이다. 그 결과  균형고용량은 으로부터 로 감소할 것이며, 따라서 생산량도 감소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단기에서 공급곡선은 마이너스의 기울기를 가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노협이 수요확대나 생산물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향상되고 지속적 성공을 거둘 경우, 조합원들은 자신의 배당금을 극대화하기 위해 퇴직, 또는 이탈하는 조합원을 대신할 신규조합원의 충원을 반대하거나 심지어 일부 조합원을 해고할 것이며, 그 결과 노협의 생산량, 고용량은 점점 축소되거나 또는 생산규모 유지를 위해 임금노동자의 고용을 늘림으로써 자본주의적 기업으로 전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노협은 한계생산물가치와 임금이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한계생산물가치와 조합원 1인당 배당액이 일치하므로 노동배분에 있어 파레토 비효율적이라고 한다. 기업에 따른 경제적 렌트(rent)의 격차로 인해 한계생산물가치의 격차가 생기므로 동질의 노동에 대해서도 배당액은 기업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 경우 만약 저 한계생산물가치 기업으로부터 고 한계생산물가치 기업으로 노동력의 재배분이 이루어지면 경제 전체의 산출량이 증대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각 개별 노협의 배당액 극대화전략으로 인해 한계생산물가치의 균등화는 이루어지지 않으며 따라서 파레토 비효율이 초래된다.  

이상의 W-V-M 모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비판이 주어지고 있다.

첫째, 노협의 목표함수가 과연 조합원 1인당 배당액 극대화에 있는지에 대해 이론적, 실증적으로 많은 비판이 제기된다. 노협의 목적함수가 배당액극대화보다는 고용의 극대화나 또는 고용안정 확보에 있다는 것이다.56) 노협구성원이 가진 중요한 특성의 하나가 조합원 간의 강력한 연대감에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남은 구성원의 물질적 이익을 위해 동료의 일부를 해고하는 데 찬성하리라는 가정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과소고용이나 마이너스 기울기를 갖는 공급곡선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설혹 노협의 목표함수가 배당액 극대화에 있다 할지라도 현실적으로 조합원의 해고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모든 구성원의 평등투표권을 보장하고 집단적 의사결정체제를 가지고 있는 노협에서 조합원들은 자신의 해고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조합원규모 축소결정(더우기 노협의 사업부진이 아니라 사업성공에 따른 고용축소)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Ward(1967)는 50% 이하의 고용축소는 다수결 투표에 의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Steinherr와 Thisse(1979)는 그러한 다수결 투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누가 해고될 가능성이 큰지(예컨대 조합원 가입일자가 최근인 사람부터 해고된다)에 대한 사전적 인식이 있어야만 하며 이는 조합원 간의 평등권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셋째, 마이너스 기울기를 갖는 공급곡선이라는 명제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노협의 생산물이나 투입요소가 Ward가 가정한 것처럼 단일투입-단일산출이 아니고 다수의 생산물이나 다수의 투입요소를 갖는 경우 그의 명제는 타당하지 않게 된다.57) 이 경우 한 종류의 생산물의 가격이 증가하면 조합원들은 그 생산물의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대신 다른 생산물의 생산량을 감소시킬 것이며 이에 따라 공급곡선은 플러스의 기울기를 가질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생산물 가격상승이 갖는 「소득효과」와 「대체효과」의 어느쪽이 더 강력한가, 또 이것이 노동력 수요곡선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쪽이 더 강력한가(노동력과 기타 생산요소 양쪽 모두 소득효과의 영향을 받으므로 노동력 수요곡선의 방향은 미확정적이다) 등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지만58) 중요한 것은 Ward 의 단순모델이 일반화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기간을 단기로부터 장기로 바꿀 경우 장기에서는 조합원수 및 자본설비를 증감시킬 수가 있으므로 규모에 대한 수익이 거의 고정적이 되며 따라서 노협과 자본주의적 기업은 거의 유사한 행동을 보일 것이다.59)

넷째, 노협이 파레토 비효율을 가져온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노협과 자본주의적 기업은 어떤 면에서는 매우 대칭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본주의적 기업의 경우 주어진 임금률 하에서 자본수익률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반면, 노협은 주어진 자본투자비용 하에서 노동단위당 배당액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이 때 단기에서는 자본주의적 기업에서는 자본이 고정되어 있고 노동이 이동가능한 요소로 설정되는 반면(이를 통해 임금균등화가 달성된다), 노협에서는 노동이 고정되어 있고 자본이 이동가능한 요소로 설정된다. 따라서 자본주의적 기업에서는 기업간 경제적 렌트격차가 기업이윤의 격차로 나타나는 반면, 노협에서는 경제적 렌트격차가 조합원 배당액 격차로 나타난다. 따라서 양쪽은 모두 한 생산요소에 대해 파레토 비효율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왜 유독 노협에 대해서만 파레토 비효율적이라 부르는 것일까? 그것은 요소가변성 면에서 노동과 자본간에 차이가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즉 자본의 경우 경쟁과정을 통한 자본의 이동에 의해 장기적으로 이윤율 균등화가 이루어질 수 있지만 노협의 경우 조합원 자격을 매매할 수 있는 경쟁적 노동시장이 없는 상태에서 노동의 한계생산물가치 균등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파레토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만약 조합원가입권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있다면 경쟁과정을 통해 파레토 효율은 달성가능할 것이다.60) 즉 조합원은 신규가입시 가입비를 지불하고 퇴직노동자가 이를 수령토록 하면 경쟁과정을 통해 한계생산물가치의 균등화가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노협의 고용과 산출량에 관한 많은 실증적 연구들은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의 이론적 예측과는 달리 노협이 고용과 산출량 면에서 결코 자본주의적 기업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협과 자본주의적 기업의 고용과 산출량을 비교함에 있어 주의하여야 할 것은 두 부문을 비교할 수 있도록 비슷한 환경조건을 가진 산업을 골라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동북부 태평양 연안의 합판산업은 자본제 기업과 노협이 오랫 동안 공존해 왔다는 점에서 실증분석의 이상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분석한 Smith(1984)에 의하면 노협의 목표로서 고용량이 중요하지 않다는 가설은 기각된다. 즉 노협은 조합원 1인당 수익극대화보다는 고용극대화를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Berman과 Berman(1989) 역시 노동의 단기한계생산물이 자본제 기업보다 노협에서 작게 나타나기는 했으나 통계적 유의성이 없으며 따라서 노협이 파레토 비효율적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한다. Craig와 Pencavel(1992)은 노협의 노동공급 탄력성이 통계적 유의성이 있는 플러스로 나타났으며, 노협이 임금극대화보다는 조합원 고용안정에 더 큰 신경을 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Battlett 등(1992)도 노협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판매액 증대이며 소득극대화 목표는 오히려 자본제 기업에서보다도 그 우선순위가 떨어진다고 한다.  Bonin 등(1993)은 결론적으로 미국 합판산업에 대한 연구 결과 노협이 단기 비효율적이거나 마이너스의 기울기를 갖는 공급곡선을 가진다는 증거는 없다고 결론짓고 있다. 다만 노협의 노동공급탄력성은 자본제 기업에 비해 낮기는 하다. 그러나 조합원 1인당 배당금 극대화를 노협의 유일의 목표로 보는 것은 오류이며 조합원의 고용에 대한 배려도 중요한 목표의 하나라는 것이다. 또 W-V-M의 단순모델에서 가정하고 있는 노협의 비효율적 행동 역시 입증되지 않는다고 결론짓고 있다.

한편  Thordarson(1987)은 스웨덴 건설산업에 대한 연구를 통해 노협과 자본제 기업 사이에 고용수준, 고용변화율 등에 큰 차이가 없음을 입증하고 있으며,  Mygind(1987)는 덴마크의 노협에 대한 연구를 통해 노협과 자본제 기업 사이에 고용, 소득면에서 큰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Jones와  Pliskin(1989)는 영국의 127개 기업에 대한 연구를 통해 노협이 자본제 기업보다 고용이 적기는 하지만 동시에 전체 노동자중에서 이윤분배대상이 되는 노동자비율이 높을수록 고용이 높아진다는 사실도 발견하였다.  Bartlett 등(1992)도 이탈리아에서의 노협과 자본제 기업에 대한 비교연구를 통해 노협이 자본제기업에 비해 고용안정성이 훨씬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결론적으로 W-V-M의 단순모델은 경험적 증거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조사대상 기업과 대조군 기업의 선택에 난점이 있다는 점, 자본, 잉여, 임금, 조합원수 등의 측정이 곤란하다는 점, 검증가능한 가설의 모델링이 곤란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더 많은 실증연구가 필요하다고 Bonin 등(1993)은 지적하고 있다.           

     

2) 인센티브와 생산성


노협이 아무리 민주적 특성을 가지고 있고 노동의 인간화를 가져온다 할지라도 그것이 노동자의 근로의욕을 북돋우지 못하고 생산성을 높이는데 실패한다면 노협은 자본주의 속에서 결코 장기적으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노협이 노동자의 인센티브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론과 실증면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크게 나누어 볼 때 1) 감독의 인센티브 문제  2) 노동자의 인센티브의 문제  3) 의사결정절차의 비효율성 문제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감독의 인센티브 문제에 대한 선구적 업적은 Alchian과 Demsetz(1972)에 이해 이루어졌다.  A-D에 의하면 노동자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는 비효율을 가져오므로 이에 대한 감독(monitoring)이 필요하다. 그런데 감독의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서는 요소비용을 지급한 후의 잔여소득에 대한 청구권을 감독자에게 부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기업소유주(=잔여소득청구권자)에게 감독권을 집중시키는 자본제 기업이 최선이라는 뜻이 된다. 반면 노협의 경우 잔여소득 청구자가 따로 없고 전체 노동자가 곧 잔여소득 청구권자이므로 감독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 선출된 관리자는 감독 인센티브와 권위의 부족으로 규율을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비효율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한편 노동자의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된다. 일정한 수의 노동자와 일정한 노동시간을 가정할 경우에도 노동자들의 노력(effort) 여하에 따라 유효노동투입량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노동자의 한계생산물 가치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자본제 기업과는 달리 노협은 이윤을 조합원들에게 분배하는 이윤분배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무임승차(free rider)문제, 또는 노동자 태만(shirking)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61) 즉 개별노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의 노력증대로 기업전체의 생산성이 증대된 부분중에서 (평등분배를 가정할 경우) 자신에게 돌아오는 배당금 증대액은 1/n (n:전체 조합원수)에 불과할 것이다. 전체 조합원수가 많아질수록 자신에게 돌아오는 몫은 적어지게 된다(이른바 ‘1/n의 문제’). 그 결과 노동자들은 자신은 노력을 적게 한 채 다른 사람의 노력에 의해 자신의 배당금을 증가시키려는 무임승차 경향을 보이게 되며 모든 노동자들이 이와 같은 작업태만경향을 보일 때 전체 생산성은 낮아지고 모든 조합원은 배당금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조직의 내부적 효율성과 관련하여 또 하나 중요한 측면은 기업의 의사결정절차의 효율성 문제이다. 기업은 다양한 투입요소와 산출물들, 그리고 다양한 활동과 과업들 간의 기업자원의 배분 등에 관하여 정보수집, 처리 및 의사결정을 하여야 한다. 이때 기업조직구조에 따라 이러한 의사결정절차와 실행의 상대적 효율성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Williamson(1975, 1980), Hanaman(1990) 등은 노협과 같이 집단적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조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사결정절차와 실행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들은 대규모 조직의 의사결정절차는 수직적, 위계적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위계적 구조는 복잡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반면 노협과 같이 집단적, 민주적, 수평적 의사결정절차(이른바 多채널 의사교환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경우, 의사결정자가 너무 많고, 개인간, 집단간 의사교환통로가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하여 시간과 노력의 낭비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또한 집단적 의사결정 하에서는 각 개별 노동자에게 가장 생산적인 과업을 할당할 수 없으며, 협동의 원리로 인해 안정적인 전문경영인이 나타날 수가 없어 위계적 구조를 가진 기업에 비해 열등한 기업성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인센티브 및 생산성과 관련한 이상의 주장에 대해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먼저 감독의 인센티브 문제에 대해서는 노동자에 대한 감독이 반드시 효율을 개선시키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 지적된다.62) 감독에 대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는 것과 감독이 정확하게 이루어진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만약 감독자가 모르는 작업장이나 동료 노동자의 행동에 관한 지식을 노동자가 가지고 있을 경우(비대칭적 정보), 상급자의 감독강화는 오히려 노동자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이는 곧 「진정한 생산성」의 은폐를 가져와 효율에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 경우 오히려 의사결정에 노동자를 참여시킴으로써 노동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기업의 성과를 높이게 될 것이다.63) 따라서 감독자에게 감독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과연 효율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느냐의 여부는 감독의 기술, 작업과정의 성격, 노동자의 감독방해나 회피의 가능성, 노동자의 감독에 대한 태도, 기업의 사회적, 인적 관계(협조적인가, 대립적인가) 등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다.64) 그러므로 노협과 같은 평등조직에서는 감독이 반드시 가치있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한편 A-D의 주장처럼 기업소유주가 감독기능을 담당하는 것(즉 자본주의적 기업)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65) 소유주가 저생산성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단만 갖추고 있다면 소유주와 감독자 간의 법적 계약만으로도 노동자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비효율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노협의 경우에도 감독자를 외부에서 고용하여 감독기능을 담당하게 하고 생산성이 낮아질 경우 이를 감독자가 책임지도록 함으로서 충분히 효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노협과 같은 조직에서 조합원 상호간의 수평적 감독이 갖는 효율성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66) 노협에서는 잔여소득에 대한 청구권을 조합원들이 가지므로 노동자들은 태만행위에 대해 상호감시를 하려는 물질적 유인을 가진다. 이와 같은 인센티브에 의해 이루어지는 상호감독이 위계적 감독에 비해 훨씬 더 우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감독의 인센티브와는 별도로 노동자 개개인의 인센티브 역시 노협에서 더 높을 수 있다. Bonin 등(1992)에 의하면 실제 노협에서 노동자의 태만이 문제된 적은 거의 없다고 한다. 노협은 일종의 이윤분배제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이윤분배제가 노동자의 노력증대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67) 노협에서는 자신의 노력증대에 의해 전체의 이익이 올라가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유인동기의 하나로 작용한다. 또 기업소유권의 일부를 자신이 가지고 있으며 의사결정에도 참여한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 기업에 대한 충성심, 사기고양 등 비물질적 요인 역시 인센티브로 작용한다. 또 작업장의 노사갈등이 제거되고, 감독비용이 필요없게 되며, 노동자의 기업에 대한 헌신성이 향상되고, 이직률이 저하되며, 기업특수적 인적 자본이 축적되는 등 이점이 많다고 노협지지론자들은 주장한다.68) 이와 같은 직접적 동기부여와 상호감시 촉진은 노협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른바 ‘1/n의 문제’ 역시 사태의 일면만을 본 것이라고 노협지지론자들은 주장한다. 「수인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에서 보듯이 1회의 게임으로 끝나는 경우 게임참가자들은 이기주의적 행동을 함으로써 전체의 이익을 해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게임이 무수히 반복되는 「반복게임」에서는 오히려 게임참가자들이 상호협력함으로써 전체의 이익을 높이고 이를 통해 개별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다시 말해서 노협과 같이 장기고용관계가 이루어지는 경우 조합원들은 자신의 장기이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며 만약 계속해서 태만경향을 보이는 조합원이 있으면 이를 처벌하거나 추방함으로써 조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69) 따라서 조합원들이 개별이기적으로 행동할 것인가, 전체에 이익되는 방향으로 행동할 것인가 하는 것은 감독기술, 생산방법, 기업의 고용형태, 장래에 대한 전망 등에 의존하는 것이지 사전적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노협이 조합원들에게 상호협조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70)

마지막으로 의사결정절차의 비효율성 문제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협은 자신의 조직구조나 일반 조합원의 의사결정참여수준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수직적 의사결정절차가 보다 효율적이라고 한다면 노협도 조합원중에서 대표를 뽑아 계층적 의사결정구조를 가진 경영집단을 형성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 경우 의사결정에 관한 최종통제는 조합원 전체가 맡겠지만 이는 마치 자본제 기업에서 주주가, 그리고 공기업에서 국가가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지는 것과 유사한 것으로서 그 자체가 다른 형태의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효율이 더 큰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민주적 의사결정이 과연 기업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해 McCain(1979)은 조합원 전체의 「집단적 기업능력」이 개별적 기업능력보다 더 우수하다고 주장한다. 자본제 기업에서는 이와 같은 노동자 전체의 집단적 기업능력이 사장되고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또 Dreze(1976)는 근로조건 등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따라서 이는 노동시장에서보다는 집단적 선택에 의해 보다 효율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George(1993) 역시 민주적 의사결정이 한편으로는 시간과 노력을 소모함으로써 비효율적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통해 감독비용의 절감, 이직률의 저하, 정보공개 등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Schweikart(1992b)는 정치적으로는 대의민주주의제도가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업경영의 민주주의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을 이유는 없다고 지적한다. 다만 Jensen과 Meckling(1979)이 주장하듯이 아직도 노협과 같이 구성원의 선호가 다양한 조직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절차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 하겠다. 만약 의사결정이 궁극적으로 다수결원칙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이는 최근의 공공선택이론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는 합리성과 정합성문제에 부딪치게 된다.71)

노협의 인센티브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적 연구는 비교적 많이 이루어진 분야이다. <표 7>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부분의 실증연구에서 노협이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으며 오히려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자본제 기업에서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조직성과와 임금의 일부를 연동시키는 형태의 임금지불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표 7> 노동자 생산협동조합의 생산성 효과

  연구자

 연도

   효과

    비고

    대상

 Bellas

 1972

    + 

 참가효과

 미국 합판노협

 Conte and Tannenbaum

 1978

    0

 참가효과

 미국 종업원소유기업

 Jones and Svejnar

 1985

   불명

 참가효과

 이탈리아 노협

 Ben-Ner and Estrin

 1988

   불명

 참가효과

 미국 노협

 Conte and Svejnar

 1988

    +

 참가효과

 미국 기업

 Jerovsek

 1978

    +

 참가효과

 유고슬라비아 자주관리기업

 Jones

 1982

    +

 참가효과

 영국 노협

 Jones

 1987

    +

 참가효과

 영국 소매업 노협

 Berman

 1976

    +

 소유효과

 미국 합판기업

 Conte and Tannenbaum

 1978

    +

 소유효과

 미국  종업원소유기업

 Defourney 외

 1985

    +

 소유효과

 프랑스 노협

 Estrin and Jones

 1987

    +

 소유효과

 

 Estrin, Jones, Svejnar

 1987

    +

 소유효과

 프랑스,이탈리아,영국 노협

 Long

 1980

    +

 소유효과

 미국 종업원소유기업

 Conte and Svejnar

 1988

   불명

 소유효과

 미국 기업

 Jones               

 1982

   불명

 소유효과

 영국 노협

 Jones and Svejnar

 1985

   불명

 소유효과

 이탈리아 노협

 Thordson         

 1987

    +

 소유효과

 스웨덴 기업

 Berman and Berman

 1988

   불명

 

 미국 합판노협

 Estrin

 1991

   불명

 

 이탈리아 기업

 Lee

 1988

    0

         

 스웨덴 기업

 Defourney

 1992

   불명

         

 프랑스 기업

 Estrin and Jones

 1995

    +

         

 프랑스 노협

 Bartlett 등

 1992

    +

 

 이탈리아 노협

 Doucouliagos

 1995

    +

 

 Meta-analysis

자료: Bonin, et.al.(1993) 및 기타 자료 종합.



3) 투자와 재원조달


노협에서 기업운영에 대한 통제권은 조합원 자격에 기초하며 재산소유권 그 자체는 의사결정권을 낳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대부분의 노협에서 조합원이 지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많은 재산권 이론가들은 노협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의 하나로서 재원부족에 기초한 과소투자를 들고 있다.72) 이들에 의하면 노협의 조합원이 자본제 기업의 주식과 같이 개인적 소유에 기초한 양도가능한 지분을 소유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을 때 내부자금으로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노협에서 기업활동의 결과 잉여가 발생할 경우 조합원들은 잉여의 일부를 자본재 구입을 위해 유보하기보다는 전액을 임금이나 보너스 형태로 분배받기를 선호한다. 개인분배분은 은행 등에 예치하여 이자가 발생하므로 직접 자신의 수익이 되지만, 내부자금으로 구입한 자산에 대해서는 그가 조합원일 때만 수익청구권이 발생한다. 이 경우 조합원들이 내부자금에 의존한 자본투자 프로젝트에 찬성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조합원으로 있는 동안의 출자금에 대한 수익이 기회이자와 원금을 모두 보상할 만큼 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들은 내부출자를 반대할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투자자금의 회수를 위해서는 상당히 장기간이 소요된다. 만약 수익회수기간이 조합원의 퇴직예상기간보다 길 경우 조합원은 자신의 출자분에 대한 원금 및 기회이자를 충분히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조합공동재산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예상수익을 충분히 감안하여 조합원 자격에 대한 프리미엄이 붙고 이를 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73) 이 경우 조합원은 퇴직시 자신의 조합원 자격을 프리미엄(이는 미래수익의 가치를 반영한다)을 붙여 판매함으로써 자신의 출자금의 원금과 기회이자를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러한 조합원 자격 매매시장이 완전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하나의 방법은 퇴직조합원에게 과거 노협의 자본설비에 대해 그가 기여한 기여도를 평가하여 적절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조합의 발전을 위하여 완전한 보상액을 지급하는 데는 여러 가지 제한이 따른다.

결국 재산권이론에서는 만약 조합원들이 자본재 투자보다 이익배당을 선호하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조합원 출자에만 의존하는 내부기금을 사용하는 노협은 자본제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소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조합원들은 투자원천으로서 내부자금보다는 외부자금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외부자금 조달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따른다. 외부투자가(은행 등 대부자 또는 출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 따른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더욱이 노협의 경우 자본제 기업에 비해 더욱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노협의 원리상 외부투자가에게는 의사결정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 경우 외부투자가들은 의사결정권은 없이 위험만을 책임지는 투자는 회피할 것이다.

이에 대한 한 가지 해결책은 미래수익을 반영할 수 있는 채권을 발행하되 의결권은 부여하지 않는 방안이다.74) 그러나 이 경우에도 자본수익률을 결정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배타적 권한이므로 주인-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결국 외부투자가들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의사결정 참여를 허용하거나 위험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것이 불가피해지는데, 전자의 경우 노협의 원리가 저해되고 자본제 기업과 유사한 구조가 되며, 후자의 경우 노협은 자본제 기업에 비해 자금조달비용이 높아짐으로써 경쟁에서 열위에 서게 된다.

바로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전통적으로 노협은 공개적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보다는 주로 노협운동에 동정적인 노동운동, 소비자협동조합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그 대신 이들에게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결국 재산권이론의 주장에 따르면 노협에서는 1) 조합원들의 짧은 시간전망(time horizon)으로 인해 저투자유인이 발생하며 2) 이를 회피하기 위한 외부자금 조달에도 한계가 있다 3) 그 결과 과소투자 경향과 낮은 자본/노동비, 낮은 자본/산출비, 그리고 높은 자본조달비용 등이 나타나게 된다 4) 이는 장기적으로 노협 규모의 축소, 저생산성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산권론자들의 노협비판에 대해서는 이론적, 실증적으로 많은 비판이 주어지고 있다. 먼저 이론적 면에서 Fleurbaey(1993)는 조합원들에게 일부라도 수익이 나오므로 이것이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서로 다른 time horizon을 가진 노동자들 사이에 초기 투자가에게 유리하게 재분배함으로서 저투자편향을 막을 수 있으며 외부투자가도 이를 인식함으로써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차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더욱이 노협이 가진 사회적, 심리적 환경으로 인해 보다 노협조합원들이 보다 긴 time horizon을 갖도록 유인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한편 Bonin과 Putterman(1987)은 자본가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도 과업수행내용의 불명확성이나 해고의 위험 등 위험부담을 진다고 강조한다. 이 경우 노동자에게 통제권을 주지 않으면 이는 또다른 비효율성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노동자와 투자가 간의 위험부담에 관한 최적배분계약을 맺는 것이다. 이는 투자가에게 일정한 위험 프리미엄을 줌으로써 과소투자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반드시 그들에게 기업통제권을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Ireland와 Law(1982)는 노협에서 재산권이 기업내에 고정됨으로써 자금조달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이들은 반대로 재산권 고정에 따른 이점도 있다고 지적한다. 즉 재산권이 고정됨으로써 조합원들의 이직률이 저하되고, 숙련이 향상되며 또한 기업의 이노베이션 도입시, 조합원들의 적응이 쉽다는 것이다.

Doucouliagos(1990)는 자본제 사회에서 노협이 자본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노협 내부의 문제라기보다는 노협에 대한 투자가들의 이데올로기적 편견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이 분야에 대한 실증연구도 비교적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Jones와 Backus(1977)는 영국의 신발산업 노협을 조사한 결과, 전체적으로 노협이 규모에 대한 수익이 증가하는 부분(즉 과소투자)에서 조업한다는 증거가 없음을 발견하였다. 단 이 연구에서는 샘플을 대기업(100인 이상)과 소기업으로 분할할 경우 소규모 노협은 규모에 대한 수익이 증가하는 부분에서 조업하지만 이들의 샘플수가 매우 적다.

George(1982)는 덴마크의 제과업과 건설업을 연구한 결과, 노협이 규모에 대한 수익이 증가하는 부분에서 조업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제 기업보다는 규모탄력성이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에서는 노협이 자본제 기업에 비해 낮은 자본-노동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10% 수준이었다.

 Defourney, Estrin 및 Jones(1985)의 연구에서는 여러 가지 제도변수를 포함하여 본 결과 노협이 규모의 경제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험적 증거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Estrin과 Jones(1988)는 프랑스의 노협에 대해 연구하였는데 이들은 노협과 자본제 기업 간에 투자설명 변수의 차이가 없음을 발견하였다. 이들은 F-P-V의 저투자편향가설을 가져온 것은 제도적 변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프랑스와 영국의 양쪽 모두에서 저투자가설의 증거는 없다고 이들은 결론내리고 있다.

Thomas(1982)는 스페인의 몬드라곤 연구를 통해 자본제 기업에 비해 노협이 자본-노동비 면에서 결코 작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빨리 상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이는 강력한 지원은행(Caja Laboral Popular) 때문이다. 몬드라곤에서는 투자를 위해 소득의 일부를 유보하는 결정은 투표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적 규칙(이는 개인적 이익보다는 노협의 성장성을 보장한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Berman과 Berman(1989)도 미국의 합판노협에 대한 연구를 통해 노협이 자본제 기업에 비해 낮은 자본-노동비를 갖고 있긴 하지만 자본활용도가 높고 자본-산출비는 비슷하다고 보고하고 있다.

Thordarson(1987)은 스웨덴 노협에 대해 연구하였는데 그에 의하면 노협이 자본제 기업에 비해 더 높은 자본-노동비를 갖고 있으며 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수준이라고 한다.

Zevi(1982), Bartlett 등(1993)은 이탈리아의 노협 연구를 통해 노협의 노동자 1인당 고정자산 이 자본제 기업에 비해 30%(건설업)-37%(제조업) 정도 낮다고 보고하였다.

이상의 실증연구에서 보듯이 노협이 자본제 기업에 비해 투자자금 조달에 있어 문제가 있다는 부분적 증거가 있기는 하나 이것이 과연 노협의 발전을 가로막는 결정적 증거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증거가 엇갈리고 있다. 몬드라곤의 예에서 보듯이 충분한 금융지원기구만 있다면 자금조달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IV. 결론


자본주의의 부정의의와 사회주의의 비효율에 실망한 많은 사람들에게 노동자 생산협동조합은 이상적인 하나의 대안으로 비추어진다. 실제로 노동자 생산협동조합은 자본주의적 기업이 갖지 못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조합원간의 연대와 평등, 조직의 민주적 운영, 참여를 통한 노동소외의 극복 등은 노협이 가진 가장 중요한 장점들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노협 형태의 기업을 바탕으로 하여 전체 사회를 평등과 참여의 모델를 바탕으로 재조직하는 것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협 지지자들의 주장에 대해 두 가지 의문에 제기될 수 있다. 즉 첫 번재는 아무리 노협이 민주와 평등이라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효율성을 가지고 생존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며 두 번째는 과연 노협 형태의 조직을 바탕으로 전체 사회를 재조직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의 노협의 생존가능성에 대해서는 좌, 우 양쪽에서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적, 실증적으로 노협의 생존가능성은 입증되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일정한 조건이 필요하다. 즉 이탈리아의 노협이나 스페인의 몬드라곤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1) 노협에 우호적인 법률, 제도, 정책의 존재여부 2) 노협간의 다양한 네트워크, 특히 금융지원 네트워크의 형성여부 3) 민주성과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는 노협 내부의 조직구조 형성여부 등이 노협의 생존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조건들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조건이 갖추어질 경우 자본주의 내에서 노협은 충분히 생존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본제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훌륭히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조건들이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갖추어진다는 것이 지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노협은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생존할 수는 있지만 외부적 환경의 불리함으로 인해 대규모로 발전할 수 있는데는 많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협형태의 기업이 자본제 사회에 대한 대안적 사회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에 대해서는 잠정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두 개의 문제가 아직 이론적, 실증적으로 해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첫째, 노협 내부의 인센티브 문제이다. 만약 노협이 고용, 생산성, 투자재원 조달 등의 인센티브를 물질적 요인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이는 저고용, 저생산성, 저투자로 귀결되거나 또는 자본제 기업으로 퇴화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렇다면 물질적 인센티브 외의 어떤 인센티브가 있을까?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물론 물질적 인센티브 외에 조합원의 이데올로기나 연대의식, 조합에 대한 헌신성 등이 보완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요소들이 물질적 인센티브를 대신할 만큼 강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론적, 경험적으로 충분한 증명이 주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노협이 대안적 체제로 발전할 가능성은 매우 어둡다 하겠다.

둘째, 사회적 조정문제이다. 설혹 개별적으로 노협이 생존가능하다 하더라도 이것이 대안적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사회 전체로서의 조정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즉 노협 간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노협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의 자원배분은 시장메카니즘에 의존할 것인가, 계획메카니즘에 의존할 것인가? 시장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노협간의 불균등발전문제는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국가와 노협간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이며 국가의 민주적 통제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등의 문제이다. 이에 대한 이론이 거의 전무한 것이 노협이론의 가장 큰 약점중의 하나이다.

그러한 면에서 앞으로의 노협에 관한 연구는 한편으로는 물질적 인센티브에 대한 대안적 방안을 찾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전체로서의 조정 메카니즘과 노협간의 관계를 설정할 수 있도록 연구의 시야를 넓혀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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