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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교육이 고사하고 있다.(1)

 

농어촌 교육은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는 노령인구의 증가와 청장년 인구의 감소에 따른 결과이다. 농업인구가 감소하고, 그나마 농업인구의 대부분이 50대 이상이라는 소식은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요즘에는 경로당에 70세 아래의 노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70세라고 해도 경로당에서는 막내일 뿐이다. 일부 면에서는 한 해에 한 명의 신생아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산간벽지, 낙도일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일부 시군 학교에서는 1면 1개교 원칙조차 깨질 위기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면 1개교 원칙이란 1개의 면에 최소 1개 이상의 초등학교를 유지한다는 정부의 학교정책이다. 그런데 면 지역 소재 초등학교의 대부분이 50명 미만인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필자의 고향인 경북 봉화는 봉화읍에 소재한 초등학교 2개와 춘양면에 소재한 1개 학교를 제외하면 재학생이 20~50명에 불과하다. 1개 본교에 2~3개 분교가 있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재학생이 50~100명 미만인 학교를 통폐합 대상학교로 규정하는데, 이럴 경우 농어촌 학교 상당수가 폐교 대상이 된다.

 

농어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자녀 교육 때문에 이주한다고 말한다. 사실 농어촌 교육은 이래저래 불신을 받고 있다. 학부모들은 농어촌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를 승진에 목말라 하는 사람과 안주하려는 사람, 그리고 새내기 등 세 그룹으로 구분한다. 생태주의에 관심이 있거나, 번잡한 도시보다는 땅을 벗삼아 살려는 교사는 학부모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또한 학교 밖에서도 비싼 학원이나, 과외를 받을 만한 조건이 안 된다. 사람들은 농어촌 지역에 학원이 별로 없고, 그나마 강사의 질도 낮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그건 상관없다.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고등학교 진학 때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나마 중학교까지는 지역 학교에 다니고, 고등학교는 도시로 진학하려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인구유출이 심각하다. 상당수의 고등학교는 1학년에 1~2개 학급밖에 유지하지 못한다. 봉화읍내에 위치한 봉화중학교에서도 매년 1/3~1/2에 가까운 학생들이 영주나 안동 등 인근지역에 위치한 고등학교로 진학한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인구증가를 선거정책으로 내놓는 후보가 등장한다. 하지만 당선이 되더라도 인구증가 정책이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부 지역에는 귀농자들이 있지만, 유출되는 인구는 귀농인구보다 훨씬 많다. 이른 바 결혼 적령기인 사람들도 있지만, 결혼이 어렵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마련하여 농촌 미혼남과 동남아시아 여성을 결혼시키는 사실상의 매매혼에 나서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이제 아예 비교육적인 교육정책도 내놓는다. 일부 시군에서는 소수의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관립학원을 설립하기도 한다. 이 학원에서는 서울 소재 유명 학원 강사를 초빙하여 강의를 개설한다. 또한 장학기금을 마련하여 지역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것은 고전에 속한다. 경남과 경북, 전남 등 산간벽지와 낙도가 많은 지역에서는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속속 선을 뵈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방안에도 불구하고 인구감소는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농어촌에는 출산과 보육, 교육을 위한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 의료와 문화적인 부분은 더욱 열악하다. 결정적으로 일자리 자체가 적고, 일자리의 질도 높지 않다. 당연히 인구유입을 유인할 방안이 없다. 장학금 몇 푼, 관립학원 설립으로 인구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사실상의 매매혼을 주도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최 모 S면장은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없다."고 고백한다. 위의 앞선 대책을 모두 내놓아도 노인이 사망하고 어린이가 태어나지 않는 상황을 역전시킬 방안은 없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 앞에 농어촌 교육은 마치 고사를 앞둔 고목처럼 시름시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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