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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당을 만들고 어떤 정치활동을 할 것인가? [사회주의자 통신 1호]

어떤 당을 만들고 어떤 정치활동을 할 것인가?

-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지침이 되어주는 강령이어야 한다!

 

강령기초위원 양효식

 


 

지금 우리의 강령 토론은 우리가 어떤 당을 만들고 어떤 정치활동을 할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프롤레타리아 독재와 무장봉기 같은, ‘사회주의로 가는 혁명적 길’을 명확히 하는 혁명정당을 건설할 것인가, 아니면 이러한 마르크스주의의 기본 원칙들을 애매하게 얼버무리고 ‘사회주의로 가는 평화적, 의회적 길’이라는 개량주의에 뒷문을 열어놓고 동요하는 무원칙한 당을 건설할 것인가?

또한 노동조합운동에서, 각종 활동가조직이나 부문운동에서 당원들이 당 강령에 입각한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수행하고 이 운동들을 계급투쟁적인 공동전선으로 바로 세워내기 위해 지도력을 다투는 당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사회주의 원칙 따로, 현실 운동 따로’ 함으로써 당원들의 실제 활동은 노조운동이나 활동가조직, 부문운동 수준으로 하향화하여 당 운동이 실종되고 대중운동, 부문운동도 투쟁을 회피하는 개량주의가 주도하는 운동으로 전락되도록 허용하는 당을 만들 것인가?

현재 제출된 안 가운데 3인안은 노동자계급 권력 장악을 위한 전략전술 제시를 회피함으로써 노조를 비롯한 대중운동과 각종 활동가조직, 부문운동들에서 당원들이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수행할 지침이 전혀 되지 못하는 강령안이다. 이런 강령안에 바탕을 두는 당이라면 전위당이 아니라 꽁무니주의 당, 즉 노조, 활동가조직, 노동단체, 부문운동들의 총합에 불과한 당, 필연적으로 추수주의적이고 연방주의적인 당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건설할 사회주의노동자정당의 강령은 사회주의혁명 강령이다. 그러나 당 강령에서 형식적으로 ‘사회주의혁명’을 언급하고 있어도 실제로 사회주의혁명과 노동자계급의 권력 장악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 전술의 형태로 강령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면 ‘사회주의혁명’은 공문구가 된다. 강령은 행동의 지침이 못되며 당사의 액자에나 걸어놓는 죽은 문자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당의 활동이 ‘강령 따로, 당면 투쟁 따로’ 식으로 되어버리고 이름만 혁명정당일 뿐 사실상 개량주의 정당과 다를 바 없는 당으로 전락한다.

그래서 반드시 혁명정당의 강령이라면 당면 투쟁과 노동조합에서, 현장과 지역에서, 각종 활동가조직과 부문운동 속에서, 다양한 공동투쟁 전선에서 당원들이 수행할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지침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사노위를 비롯한 남한 사회주의운동은 노동자 투쟁에 적극 연대, 지원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중투쟁에 적극 결합하고 연대하는 것은 사회주의운동에 기본적인 임무일 뿐 아니라 더욱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을 자임하는 세력으로서 사노위는 이러한 지원과 연대를 넘어서 계급투쟁을 조직하고 지도하는 사회주의운동 본연의 과제로까지 아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투쟁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과연 연대와 지원 이상으로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펼치고 있는가?

사노위 출범 과정에서 수립한 11개 사노위 정치원칙 가운데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핵심적인 원칙이 있다.

- 현장, 지역, 전국 수준의 사회주의 정치활동 전개

- 강령(이행요구 포함)에 입각한 노동자 투쟁 조직화

사노위는 이 원칙을 현재 사노위 조직활동 속에서 실현시키지 못해서 고통 받고 있다. 노동자 투쟁에 대한 지원과 연대 활동이 왕성하면 할수록 이러한 ‘사회주의 정치활동 전개’와 ‘강령에 입각한 노동자 투쟁 조직화’라는 원칙을 실천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고통인 것이다.

우리의 활동이 단순한 투쟁 결합 및 지원 연대가 아니라 대중 속에서 사회주의 정치활동이어야 한다고 할 때, 즉 투쟁의 목표와 방향과 요구와 전술과 조직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계급투쟁에 지도력을 공급하고, 나아가 투쟁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노동자권력을 향한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임무에 대한 인식으로까지 계급의식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전과 선동을 수행하는, 그러한 사회주의 정치활동이어야 한다고 할 때, 이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나침반과 지침서가 되어야 할 강령, 전술을 정립해야 할 과제는 현재 사노위를 비롯한 사회주의운동에 너무도 시급하고 절박한 상황이다.

사노위의 전 조직적인 당 강령 토론이 단순히 사회주의의 일반 원칙과 궁극 목표를 확인하는 수준으로 진행되어버릴 우려가 있다. 만일 이러한 추상 수준에서 맴돌 뿐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지침 정립이라는 구체적 수준으로까지 상승하지 못하고 만다면 강령 논의는 결코 정치적 · 실천적 통일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며, 당 추진위 건설의 실패로 귀결되고 말 것이다. 현재 제출된 강령 초초안은 이런 구체적 수준의 지침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확히 말해서 제시하길 회피하고 있다. 이는 사노위 건설 11개 정치원칙에서 강령에 ‘이행요구 포함’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이행요구강령을 초초안에 담아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운동의 궁극 목표와 현실 계급투쟁 사이의 간극을 이어줄 가교로서의 이행요구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노위는 사노위 11대 정치원칙 첫머리에 “사회주의 혁명 정당 건설”을 내걸고 있다. 사회주의혁명을 이끌 당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큰 타이틀로 “노동자권력(대체권력) 수립”을 천명하고 있다. 노동자계급의 권력장악을 조직의 정치적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자계급의 당면한 투쟁과제들(비정규직, 고용, 생활임금, 민주적 제권리 방어 등)과 사노위가 내걸고 있는 정치적 목표인 노동자권력/사회주의혁명 사이에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곧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위한 지침을 정립하는 것이다. 만약 ‘정치적 목표 따로, 당면 투쟁 따로’ 라면 정치적 목표는 공문구로, 당면 투쟁에 대한 방침은 대중 추수주의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또한 노동조합과 각종 활동가조직, 부문운동 속에서 사회주의당원들이 혁명적 사회주의 지도력을 행사함으로써 이 운동과 조직들을 강령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조, 단체, 부문운동 수준으로 하향화하고 나아가 이 운동과 조직들이 개량주의가 주도하도록 허용하는 상황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강령에 입각한 노동자 투쟁 조직화”라는 원칙을 이번 강령 토론에서 얼마나 구체화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현장에서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상’을 정립하는 것도 여기에 달려 있다. 강령적 내용과 무관한 ‘현장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상’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지침 마련을 위해 일차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1. 당면의 비정규직 문제와 사노위가 말하는 노동자의 권력장악/ 사회주의혁명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가? 아무 관련 없는 별개인가? 그렇지 않다면 사노위의, 또는 사노위가 건설해야 한다고 하는 사회주의 혁명정당의 비정규직 강령은 무엇인가? 혹은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자계급의 권력 장악 간에는 아무 관련 없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우리는 비정규직 노조나 관련 노동단체의 정책을 가져다 쓰면 되는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 그리고 이하의 문제들에 대해 추상적으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즉 정치활동의 지침이 될 수 있도록, “강령에 입각한 노동자 투쟁 조직화”가 될 수 있도록 답변을 해야 한다.)

2. 당면의 실업, 해고 등 고용 문제와 사노위가 말하는 노동자의 권력장악/ 사회주의혁명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가? 사노위의 또는 건설할 사회주의 혁명정당의 일자리 강령은 무엇인가?

3. 현재 이명박정권의 ‘민주주의 후퇴’에 맞서 민주적 제권리(집회 시위 결사 표현의 자유 등)를 방어하는 문제와 사노위가 말하는 노동자의 권력장악/ 사회주의혁명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가? 사노위의 또는 건설할 사회주의 혁명정당의 민주적 제권리 강령은 무엇인가?

4. 여성억압에 맞선 여성해방 문제와 사노위가 말하는 노동자의 권력장악/ 사회주의혁명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가? 사노위의 또는 건설할 사회주의 혁명정당의 여성해방 강령은 무엇인가?

4-1. 성 소수자,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억압/ 장애인과 노인에 대한 차별에 맞선 투쟁과 사노위가 말하는 노동자의 권력장악/ 사회주의혁명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가? 사노위의 또는 건설할 사회주의 혁명정당의 사회적 억압과 차별에 맞선 투쟁 강령은 무엇인가?

5. 자본주의 체제가 야기하는 당면의 환경재앙으로부터 환경을 지키기 위한 투쟁과 사노위가 말하는 노동자의 권력장악/ 사회주의혁명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가? 사노위의 또는 건설할 사회주의 혁명정당의 환경, 생태 강령은 무엇인가?

6. 현 시기 노조운동과 사노위가 말하는 노동자의 권력장악/ 사회주의혁명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가? 사노위의 또는 건설할 사회주의 혁명정당의 노조운동 강령은 무엇인가? 사회주의혁명정당의 현 시기 노동조합 전략, 전술은 무엇인가?

7. 현장통제에 맞서는 투쟁,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투쟁, 작업 및 생산을 둘러싼 ‘현장권력’을 위한 투쟁과 사노위가 말하는 노동자의 권력장악/ 사회주의혁명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가? 사노위의 또는 건설할 사회주의 혁명정당의 현장권력 및 생산통제권 강령은 무엇인가?

8. 당면 경제위기 속에서 파산기업 문제, 재벌 문제, 금융위기로 인한 은행 및 금융사 문제, 위기를 빙자한 구조조정 및 민영화 문제 등과 사노위가 말하는 노동자의 권력장악/ 사회주의혁명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가? 사노위의 또는 건설할 사회주의 혁명정당의 경제위기 강령, 재벌 강령, 민영화/ 국유화 관련 강령은 무엇인가?

9. 당면 전쟁위협 책동에 맞선 투쟁 및 제국주의 전쟁 반대투쟁과 사노위가 말하는 노동자의 권력장악/ 사회주의혁명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가? 사노위의 또는 건설할 사회주의 혁명정당의 전쟁/평화 강령은 무엇인가?

10. 구사대 용역, 경찰 폭력에 맞선 투쟁, 노동자의 자위적 무장을 위한 투쟁과 사노위가 말하는 노동자의 권력장악/ 사회주의혁명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가? 사노위의 또는 건설할 사회주의 혁명정당의 폭력, 무장 강령은 무엇인가?

혁명적 노동자당을 건설하려 하며 노동자 권력장악과 사회주의혁명을 정치적 목표로 하여 당면 노동자 투쟁에 결합하고 있는 사노위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시급히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사노위의 당 건설투쟁에 대한 진정성을 믿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각각의 관련 단체나 부문운동들로부터 구할 수 없고 구해서도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각각의 답이 하나의 사회주의혁명 강령의 일부로, 노동계급의 권력장악을 위한 프로그램의 일부로 제출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가 건설할 사회주의 혁명정당이 부문운동 단체들의 총합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 총체적인 답변을 이번 전 조직적 강령 토론 과정에서 정확히 정립해야 한다. 적어도 5월 또는 8월 이후 사회주의노동자당(추)의 정치활동이 더 이상 지원연대 활동 수준으로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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