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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07
    영화 '화려한 휴가'를 읽다.
    이카루스

영화 '화려한 휴가'를 읽다.

# "살아남은 자, 살아남은 값으로 치열하라"

필자가 가입해서 2년 동안 기웃거렸던 동아리가 있다. 사회과학이 더 이상 생명력을 인정받지 못하던 시기에 나는 사회과학 동아리를 찾아 들었다. 그 동아리 벽에는 "살아남은 자, 살아남은 값으로 치열하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뜻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멋있다고 느꼈다.

대학 1학년 때 5.18을 맞아 대학 선배들과 광주를 찾았다. 그 전에 한 선배가 전해주었던 광주민중항쟁 당시의 사진은 눈물 없이 볼 수 없었다. 내 생애 가장 참혹한 광경이었던 것 같다. 광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읽고 또 읽었던 5월 광주에 대한 기록이 사진과 오버랩되었다. 나는 광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내내 눈물을 흘렸다.

 

 

# '화려한 휴가'를 보다.

5명의 중학생들에게 시간을 내서 같이 영화를 보자고 했다. 영화 제목을 알려줬지만, 그 아이들은 그리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함께 영화를 보기 시작했을 때, 나는 긴장을 했다. 영화가 얼마나 광주에 대해 제대로 그려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그 보다 함께 영화를 보는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상식적인 반응. 그리고 내게 "저런 짓을 하고도 전두환은 왜 잘 사는 것이냐"고 묻는 아이들의 당돌함에 나는 영화를 보러오기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 살아남은 자의 슬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아는가. 우리는 언제나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가끔 저항의 몸짓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동료를 잃고 혼자 살아남았을 때, 그 슬픔과 고독감은 두려움을 넘어선다.

신애(이요원)가 선무방송을 하며 절규했던 장면. 필자는 그 장면이야말로 이 영화가 우리에게 진정 하고 싶었던 말이라 생각한다.

"광주시민 여러분,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애초에 선무방송에서는 "우리는 광주를 사수할 것입니다."라고 했지만, 그 즈음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도청을 지키던 시민군이 처절하게 죽어갈 것임을. 이미 지나간 역사의 한 장면을 떠올리듯 담담하게. 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호소하던 사람들의 외침까지 외면할 용기가 없다. 우리 역시 광주에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 이제 시작일 뿐이다.

많은 민중운동 단체들이 영화 "화려한 휴가"에 대해 기대반, 우려반의 목소리를 낸다. 광주민중항쟁의 많은 쟁점들을 피해갔다는 것이다. 특히 윤상원 열사를 모델로 했다는 택시기사 민우는 개연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의식적인 활동가였던 윤상원 열사와 광주민중항쟁 기간에 배포했던 "투사회보"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화려한 휴가"가 그래도 극영화로서 할만큼의 역할은 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상업적인 목적의 극영화에게 철저한 고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최소한의 역사적 역할을 기대할 뿐이다. 필자는 "화려한 휴가"는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환기'라는 최소한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광주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화려한 휴가"과는 다른 관점, 보다 근원에 접근한 영화가 계속 제작되어야 한다. "화려한 휴가"에서 촉발되었지만, 여전히 다뤄지지 못한 역사의 진실에 대해 우리는 한걸음씩 다가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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