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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29
    자비에 돌란
    H
  2. 2015/09/08
    멘탈 탈탈
    H

자비에 돌란

추석 연휴에 달밤에 밖에서 달을 찍고 방구석을 뒹구는 것말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책을 읽었다.

아니, 영화도 봤다.

자비에르 돌란의 영화를 봤다.

<나는 엄마를 죽였다>와 <농장의 탐 Tom at the farm>

탐앳더팜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가 끝내줬다.

그 노래는... 누구더라... 아무튼 매우 매력적인 톤을 가진 남자 가수의 노래로 going to a town 이란 노래였다.

조지 미셸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것이라고 하는데 원곡보다 훨씬 좋았다.

그런데 영화가 뭐 그렇게 엄청나게 좋은 것 같진 않았다.

아무래도 자비에 돌란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약간 과장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리고(젊고), 잘 생겨서 좀 더 그런 것 같고, 또 연출을 하면서 연기를 좀 잘 하기도 하고.

셀카를 찍을 때조차도 모델처럼, 얼굴 각을 틀어서 찍던데... 별로 애정이 생기지 않았다.

이런걸 열등감이라고 하는 건가?

이런 얘기를 오랜만에 카톡으로 대화를 나눈 정민이형과 나눴더니, 걔는 키가 168이라고 말해줬다.

"그랬구나... 형, 고마워요."

형이 대답했다.

"괜찮아. 어차피 우린 잘 안 될거야."

"아니예요, 형. 우리는 잘 될거예요. 형도 잘 될거고. 잘 할 거예요."

나는, 조금 쉬고, 숨도 돌리고, 여유롭게 살면서 '잘', '제대로' 살거예요. 영화를 하든 노동운동을 하든 '그걸' 포기하지 않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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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탈탈

술 기운 가득 아침에 일어났다.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니 나에게 깊은 울화병을 안겨준 아무개님이 날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는 페이스북에 친구공개로,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들만, 이름도 밝히지 않고 썼을 뿐, 없는 얘기를 지어낸 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멘탈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에 대해 믿고 싶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목격하는 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다. 

빈 속에 아이스아메리카노만 마시며 석관동으로 가서 남는 것 하나 없는 수업을 들었다. <내 깡패 같은 연인>이란 영화를 보며 시간을 뗴웠는데, 이미 두번이나 봤던 영화라서 앉아있는 그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리곤 다시 연남동 사무실로 향했다. 내부순환로 터널을 지나가는데 그 어둠이 너무 숨막힐 것 같았다. 야맹증이 있는 건지, 아니면 폐쇄공포증인지. 아마 후자겠지.

사무실에 가서 변호사님이 요청한 증거 사진들을 열심히 찾았다. 두 시간 내내 찾았지만 내가 바라는, 재판에 필요한 사진이 없었다. 그러다가 급히 서부지법으로 갔다. 빠듯하게 도착. 그런데 정말 황당하게도 오늘 재판은 중앙지법이었다. 서부지법, 중앙지법에 재판에 몇 개씩 있어서 나 스스로 헷갈렸던 것 같다. 중앙지법으로 향하는데 삼각지 쪽에서 차가 너무 막혔다. 판사가 제발 기다려주길 바라며 달려갔다.

중앙지법에 갔더니 다행히 재판이 진행중이었고, 작년 5월 19일 서초사옥 앞에서 열렸던 무기한파업 첫날의 시위 건이었다. 나는 이 건으로도 기소됐고, 그보다 두 달 전 세종대왕상에서 단체사진 촬영을 빙자한 집회를 개최했다는 혐의로도 기소되었다. 너무 황당하지만 내가 기소된 예닐곱개 사건들의 절반이 대개 이렇다.

재판이 끝나고 증인으로 와주신 영등포센터 교선부장님에게 너무 죄송하고 고마워서 영등포까지 데려다드렸다. 갔더니 서울부지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같이 쌈밥을 먹었다. 오늘 처음 먹는 밥이었다. 꾸역꾸역 먹고 다시 집으로 왔다. 집에 왔더니 기다리는 건 3년만의 학교 과제. 2분짜리로, 나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쌓이는 벌금 고지서와 이어지는 재판들, 온갖 스트레스에 멘탈이 탈탈 털리는 나날들이다. 2분 내내 밤바다에 거친 파도가 치는, 아무 내레이션도 없는 영상을 촬영해서 제출해야 할 것 같다. 삶은 고통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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