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0

from 맑글터 2006/08/24 01:54

요즘 블로그가 너무 무거워지는 것 같아서 가벼운 포스팅 하나.

 

얼마 전부터 매주 꼬박꼬박 사서 보는 잡지 하나가 생겼다. 바로 <스포츠 2.0>.

일요일이면 지하철을 타고 인천으로 귀향하는 나로서는, 일요일 저녁 인천으로 가는 지하철과 월요일 오전 서울로 돌아오는 지하철 속에서 내내 읽으면 모든 기사를 꼬박 읽을 수 있는 적당한 분량의 잡지이다.(고맙게도 매주 일요일 저녁 지하철 매판에 깔린다.) 

 

<스포츠 2.0>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필름 2.0>, 등의 잡지를 만들어내는 <미디어 2.0>에서 발행하는 잡지이다. 예전부터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프로골프, 심지어는 프로씨름도 있는 한국에 왜 제대로 된 종합 스포츠 잡지가 하나도 없을까 안타까워했던 나로서는 이런 잡지의 발행 자체가 반가울 뿐이다.(스포츠 신문은 "찌라시"라 불려도 될만한 낮은 기사 수준과 쓸데 없는 연예기사, 어이없는 성인콘텐츠의 남발로 왠만해선 보지 않는다.) 

 

사실 스포츠는 관람객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과 그가 즐길 수 있는 재미의 양이 순비례 곡선을 그리는 종목 중 하나이다. 특정 작품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선을 넘게되면 오히려 그 재미를 반감시키는 영화나 드라마 등과는 달리, 스포츠는 그 경기나 선수에 대한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스포츠는 짜여진 플롯을 따라가는 영화와는 달리, 언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미학에 기반해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강팀/강자를 응원하든 약팀/약자를 응원하든, 스포츠를 즐기는 모든 사람은 통계나 확률로 환원되지 않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순간 때문에 경기를 본다. 하지만 어떤 순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순간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사전 정보가 필요한 법. 이런 특성상, 스포츠 분야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잡지가 유용하고 꼭 필요한 분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나처럼 게임 자체의 승/패보다는, 그 경기에 뛰는 사람들을 보면서 스포츠의 재미를 느끼는 스타일일 경우에는, 선수들에 대한 정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아마도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대학시절부터 찍어뒀던 유망주 선수가 프로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을 때의 뿌듯함을, 잘 나가던 선수가 부상으로 헤맬 때의 안타까움을, 노력형 선수가 꾸준히 자신을 향상시킬 때의 기쁨을, 천재형 선수가 돌연히 등장해 리그를 제패할 때의 짜릿함을, 응원하던 선수가 은퇴할 때의 아련함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선수들의 성공과 실패, 기쁨과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해서는 그 선수에 대한 사전이해는 필수적이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국내 스포츠보다는 미국의 NBA나 MLB를 더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아마 이것도 선수 개개인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국내보다는 오히려 미국 쪽이 더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기존에 국내에서 선수 개개인의 성격이나 개성에 대한 설명 혹은 더 나아가 선수 개인에 대한 심층적인 인터뷰 등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굉장히 한정되어 있었다.(물론 인터넷의 발달로 상당부분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무튼 서너달 지켜본 결과, <스포츠 2.0>은 이러한 정보들에 대한 스포츠팬의 욕구를 상당부분 충족시켜주고 있다. 한편으로 경기를 둘러싼 정보 전달에 충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선수 개개인의 심층 인터뷰를 그 주의 가장 핵심적인 기사로 내놓는 전략을 쓰고 있는데, 나같은 팬에게는 아주 적절한 편집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기존에 국내에서 전문 스포츠 잡지를 만들어보려는 시도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종합스포츠지는 아니었지만 <주간 야구> 복간 시도도 있었고, 농구 같은 경우에는 NBA 소식을 중심으로 꾸준히 월간지들이 발행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잡지들이 안정화되지 못하고 금방 휴간 혹은 폐간되고는 했는데, 아마도 광고 수주 부족 등에서 오는 금전 문제 때문이었으리라. 이후로 새로 나왔다는 스포츠 잡지만 사면 광고수를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기고 말았는데, 다행히(!) <스포츠 2.0>의 광고수는 매달 1-2개씩 늘어나고 있다. 이번에는 부디 오랫동안 꾸준히 발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래는 <스포츠 2.0> 홈페이지.

http://www.sports2.co.kr/

 

 

가격도 단돈 1000원이란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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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4 01:54 2006/08/24 0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