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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을 거치면서 나를 지배했던 것은
아마도 깊은 열등의식과 패배주의였던 것 같다.
뭘 해도 어색했고
어떻게 해도 욕을 먹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깨질거라는 걸 알았다면
좀더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텐데...
속이 좁았고 또 부서질 용기도 없었던 거다.
누군가에게 평가받는다는 거...
그것도 좋은 평가가 아닐때...
거기에 실랄함까지 더해졌을 떄...(그리고 왠지 나의 진정성을 사람들이 오해한다고 느꼈을때 이때 부터 사람은 바보가 되기 시작하지)
그런 기분을 잘 알고 있다.
한 없이 땅 속으로 꺼져버리는 기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은 기분
주위가 돛대기 시장 같이 왁자지껄한데도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
그런 실랄한 비판들이 쏟아졌을 때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더라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은 그저 말일 뿐이지
보기좋게 패배하는 것은 멋있게 승리하는 것보다 몇갑절 힘들더라...
오늘 몇몇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떠올린 것은 그 무엇도 아닌 오래전
몸도 마음도 덥수룩했던 시절의 내 모습
진정으로 책임지는 것이 뭔지 모르고
변화란 뼈를 깍는 고통과 함께 온다는 걸 입으로만 알았던
철부지 시절....
뭔가 책임져야 할 때(이 나이가 드니 뭐든지 책임감이더라)
그 처음과 끝을 잘 볼 수 있다면
실수해도 진 것이 아니고
쓰러져도 패배한 것이 아니라는 것
뭐 그런 유치한 생각이 드네... 허허허
이제는 정말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뭐~~~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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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er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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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마지막 부분, 와닿는군요.ㅠㅠ;; 처음과 끝을 잘 볼 수 있다면 쓰러져도 패배한 것이 아니라니, 아 유치하다고 말하지 마세요.ㅋㅋ부가 정보
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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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하면서 이런저런 생각하는가 봐요. ^^ 근데 뜀박질하는 와중에 잡생각이 날까? 횡설수설이군. 내심정과 똑같네.. 의도하지 않았겠으나 나한테 하는 위로인 듯 하여 감사! ㅡ.ㅜ부가 정보
cs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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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확실한데 마라톤 할때는... 이런저런 잡생각이 아주 많이 납니다. 나의 경우는 달리는 와중에 초등학교 시절 내 짝꿍이 싸왔던 도시락 통의 모양과 반찬(계란옷을 먹음직스럽게 입은 쏘세지)의 세세한 형상을 완벽하게 기억해낼 정도였소... 어떤 책에서 봤는데 인간은 육체적으로 뭔가를 할때 더 많은 생각과 기억을 떠올린다고 하던데... 뭐 그런 거겠죠...근데 뭔 잘못을 했길래 별것도 아닌 글로 위로를 다 받누... 궁금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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