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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18
    '민주성산업인연대'와의 간담회 (9월15일)(3)
    키메라

'민주성산업인연대'와의 간담회 (9월15일)

 

“성산업인들이 정당한 성산업과 민주적 제도에 대해 입을 열었다!”

-민주성산업인연대와의 간담회 정리-


‘민주성산업인연대’라? 아마도 이 이름은 당신에게 무척이나 낯설게 여겨질 것이다. 성산업인이라니? 게다가 앞에 ‘민주’가 붙는다? 이 사회는 성산업인을 ‘포주’라 부르고, 포주는 애시 당초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이나 먼 범법자에 지나지 않는 존재들이라 여겨왔다. 때문에 ‘민주성산업인연대’라는 단체는 ‘성산업이 정당하게 존재할 수 있고 성산업이 민주화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당신을 당혹스럽게 만들거나 불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민주성산업인연대’는 그 자체가 당신의 고정관념을 해체시키는 실험이자, 당신이 암묵적으로 배제해왔던 존재의 권리선언이다. 성노동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서포터즈인 ‘성노동 자율공동체를 위한 연대’(준비모임. 이하 ‘성자공연’)는 성노동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민주성노동자연대’와 ‘민주성산업인연대’와 간담회를 기획했다. 그 기획의 일부로 먼저 ‘민주성산업인연대’와의 간담회 내용을 소개한다. 그들은 무슨 이유에서 성노동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무엇을 주장하는가? 결론적으로 말해 그들은 자신들이 정당하며, 이 사회가 자신들을 왜곡하고 있으며, 성매매 특별법은 성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물론 성산업을 더욱 왜곡시키고 기형적인 형태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이 간담회는 15일 오후 평택 집창촌 내에서 이뤄졌다. 간담회 참석자는 ‘성자공연’에서 2명이 참석했고, 그 중의 한 명은 본 필자다. ‘민주성산업인연대’에서는 3명(위원장, 감사, 前대표)이 참석했다. 이 글은 간담회에서 오고 간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정리: 신승철 <성자공연(준) 회원>



‘민주성산업인연대’라는 조직은 아직 한국에서는 유령과도 같습니다. 운동주체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민주성노동자연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언급되고 있는데요. ‘민주성산업인연대’의 결정과정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민주성산업인연대’는 성노동운동의 출범과 괘를 같이 합니다. 그 전에 ‘한터’라는 조직이 있었습니다만, ‘한터’는 업주들의 전국적 친목 단체적 성격이 짙었습니다. 우리도 ‘한터’에 속해 있었지만, 성노동자 운동이 시작되었고 그 방향으로 가야하는 게 맞는 게 아니냐는 판단이 들어서 결국 ‘한터’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 것이죠. ‘한터’는 성노동자라는 주체를 인정하지 않고, 성노동운동에 동의하지 않으니까....작년에 성노동자 출범식을 했는데 그때 업주들은 가만히 있을 것이냐, 우리도 성노동운동에 동참을 하자니까 ‘한터’에서는 반대를 했어요. 성노동자를 인정하면 업주들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한 거죠. 그래서 여기(평택지역)만 따로 떨어져 나와 ‘민주성산업인연대’를 결성하게 된 겁니다. ‘한터’는 현재 유명무실해진 단체가 되어버렸더군요.


‘민주성산업인연대’의 원칙적인 강령과 규약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특별한 강령과 규약은 없습니다. ‘민주성노동자연대’와의 단체협약을 이행하는 것이 현재의 규약이랄까....


‘민주성노동자연대’와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협약을 맺으셨나요?


뭐 일반적으로 노사협약의 내용인 휴가, 근무시간, 소득분배 등과 관련된 것이죠. 문서가 있으니까 뽑아드릴게요.

(현재 평택은 ‘민주성노동자연대’가 노동조합으로 ‘민주성산업인연대’와 노사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되어 있다.) 


민주적 성산업이란 게 무엇입니까?


민주적이라는 건 여러 사람 의견이 모아져야 되는 거고 민주적으로 결정되어지는 거죠. 앞으로는 성노동자들의 원하는 것이 더 많아지겠죠. 우리(성산업이 인정되고 성노동자의 권리가 인정되었을 때)가 인정이 되었을 때 말이죠. 우리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계속 협의해 나갈 생각입니다. 성노동자와 우리가 함께 싸워서 얻는 이익을 서로 나누고, 서로 간에 민주적으로 타협하면서 말이죠.  

일례로 노동시간을 10시간으로 정했는데, 그건 성노동자들의 요구에 의해서 그렇게 한 거예요. 실제로는 10시간 이하로 해도 상관없으며 단, 10시간이 넘어서는 안 된다는 제한적 규정인 거죠. 휴일도 5일 이상을 쉴 수 있도록 했어요. 5일 보다 많이 쉬어도 되지만, 적게 쉬는 건 안 되죠.


평택만 그렇게 하고 있는 건 아닙니까?


우리가 그렇게 하니까 다른 지역도 하는 수 없이 많이 따라왔어요. 노동시간, 휴일, 임금부분 등도 점차 평택 수준에 근접해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5 : 5의 소득분배의 관행도 깨어지고, 성노동자 : 성산업인 배분율을 6 : 4로 바꾸어냈습니다. 어차피 평택에 있는 노동자들이 다른 지역에도 가고 이동이 잦으니까, 그런 경향을 따라갈 수밖에 없지요.

아까 성산업 민주화에 대한 얘기를 하다 말았는데, ‘민주성산업인연대’라는 우리 단체를 전국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는 성산업인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아무나 같이하지 않겠다는 거죠. 우리 방향에 동의하는 부분...성노동자 인정하고, 성노동운동 지지하고 그런면 함께 하겠다, 이런 거죠.


어떤 면에서는 ‘민주성산업인연대’라는 단체에 대한 법적, 사회적 인정을 요구하는 것이겠군요. 그렇다면 단체의 정체성을 특징짓고 민주적 성격을 명확히 하는 멤버쉽 규약이 앞으로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민주성산업인연대’가 지향하는 바에 따르는 사업같은 것은 없나요?


지금은 여건이 안 되지만, 성노동자들의 자활활동이나 복지기금 마련이나 성노동자들의 은퇴 후의 대책을 지원할 사업 같은 걸 고민하고 있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이제부터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을 해볼게요. 요즘 성매매특별법 이후 오히려 '전국이 사창화'되었다는 표현을 많이 쓰게 되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원래는 공창과 대별되는 것이 사창이지만, 우리나라에 공창은 없으니까 결국 언론보도에서 얘기되는 사창의 의미는 단순히 음성적인 성거래를 말한다고 보여 집니다. 우리에게는 음성적인 것과 양성적인 것의 구별이 매우 중요한데요. 우리는 성거래를 하겠다고 하는 거고 드러내놓고 하는 거고, 음성적인 데는 숨어서 아닌 것처럼 하고서 하는 거죠. 술 판매를 목적으로 하면서 성거래를 하는 것...그런 것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음성적인 것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음성적인 부분을 막으려면 양성화해야 한다는 생각인 거죠.


그렇다면 음성적인 부분은 성산업으로 볼 수 없다는 건가요? 술을 판매하기 위해서 성을 이용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거고...물론 음성적인 부분에서 일하는 분들도 성노동자는 아닌 것이고...


그렇죠. 술3종 업소같은 곳은 술을 팔아 이익을 내려고 성을 이용하고 성매매를 강요하는 거죠.


‘민주성산업인연대’가 있기 전까지 성산업이나 성노동은 어떻게 관리되어 왔나요? 예컨대 고객이 지불해야 할 비용의 책정이라는가....


과거에는 ‘한터’가 했지요. 업주들 모임에서 여러 가지 것들을 논의해왔습니다.


성산업하면, 사람들이 ‘인신매매’나 ‘선불금’과 같은 것을 떠올립니다.


인신매매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신매매 정의를, 예를 들어 우리가 성노동자에게 선불금을 주면 그걸 가지고 사람을 매매한다고 인신매매라고 그러는데, 이게 인신매매입니까? 난 인신매매를 본인의사와 무관하게 납치해가지고 봉고차 같은 데에다 태워서 팔아먹고 이러는 것을 인신매매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일례로 지금 법으로 인신매매라고 하는 것은 뭐냐면 직업소개소를 통해 아가씨를 소개받고 소개비를 소개소에 주면 인신매매가 되어버립니다. 아가씨가 선불금을 달래서 주면 인신매매가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해서 인신매매로 처벌받게 되는 겁니다. 그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이런 것을 다 인신매매라고 규정해버리고, 언론에서 ‘인신매매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니까 일반 시민들은 여전히 납치하고, 감금하고 그러는 줄 알아요.


일테면 내가 직업소개소에서 파출부를 소개받으면 인신매매가 아니지만, 성노동자를 소개받으면 인신매매가 되어버리는 거네요. 지금 사회의 다른 부분에서는 그냥 통용되는 일이 결국은 이 일이 불법적인 것이기 때문에 인신매매로 정의되는 것일 뿐이로군요.


사회적으로 성산업과 관련해 인신매매라고 유포되는 것이 다 그런 겁니다. 그걸 인신매매라고 부르는 거죠. 사람을 팔아먹고 이런 것은 글쎄요, 모르겠어요. 섬이나 이런 고립된 곳에 그런 게 잔존하거나 어디 음성적인 곳에서는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집창촌) 같은 데서는 가능할 수가 없어요. 순찰차가 하루에도 몇 번씩 돌아다니고, 개인 휴대폰 다 가지고 있지 어떻게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사람을 잡아둘 수 있겠어요?

혹 20년, 30년 전이라면 그런 일이 있었을지 몰라요. 제가 이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는 여기에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어요. 우리가 본 적은 없고, 그저 들은 거죠. 영화에서나 보게 되는 일이지....(‘민주성산업인연대’ 회원 중에 이 사업에 뛰어든 지 가장 오래된 업주가 17년이라고 한다. 오래된 경우가 15년 정도, 대부분이 10여년 안팎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여성들을 가둬두고 자물쇠를 채워둬 참사를 당했던 사건이 언론에서 보도되잖아요?


대전 유천동과 성남, 군산 등에서 벌어진 일을 말씀하시는군요. 그런 곳은 집창촌이 아닙니다. 그런 곳은 술3종 즉, 술을 파는 업소지 성거래를 하는 집창촌은 아닙니다. 사건이 일어난 그쪽은 제가 알기로는 집창촌에서 문제를 일으켜 쫓겨난 여성들이 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곳과 집창촌을 싸잡아서 같은 것으로 몰아가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 있었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집창촌에다 적용시키면 안 되죠. 여기 있는 성노동자들 입장에서는 그런 조사가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여기는 아까도 말했지만 감금이 있을 수가 없어요.


결국 집창촌과 다른 곳에서 행해지는, 음성적이라고 얘기되는 곳과의 차이를 강조하시는 것 같습니다....그리고 ‘선불금’이라는 건 정확하게 뭡니까?


선불금이란 게 뭐냐면, 여성들이 사실 이쪽으로 들어올 때면 생존을 위한 최후의 수단을 선택한 거거든요. 절박하고 다급한 상황이란 거죠. 큰 빚을 졌던가, 가족들 중 누가 다쳐서 병원비가 필요하다던가, 사채를 썼다든가...어쨌거나 빚에 몰려서 여기로 들어오거든요. 처음에 여기 올 때는 빚을 까야 되겠다고 해서 들어오는 거예요. 그래서 집창촌에서 급하다니까 미리 돈을 성노동자들에게 주는 거죠. 그걸 선불금이라 부릅니다. 


대부분은 선불금이라든가, 이 산업에서 주고받는 돈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냐 하면 성노동자를 돈 주고 사고, 또 다른 업주에다 팔아넘기는 수단으로 생각하거든요. 몸값 같은 것으로 말이죠.


뭘 사고팔아요? 업주가 파는 게 아니고, 성노동자가 필요한 돈을 갖다 쓰는 거죠. 업주가 성노동자의 몸값을 두고 다른 업주와 흥정하는 경우는 없어요.

못 믿겠다면, 평택으로 와서 단 며칠만이라도 가까이서 관찰해보세요.


그러면 TV같은데서 보도되는 여성들의 옷이나 화장품을 업주들이 사서 여성들에게 강매하고 옷값과 화장품 값 뭐 이런 것들을 과도하게 떠넘긴다는데...


우리가 왜 그런 짓을 합니까? 우리가 옷 장사하는 사람들입니까? 옷이나 화장품을 노동자들에게 강매할 이유가 없잖아요.

우리는 오히려 성노동자들에게 아끼라고 말하는 편입니다. 노동자들에게 돈을 빌려준 업주 입장에서 생각해보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빌려준 돈을 받아야지 왜 자꾸 빚을 지게 만듭니까? 언제 되돌려 받으려고 그런답니까? 노동자 입장에서도 그렇고...빚을 빨리 갚고 서로 마음 편하게 일하는 게 좋지...

요즘 해외 성노동자 여성들 있잖아요...


러시아나 다른 해외에서 온 이주 성노동자들 말인가요?


아뇨. 해외에 나가 성노동을 하는 한국 여성들요. 그 여성들 성매매특별법 때문에 엄청 고통 받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서 일했던 여성들 중에도 외국으로 나간 여성들이 있는데 전화가 와서는 약 좀 보내달라고 그래요. 거기 가서 병원 한번 못 가봤다고요. 여성들이 왜 외국으로 나갔겠습니까? 성특법 이후 선불금을 무효화하고 불법화해놓으니까, 업주들이 선불금을 안주죠. 그런데 이쪽으로 들어오려는 여성들은 당장 큰돈이 필요한데 돈을 어디서 구합니까? 은행에서 그냥 꿔준답니까? 결국 사채를 얻어 쓰거나 선불금 주는 외국으로 나가는 거죠. 사채 쓰면, 보증인도 구해야 하고 5부 이자 정도로 부담도 엄청 커지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더 큰 빚더미를 안는 거죠. 일수 찍느라 정신없죠.

외국 나가도 불법체류자가 되거나 숨어서 하니까 비용이 더 듭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노동자들 보니까 다 빈털터리 되어서 와요. 무엇보다 병원에도 못 가고...일본에 갔던 여성들은 그쪽 일본 업주가 성형수술을 하라고 강요하더래요.

성매매특별법이 성노동자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죽이고 있는 겁니다. 빚을 더 가중시키고 있는 게 성특법 입니다.


선불금은 이자가 없었나요?


집창촌 선불금에는 이자가 아예 없었어요. 그냥 신뢰관계에서 꿔주는 거죠. 매스컴에서는 선불금에 대해 왜곡과 흑색선전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외국 나가는 성노동자들에게 불법체류자가 되느니 그러지 말고 우리와 함께 여기서 싸워서 정당하고 떳떳하게 권리를 찾아 일을 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성산업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성매매 특별법이 결국 술3종 업소의 업주들 배만 불려주고 음성적인 부분을 확대했고 집창촌의 업소 업주들은 더 열악한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도 큰 것 같은데요. 그런 부분에 대한 갈등이 느껴집니다.


네, 그런 갈등이 분명 있습니다.


그렇다면 술3종 업소는 성산업이 아니고 다르게 바라봐야 된다는 여러분의 의견이 좀 더 명확해지고 마찬가지로 성노동자들의 입장이라 할 수 있는, 성매매특별법이 술3종 업소에서 음성적인 성거래가 이뤄지게 만듦으로써 성노동자를 더 열악한 상황으로 빠뜨리고 있다는 인식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대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공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희는 공창제에 반대합니다. 노동자들이 등록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원하는 성노동자는 없습니다. 국가에 의한 과도한 세금, 이런 건 둘째치고라도 우선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이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성산업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죠. 아무도 등록을 하려하지 않으면 결국 공창제를 하는 의미가 없어져버립니다.

세금을 내고 법적으로 단지 범죄가 아니라고 정의된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낙인, 일테면 어디 가서 자랑하듯 내세울만한 직업이라고 말하기까지는 아직 멀었죠.

우리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특정구역 비범죄화’입니다. 우리는 전국이 사창화되는 현상에 대해 찬성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비범죄화’는 매춘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속당하거나 단속의 대상이 되거나 처벌받는 일은 없어야하고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잖아요. ‘특정구역 비범죄화’와 일반적으로 모든 매춘행위에 대한 비범죄화와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이론적으로는 우리는 모든 매춘행위에 대한 비범죄화에 반대할 이유가 없어요. 단지, 우리는 이기기 위한 싸움을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에서, 이 상태에서 일반적으로 비범죄화해서 싸워서 이길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겁니다. 하지만, 성특법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도 얼마 없고 이 산업의 내막을 알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국민 여론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거죠. 성특법을 비판하는 국민 여론이 ‘성매매 사창화되고 있다’고 하는 것인데, 과연 전국을 비범죄화하자고 하는 주장이 먹힐 것인가? 누가 호응해 줄 것인가? 현실성이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특정구역을 비범죄화하자, 성산업을 민주화하고 성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부분에서부터 사회적 합의를 해나가자는 거죠.

성노동자들이 ‘특정구역 비범죄화’를 주장하니까 그게 집창촌 업주들의 이익 때문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위기도 있는데 사실, 성산업을 민주화하려는 의지가 없는 업주들은 음성적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성특법 때문에 영업이 힘들어지니까 음성적인 곳으로 가서 얼마든지 영업을 하잖아요. ‘특정구역 비범죄화’와 같은 걸 위해 싸울 필요가 없죠. 성특법 때문에 성노동자들만 더 힘들어졌어요.

우리가 얘기하는 특정구역은 평택처럼 성노동자 인정하고 협약을 맺고 민주적으로 영업을 하는 곳을 인정해달라는 것이지, 집창촌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아무나 인정해주자는 것이나 지금처럼 음성적으로 영업하던 것을 다 인정하자는 게 아닙니다.

자, 그 구체적 형태는 정부, 시민(시민단체), 성노동자(성노동자단체), 성산업인(성산업인단체) 이렇게 4자가 모이는 성산업관리위원회 같은 제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정부는 성산업 분야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사회적 책임성을 가져야 하고, 시민단체는 성산업을 감시하고 이 산업 내에서의 민주적 성과를 평가하고, 성노동자와 성산업인은 노동자의 권리 향상과 성산업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는 주체로 각각 참여해서 구체적 기준을 합의하고 관리하자는 거죠.

여러분(‘성노동 자율공동체를 위한 연대’을 지칭)이 주장하는 ‘자율관리제도’와 거의 비슷한 것을 주장하는 거죠.


(* ‘성자공연’(준)은 애초에 넓은 의미에서의 매춘 비범죄화에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합법화=공창제라는 도식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매춘의 비범죄화는 말 그대로 모든 형태의 매춘에 대한 법률을 폐지하고, 다른 모든 일에 적용되는 일반 법률을 따르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비범죄화 전략 자체를 성노동운동을 지원하는 다른 단체들처럼 중심적인 전략으로 다루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른 모든 합법적인 일자리들이 그렇듯이 노동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해서 노동자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향상되거나 그 산업이 민주화되거나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개인 성거래를 한 여성이 상대방으로부터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받지 못했다던가, 폭행을 당했다던가 했을 때 경찰서로 들어가 그 고객을 고소하거나 신고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개인이 그럴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미지수다. 업주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과연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여건이 되겠느냐하는 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보면 일반적인 일에 적용되는 현행 법률이란 것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저런 이유로 ‘성자공연’(준)은 다른 모든 일에 적용되는 법률을 이 산업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인 대응책이라 생각하며, 단지 범죄가 아니라는 사실만을 의미하게 될 뿐 사회적 낙인과 성노동자의 권리향상의 측면에서 기대할 것이 굉장히 적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성산업 및 성노동에 대한 자율관리 제도’를 입법화하는 것이 핵심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율관리제도란 쉽게 말해 성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 성산업인이나 성노동자들의 민주적 참여에 의해 성산업 전반을 통제함으로써 이 부분을 점점 더 민주화시켜나가는 것을 말한다. 정부와 시민의 책임과 역할은 이 산업에서 인권침해와 노동착취 등의 문제가 사라지도록 지원체계를 갖추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성산업을 점점 더 민주화시키는 부분에 대해 사회적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최근에 성적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많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섹스포와 같은 사태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요?


성인용품을 파는 사람들이나, 동영상, 포르노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도 바로 성산업인이니까 얼마든지 연대할 수 있습니다. 성에 대한 토론이 활성화되지 않고 국가가 정한 풍속법 같은 것에만 매여 있는 폐쇄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다양한 성 담론과 성적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싸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적표현의 자유가 진전되어 사람들의 성규범과 성 관념이 변화될수록 성노동운동도 더욱 발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성거래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예를 들어 네덜란드의 경우는 길거리 성노동자들 즉, 개인영업자의 경우를 위해 특정한 구역에서의 개인영업을 따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일명 박카스아줌마나 트랜스젠더 성노동자들의 권리향상과 인권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정보센터를 구축하여 거리의 성노동자들이 폭행을 당했다든지, 인권침해적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신고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센터가 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국 특정구역 안에서 보다 안전하게 거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는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성산업인이 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얘기해주십시오.


돈을 벌기 위해 집창촌에 들어왔죠. 옷가게를 하면서 유흥업소 아가씨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마침 옷가게도 잘 안되었고 의기투합이 되었죠. 그래서 큰 언니 역할을 하면서 집창촌으로 같이 들어왔어요. 여기 들어올 때 뱃속에 아이까지 있었어요. 아이(성노동자)들은 언니와 함께 먹고 살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고, 저도 성노동자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같이 나누어 먹고 살자는 것이었죠.

가족들의 반대가 가장 힘들었어요. 남편이 이혼을 요구하더군요. 그래도 내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시간이 좀 지나고 곁에서 이 사업을 지켜보더니 결국에는 가족들도 다들 인정을 하더군요.

(‘민주성산업인연대’ 감사의 경우는 이전에 한번 들어와서는 망해가지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케이스라 한다. 처음에는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고 극구 부정도 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인신매매’가 횡행하고 깡패들만 있는 곳으로만 생각했는데, 결국에는 돈이 없어 이 사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막상 들어와 보니 생각했던 것과 당연히 틀렸던 것이다.)


마지막 질문을 하겠습니다. 성노동운동을 하면서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떳떳해졌어요. 물론 개인 차원에서는 이 일을 하면서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가족들 몰래 사업을 시작했고, 지금도 가족들이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사회에서 ‘포주’라고 손가락질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떳떳해졌어요. 가족들에게 내가 이 산업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된 것, 성노동운동을 하면서 가장 크게 변한 점이 그거예요.


모두들, 장시간 수고하셨습니다.



*** 후기: 사실 ‘민주성산업인연대’라는 단체는 국제 성노동운동의 경험 속에서는 이례적인 것에 속한다. 해외의 사례를 보아도 대체로 업주들은 성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큰 위기감을 느끼며 성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억압하려 들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민주성산업인연대’처럼 적극적으로 성노동운동에 결합하려는 특출난 사례가 있었던가? 내 기억에는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성산업과 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정부, 시민, 성노동자, 성산업인 4자가 참여하는 관리 제도를 두자는 것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내가 알기로는 없다. 정치적으로 분명하게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관리제도는 ‘성자공연’(준)이 애초에 생각하고 있었던 ‘성노동 자율관리제도’와 분명 흡사하다.

우리는 사실, 성산업 분야만이 아니라 지금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산업분야가 단순히 사적이익만을 위해 경주하는 거대산업체이기를 멈추고 성노동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관리제도 아래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어떤 산업도 그 산업과 이해관계를 갖는 모든 정치적 경제적 주체들을 포괄하여 민주적으로 협의해가는 관리제도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이 환경파괴를 해도, 노동자의 인권을 마구 유린해도 그것을 제지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 노동자와 시민은 그런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정부는 그런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모든 산업들은 합법적으로 인정받으며 비범죄화된다.

우리는 성산업이 불법화되어 있는 현실적 조건 때문에 다른 어떤 산업보다 더 빠르게 직접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에 의해 사회 공통의 이익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민주성산업인연대’를 지지하며 보다 사회 공통의 이익에 협력적으로 될 수 있도록 연대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원래는 ‘민주성노동자연대’와의 간담회를 먼저 하려고 했으나 그들의 바쁜 일정 때문에 ‘민주성산업인연대’와의 간담회 뒤로 미뤄졌다. 오는 24일에 ‘민주성노동자연대’와의 간담회가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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