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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 글을 쓰기 위해 타이핑을 한다는 것, 타이핑을 하기 위해 기억의 잔상들과 내면의 그늘을 구체화한다는 것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성찰을 요구한다.
나는 왜 여러 사람의 손에서 버려진 공간 아닌 공간을 붙든 채 그곳에서 숨막혀 하는 건가. 왜 백지보다 의미없을 제안서 따위를 써내려가기 위해 내 시간의 숨을 참아야 하는 건가. 나는 과연 후회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나는 과연, 누구에게 시간의 무게를 지우려 하는가.
나는 여태 묻지 않았어요. 묻지 않고서도 이해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 진한 화장같은 나의 말들과 불편한 어리광들을 굳이 누군가에게 감내시켜가면서까지 그것들을 이해해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늘, 늘, 늘 닿지 않아. 나는 아예 손이란 게 없는 것 같아요. 어깨로만 아무리 애를 써도 차갑고 희뿌연 허공만 남아.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이런 나도 옳은가요.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이렇게 또 한숨소리에 시간을 실어 보낸다. 내가 욕망하는 관념의 무게를 감당해 내는 것이 과연 가능한 걸까. 나는 나를 신뢰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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