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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학살을 멈추어라 자본가 세상을 멈추어라

<성명서> 학살을 멈추어라 자본가 세상을 멈추어라
노동사회과학연구소
2009년 01월 21일 13시 01분 11초    

    <성명서>
    학살을 멈추어라 자본가 세상을 멈추어라

    용산의 세입자들이 오직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다, 1월 20일 새벽 경찰특공대와 용역깡패에게 다섯 명이 학살당했다. 대부분 영세상인들인 이들은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임시주거와 생계를 위한 임시시장’을 만들어 달라고, 용산구청, 건설자본과 경찰이 동석한 협의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탐욕에 눈이 먼 자본과 정부에게 이들의 “불법폭력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저들은 말하고 있다. 주택세입자에게 100만원의 이사비와 4인 가족 기준 1400만원의 집세를 주었고, 상가건물에 세든 상인들은 3개월 치 수입을 보상해 주었다고. 보상은 충분하다고. 용산구청은 주장한다. “구청에 와서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은 민주시민의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그렇다면 저들의 보상의 의미는 무엇일까? ‘국가 또는 단체가 적법한 행위에 의하여 국민이나 주민에게 가한 재산상의 손실을 갚아 주기 위하여 제공하는 대상’이라고 한다. 재산상의 손실을 갚아 주는 것을 보상이라고 한단다. 그래서 땅주인은 땅에 대해 보상 받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세입자는 보상받을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당신들은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손해 볼 것도 없고 따라서 보상해 줄 것도 없다고. 쥐꼬리만한 이것도 사실은 과분한 것이라고.

    그러면 왜 우리는 가진 것이 없는가? 우리가 일하지 않아서인가? 아니다. 일하지 않는 자들은 오히려 가진 자들이다. 없는 자들은 일하지 않으면 죽는다. 우리가 없는 이유는 이미 모든 것을 자본과 땅주인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우 리는 땅을 빼앗겼다. 지구의 표면인 땅, 인간보다 먼저 생겨난 땅은 누구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땅을 점유하고 사용할 권리, 그것을 보전하고 가꾸어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와 권리가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땅은 독점되어 있다. 우리는 부당하게도 땅에 대한 권리를 빼앗긴 것이다.

    우리는 노동의 결과를 빼앗겼다. 빚을 내어 임대료를 마련하고 장사를 하지만, 아무리 일을 해도 돈을 모을 수는 없다. 이자로 빼앗기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시중에 돈이 넘쳐날 때도 우리는 은행에 사채업자에게 고금리로 수탈당한다. 가진 것이 없어서 신용이 없기 때문이다. 매달 월세로 땅주인ㆍ집주인에게 또 빼앗긴다. 간혹 운이 좋아 기반을 조금 잡았다 싶으면, 근처에 백화점이 들어서고 할인마트가 들어서서 그동안 모아놓았던 것마저도 다 앗아간다. 대상업자본에게 또 빼앗기는 것이다.

    이렇게 가진 자들, 땅과 집, 돈과 자본을 가진 자들은 모든 것을 빼앗고 이미 우리를 절망으로 내몰고 있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그 절망적 삶의 근거마저도 저들은 무참히 잘라버린다. 건설자본과 지방정부가 가세하여 재개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남은 고혈까지도 수탈해 가고 있는 것이다.

    싸우다 숨져간 용산의 영세시장상인들은 거대한 국제빌딩의 그늘에 가리어 햇빛도 못보고 살아왔고, 근처에 이마트가 들어서고 맞은편 용산역에는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상권이 위축되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근근이 버티던 그들의 숨통을 이제는 삼성물산, 대림산업, 포스코건설이 재개발을 한다며 끊어버린 것이다.

    이명박은 “민정수석에게 보고를 받고 신속한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는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 우리의 고통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왜 우리 손으로 만든 거대한 빌딩 숲이 우리의 햇빛을 가리고, 저 거대한 부에 둘러싸여서 생존할 최소한의 권리마저도 부정당하는지, 왜 우리가 만든 권력에게 우리가 학살당하는지.

    우리는 다시 찾아야한다. 소수에게 독점된 땅을 빼앗아 모두의 것, 우리 후손을 포함한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노동의 결과인 자본을 빼앗아, 원래의 주인인 노동자ㆍ민중의 생산수단으로 만들어야 한다. 가진 자들의 권력, 자본의 권력을 해체하고 노동자ㆍ민중의 권력을 세워야한다.

    탐욕에 눈이 먼 자본과 정부의 “폭력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말자
    학살을 응징하자.

    2009.1.21.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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