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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9/03/15

권오일 선본 '도립대학설립' 비판 (경기교육감 선거)

 

(내일 급한 용무가 있어서 자세히는 쓰지 못하겠으나 일단 생각난 것부터 정리해보기로 하겠다.나중에 구체적인 DATA를 수집해 더 자세히 쓸 예정)

경기 교육감 예비후보 권오일씨가 '경기도립대학 설립'을 주요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래는 이와 관련된 권오일 후보의 기자회견 브리핑 자료.

 


약속 둘, 입시지옥 해소, 등록금 경감, 경기도립대학 건립


  국내 다른 도들과는 달리 경기도에는 국/공립 대학이 없습니다. 이는 그만큼 경기 지역이 교육에 있어서도 서울의 주변부로 전락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에 설립 전 과정에서 유관 기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경기도의 공립대학으로서 경기 도립대학을 건립하도록 할 것입니다. 또, 경기 도립대학의 학생 선발은 영어성적이 아니라 학생의 특기, 재능, 잠재력을 기준으로 선발하고 지역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할당제를 도입하여 입시지옥 없고 등록금 부담없는 도립대학을 건립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선의로 봐주고 싶어도, 이건 영아니다 싶다.

아마도 의도하는 바는 경기도립 대학을 설립한 후 전형방법등을 진보적으로 만들어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취약계층에게 교육의 문을 넓혀주자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실현가능성이 없는 방안이다. 몇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1) 우선 도립대학의 설립과 운영등은 도의회의 의결이 필요한 부분이다.. 아무리 교육감이 의지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도지사/도의회가 나서지 않으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의도한대로 진보적인 대학이 되려면 진보진영이 (최소한) 도의회를 장악해야만 한다. 도의회가 과연 '영어 성적이 아니라 학생의 특기, 재능, 잠재력'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이해하고 승인할 수 있겠는가 문제가 대두된다.

2) 또한 재정의 문제가 대두되는데 과연 경기도가 경기 북부와 경기 남부에 각각 한개씩의 캠퍼스(문과, 이과)를 가진 도립대학을 신설하고 유지할 수 있는 재정을 마련할 수 있을지 회의스럽다. (그럴 재정적 여유가 있다면 차라리 장애인 교육시설에 투자하는 게 낫지 않을까?)

3) 경기도의 지리적 특성상 경기 북부와 남부가 인천, 서울에 의해 분단되어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예컨대 용인에서 경기도립대학 자연과학대에 진학한 학생은 서울을 가로질러 경기 북부에 있는 대학에 다녀야 하는데 그럴바에는 차라리 서울시립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더 편하다. (권오일 선본 측은 경기 북부에 자연과학캠퍼스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힌바 있다.)

4) 권오일 선본이 밝힌 바에 따르면 경기도립대학은 영어 성적이 아니라 특기, 적성 등으로 뽑기 때문에 사교육 경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납득이 되지 않는 주장이다.

경기도립대학이 사교육 경감과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키려면 다른 무엇보다 경기도립대학이 '이전에 사교육을 받던 학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받던 사교육을 팽개치고 특기,정석 계발에 힘을 쏟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신설될 도립대학이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유인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이건 다른 지역의 도립대학의 위상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각도의 도립대학은 대학 진학예정자들의 선호도에서 거의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비꼬는 이야기로 들릴까봐 좀 조심스러운데, 만약 도립대학을 신설하면 이 대학은 특기, 적성 계발을 열심히 한 학생보다 공부를 안한 학생들이 마지막에 선택하는 대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단의 조치 - 예컨대 졸업자 전원 취업 보장 과 등록금 전원 무료 - 를 취하지 않으면 신설 도립대학은 다른 도립대학이 걸었던 전철을 피할 수 없다.

5) 경기도립 대학은 설립으로 애초에 뜻한 목표를 이룰 수 없을 뿐더러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
도립대학을 설립한다면 어디에 설립할 것인가? 아마도 농지를 대학용지로 전용하거나 산을깎아서 만들어야 할텐데 부지매입,보상, 개발 과정의 난맥상을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겠다. 굳이 농지를 전용하거나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대학을 신설할 필요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은 경기 지역의 사립대를 인수하는 방안이다.)



경기도립대학 설립은 진보 교육감 후보의 대표 공약이 될만한 것이 아니다. 일단 온전히 교육감의 권한안에 있는 문제가 아니다(도의회 의결 필요) 또한 선본 측이 노리고 있는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여러가지 문제점을 유발할 터인데 아무리 낙관적으로 봐줘도 이익이 나지 않는 장사인셈이다.

차라리 도립 대학을 세울 돈으로 괜찮은 장애인 교육시설, 도서관을 도내 곳곳에 세우는 편이 낫다.

현실적으로 도립 대학 설립 공약이 이룰 수 있는 효과는, '서울시에 비해 교육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경기도 주민 정서'를 자극해서 얼마간의 표를 얻을 수 있다는 것과 (토지 수용에 따른 보상비를 받을) 도립대학 설립 예정지 주민들로부터 표를 모을 수 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득표가 과연 "우리 동네에 뉴타운을 설립하겠다"는 뉴타운 공약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궁극적으로 도립대학 설립 공약은 본선 경쟁력이 없다. 허점이 너무 많고  득표력도 거의 없어 보인다.
권오일 선본 측은 도립대학 설립 공약을 재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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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일 선본 '도립대학 설립' 비판 (경기교육감 선거)

(내일 급한 용무가 있어서 자세히는 쓰지 못하겠으나 일단 생각난 것부터 정리해보기로 하겠다.나중에 구체적인 DATA를 수집해 더 자세히 쓸 예정)

경기 교육감 예비후보 권오일씨가 '경기도립대학 설립'을 주요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래는 이와 관련된 권오일 후보의 기자회견 브리핑 자료.

 


약속 둘, 입시지옥 해소, 등록금 경감, 경기도립대학 건립


  국내 다른 도들과는 달리 경기도에는 국/공립 대학이 없습니다. 이는 그만큼 경기 지역이 교육에 있어서도 서울의 주변부로 전락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에 설립 전 과정에서 유관 기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경기도의 공립대학으로서 경기 도립대학을 건립하도록 할 것입니다. 또, 경기 도립대학의 학생 선발은 영어성적이 아니라 학생의 특기, 재능, 잠재력을 기준으로 선발하고 지역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할당제를 도입하여 입시지옥 없고 등록금 부담없는 도립대학을 건립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선의로 봐주고 싶어도, 이건 영아니다 싶다.

아마도 의도하는 바는 경기도립 대학을 설립한 후 전형방법등을 진보적으로 만들어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취약계층에게 교육의 문을 넓혀주자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실현가능성이 없는 방안이다. 몇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1) 우선 도립대학의 설립과 운영등은 도지사/도의회의 소관이다. 아무리 교육감이 의지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도지사/도의회가 나서지 않으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의도한대로 진보적인 대학이 되려면 진보진영이 (최소한) 도의회를 장악해야만 한다. 도의회가 과연 '영어 성적이 아니라 학생의 특기, 재능, 잠재력'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이해하고 승인할 수 있겠는가 문제가 대두된다.

2) 또한 재정의 문제가 대두되는데 과연 경기도가 경기 북부와 경기 남부에 각각 한개씩의 캠퍼스(문과, 이과)를 가진 도립대학을 신설하고 유지할 수 있는 재정을 마련할 수 있을지 회의스럽다. (그럴 재정적 여유가 있다면 차라리 장애인 교육시설에 투자하는 게 낫지 않을까?)

3) 경기도의 지리적 특성상 경기 북부와 남부가 인천, 서울에 의해 분단되어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예컨대 용인에서 경기도립대학 자연과학대에 진학한 학생은 서울을 가로질러 경기 북부에 있는 대학에 다녀야 하는데 그럴바에는 차라리 서울시립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더 편하다. (권오일 선본 측은 경기 북부에 자연과학캠퍼스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힌바 있다.)

4) 권오일 선본이 밝힌 바에 따르면 경기도립대학은 영어 성적이 아니라 특기, 적성 등으로 뽑기 때문에 사교육 경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납득이 되지 않는 주장이다.

경기도립대학이 사교육 경감과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키려면 다른 무엇보다 경기도립대학이 '이전에 사교육을 받던 학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받던 사교육을 팽개치고 특기,정석 계발에 힘을 쏟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신설될 도립대학이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유인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이건 다른 지역의 도립대학의 위상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각도의 도립대학은 대학 진학예정자들의 선호도에서 거의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비꼬는 이야기로 들릴까봐 좀 조심스러운데, 만약 도립대학을 신설하면 이 대학은 특기, 적성 계발을 열심히 한 학생보다 공부를 안한 학생들이 마지막에 선택하는 대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단의 조치 - 예컨대 졸업자 전원 취업 보장 과 등록금 전원 무료 - 를 취하지 않으면 신설 도립대학은 다른 도립대학이 걸었던 전철을 피할 수 없다.

5) 경기도립 대학은 설립으로 애초에 뜻한 목표를 이룰 수 없을 뿐더러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
도립대학을 설립한다면 어디에 설립할 것인가? 아마도 농지를 대학용지로 전용하거나 산을깎아서 만들어야 할텐데 부지매입,보상, 개발 과정의 난맥상을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겠다. 굳이 농지를 전용하거나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대학을 신설할 필요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은 경기 지역의 사립대를 인수하는 방안이다.)



경기도립대학 설립은 진보 교육감 후보의 대표 공약이 될만한 것이 아니다. 일단 교육감의 권한 밖에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교육감 선거의 공약으로는 전혀 맞지 않다. 또한 선본 측이 노리고 있는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여러가지 문제점을 유발할 터인데 아무리 낙관적으로 봐줘도 이익이 나지 않는 장사인셈이다.

차라리 도립 대학을 세울 돈으로 괜찮은 장애인 교육시설, 도서관을 도내 곳곳에 세우는 편이 낫다.

현실적으로 도립 대학 설립 공약이 이룰 수 있는 효과는, '서울시에 비해 교육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경기도 주민 정서'를 자극해서 얼마간의 표를 얻을 수 있다는 것과 (토지 수용에 따른 보상비를 받을) 도립대학 설립 예정지 주민들로부터 표를 모을 수 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득표가 과연 "우리 동네에 뉴타운을 설립하겠다"는 뉴타운 공약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궁극적으로 도립대학 설립 공약은 본선 경쟁력이 없다. 허점이 너무 많고  득표력도 거의 없어 보인다.
권오일 선본 측은 도립대학 설립 공약을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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