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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일기1-독한 약이란 무얼까?

 

복약지도를 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1. 이 약 독해요?

2. 수면제 들어있어요?

3. 지금 먹어도 돼요?

 

실은 난 이런 질문이 썩 즐겁지만은 않다.

자주 반복되기 때문이기도 하고(하루에도 몇 번씩)

질문이 어떤 선입견에 근거하고 있기도 한데,

 

천천히 시간과 공을 들여 이 오해를 풀고싶다.

막상 약국 현장에서는 '천천히'가 잘 안된다.

요이땅 하고 약 받고 나갈 준비를 하는 사람을 붙잡고 얘기하기도 어렵고

뒷 사람이 기다리기도 한다면 속전속결, 한 문장으로 끝내야하고

무엇보다 내가 종종 말하기 지친다;;

 

이 약 독해요?

 

대체 독한 약이란 뭘까?

처음에는 내가 오히려 손님한테 물어봤다.독한 약이 뭐에요? 정말로 몰라서 물어봤다;;

항암제가 아니고서야 인체에 심각하게 부담을 주면서까지(독하게!!) 약을 먹을 만한 일은

(특히 의원급에서는) 왠만해선 없다.

내가 반대로 물어봤을 때 대답은 이랬다.

"내가 속이 많이 안좋거든요..", "어떤 약을 먹으면 독해서 하루종일 어지러워서 살 수가 없어요."

아하~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거나 졸리는 약을 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픈거 나으려고 먹는게 약인데 약먹고 오히려 속이 아프거나 졸려서 생활이 안되면 참 골치아프다.

 

그렇다면 대신 이렇게 질문하는게 어떨까?

"제가 속이 안좋은 편인데 괜찮나요?"라든가

"이 약 졸린가요?"

이 두 질문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 대답도 달라진다.

 

간혹 다른 의미로 독한 약을 찾는 분도 있다.

약이 독할 수록 한 방에 나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단번에 나을 수 있을만큼 독하게 처방되었는지 나한테 확인하는거다.

이럴 땐 대답하기가 참 어렵다.

대개 연세있으신 분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계셔서 내가 다른 얘기해봤자 별로 납득이 안되기에

적당히 맞춰서 대답해드린다;;;

 

 

그나저나 나는 이제껏 약을 먹거나 바르면서 단 한번도 부작용이 난 적이 없다.

속이 아프지도, 배탈이 나지도, 심지어 남들이 졸리단 약이 졸리지도 않더라.

물론 이건 약을 먹은 적이 몇 번 없어서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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