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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회자되고 있는 교육정책 중에 멘토링(mentoring)이란 것이 있다. 우리 말로 하면 대략 상담활동 정도가 될 텐데, 굳이 멘토링이라 표현하는 것은 늬앙스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육은 그 동안 상담을 문제 학생을 지도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했다. 문제 학생이란 흡연, 폭력, 등교거부, 왕따, 혼전성관계 등의 행동을 하는 학생을 가리켰다. 그런데 멘토링은 사람이면 누구나 조언자, 상담자가 필요하다고 전제한다. 따라서 꼭 문제가 있는 학생, 일탈행위를 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모두가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이렇듯 우리 말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말과 유사하지만, 늬앙스나 의미가 조금 달라 굳이 번역을 하지 않는 낱말이 종종 있다. 교사만해도 그렇다. 우리 말에 교사를 뜻하는 단어로 선생, 스승, 교사 등이 있다. 이들 낱말은 지혜와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을 가리킨다. 교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에는 티처(teacher), 튜터(tutor), 멘토(mentor) 등이 있다. 티처는 주로 정규학교 교사를 가리키는 말이고, 튜터는 가정교사를 의미한다. 멘토는 주로 상담자, 조언자로서의 교사를 가리킨다. 이 단어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 <오딧세이아>에서 유래한다.
그리스 이타이카 왕국의 왕인 오딧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출전하게 되었다. 그는 절친한 친구이자, 현자였던 멘토에게 트로이 전쟁 기간 동안 자식인 텔레마코스의 교육과 상담, 그리고 현안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 이후 멘토는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의 의미하게 되었다. 현대사회에서는 주로 상담자로서의 교사를 ‘멘토’, 내담자를 ‘멘티’(mentee)라고 부른다. 멘토링은 멘토 활동을 가리키며, ‘어떤 문제에 대하여 일대일로 상담하거나 조언해 주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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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나 병원에서 상담활동은 늘 있어 왔다. 오랫동안 학교에서는 상담을 통해 문제 학생을 지도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학교는 문제학생과 모범학생이라는 틀에 맞춰 학생들을 선별했다. 그러나 시대가 지나면서 사람들은 ‘과연 누가 문제학생인가?’라는 물음을 갖게 되었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감정과 표현양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감정과 표현양식에 맞는 상담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실 멘토링은 학교를 넘어선 개념이다. 멘토링은 대학이나 병원, 심리치료센터 등에서도 실시하지만 기업과 같은 곳에서도 이뤄진다. 최근 많은 기업이 사원들에게 멘토링을 권장한다. 자본은 멘토링을 “앞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터득해 중세 시대에는 장인-도제 관계로 발전했던 이미 '오래된 지혜'라 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즉 기업은 자본의 이윤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자에게 이전 세대의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익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력이 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멘토링은 이런 측면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에게 멘토링은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멘토링은 서로가 가진 상처를 치유하고, 상담을 통해 불확실한 전망을 밝히며,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과정이다. 현대인은 누구나 심리적인 상처가 있고, 약간의 정신병도 있다. 그래서 미술심리치료, 음악심리치료, 독서심리치료, 그리고 스킨쉽을 통한 치료(허그 테라피)와 같은 치료가 인기를 모은다. 필자는 멘토링은 이러한 복잡한 시대에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어보고자 도입된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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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지방자치단체간 일방적으로 협약을 맺어 이뤄지는 현재의 멘토링 제도는 한계가 많다. 대학생에게 봉사학점을 이수하게 하면서 그 방안으로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 청소년의 멘토가 되어주게 한다는 방안은 과연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까? 당연히 멘토링을 실시하지 않는 것보다야 나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멘토링은 관제 사교육의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다. 이런 식의 멘토링은 멘토링 본연의 목적을 심각하게 위배한 것이다. 더군다나 봉사학점 등을 핑계로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성격도 갖고 있다. 이처럼 문제투성이, 더군다나 강제된 멘토링이 과연 얼마나 좋은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멘토가 되기 위한 조건은 특별히 없다. 과거에는 지혜로운 사람이 멘토가 되었다고 하지만, 요즘은 지혜로운 사람이 누구인가조차 희미하니 과거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내담자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서로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준비만 되어 있으면 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애초부터 타고난 멘토는 없기 때문에, 우리는 멘토가 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멘토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인내와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경험, 그리고 공통의 화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 등이 필요하다.
예를 한 번 들어보자. 대개의 부모는 자녀를 낳음으로서 자동으로 부모가 된다. 남들 다 하는 역할인데, 뭐가 그리 어렵겠냐고 생각하며 큰 오산이다.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몰라 곤란해 하는 가정을 상당히 많이 본다. 물론 자신들이 지향하는 부모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부모의 역할을 획일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공통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부모도 배워야 한다는 인식이 서서히 제기되고 있다. 그리하여 등장한 것이 바로 부모역할훈련이라는 새로운 교육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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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멘토가 되기 위해서 최소한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멘토는 멘티(내담자)와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멘티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낸다고 치자. 과거의 방식대로라면 그 아이는 꾸중을 듣고, 반성문을 쓰거나 벌을 서며, 어쩌면 부모님에게도 혼이 날 것이다. 그러나 멘토는 왜 그 아이가 그런 표현방식을 가지게 되었을지 파악하고자 한다. 그리고 공격적인 성향을 갖게 된 원인이 아이 뿐만 아니라 가족, 혹은 그/녀를 둘러싼 환경에도 있음을 알고 있다. 공격적인 성향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것 역시 표현방식의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멘토는 공격적인 성향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아이의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멘토와 멘티는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멘토링은 그리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멘토링에서 가장 효과가 있는 것은 당연히 얼굴을 맞대고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직접적인 멘토링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사이버), 전화 등을 통한 멘토링도 가능하다. 물론 여기에는 서로간의 신뢰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더불어 숲’과 같은 계절제 대안교육 프로그램에서 멘토링이 시도된다면, 후속조치가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멘토는 자신의 멘티였던 아이와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멘토와 멘티 상호간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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