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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환심 사려는 ‘정치적 사심’ 있다고?

정부 비정규 ‘개악’ 법안에 대한 한나라·조중동의 어이없는 ‘침묵과 엄살’‘

 

나쁜 주류세력’은 참여정부만이 아니다.

노동계를 강타한 정부의 비정규직 ‘확대’ 법안에 대해 노동계가 노사정위원회 불참은 물론, 노동부 장관의 퇴진까지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또다른 주류’들은 침묵 속에 동조하고 있거나 오히려 더 악랄한 법안을 요구하는 채찍질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8월 LG 정유노조의 파업투쟁 당시 “귀족노조라는 LG정유가 임금교섭 문제로 파업을 하면서··· 비정규직이나 실업자들과 지켜보는 주민들의 심정은 고려해 봤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며 비정규직들의 입장을 ‘헤아리는 듯한’ 논평을 낸 바 있다.

8월 17일 열린 회의에서도 이한구 정책위원장은 노사정 대타협 문제를 거론하면서 “노동조건 유연화나 임금면에서 노동자들이 양보를 하고 그 재원을 비정규직이나 실업자 해소에 쓰고···노동자는 사용자를 도와주고 사용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메카니즘을 다시 한번 만들어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희망”이라며 “민노당과도 협력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들만의 노동관’으로나마 비정규직 문제를 입에 올린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비정규 법안 상정 방침이 알려진 9월 8일 이후 한나라당이 발표한 25개에 이르는 논평 중 비정규직 관련 논평이나 발언은 단 한 건도 없다. 한나라당은 예의 ‘국가보안법 이슈’에 총력을 기울이며 모든 문제의 쟁점을 국가보안법으로 환원시키고 있다. ‘문제는 경제입니다’라는 제목의 논평(12일)에도 비정규직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이한구 의원측은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특별한 입장이 없다”며 무신경한 표정이었다. 유기성 환노위 전문위원도 “내부에서 논의중이나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중동’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3대 보수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듯 ‘사실보도’ 위주의 평면적 기사만 배치할 뿐, 특유의 분석·전망 기사에 힘을 쏟지 않고 있다. 틈만 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해소를 위해선 ‘고용 유연화’만이 살길이라는 주문을 외우던 그들이 아닌가. 마치 이번 법안에 대한 자신들의 속내를 내비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만, 조선일보의 경우 13일자 사설 ‘비정규직 내쫓는 비정규직 보호법안’<사진>을 통해 한발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준다. 조선일보는 이번 법안에서 3년으로 늘어난 계약기간이 외려 사용자의 발목을 잡는다고 야단이다.

 

 

이 신문은 “앞으로는 기간제 근로자를 3년마다 교체하거나, 아니면 정규직처럼 고용을 보장해줘야”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어떻게든 비정규직을 줄여나가려고 할 것이고, 이게 안 되면 사업장을 해외로 옮기려 할 게 뻔해 지금의 비정규직들은 실업상태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3년의 파견기간이 끝난 후 3개월간 파견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게 만든 부분에 대한 ‘엄살’이다. 이들은 “특정 업무를 파견근로자가 맡고 있는 경우 3년마다 3개월씩 그 업무에 공백이 생기는 것”이고, “이 불경기에 파견직을 정규직으로 만들 정신나간 기업은 없을 터이니, 결국 이 일자리도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3개월의 ‘휴지기’조차도 아깝다는 것이다.

나아가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대우 금지 조항’과 ‘사용자에 대한 벌칙 조항’이 신설된 것도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라며 딴지를 걸거나, “정부는 정규직 문제는 전혀 건드리지 않은 채 실현성 없는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만 들고나와 비정규직의 환심을 사겠다는 정치적 사심(私心)”을 드러내고 있다고까지 지적한다. 양대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격분이 그들의 눈에는 ‘환심’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기회만 있으면 비정규직 문제를 들고나와 정규직을 압박하던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이번 정부여당의 비정규직 관련법안에 대해선 ‘침묵과 엄살’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 그들의 정치적 지향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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