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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적 사랑 ......

까라마조씨네 형제들 - 도스토에프스키 / 열린책들 20078

 

 「 ... 저는 눈을 감고 이런 생각에 빠져들곤 합니다. 만일 모든 사람들이 신심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하고 그런데 사람들은 그 모든 것이 처음에 무서운 자연 현상에 대한 공포심에서 비롯되었을 뿐 그 이상은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평생 신앙 속에서 살다가 죽음을 맞게 되면 갑자기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고 제가 읽은 어느 책 속에서도 이야기 하듯이  <무덤 위에는 잡초만 무성히 자라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무서운 일이에요! 어떻게, 어떻게 하면 신심을 회복하 수 있을까요? 게다가 어린 시저에 아무 생각없이 기계적으로 신앙을 가졌을 뿐인데요 ..., 어떻게 어떻게하면 그것을 입증할 수 있을까요. 지금 저는 당신 앞에 엎드려 그것에 대해 부탁하조자 찾아온 것입니다. 만일 이 기회를 놓친다면 평생 제게 대합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어떻게 하면 입증도 하고 또 어떻게 하면 확신을 얻을 수 있을까요? 오, 저는 얼마나 불행한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한결같아요. 거의 모두가, 아무도 그 문제를 염려하지 않아요. 단지 저만이 그것 참을 수가 없어요. 단지 저만이 그걸 참을 수가 없어요. 죽을 지경입니다, 죽을 지경!」

 「틀림없이 그럴 겁니다. 하지만 그걸 입증하지는 못해도 확신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어떻게? 무엇으로요?」

 「실천적 사랑의 실행으로 말입니다. 이웃을 실천적으로, 그리고 끊임없이 사랑하려고 노력하십시오. 그 사랑이 성공을 거두게 되면 신의 존재로, 자기 영혼의 불멸도 확신하게 될 것입니다. 이웃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완벽한 자기 희생에까지 이르게 된다면, 그때는 틀림없이 확신을 얻게 되고, 또한 어떤 의혹도 당신의 영혼 속으로 찾아 들지 못하게 됩니다. 이것은 경험을 거친 사실이며 분명한 것입니다.」

 「실천적 사랑이라뇨? 그렇다면 그건 다시 문제가, 문제가 되겠군요! 저는 인류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믿어 주십시요. 모든 것을 제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 리즈마저도 남겨 둔 채, 자비심 넘치는 간호사의 길을 걷는 공상을 이따금씩 하곤 합니다. 눈을 감고 그런 생각에 골몰하다가 공상에 빠져 들면 저는 억제할 수 없는 힘을 내부에서 느끼게 됩니다. 어떤 상처난 어떤 악성 질병도 저를 겁먹게 하지는 못합니다. 제 손으로 분대를 메주고, 상처를 소독해 주며, 그 고통받는 사람들의 손발이 되는 것이지요. 저는 그들의 상처에 입을 맞출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닌,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다는 것은 너무나 훌륭하신 일입니다. 실제로 그러다 보면 가끔씩 그리고 우연히 착한 일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런 생화을 오랫동안 참아 낼 수 있을까요?」 부인은 극도의 흥분 상태에 빠지기라도 한 듯 열중하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예요! 그것이 저의 가장 괴로운 문제란 말이에요. 눈을 감고 이렇게 자문해 보지요. 네가 그런 길을 오래도록 견뎌낼 수 있겠니? 네가 상처를 소독해 주는 그 환자가 감사를 표하기는커녕, 너의 인도주의적 봉사를 평가하지도 안정하지도 않고 오히려 짜증을 부리면서 너를 괴롭히고, 네게 고함을 질러 대면서 무리한 요구를 한 후 상관에게 불평을 털어놓으면(많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일어나듯이) 그땐 어ㄸㅎ게 하겠어? 사랑을 계속 실천하게 될까, 혹은 그만둘까? 이런 상상을 하다가 저는 몸서리를 치며 이런 결심을 했지요. 인류에 대한 주의 <실천적> 사랑을 식게 만드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배은망덕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나는 봉급을 받는 노동자이니, 당장 그 대가를, 즉 사랑에 대한 사랑의 보답과 칭찬을 요구하겠다. ㄱ렇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겠다. 하고 말입니다! 」

 그녀는 실제로 자학적 발작 증세를 보였으며, 이야기를 마치자 도전적 결의가 가득 찬 시선으로 장로를 바라보았다.

 「그건 어느 의사가 오래 전에 내게 들려준 이야기와 똑같군요」 장로가 지적했다.

 「그는 나이가 지긋하고 대단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당신이 했던 이야기와 똑같은 이야기를, 비록 농담이기 하지만, 가슴 아픈 농담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말하기를, 나는 인류를 사랑한다.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 놀라게 된다. 왜냐하면 내가 인류를 사랑하면 할 수록 개별적 ㅣㅇㄴ간, 다시 말해서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송상을 할 때는 흔히 인류에 대한 지극한 봉사 정신에 빠져 들기도 하고, 만일 갑자기 그럴 필요가 생긴다면 사람들을 위해 실체로 십자가를 걸머지겠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단 이틀도 같은 방에서 어떤 사람하고든 함께 지낼 수 없으며, 이것은 내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바이다. 어떤 사람이 나와 가까이 있게 되면, 그의 개성은 바로 나의 자존심을 짓누르고 나의 자유를 구속한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일지라도 하루만 지나면 나는 그를 증오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식사 시간에 너무 오래 먹는다는 이유 때문에, 또 다른 사람은 감기에 걸려 계속 코를 풀어 댄다는 이유때문이다. 일단 나를 아주 조금이라도 건드리게 되면 나는 사람들의 적이 되고 만다. 그래서 개별적 인간을 증오하면 할수록 인류에 대한 나의 보편적 사랑은 한층 타오르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

 

 「.... 그러나 실천적 사랑은 노동이자 인내이며, 어떤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완벽한 학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언하는 바이지만, 당신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목표에 다가가기는 커령 거기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두려움 속에서 목격하는 순간, 바로 그 순간 갑작스레 목표를 성취하게 되며, 언제나 사랑으로 보살피시며 언제나 보이지 않게 이끌어 주시는 하느님의 기적의 권긍과 마주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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